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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157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15:31:41
조회 704 추천 19 댓글 10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말이 있다.



이 시대에는 아직 기계어 외의 코딩은 그리 흔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독자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



에눈시아.


고유한 문자와 고유한 언어체계를 사용하는 이 언어는 본디 프로그래밍 언어로써도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자연어와 프로그래밍 언어의 접합은 터무니없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음운론은 토큰 구성 이론과 일맥상통하며, 통사론은 컴파일러와 완전히 동일하다.



실제로 자연어로도 프로그래밍 언어로도 쓸 수 있는 언어를 만들려는 시도는 많았다. 로지반이라든가.


그리고 에눈시아 역시 그 성과물 중 하나.



즉, 에눈시아를 기계어와 호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만으로도 에눈시아를 이용해서 훨씬 편하게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다.


에눈시아는 냉정히 말해 그렇게 우수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아니다. 난해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러나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유일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는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심지어 그게 회화로도 사용할 수 있다면 더더욱.



덕분에 에눈시아의 화자가 크게 늘었다. 일단 한국에서 컴퓨터를 다루는 프로그래머들에게는 필수 언어가 되었으니까. 



물론 미리 말하자만 미국이나 소련 등이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개념을 몰라서 주구장창 기계어만 쓴 게 아니다.


당장 어셈블리어를 개발한(어셈블리어는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는 아니고 저급 프로그래밍 언어에 해당한다,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아니라 작동하는 위치가 다르다) 캐슬린 부스는 자기 스승인 폰 노이만에게 정신나갔냐고 탈탈 털렸다.


폰 노이만이 무슨 기계어로만 코딩하라고 요구하는 개꼰대라서 그런 게 아니라 컴퓨터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컴퓨터는 비싸고 해서 많은 인력을 투입해 느긋하게 프로그램을 짤 여유가 있었던 데다가 아무리 저급 언어라고 하더라도 컴퓨터에게 먹히려면 어느 정도의 부하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즉 컴퓨터의 성능이 낭비된다는 것.


21세기 시점에서 어셈블리어 프로그램이 만들기는 힘들어도 부담을 덜 주고 빠르다는 평을 받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데, 시대가 달라지고 컴퓨터의 성능이 올라가고 흔해져서 그렇다.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라면 더더욱 큰 부하가 걸릴 것임은 명확한 바.



하지만 우리는 폰 노이만 같은 고급인력을 갈아넣을 형편도 아니거니와 핵무기 설계, 레이저 유도, 항공우주공학 등에 사용하는 크고 아름답고 이 시대 기준으로 가장 빠른 병렬처리형 그리드 컴퓨팅 슈퍼컴퓨터 메인프레임이 있는 데다 시간이라는 자원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에눈시아 회화를 가르쳤다.


물론 에눈시아를 할 줄 안다고 해서 모두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게 되는 건 아니다. C언어 좀 안다고 해커를 자처하는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인 것처럼.


영어 몇 마디 한다고 미국에서 정착해 살겠다는 것만큼이나 답없는 게 C언어 몇 줄 안다고 프로그래머를 자칭하는 것이다.



영어 할 줄 안다고 미국에서 살 수 있나? 그쪽의 문화라든가, 뭔가 사전지식이 있고 해야지.


마찬가지로 에눈시아도 그렇지만.



이미 프로그래머라면 그 정도 소양은 다 있고, 에눈시아는 단지 일종의 단축키에 불과하다.


메인프레임이 받쳐준다면 작업의 효율화에는 더없었다는 거다.



그 후폭풍으로 하나가 완전히 삐져버렸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문자 체계와 문법 체계, 발음 등 에눈시아의 체계가 공개되자 그걸 가져다가 자국어로 쓰겠다는 새끼들이 나온 거다.


아니 뭐 언어랑 글자에 저작권 행사할 것도 아니고 많이들 써야 표준화가 되는 거니 크게 상관은 없는데.



그게 왜 중국이랑 일본이냐.



니들 언어는 어따 팔아잡수시고요?


