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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156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00:11:03
조회 813 추천 17 댓글 14
														

한국인에게는 공부 DNA가 있다.


아무튼 글공부.


아무튼 관직.


그게 수백 년간 유교 사회에서 살아온 문화적 DNA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확실한 건 한국인들은 공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은 일자무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 자기 성까지만 쓸 수 있고 이름도 못 쓰는 문맹이라고 까인 적이 있다.



백전백승의 명장이고 핵무기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신개념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연구하고 소련도 엄두를 못 낸 대추력 엔진을 혼자 만들어내고, 혼자서 우주선의 제어 프로그램을 하룻밤만에 코딩해냈으며 17개 언어를 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친놈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집권 초기, 그는 글을 모른다고 정적들에게 까인 적이 있다.



물론 그 정적들 중 지금까지 살아 있거나 이름을 남긴 이들은 없으며,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왜냐하면, 그들이 모른다고 깐 것은 한글이 아니라 한자였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어병음을 금지하고 모든 공공장소에서, 그리고 공문서 등에서는 한글만을 쓰도록 했다.


심지어 정부에 들어오는 문서 중 한자가 한 글자라도 보인다면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는 퍼포먼스까지 보였다.



정 한자를 쓰고 싶으면 한글 뒤에 괄호를 넣고 쓰라는 지침까지 마련해주었지만, 그래도 반발하는 이들은 총통이 글을 몰라서 쪽팔리니까 깽판질이라고 욕했다.



뭐, 헛소문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졌는데, 총통은 중국어와 일본어, 한자 사용 등등에 이미 충분할 만큼 능숙했다.


그랬기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총통은 본인의 평등사상에 의거해 객관적으로 쉬운 언어라고는 하기 힘든 한문의 사용을 없애고 한글로 통일하지 않으면 문맹 퇴치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본인의 한자 실력이 외국어능력에 비해서는 심각할 정도로 뒤떨어져서 아는 한자가 다 합쳐도 100자가 안 되는 관계로 한자를 쓸 때마다 어느 성웅에게 타박당하면서 해석을 부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알 길이 없었지만.



그러나 소문은 진원지에서 멀어질수록 변질되고 부정확하게 되는 법.



그리고 고금을 막론하고 찰떡같이 말해줘도 개떡같이 알아쳐먹는 놈들도 있는 법.



'한자는 최대한 많은 지식의 전파와 문맹률 0%를 노리며 국민 교육 수준의 향상을 목표하는 한국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으니 한글 단독표기만 한다'는 총통의 의도가 '한자는 미개한 놈들이나 쓰는 거래!'로 왜곡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 한국 국내에서만 그렇게 왜곡되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 왜곡의 진원지가 국경 너머였고.


후폭풍 역시 국경 너머에서 몰아쳤다는 게 문제였다.



"아! 우리가 그동안 이토록 오욕을 당하고 무너진 건 다 한자 때문이었구나!"

"부끄럽다! 이런 개떡같은 글을 쓰니 결국 이토록 영락한 것인가!"


"생각해보니 그분이 천자가 되기를 거부하신 것도 그래서인가? 우리가 한자나 쓰는 미개한 것들이라서?"


본디 청 말기부터 루쉰을 비롯한 여러 이들이 한자는 국민교육에 맞지 않는다면서 폐기를 호소한 바 있었다.


원 역사에서 마오쩌둥도 국공내전 종전 이후 한자의 전면폐기를 주장했으나 당 간부들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일본도 한자 유지하면서 근대화했는데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고 해서 간체자를 만드는 선에서 타협해야 했다.



그리고 한국은 한자를 버리고, 중국과 일본은 패망한 시대에, 초인이 한자 폐기를 선언했었다는 사실은 온 중원의 지식인들에게 와 닿는 바가 있었으니.



"한자를 없애라!"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사람을 망치는 가장 좋은 길이다."


"한 민족을 파탄내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은 그들이 한자만을 쓰게 하는 것이다."



뜬금없는 미니 문화대혁명이 터졌다.


한자로 된 고서들이 불태워졌고, 아무튼 한자가 씌어져 있는 것들이 불탔다.


시골에서 한자를 가르치던 전통적인 학교들은 때려부숴졌다.



사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 시대,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의외로 쓰촨 대학생과 남일본 대학생과 베트남 대학생이 만나서 한국어로 떠들어대는 광경을 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시대.


