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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과 후 상왕 라이프 -32-

ㅇㅇ(14.48) 2021.05.24 19:43:52
조회 1006 추천 27 댓글 8
														
대상왕 이방과가 함길도에 행차하기로 결론이 난 뒤 이를 준비하느라 조정은 한창 분주하게 돌아갔다. 명색이 대상왕의 행차인데다 여진인들을 모병하기 위해서인 만큼 그들에게 위엄을 보일 수 있어야 했기에 호종 인원을 선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정 관료들 중 이방과를 따라가겠다는 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조선 땅에서 가장 극북에 위치한 변방이자 야인들과 접경한 최전선이나 다름없는 함길도에 가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일이었고 , 애시당초 이번 함길도행 자체가 여진족들을 선발해 정예병으로 육성하기 위해서이니 언제 한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었기에 누구나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말이 대상왕을 호종하는 것이지 사실상 유배나 다름없는 북도행을 자처할 자는 없었기에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었다.


"종증조부님께서 사직을 위해 친히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계시는데 정작 신하들이란 자들이 저리 소심하니 제가 다 민망스럽군요."


이홍위가 면목없어 하자 이방과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하하하하! 안락한 도성을 뒤로 하고 거친 북방 땅으로 향하겠다는데 저들이라고 어찌 망설임이 없을 수 있겠소? 이 사람도 함길도가 고향인만큼 그 애착이 강하긴 하나 타지 사람더러 와서 살아보라고 권유하기에는 무척 험한 땅임을 인정하는 바요. 신료들이 머뭇거리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 거짓없이 솔직하다는 뜻이니 그런 자들을 거느리신 주상께서 인복이 많으심을 알게 되어 안심했소이다. 자고로 소신없이 윗사람의 뜻에 부화뇌동하는 자들보다는 소심하고 행동이 굼뜰지언정 솔직한 자들이 더 나은 법이오."


이방과는 신하들을 변호해주는 한편, 이홍위의 체면도 세워주기 위해 고심했다. 3달 사이에 무려 3차례나 모반 미수 사건을 겪으면서 한창 예민할 나이의 이홍위가 자칫 인간불신증에 걸리거나 삐뚤어지지 않게끔 다독이려는 의도였기 때문이었다.


'내 비록 정치에 관한 소양은 없으나 윗사람과 아랫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상대를 불신하는 순간 그 조직이 끝이란 것쯤은 알고 있다. 주상께선 영명하시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으나 사람 마음이란 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미움과 의심이 싹트는 법이니 방심할 순 없지.'


다행히 이홍위도 이방과의 의도를 알아들은 듯 밝게 웃으며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제가 어찌 신하들을 원망하였겠습니까? 다만 종증조부님께서도 나서시는데 누구 하나 자원하겠다는 자들이 없었던 것이 객쩍었던 것 뿐이옵니다. 하나 이제 종증조부님의 말씀 덕에 제가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으니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하하! 괜찮소이다, 주상. 자고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 않소? 내가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인원들이 늘어나봐야 귀찮기만 할 뿐이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단기필마로 단출하게 떠나고 싶을 정도요."


"명색이 이 나라의 대상왕이시자 제 종증조부이신 분을 어찌 그리 소홀하게 예우할 수 있겠습니까? 제 성의를 봐서라도 그것만은 참아주시지요."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는 잠시 서로를 마주보다가 유쾌하게 웃어젖혔다. 대상왕과 금상, 종증조부와 종증손, 스승과 제자 등 그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은 여러 가지였으나 이는 그만큼 두 사람이 긴밀한 신뢰관계로 엮여 있다는 뜻이었고, 이방과의 도움 덕에 이홍위는 자칫 엇나갈 수도 있었던 고비들을 극복하며 올바르게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주상, 정말로 그냥 이 사람 혼자서라도 가면 안되겠ㅅ..."


"안 됩니다."


"...알겠소."


******


"종증조부님께서는 실무를 담당해 줄 소수의 인원들만을 원하셨소이다. 따라서 그분과 동행할 자는 한두 명 정도면 충분할 듯 싶소. 경들은 이에 대해 논의해보고 적절한 인재를 천거해주길 바라오."