아니 뭐 히라가나 가타카나 있잖아, 중국도 한자 있고, 그거 싹 갖다버릴겨?



라고 물으니 진짜 갖다버린단다.



뭐라더라? 구시대의 유물, 미개와 야만의 상징...... 또 뭐랬지?


아무튼 지들이 버린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고.



정확히 말하자면 지역별로 달랐다.


우선 남일본의 경우는 로마자를 쓰고 발음은 그대로 해서 표기 방식만 로마자로 바꾼다.


북일본의 경우는 에눈시아의 문자 체계만 받아들였다.



시코쿠는 그냥 한글 쓴단다.



골때리는 건 중국인데, 어차피 하도 이리저리 섞여서 옆동네만 가도 말이 안 통하는 판이다. 광둥어랑 북경 방언이 섞이고 뭐 그런 판인데.


한자를 폐지하는 김에 기존의 언어체계도 전부 방언으로 처리해보리고 에눈시아의 발음법, 즉 언어체계도 받아들여서 표준어로 만들기로 했단다.



말이 그거지 기존의 중국어와 한자를 전부 폐기처분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에눈시아를 표준화한다고 난리치지 않은 게 다행인가.


물론 교육과정에 집어넣으려고 각 보는 것 같긴 한데, 나쁠 건 없다.



이게 그냥 그저 그런 인공어였으면 뭐라 했을 건데 프로그래밍 언어잖은가.


앞으로 찾아올 IT시대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창시절부터 배워놓는 게 나쁠 리가 없다.


그래서 굳이 개입은 안 하기로 했다.



[솔직히 은근 좋으면서 이놈아.]


크흠.



#



동남아시아는 항상 개판이다.


인도네시아라는 국가는 사라졌다.



각 섬별로 갈가리 찢겨서 분리독립했는데 어떻게 인도네시아라는 국가가 존재한단 말인가.



그리고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도 그렇다.


브루나이 같은 소국들은 전쟁에 휘말려 사라졌고, 뉴기니 등에서도 전투가 이어졌다.



그리고 베트남은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침공해 점령했고, 저항하는 이들을 짓밟았다.


태국은 버마와 전쟁을 벌였고, 동파키스탄 공화국과 태국의 양면전선 상황에 놓인 버마는 인도의 군벌들과 손을 잡았다.



거기에 소련이 몽골을 통해 무기를 뿌려댔다.


몽골은 서파키스탄으로 진격해 국민투표를 거쳐 인도 서 지역을 성공적으로 병합했다.



이로써 이란의 동쪽 국경은 소련과 몽골로 빈틈없이 채워지고, 서쪽 국경은 똑같이 소련과 아랍연방이라는 환장할 안보상황에 놓이게 된 이란은 서구에 붙었고, 나세르는 신나게 이를 이슬람 형제들에 대한 배신으로 선언했다.


뭐, 어차피 수니파와 시아파에 아랍인과 페르시아인 관계이기까지 하니 사이가 좋으면 더 이상한 바.



그리하여 아랍 연방과 이란은 가뜩이나 사이 안 좋은 상대를 이참에 조져버리기 위한 전쟁을 기획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등의 것이었어야 했을 석유지대는 한국에 싸그리 넘어갔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엄연히 아랍연방은 산유국이었다.


이라크에서 대량의 석유가 나니까.



이란이야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참 묘한 건 둘의 석유지대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제법 가깝게 붙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국에 묘한 생각을 들게 했다.



'저걸 존나게 쎄게 턱을 후려쳐서 영토를 뜯어내고 종전하면 걸프만 석유는 다 우리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랍 연방의 경우 해안 따라서 국경에서 800km만(?) 진격하면 페르시아 석유지대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페르시아도 마찬가지로 내륙 방향으로 700km만(?)진격하면 아랍연방의 유전을 죄다 꿀꺽할 수 있다.



물론 800km 700km가 애들 장난처럼 말할 거리는 아니지만, 누구씨가 보여주신 신들린 기동전 능력 탓에 '아 적 부대 대부분을 초전박살내고 상대가 어질어질해하는 틈에 밀고들어가면 500km든 1000km든 상관없구나!'하는 전훈이 있는 상황.