류큐 청년과 북일본 청년, 몽골 청년이 맞담배를 피우면서 정치인들을 욕하기도 하는 시대에 한 국가의 파랑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도둑놈 심보다.



그리하여 탈 한자 여론이 동아시아를 휩쓸었다.



우선 류큐는 애초부터 영국의 영향으로 인해 사실상 영어를 공용어처럼 써온 국가였으니 별 상관이 없었다.


몽골도 키릴 문자를 사용했고, 베트남도 프랑스의 영향 때문에 한자가 아니라 라틴 문자를 이용해서 발음을 적는 방식이 이미 오래전 식민시대에 표준화되어서 그게 더 익숙한 판이었으니 무관.


따지고 보면 남는 게 구 중국계 국가들과 일본계 국가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지역들에서는 생각보다 심각한 충격파를 몰고오고 있었다.



#



도쿄. 북일본.



도쿄와 오사카는 북일본에서도 특별한 도시다.


그 특별하다는 게 뭐냐면, 도쿄는 4개국이 4분할 점령했고 오사카는 2개국이 2분할 점령했다는 것이다.



한국, 미국, 영국, 소련 4개국, 그리고 오사카를 분할한 한국과 미국.



그렇기에 북일본의 정치에서 이 두 도시는 다소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치외법권이라고 하면 과장이지만.



물론 기본적으로 동오사카와 서오사카. 그리고 동서남북 도쿄로 관할권이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 이 도시들에 대한 관할권이 엄격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범죄가 저질러지면 한국 측이, 혹은 미국 측이 관할권을 가진다 등의 문제가 있찌만.


그러면 A구역에서 사는 범죄자가 B구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C구역으로 도망쳤다.


근데 A구역은 미군, B구역은 영국, C구역은 소련 관할이다.


그러면 누가 관할해야 할까?


명목상 이 3곳은 전부 북일본의 영토인데?



북일본? 미국? 영국? 소련?


시간을 약간 돌려 북일본 군정을 끝내기 전이라고 해도 대가리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도쿄와 오사카의 분할을 명시한 조약의 문구도 실로 애매모호했다.


-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통치할 수 있다.



이 통치의 범위는 얼마인가?

사법권? 조세권? 그렇다면 미국 군정지에서는 미국 법이 적용되는가? 미국의 군법을 적용하는가? 아니면 북일본 법이 적용되지만 체포와 재판만 미군이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군정지와 군정지 사이를 넘어다니는 건? 제지해야 하나? 엄밀히 말해서 북일본 땅인데?



차라리 야무지게 갈라서 그냥 아예 자국 군정지에 완전히 편입시키고, 아예 소련 본토/남일본/북일본/시코쿠령으로 나눠버렸으면 월경지가 여럿 생겨서 판도는 개판이 되었을지언정 관련자들의 속은 편했겠으나, 미국이 양보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일본 본토 점령전의 제일 공로자는 미군이었다. 한국군도 미군의 공로에 미치지는 못했다.


물론 전쟁 전체의 공헌도로 따지자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래도 미국의 없었으면 어려웠을 전쟁



거기에 한국이 중국과 다른 지역들에서 성이 찰 때까지 보복하기 위해서는 일본 문제에 대해서 미국에게 어느 정도의 양보가 필요했다.


물론 갑자기 미국이 일본을 재건/재무장하여 통일 일본을 성립시키겠다거나 하는 개소리를 했다가는 한국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겠지만 고작 도쿄와 오사카 때문에 사생결단을 낼 생각이 없었다.



결국 논의 끝에 공식적으로 두 도시는 4개국의 공동 점령지로 놔두며, 공식적으로 북일본의 영토에서 두 도시를 제외하되 실질적으로는 북일본 정부가 행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


따라서 북일본 의회에서 도쿄에서 뽑힌 의원은 참관권은 있으되 표결권이 없었고, 의회로 보내는 의원 역시 자치의회의 간선으로 선출되었고 현지 주민들은 지방의회에 대한 선거권만을 가졌다.


심지어 헌법조차도 그 효력이 제한되며 헌법재판소 판결조차도 그러했다.



본래대로라면 당연히 북일본 치안인력이 이곳에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나. 미국 정부와 영국 정부는 이를 용인했다.