무장 출신답게 거추장스러운 대인원보다는 자신을 충실히 보조해 줄 소수의 조수들만을 필요로 하는 이방과의 뜻을 알아챈 이홍위는 이를 대신들에게 알렸고, 대신들은 마구잡이로 징집될 위기를 넘겼다는 것에 일단은 안도했다.


"이거 다행이구려. 하마터면 함길도 오지에 끌려가는 줄 알았소이다."


"그러게 말이오. 사실 대상왕 전하께서야 보기 드문 용장이시니 두려울 것이 없으시겠지만 우리 같은 문인들이 갔다간 언제 야인들의 칼에 목이 달아날 지 알 수 없지 않소?"


모든 관료들은 저마다 부서에서 모여 북도행에 관한 얘기들을 나눴는데 이는 집현전 출신 관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하께서 직접 지목하신다면야 군말 없이 따르겠으나 자원하는 것은 좀...허허."


가뜩이나 험한 땅인데다 이만주 때문에 온 북방이 요동치고 있는 지금 함길도로 가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강직하기로 유명한 집현전 학사 출신 관료들조차 쉽사리 자원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전하의 뜻이 저토록 확고하시고 대상왕께서도 발벗고 나서시는데 신하된 자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도 도리는 아니오. 정 그렇다면 나라도 가겠소!"


성삼문이 일어서자 이개가 고개를 저었다.


"매죽헌, 자네의 뜻은 알겠네만 자네는 곧 막내딸의 혼례가 잡혀있지 않나? 경사를 앞두고 자칫 사지가 될 수도 있는 길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 그건..."


당황한 성삼문은 말을 잇지 못했다. 막내딸 성효인의 혼삿날이 그리 멀지 않았던데다 이제 와서 무르기에는 양가가 특별히 길일까지 택해서 못박았던 거라 새색시의 친부이자 장인될 사람이 섣불리 원행길에 나설 수는 없었으니 성삼문은 결국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과감하게 나섰던 성삼문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소극적이었기에 그 날의 회의는 제자리걸음만 돌다가 끝나고 말았다.


"그럼 이 얘기는 내일 하도록 하세."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어쩔 수 없이 이만 퇴근해야겠군."


삼삼오오 무리지어 걸어나가는 동료들을 성삼문은 답답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어차피 다들 가기 싫어하는 마당에 내일 얘기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한숨을 푹 쉬며 의자에서 일어나던 성삼문은 자신 말고도 아직 또 한 명이 자리에 남아있었음을 깨달았다.


"희현당? 자네도 아직 안 가고 있었나?"


성삼문이 부르자 신숙주는 씩 웃었다.


"그렇다네. 내 자네와 따로 할 말이 있어서 말이지."


"나와 말인가?"


성삼문이 의아해하자 신숙주는 껄껄 웃으며 일어나 다가오더니 성삼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니 우리 자리를 옮기세. 모처럼 우리 집에 가보지 않겠나? 우연히 좋은 술을 하나 구했다네."


"자네의 초대인데 어찌 거절하겠나? 그럼 가보세."


******


신숙주는 어려서부터 머리가 명석하고 눈치가 빠른 인물이었다. 천성이 호방한 기질을 타고났으나 필요할 때는 대의나 명분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극한의 실리주의자였던 그는 작금 조정이 돌아가는 걸 예의 주시하고 있던 차였다.


'틀림없다! 지금은 김종서 대감과 척을 질 게 아니라 주상 전하께 적극 협력해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살 길이야!'


한때나마 역적 '유'와 각별한 친분을 쌓았었기에 김종서와는 간접적으로 악연이 맺어져 있었던 신숙주는 남몰래 김종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종서를 적대시하고 '유'와 가까이 지냈던 건 다른 집현전 출신 관료들도 마찬가지였으나, 뚜렷한 물증이 없는 이상 김종서도 섣불리 그들에게 칼을 들이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기에 별 일이야 있겠냐고 방심하고 있던 동료들과 달리 신숙주는 보다 확실한 안전을 보장받고자 김종서를 감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신숙주의 판단이 옳았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홍위가 여진 군단 창설을 제안하기 하루 전날 김종서를 비롯한 삼정승들과 따로 독대했었다는 첩보를 접한 신숙주는 모든 것이 주상과 삼정승의 뜻대로 돌아갔음을 눈치챘다.


