황하(黃河)는 문자 그대로 황토 빛의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강임.

중국 북부와 오르도스 지역의 산림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이 토사가 강을 타고 흘러오고, 안 그래도 황하 자체가 가뭄~홍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자연 현상이 잦아서 막상 수자원의 활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

일단 이집트의 나일강과 마찬가지로, 영양분 있는 토사를 매 분기마다 날라서 물굽이 있는 곳곳에 퇴적지를 만들고, 그 퇴적지는 곳 토양분이 있는 기름진 농지로 바뀜. 문제는 이런 농지를 경작하고 개척한다고 해서 '이게 변함 없는 농지'로 쓰일 수 있느냐 하는 건 전혀 아니란 말씀.

황하의 변화는 중국 고대부터 지랄맞기로 유명한 강이었고, 이 퇴적 활동으로 생긴 삼각지나 퇴적지를 경작지로 개척해도 홍수 한 방이면 전 농토가 수몰되거나 사라지는 상황이 자주 연출 됨. 괜히 치수(治水) 성공했다는 실적으로 우 임금이 등판했다는 썰이 과한 게 아닌 셈.


병주는 이런 상황에서 유목민과 흑산적에게 쌍방으로 고통 받으면서 군사적으로 위태로운 곳이었음.
그런데 삼국지연의와 실 역사와는 다르게, 주인공 여포는 정원이 하는 꼬장을 10년 동안 참으면서 '병주를 사람 살기 괜찮은 곳'으로 만들었다는 거에 사실 뿜었음.



1. 관직 매매하는 부정부패 제거
2. 이 당시 군병은 현대처럼 봉급이 딱 나오는 편이 아니라, 생업이 있어도 부업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묘사를 보면 황제의 친위군에 맞먹는 군기를 보여줌
3. 물이 맑지 않아서 물을 거르고 끓인 다음 마시는 차 문화가 후한 들어서도 보편적으로 자리잡는 상황인데, 여포와 가후의 대사를 보면 그냥 수질 좋은 물을 만듬.
4. 호족까지 병주에 들러서 사적인 무역과 터전으로 삼아서 낙양을 왔다갔다 하고, 이를 여포의 병주군이 호위하는 체계가 즐비하다고 묘사됨.


얘는 스스로를 멍청하니, 내가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러느니 하는데
현대인 시각에서 보면 그 시대의 한계성을 제외하고 어떻게 흙탕물을 정수해서 병주 전체가 맑은 물을 쓸 수 있도록 했냐? 하는 지경까지 나오게 만들었다는 거.


특히 저 당시는 플라스틱도, 유리도, 심지어는 천마저도 현대에서 정수기 필터로 자주 교체될 수 있는 물품을 만들어내지 못했음.
그러면 못해도 토기에 구운 흙과 모래, 끓인 물에 소독한 자갈과 돌을 차례대로 집어넣고, 흙탕물을 부어서 최소한 생활 용수를 만드는 시스템을 고안했다는 거임.


그리고 그 모인 물을 모아서 각 호족과 관리, 군인, 민간에게 이르기까지 수집하고 비축해뒀다가 다시 재분배하는 게 여포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크게 과한 말은 아닐 테지. 사실 자기가 창포를 우린 물로 매번 세신하고 다닌다고 해도, 개인이 야외에서 모아본들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씻을 양까진 모으기 힘들다.

지금 작가가 따로 설명을 상세히 하는 것 보다는 소설적인 허용으로 넘어가는 거겠지만.
그 묘사만으로도 얘는 가히 군인이 아니라 치수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관료인 셈.


아마 순유가 병주 가면 이거 어케했냐고 놀랄 삘이 그대로 드러날걸
가후는 별 말 안 하긴 했지만, 찾아갈 때 마다 씻을 수 있고, 끓이지 않아도 바로 마실 수 있는 물을 대접한 거에서 좀 놀라긴 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