이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현실적인 비용 문제부터 해서 결과적으로는 북일본에 도쿄와 오사카를 완전히 귀속시키기 위한 명분쌓기 작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본 치안인력이 한국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들어오면 즉각 사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실제로 도둑을 쫓다가 무심코 경계선을 넘은 경찰을 향해 한국 헌병들이 경고 없이 발포해 도망가던 범죄자와 북일본 순경 두 명을 모두 사살해버리는 대형사건이 터졌었다.


비무장 민간인들의 통행은 무관해도 정부기관 소속 인간이 건너오는 즉시 적으로 간주하고 발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엄포가 엄포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으나, 당시 상황상 이래저래 말 꺼내기가 어려운 시점이었기에 미국 정부는 해당 사건을 묻어버리기로 하고 북일본 정부의 입도 손수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런 전례가 있으니 당연히 현지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경계를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생기면 당연히 이용하는 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은 한국-소련의 관할구역 코앞에서 시위를 벌이고는 했다.



일본 경찰들이 몰려오면 한국 관할지나 소련 관할구역으로 도망가겠다는 심산이 뻔했다.


북일본은 시위대는 당연히 경찰로 두들겨잡는 걸 당연하게 여겼지만 한국은 대놓고 빼도박도 못하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이상은 애초에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소련이야 그냥 비웃음과 함께 무시해버렸고.


그나마 조사 결과 혐의가 빼도박도 못하면 넘겨주기는 하는 한국 측은 그나마 말이나 통하지, 소련은 애초에 대화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일본 경찰들은 사회에 무슨 일이 있거나 시위가 예상된다는 정보가 들려온다거나 하면 바리케이트와 검문소를 세워서 한국-소련 구역으로의 통행부터 막았다.


자국민에게 시비거는 상황이 아닌 이상 저쪽에서 검문소를 세우는 걸 간섭할 근거는 딱히 없었으니 그것까지는 딱히 뭐라 하지 않았으니, 시위대의 퇴로부터 막아놓는 것.


문제는 이런 통로가 한두 곳이 아닌 데다 교통도 활발해서 계속 막아만 두면 혈류순환이 안 되면 팔다리가 썩듯이 도시가 마비될 판이므로, 항상 막아놓을 수도 없는 골치아픈 노릇이다.



그러니 일본에서의 시위는 항상 기습, 폭력 시위의 형태를 띄었다.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려면 맨주먹으로는 안 되는 게 당연한 일이고 경찰이 사전에 정보를 받을 수 없어야만 시위를 할 수 있었으니.


지방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그런 것도 없이 두들겨맞고 죄다 끌려가는 게 일상다반사니 대부분은 시위를 할 일이 있으면 상경해서 시위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북일본 정부는 괜히 더 빡세게 오사카-도쿄를 출입하는 이들을 검문하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졌지만, 둘 다 손꼽히는 대도시인데 그렇다고 출입자를 죄다 막아버릴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


막말로 시위하러 온 시위대가 평복 입고 오면 저놈들이 일자리 찾아 촌구석에서 상경해 오는 뜨내기인지 뭔지 경찰이 뭔 수로 아는가.


무슨 특별고등경찰 시절도 아니고 말이다.



오늘도 비슷한 시위겠지 하면서 일본 경찰들은 급하게 움직였다.



사소한 재미가 있다면, 일본 경찰은 타국이 생각하는 '경찰복'을 입지 않는다.


2차대전 이후, 철저하게 비무장화 및 탈산업화를 명령한 연합국은 일본계 국가들을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기 위해 작정하고 산업시설을 해체했다.



상당수는 전리품으로 해외에 넘어갔지만, 아무튼 진짜 유신의 대업을 전부 날려버렸다고 생각한, 전쟁 중에 죽지 않고 전후에 목이 매달리지도 않고 게릴라로 전업해서 해외에서 테러하고 다니지도 않은(그것도 이쯤 돼서는 완전히 뿌리가 뽑혔지만) 결과 어떻게든 신정부를 구성한 이들은 일본에 진심으로 미래가 없다고 여겼다.


