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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과 후 상왕 라이프 -1화-

oo(14.48) 2021.04.20 21:23:29
조회 2225 추천 42 댓글 16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이냐... 난 분명히 한번 죽었거늘...!"



이방과는 당혹해서 소리쳤다. 자신이 인덕궁의 별채에서 숨을 거두던 순간이 생생한데 정신차려보니 그는 멀쩡히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 늙어서 쇠약해졌던 그의 육신은 20대의 한창 무렵의 전성기 시절의 강건한 육체로 돌아온 상태였다.



"허...나도 모르는 새에 불로초라도 먹었단 말인가...? 말로만 듣던 회춘이란 걸 내가 겪을 줄이야..."



황당한 사태에 이방과가 당혹해하는데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방과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이성계를 제외하면 고려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무장이었던 그에게 기척을 숨기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아니...!?'



이방과는 뜻밖의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으리으리한 기왓집 앞에서 한 무리의 건달패가 노인 한 명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덩치가 노인의 머리를 철퇴로 내리쳤던 것이다.



"이놈들! 이게 무슨 행패냐!"



불의를 참지 못한 이방과가 사자후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힘없는 노인이나 부녀자를 다수가 둘러싸고 폭행을 가하는 건 사내대장부의 수치나 다름없이 여기는 그로써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웬 놈이냐?"



건달패들이 웅성거리며 돌아섰고, 노인을 가격했던 덩치가 철퇴를 휘두르며 이방과에게 달려들었다.



이방과는 오른발을 그대로 앞으로 빼고 상체를 뒤로 젖히며 아슬아슬하게 철퇴를 피해내고는 자세를 바로잡고 그대로 덩치의 목덜미에 수도를 내리쳤다.



"컥!"



일반적으로 영화 같은데서는 수도로 목덜미를 쳐 기절시키는 모습이 자주 나오지만 실상 목덜미는 잘못 맞으면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급소였다. 거기다 무력으로는 손꼽히는 맹장인 이방과가 살의가 담긴 힘을 실어 내리쳤으니 덩치는 그대로 허무하게 골로 가고 말았다.



"어, 어을운이가 당했다!"



"네, 네 이놈! 김종서의 부하 놈이냐!? 뭣들 하느냐? 어서 저 놈을 쳐라!"



건달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동그란 얼굴에 가느다란 못생긴 수염을 기른 자가 호통을 치자 건달들은 모두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이방과는 잠시 혀를 차고는 달려드는 한 놈의 검격을 피해낸 뒤 놈의 손목을 움켜쥐고 비틀었다. 놈도 한가닥 하는 듯 제법 용을 쓰며 버티는 듯했지만 이방과가 힘을 주자 마치 수수깡이 비틀어지듯 우두둑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팔이 간단히 꺾이고 말았다.



"끄, 끄아아악-!"



놈이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지르며 칼을 놓치자 이방과는 잽싸게 그것을 낚아챘다. 그 이후부터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솜씨로 보건대 건달놈들도 개개인이 제법 실력있는 칼잡이들인 모양이었지만 황산의 왜구들이 썼던 치명적인 검초나, 호바투의 여진족들이 발휘하던 야성적인 파괴력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방과는 이들 모두와 싸워 승리했던 장본인이었다. 기껏해야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칼 좀 깨작거리며 휘두른 건달패들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사선을 넘나들었던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적어도 이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 젠장!"



부하들이 차례차례 이방과의 칼에 목숨을 잃자 우두머리는 혼비백산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방과가 제법 끈질기게 버티던 마지막 수하놈을 베어넘긴 뒤 돌아섰을 때는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진 상태였다.



'제길, 활만 있었어도...!'



꿩 대신 닭이라고 이방과는 제법 큼직한 돌맹이를 집어들어 우두머리를 향해 날렸다. 마음 같아선 후두부에 명중시키고 싶었으나 생포할 작정으로 일부러 다리를 향해 날렸다.



"아악!"


우두머리는 날아든 돌맹이에 다리를 맞고 뛰던 자세 그대로 비틀거리며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꼴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네 이놈!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런 짓을 하느냐! 난 수ㅇ..."



"시끄럽다."



퍽-!



우두머리는 쓰러진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으나 어느새 다가선 이방과는 주먹 한 방에 놈을 기절시켰다.



"으, 으음..."



"노인장, 무사하셨소?"