'아직 친정에 나서시지도 않은 주상 전하께서 어찌 좌우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야인들을 군대로 편성하자는 안건을 관철하실 수 있었겠는가? 이는 삼정승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깨달을 수 있는 간단한 이치였으나 신숙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종서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었다. 김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그가 조정의 핵심 인사임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주상과 언성까지 높여가며 다툼을 벌인 끝에 처참하게 패배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모두들 여기에만 주목하느라 내막을 살필 생각을 못하게 했던 것이다.


원래 속임수란 게 한 번 덜미를 잡히면 들통나는 건 순식간인 법이었다.


'그러고 보면 황보인 대감과 정분 대감도 아닌 척 하면서 은근히 주상 전하의 말씀에 박자를 맞춰 댔었지... 역시 삼정승들 모두 주상 전하의 바람잡이 역할을 도맡았던 게 분명하다!'


모든 것이 이홍위와 삼정승들이 판 함정이었을 뿐임을 깨달은 신숙주는 모골이 송연해졌으나 그것도 잠시, 그를 사로잡고 있던 두려움은 곧 환희의 감정으로 바뀌었다.


'그래! 몰랐다면 모를까 내막을 알게 된 이상 불안할 게 뭐 있겠는가? 자고로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세움)이라 하였으니 이는 오히려 하늘이 내게 복을 주신 것이나 다름없다!'


일의 진상을 알게 된 신숙주는 자신의 안전과 미래의 출세를 보장받기 위해 기꺼이 줄을 갈아타기로 결심했다.


'이제 와서 김종서 대감에게 붙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더러 내 꼴만 우스워질 뿐이지. 답은 젊은 나이에 주상 전하의 비호를 든든히 받고 계시는 대상왕이시다! 대상왕 전하의 최측근이 되면 주상 전하께서도 좋게 봐주실 것이고 김종서 대감도 섣불리 나를 건드리지 못할 테니 이것이 바로 진법에서 말하는 생문(生門)이 아니겠는가?'


진로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그 혼자 이득을 볼 것이냐, 아니면 함께 할 동료들을 모으냐였다. 우선 동료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포섭할 지 말 지를 결정하기로 한 그는 함길도로 갈 자원자를 놓고 회의하는 동료 관원들을 말없이 지켜봤다.


'역시...매죽헌 말고는 모두 불합격이로군.'


혼자서라도 대상왕을 호종해 함길도로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성삼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 꼬락서니를 본 신숙주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오직 성삼문만 끌어들이고 다른 동료들과는 냉혹하게 '손절'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진정한 고수는 속내를 쉽사리 보이지 않는 법. 집으로 성삼문을 초대해 술자리를 가지면서도 신숙주는 주상과 삼정승들이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오늘 자네의 말을 듣고 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네. 자네 말대로 주상 전하께서 나라의 대계를 위해 진력하고 계시는데 정작 나는 신하된 몸인데도 전하를 돕기 위해 자원할 용기를 내지도 못했으니 말이야. 하나 자네는 나와 달리 전하의 대업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서고자 했으니 자네야말로 정녕 고금에 보기 드문 충신일세."


신숙주가 칭찬을 늘어놓자 성삼문은 쑥스러워 하며 웃었다.


"아니, 이 사람 참! 술 좀 들어가더니만 갑자기 닭살돋는 소리들을 늘어놓는구만. 취했나?"


"흐흐, 그럴지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신숙주가 술잔을 들이키자 성삼문은 곧 침울한 표정으로 바뀐 채 한숨을 쉬었다.


"효인이의 혼례만 아니었어도 내가 자원하여 전하의 어심을 편하게 해드렸겠지만 일이 곤란하게 되었네. 이럴 줄 알았으면 효인이의 혼삿날을 좀 더 신중하게 골랐어야 했던 모양이야."


"자고로 혼인은 인륜지대사인데 자네가 그 자리에 빠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구나 일이 이렇게 된 게 자네 탓도 아닌데 너무 그리 자책하진 말게."


"하하, 고맙네. 자네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군."


성삼문이 허허 웃으며 술잔을 비우자 신숙주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효인이 혼례 얘기를 듣고 생각난 건데, 효옥이는 요즘 어떻던가? 일전에 그 아이가 인덕궁에 드나들며 대상왕 전하께 무예를 배우고 있다는 말은 들었네만."