물론 전쟁 1일차에 적국의 군사력을 물리적으로 절반으로 만들어놓을 능력이 있으면 그래도 되긴 하다만.



'어차피 핵은 쟤들도 없고 우리도 없잖아?'



핵 배제하면 적들을 전략의 궁극을 발휘하면서 존나게 킬딸해서 갈아버리고 상대가 '살려만 주십쇼.'하면서 협상장에 기어나오게 만든 다음 약간의 관용을 베풀어주면서 석유를 가져온다.



국가는 달랐으되 생각하는 게 똑같았다.


'어차피 장기전은 국내 산업의 미비로 쉽지 않다.'



저 서양 열강들도 허덕이는 게 장기전이다.


게다가 전쟁이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방해가 들어올 터.



후안무치한 열강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기어들어오기 전에.


완전한 승리를.



이란은 거기에 더해 전쟁을 명분으로 모든 유전을 국유화하고 영국을 완벽하게 페르시아에서 쫓아낼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전쟁이 명분이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원상복구가 안 되는 건 기본 옵션.



이란과 아랍의 석유지대가 하나로 합쳐지면 그 아성은 석유 시장에서 한국이나 소련과 맞먹을 정도의 위상이 될 것이다.


물론 국력의 기본적인 격차가 있으니 눈치를 보기는 해야겠지만 아무튼 산유국 모임에서 확고한 3위를 차지하는 것.



당장 저 유럽 놈들도 북해에서 유전을 파네 마네 하는데 확실하게 찍어눌러줘야지 않겠는가.


이미 반서방 성향이 강한 산유국들은 이번의 고유가 시대에 빡세게 한탕 벌어놓고 그걸로 축적해놓은 자본을 이용해서 저유가 치긴 게임으로 채굴이 시작될 때쯤에 북해유전을 아주 채굴비도 못 건지게 말려죽여버리자는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한 상태.


겸사겸사 OPEC 가입을 감히 거부한 남미 국가 몇몇도 묻어버리는 등 비 OPEC 산유국들의 석유산업을 파탄낼 생각이 만만이었다.


미국은 어차피 석유 생산량이 자국 소모량도 못 따라가는 판이니 논외고.....



아무튼 지금 한참 북해 유전을 파려고 유럽 국가들이 와르르 몰려든 상태니 그 신호탄이 될 북해 유전 채굴 개시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양측 모두에게 들었다.


그러니 자금을 확실히 땡겨놓기 위해서는 저놈을 죽여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도 자명한 일.



그렇기에 그간 석유로 쌓아둔 돈을 풀어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란 대사는 미국으로 달려들었다.


정규군이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군축을 진행하면서 미제 군함, 항공기, 전차, 소총 등등 온갖 무기들이 무기시장에 풀려나온 것.


이 무기들을 싹싹 쓸어간 데다 유럽 국가들도 전차무용론에 휘말려서 '어? 이게 맞나?'하면서 전차와 항공기 보유량을 줄여나가는 상황인지라 그 재고품도 싹 긁어왔다.


구형화된 예비장비들까지도 오일머니로 긁어모은 이란은 정규군의 규모를 크게 늘려나갔다.



거기에 이란은 은근슬쩍 유대계 커뮤니티에 공수표를 날렸다.



"미국 정부가 우리 편을 들게 하면 아랍과의 전쟁이 끝났을 때 새로 승리해서 얻은 영토 일부를 떼어 이스라엘을 만들어줄 수도?"


물론 이번에 이란이 노리는 영토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공수표였지만.



유대인들은 외교적 수단부터 시작해 무장투쟁이나 게릴라전, 테러리즘 등의 수단으로 이스라엘을 성립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포기한 거지 이스라엘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는데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상원에서 부결되어 실패하긴 했지만 한때 미국 정부에 로비를 퍼부어 알래스카에 유대인 자치주를 세우는 안을 추진하게 만들었을 정도니까.