뜻밖에 철퇴를 맞고 죽은 줄 알았던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이마에 피가 흐르긴 했으나 다행히 목숨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이방과는 서둘러 옷깃을 찢어 노인의 상처 부위를 싸서 응급처치를 했다.



"고맙소.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귀인 덕에...아, 아니 승규야!!"



사의를 표하던 노인은 곁에 쓰러져있는 한 젊은이를 보고는 경악해서 그의 몸을 흔들어댔다. 그 젊은이는 이방과가 현장에 난입할 때 이미 쓰러져있던 상태였는데, 노인과 달리 운이 없었는지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승규야, 이놈아! 어흐흐흐흑!!"



비통하게 통곡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건대 젊은이는 노인의 아들인 모양이었다. 안됐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이방과는 이대로 있다간 왠지 위험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예감이 들었다.



"노인장, 이럴 때가 아니오. 일단 내가 놈들의 우두머리를 생포했으니 놈을 끌고 관아에라도 갑시다. 하다못해 원수놈을 벌하여 아들의 넋이라도 달래줘야 하지 않겠소?"



구슬프게 통곡하던 노인은 이방과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놈을 생포했다고 했소?"



"그, 그렇소."



노인의 눈에서는 마치 도깨비불이 번뜩이는 듯한 안광이 뿜어져나왔는데 그 오싹한 광경에 천하의 이방과도 움찔 하고 말았다. 이방과가 쓰러져있는 우두머리를 가리키자 노인은 눈을 부릅뜨더니 분노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주 잘됐소! 이 불한당 놈을 당장에라도 요절내고 싶지만 전하께서 처결을 내리시기 전까지는 안되겠지. 여봐라!"



노인이 호통치자 노인의 하인들이 다가와 쓰러져있는 우두머리를 굵은 동앗줄로 꽁꽁 묶기 시작했다.



"그대도 나와 함께 궁으로 갑시다. 그대는 내 은인일 뿐만 아니라, 주상 전하께 모반을 일으키려던 역적놈을 사로잡은 대공을 세웠으니 마땅히 그 자격이 있소!"



'주상 전하라고...?'



이방과는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으나 꽁꽁 묶인 우두머리를 부축한 하인들과 함께 노인을 따라 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전하, 신 김종서! 역모를 일으킨 수양대군을 추포하여 왔나이다!"



"이게 무슨 소리요, 좌상? 수양 숙부가 역모라니요?"



뜻밖에도 주상은 어린 소년이었다. 이방과는 문득 막내동생 이방석이 떠올랐다.



'방석이 녀석이 왕위에 올랐더라면 이 정도 나이였으려나...'



"전하, 신이 어찌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수양대군이 무리를 끌고 신의 집에 찾아와 핑계를 대고는 불러대더니 별안간 철퇴로 신을 죽이려 하였사옵니다! 천행으로 이 자 덕분에 목숨을 건졌나이다."



어린 주상은 노인 - 좌의정 김종서와 함께 급히 상의를 마쳐 이방과가 생포한 우두머리 - 수양대군의 수하들을 모조리 색출해 추포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자 주상이 이방과에게 물었다.



"그대가 이번에 큰 공을 세웠도다. 이름이 무엇인가?"



이방과는 잠시 고민했다. 보아하니 이 소년왕은 자신의, 아니 정확히는 동생 이방원의 후손인 것 같은데 존대를 하려니 어색했던 것이다.



"이름이 하나가 아니라 답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이름이 하나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주상이 궁금한 기색으로 질문을 던졌고, 김종서도 마찬가지로 의문섞인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이방과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원래 이런 쪽으로 머리쓰는 건 그가 아니라 동생 이방원의 영역이었으니.



"성은 이가인데 이름이 하나는 방과라 하고, 다른 하나는 경이ㄷ...옵니다."



"........"



"........."



순간 그 자리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이방과 혹은 이경이란 이름을 가진 존재는 그들이 아는 한 오직 한 명 뿐이었다.



"자, 자네...아니, 그대가 공정왕 전하시라고?!"



김종서가 황당한 듯 물었다.



"공정왕? 아, 이게 그 시호란 건가? 그렇다. 내가 태조대왕의 아들이자 한때 노상왕으로 불렸던 그 사람일세."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으니 이방과는 그제야 왕 시절에 썼던 말투를 썼고, 주상과 김종서는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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