성삼문은 술잔에 술을 따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대상왕 전하께서 요즘 바쁘셨지 않나? 그래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 여유가 없었던 모양일세. 그래도 효옥이 그 아이는 대상왕께서 이름을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더군."


"하하하, 그 말괄량이한테 그런 청순한 면이 다 있었구먼 그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숙주의 머리는 무섭게 회전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가 성삼문을 동지로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이방과 때문이기도 했다. 신숙주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이방과와 가까워지는 게 중요했는데 성삼문은 이미 이방과와 밀접한 친분을 맺고 있었고, 그 딸인 성효옥은 이방과를 사모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신숙주가 이방과와 접점을 갖기에는 이보다 좋은 패가 또 없는 셈이었다.


신숙주는 애써 웃음을 감추고는 짐짓 안타까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듣고보니 효옥이의 처지가 딱하게 됐구먼. 이제 대상왕 전하께서 함길도로 떠나시면 도성에 남은 그 아이는 혼자 속앓이를 해야 될 테니 말일세."


신숙주의 말에 성삼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도 말게. 그렇잖아도 대상왕 전하를 따라 함길도까지 가겠다고 바락바락 우기는 걸 간신히 뜯어말리고 있다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던 모양이야..."


'계획대로!'


딸자식 앞에 이길 부모 없다는 만고의 진리 앞에 고통받고 있음을 호소하는 성삼문의 절규를 듣고도 신숙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하하, 내 보기엔 이번에도 자네가 질 것 같은데? 자네가 효옥이의 고집을 당해낸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끄응..."


신숙주가 놀리듯이 말하자 부정할 수 없었던 성삼문은 침음성을 흘렸다.


"하지만...명색이 반가의 여식이 혼례도 치르지 않은 몸으로 변방까지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네. 더구나 심심찮게 야인들이 출몰해 인명을 해치는 곳이 아니던가? 이번만은 효옥이의 청을 들어줄 수 없네. 필요하다면 방문에 못질을 해서라도 막을 걸세!"


성효옥이 한 끼만 걸러도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딸바보인 친구가 잘도 딸을 방에 가둘 수 있겠다며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던 신숙주는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하면 내가 한 손 거들어 줌세."


"뭐...?"


순간 신숙주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못 알아들은 성삼문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대상왕 전하를 호종하여 함길도로 가겠네. 내 비록 부족한 실력이나마 여진어에도 일가견이 있으니 대상왕께 나름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걸세. 내가 같이 가면 자네도 효옥이 걱정을 덜 수 있지 않겠나?"


"아니, 이 사람아! 난 절대 효옥이를 함길도로 안 보낼 거라니까!"


기겁한 성삼문이 펄쩍 뛰었지만 신숙주는 씩 웃었다.


"글쎄. 효옥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자네가 더 잘 알텐데? 그 아이가 가둬둔다 해서 가만히 있을 아이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출해서 대상왕 전하를 쫓아가려 할 텐데 그럴 바에는 믿음직한 보호자가 동행하는 게 낫지 않겠나?"


"설마...희현당 자네...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오, 매죽헌! 날 뭘로 보는 건가? 난 처음부터 함길도로 갈 뜻이 있었을 뿐, 효옥이 일은 자네에게 듣고서야 알았네. 하나 그 아이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자네의 오랜 벗으로써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네."


억울하다는 말투와는 달리 신숙주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고, 훗날 성삼문은 이때만큼 사악하게 웃는 친구를 본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


"그럼 경들의 청에 따라 동부승지 신숙주를 대상왕 전하의 부관으로 삼아 함길도에 파견토록 하겠소."


성삼문과 술자리를 가졌던 다음날부터 신숙주는 자신이 이방과를 호종할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동조를 구했고, 성삼문도 여기에 협력하면서 조정의 여론은 모두 신숙주를 파견하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하게 되었다.


자원자가 아무도 없어서 서로 눈치만 보던 차에 알아서 자폭해주는 멍청이가 있다는 것에 대신들은 한편으로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숙주를 비웃었지만 신숙주는 오히려 그런 그들을 내심 한심하게 여길 뿐이었다.


사정이야 어쨌든 마침내 인원이 갖춰졌다는 것에 기뻐한 이홍위도 즉시 윤허하면서 신숙주는 대상왕 이방과의 부관 자격으로 파견단의 일원에 배속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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