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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과 후 상왕 라이프 -66-

ㅇㅇ(14.48) 2021.08.02 19:00:29
조회 546 추천 18 댓글 7
														


편전에 모인 관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주상이 급히 찾는다는 부름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오긴 했지만, 정작 그 정확한 목적에 대해서는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문이 해소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터였다.


"늦어서 미안하오. 목욕을 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소이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경들을 만날 순 없는 노릇 아니겠소?"


상선 엄자치를 대동한 이홍위가 편전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방금까지 무예를 수련하느라 땀으로 멱을 감다시피 했던 이홍위의 피부는 과연 뽀얗고 보송보송한 윤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홍위가 옥좌에 좌정하자 영의정 황보인이 대표로 질문을 던졌다.


"전하, 어인 일로 소신들을 모이라고 하신 것이옵니까?"


"상선을 통해 다들 들었겠지만, 갑작스레 그대들과 긴히 논의할 일이 생겼소이다."


"논의할 일이라 하심은...?"


황보인이 여전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이홍위는 웃으며 소매 속에서 둘둘 말린 장계 하나를 꺼내들었다.


"함길도에 계신 종증조부님께서 신정책을 건의하시겠다며 장계를 보내오셨소이다."


대상왕이 보낸 장계라는 말에 대신들의 시선은 모두 이홍위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에 집중되었다.


"대상왕께서 보내신 거라면 분명 가벼이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옵니다. 무슨 정책인지 소신들에게도 알려주시옵소서."


좌의정 김종서의 발언에 이홍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경들에게 있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듣고 싶으시오?"


"예...?"


이홍위가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걸 보고, 대신들은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말하지 않고 양자택일을 권하는 주상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대상왕이 또 무슨 엉뚱한 계책을 꾸미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왕이면 낭보부터 듣는 게 좋겠지요."


우의정 정분이 허허 웃으며 운을 떼자, 나머지 대신들도 동의하는 기색이었다. 어차피 둘 중 하나를 먼저 들을 수밖에 없는데, 굳이 처음부터 안 좋은 소식을 들어서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좋소. 그럼 희소식부터 들려주도록 하겠소."


이홍위도 신하들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었다.


"종증조부님께서는 북도를 친히 둘러보시곤 유독 불교의 세가 강함을 새삼 느끼셨다고 하오. 따라서 나라에서 이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셨소이다."


"하오나 전하, 그거라면 이미 국초부터 시행되어 오던 정책이 아니옵니까? 일찍이 선대왕들께서 도첩제를 시행하시어 불가의 발호를 억누르고 있사온데 이제 와서 굳이 새 방도를 따로 도모한다면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이조판서 민신의 말에 다수의 대신들이 동조를 표했다.


도첩은 나라로부터 승려의 자격을 인정받은 자들에게 발급해주는 일종의 신분 증명서였는데 양반 자제는 오승포(五升布) 100필, 서인은 150필, 천민은 200필을 납부해야 도첩을 얻어 승려가 될 수 있었다. 당연히 어지간한 백성들이 이를 충당할 수 있을 만한 경제적 부를 지니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나라에서 백성들을 상대로 머리깎고 중이 될 생각 자체를 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가한 셈이었다.


실제로 이 도첩제 하나만으로도 승려들의 숫자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었으니, 대신들이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홍위의 생각은 달랐다.


"이판의 말도 분명 일리는 있으나, 그 정책들이 진정 성공을 거두었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정녕 아조의 억불책이 효과가 있었더라면 여태 백성들 사이에서 불교가 번성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소? 더구나 법망을 피해 사사로이 머리를 깎고 산중으로 들어가 불승을 자처하는 무리들이 적지 않으니 이제 한 번 그 헛점들을 되돌아볼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보오."


"으음..."


이홍위의 반론은 현실을 정확하게 짚고 있는 것이었기에 대신들도 침음성을 흘릴 뿐, 이렇다 할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는 못 했다.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 도첩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력이 다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도첩을 소지하지 않은 승려들은 발견하는 대로 엄한 처벌을 받아야 했으나, 여전히 전국 각지에는 도첩을 소지하지 않은 '무허가 승려'들이 넘쳐났고 급기야 세종 치세에 들어서는 공역에 참여한 승려들에게 도첩을 발급해주는 등 나라의 통제를 통해 승려의 숫자를 규제한다는 당초의 목적과는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었다.