심지어 직접 와서 싸우라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 외교적 태세를 이란에게 우호적인 중립으로 유지하라고 정부에게 로비만 하라는 건데, 로비야말로 유대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익힌 주특기 아니었나.


거기에 애초에 미국은 나세르가 소련의 주구라면서 위험인물로 간주, 샤를 도와 영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걸 지원하고 경제원조를 해주는 등 친이란 정책을 펼치고 있었으니 거기에 약간 더 힘을 실어주라는 게 뭐가 문제겠는가.



그리하여 유대인들의 정치자금이 의회와 언론에 풀리자 당장 화들짝 놀란 건 아랍연방이었다.


"페르시아 놈들이 유대인들과 손을 잡았다!"


"그놈들 역시 그럴 줄 알았지!"


"나세르 대통령 만세! 아랍 만세!"


"아랍인이여! 일어나라! 페르시아인들에게 맞선 아랍인의 성전을!"


오히려 나세르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의 아랍 민족주의가 폭주했고, 단숨에 전쟁 분위기가 에스컬레이트되었다.


이에 나세르는 즉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며 방한 일정을 잡았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다. 일단 전쟁하면 한국 아니겠는가.


물론 누군가는 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 무슨 이미지가 프로이센이 됐냐면서 한탄하겠지만 그 인간이 바로 이 이미지의 장본인이니 누굴 원망할 것도 없었다.



#



한국, 제주시.



나세르는 카레를 떠먹다가 입을 열었다.


"악취미구려, 프라이마크께서는."



전 세계에서 프라이마크라 불릴 만한 이는 단 하나뿐이니, 프라이마크는 사실상 고유명사에 가까웠다.



나세르를 마중하러 나온 유일한 총리는 살짝 금 간 표정을 지었다.



"하필 이름을 붙여도 게헨나라니."



게헨나.


직역하자면 힌놈의 골짜기.



기독교적으로는 불지옥의 대명사로 사용되며, 팔레스타인 남서쪽에 실제로 있는 지명이기도 하고, 몰렉 숭배가 구약 시절에 성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즉 몰렉의 성지이기에 우상 숭배를 극혐하는 기독교권에서는 지옥의 대명사로 쓰이는 것.



그런데 어떻게 식당 이름이 게헨나.



그것도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라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의거해 세계의 요리들을 단순히 레시피로만 남기는 게 아니라 그걸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만들어놓은 식당이다.


참고로 이 비슷한 시설물들은 여럿 더 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게헨나의 통치자이시기도 하지 않습니까?"


"뭐....."



실존 지명인 힌놈의 골짜기가 분명히 아랍연방의 주권이 미치는 구역이니 아랍 연방 대통령으로써 게헨나를 통치하느냐고 하면 그게 사실이기는 한데.


참 어감이 묘하다.



"그분 아래에서 장관 노릇했던 경험에 의거해 말씀드리자면, 진짜 별 생각 없이 붙이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일한 총리는 특이한 인물이다.


특정 당파에 속하지 않은, 굳이 말하자면 테크노라트 출신으로 프라이마크 통치 시절부터 발탁되어서 재무성, 경제성 등의 장관직을 역임하거나 심지어 겸임하기도 하는 등, 돈 만지는 쪽에 많이 굴렸다. 


이는 그의 청렴함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으며.



능력은 총통에 미치지 못할지언정 청렴함만큼은 버금간다는 게 그의 평이었기에 정권이 몇 번을 바뀌든 무난하게 내각 소속으로 유임되고는 했던 최장수 장관은 마침내 무소속 총리라는 업적까지 달성한 것이다.



그간 여당 원내대표가 당연히 총리가 되는 게 관례였지만, 얼마 전 선거를 했을 때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정작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 단독 과반이 문제가 아니라 원내 1위 정당을 못 해버렸다.


초유의 여소야대 상황에 다급히 여당은 제1야당과 연정을 시도했으나, 가장 큰 논란점인 누가 총리를 해먹느냐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



그래서 주요 정계 인사 중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고 정적도 없는 무소속 인사인 유일한이 양당의 합의 하에 총리로 추대된 것.