행정명령 9066으로 수용소에 쳐박혔던 일본계 미국인들이 인구가 좀 심하게 많이 줄어든 일본 본토의 인구를 채우기 위해 상류층 시켜줄 테니까 순순히 가라면서 압박한 미국 정부의 협박과 회유 끝에 일본에 도착했을 때도 거의 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아무튼 산업을 이제 와서 다시 일으키는 걸 외국 정부들이 고깝게 볼 거고 아니 그 전에 애초에 그럴 재원도 없다는 걸 인지한 북일본은 귀국자들을 통해 서양인들이 가진 오리엔탈리즘과 와패니즈에 대한 환상에 대해 들은 신정부에서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평소라면 기분나빠했을지도 모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정 그렇다면 관광객들 주머니라도 털자면서 아예 국가 자체를 거대한 테마파크로 개조해버리자는 제안.



그 과정에 생겨난 것 중 하나가 일본 경찰의 공식 제복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유신 전 일본 갑옷을 아예 제식화하여 생산, 경찰에 배치하고 칼 차는 곳에 권총집을 달아놓은 뒤 '경찰 전투복'이라고 선언해버린 것.



그리고 이는 은근히 범죄자 제압에 효과가 있었는데, 어차피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을 리 없으니(총 든 순간 국제문제로 비화할 게 뻔하니) 기껏해야 흉기는 칼.


근데 바로 그 칼 막자고 만든 게 갑옷이니 범죄자들의 발악은 몸으로 막으면서 줘패서 제압하든 권총을 쓰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오늘도 일본 경찰들의 모습은 실로 아스트랄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17구경 리볼버 권총을 그래도 좀 사람 쓸 수는 있게 하자고 개조해서 만든 17구경 리볼버 카빈(여기까지는 아직 조약 위반까지는 아니다)과 3mm 권총으로 무장하고, 당세구족을 갖춰입은 이들.


물론 이것도 비싼 건지라 월급 모아서 사비로 맞춰입어야 하는 쫄따구급들은 어디서 기관총 포방패처럼 생긴 철판을 들고와서 흉갑으로 쓰고 있었다.



실제로 이 갑주들은 쇠파이프에 부엌칼부터 시작해 각종 날붙이까지 묶어서 휘둘러대기도 하는 시위대 상대로 상당한 방호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경찰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발포한다. 총알이 경계선 너머로 날아가면 난리날 일이지만 경찰들은 경계선을 등지고 있었다.


누가 먼저 칼을 들고 덤비고,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는가는 어느 순간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면 방아쇠가 당겨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경찰들이 탄창을 다 비울 때쯤에는 권총을 든 경찰과 냉병기와 화염병으로 무장한 시위대 간의 난투전이다.


아무리 갑옷을 입었다고 해도 경찰 측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시위대 측에서는 사망자가 안 나오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이런 시발.....?"


현장 지휘를 위해 나온 경시(총경급, 경찰서장)는 기겁하고 말았다.


"쏘지 마!"

"예?"

"이런 시발.. 무전기! 당장 무전기 가져와!"

촌에서 올라온 일자무식들이라면 뭉개버려도 전혀, 전혀 문제가 없다.


실제로 그렇게 발포해가면서 노동운동을 찍어눌러서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촌것들이 얼마나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도쿄대학생들이?



반쯤 망한 이 나라의 유일한 엘리트 교육기관의 교복(북일본은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는다)을 본 순간 경시의 머릿속은 문자 그대로 백지장이 되었다.


그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능히 짐작하겠지만 도쿄대학은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부지는 좀 옮겨졌지만 재건된 도쿄대는 일본 지역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이며, 유일하게 외국의 최고교육기관과 승부를 볼 만한 기관이며, 당연하지만 정재계의 탑클래스 인사들의 자기 자녀를 앞다투어 입학시키는 곳.


그런 곳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정권이 뒤집어질 일일지도........



경시의 상상이 점점 최악으로 치달아갈 때, 학생 대표로 보이는 한 명이 외치기 시작했다.



"망국 부르는 아집이 웬말이냐!"


"철회하라! 철회하라!"


"교육과정 재심의! 교과서 재발행! 지난 시대의 거짓된 유신이 아니라 진정한 근대화와 유신을 위하여! 학우들이여! 일어나라!"


"여러분! '님'이 무엇입니까? 언제나 그리운 이름입니다, 우리들의 가슴입니다! 우리가 사모하고 눈물 흘리며 오랜 생활을 목말라해 온 이름입니다! '님'은 바로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유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게.


뭐지.



경찰들조차도 뇌가 마비되어서 차마 '개소리 집어쳐!'라고 외치지 못했고, 당연하지만 누군가가 고자가 되는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외계 행성에 떨어지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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