역대 첫 연립정권 하의 총리 추대였다.



그리고 과거 '민주'적이었으나 '공화'국이라고 하기에는 손색이 있었던 한국이 완전한 '공화'국이 된 1950년 이후로.


누군가가 말하기를 '민주독재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 이행된 역사적 사건' 이후로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 일변도를 걸었다.



현재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권한은 조약 체결권, 외교사절 파견 및 접수권, 거부권, 의회해산권, 국방장관/외무장 임명권, 헌법위원회 의장 임명권 등이 있다.


그마저도 지속된 개정으로 축소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군 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게 명문화된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전 대통령이 사고를 쳐버렸다. 민간 기업 몇 개와 군부가 얽혀서 재계와 정부, 군이 얽힌 부패 카르텔을 슬그머니 만들었던 것이다.


그게 걸려나온 방식도 걸작인 게 쿠데타가 일어나는 걸 감시하기 위해 군부의 장성 및 영관급 인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중이던 정보기관이 그걸 포착하고, 이에 공안국장이 총리에게 보고한 뒤 오늘은 또 무슨 기행을 벌일지 고민하고 있던 프라이마크를 찾아간 것이었다.


이것 역시 문민통제의 원칙 위반이기는 마찬가지였기에 꼭지가 돌아버린 프라이마크가 한 번 더 비공식적으로 개입해서 압박한 결과, 통수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전시에는 총리, 평시에는 국방장관에게 가는 쪽으로 개헌이 이루어졌다.



당연하지만 국방장관이 군 장성 출신이 임명되기도 했던 관례는 증발했고, 입대 경험이 없거나(기초군사훈련 직후 바로 예비역으로 빠진 경우는 입대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전역 후 최소 30년이 지났으며 타 부서의 장관을 한 차례 이상 역임한 이만이 국방장관 자격을 가지도록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졌다.


물론 군대의 조직 운용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하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므로 보통 국방차관급 각료들은 보통 장교 출신자들이 임명되나, 이것도 제대 후 15년 이상은 되어야 하니 최종 계급은 높아봐야 대위다, 당연하지만 위관급에서 전역한 경우 군 내 연줄 같은 게 차관에 오를 때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건 물론이다.


그런 식으로 대통령은 심심하면 쳐맞고 권한은 다른 곳으로 넘어가거나 축소당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대통령이라는 직책 자체가 프라이마크라는 '직책'의 직접적인 후신이며, 그분께서는 초대 대통령으로 간주되시니만큼 그 존재가 한국 정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으니, 뭔가 하나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부터 끌려나와서 맞는 거죠."


권한을 늘려달라? 니가 뭔데?


왜 이렇게 못하냐? 니가 그러고도 총통 각하의 후계자냐?



그런데 총리는 다르다.


한국의 총리는 사실 국초부터 있었던 직위다.


대통령과 최고사령관을 합쳐서 창설된 총리직과는 다르게 총리는 본디 의도되었던 한국의 삼두정의 일각으로써 존재했었고, 내각을 총괄하는 재상과 같은 직위였다.


당연히 뭔가 문제가 생기면 욕받이가 될 수도 있지만, 30년 동안 총리는 '명목상 2인자이지 최고책임자가 아니다' 내지는 '의자 데우는 자리다'라는 관념이 박혀 있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렇기에 총리직이 실권을 가진 자리로 변모했을 때도 그 관념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고, 총리는 대통령과 권력충돌을 벌이면서 지는 경우보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이기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이원집정부제 시스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각책임제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통령 각하께서 안 나오셨다고 너무 서운하게 여기지는 마십시오."


실질적으로 내각의 총책임자는 자신이란 설명을 길게 해준 유 총리의 말에 나세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정치체계는 알기가 제법 복잡하단 말이오."


"실제로 시시각각 바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대통령보다는 다른 분을 좀 뵙고 싶었는데 말이오."


"그분께서는 지금 다른 일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나세르는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재무장관 역임자들은 직업병이 있다.



바로 수전노 기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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