"소신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당장 눈앞의 것에만 급급해 자칫 소를 잃은 뒤에야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할 뻔 했사오니,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사옵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서서히 유명무실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도첩제를 대신할 새 제도를 마련하자는 이홍위의 주장에 공감한 민신이 반대 의견을 철회했다.


"하하, 아니오. 이판이 무작정 내 말에 반대하고자 했던 것이 아님을 내 어찌 모르겠소? 무릇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의 법도에 익숙한 백성들의 사정을 고려해야 함을 내게 일깨워주려던 것이지요?"


"전하..."


이홍위가 웃으며 말하자 민신은 놀라움과 감격에 벅차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신하의 입장에서 임금이 그의 속내를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의도야 어쨌든 표면상으로는 임금의 뜻에 반대를 표한 것임에도 기꺼이 수용해 준 것이니 민신이 느끼는 감동은 더욱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뒤주에 처박힐 각오까지 하고 간언을 올렸던 건데, 전하께서 내 뜻을 알아주셨으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내심 저승 문턱까지 갔다왔다고 여기는 민신의 입장에서는 이홍위가 보이는 지극히 당연한 '관용' 덕에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성은에 크게 감격했던 것이다.


'오늘은 전하께서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로군!'


'그러게 말일세! 내일부터 이판 대감을 두 번 다시 못 보겠구나 싶어서 조마조마했었는데...'


'그래도 다들 말조심하시게. 언제 뒤주 뚜껑이 다시 열릴 지 모르니까 말이야!'


'아무렴, 부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금은 해맑게 웃고 있는 저 잘생긴 소년왕이 언제 본색을 드러낼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상시 갖고 있는 대신들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결기를 새삼 다지고 있었다.


"신정책을 도입하여 불가를 통제토록 하자는 전하의 뜻에 뭇 대신들이 동조하고 있사오니, 전하께서는 부디 소신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일러주시옵소서."


민신 이후로는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대신들이 없자, 정분이 나서서 이홍위에게 발언을 계속할 것을 요청했다.


"알겠소.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종증조부님께서는 전국의 사찰들을 비우고 그곳의 승려들을 축출하여 북으로 내쫓자고 건의하셨소. 그리한 연후에는 백성들이 불가의 미혹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유가의 법도를 보급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을 향촌에 설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시더구려."


이홍위의 말을 통해 대상왕의 뜻을 알게 된 대신들은 놀라서 자기들끼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상왕과 주상 전하의 분부가 지극히 합당합니다! 어차피 지금도 나라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사찰들이 우후죽숙처럼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데 이참에 중들을 모두 북도로 추방시킨다면 마치 제 집마냥 산을 점거하고 큰소리치는 꼬락서니들을 안 봐도 될 것이 아니겠소?"


"내 생각도 그렇소! 더구나 유가의 가르침을 전해 백성들로 하여금 정도를 걸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유자의 본분! 불씨를 추종하는 중들을 내쫓고, 공맹의 가르침을 전파할 향학(鄕學)을 둔다면 비로소 백성들이 한 줌의 미혹도 없이 유가의 법도를 익히는데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니 이를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소이까?"


대부분의 대신들은 여기에 동의하는 기색이었다.


탄압을 피해 산간벽지에 숨어든 불씨의 잔존세력들을 험한 북변 오지로 내몰아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불교를 숭상하는 백성들을 교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한 사람의 유자로서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과격한 방식이라는 의견도 일부 제기되었다.


"아직도 중들을 우러러 보는 백성들이 열에 아홉이라는 것을 잊으면 아니됩니다. 물론 언젠간 그들을 유가의 이름 아래 교화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급하게 먹는 밥은 반드시 체하는 법! 성현들의 말씀을 어렵게 여기고, 중들의 불경 읊는 소리와 목탁 두들기는 소리를 기꺼워하는 백성들의 눈앞에서 중들이 억지로 유배가듯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칫 민심을 이반케 하는 소동을 야기할 수도 있음이오!"


당연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반대는 찬성파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흥! 구더기 무서워 장도 못 담근다더니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렷다! 원래 개혁은 크든 작든 혼란을 불러오는 법이오! 의원이 처방해 준 약이 독하다 하여 약재 몇 개를 빼놓고 복용한다면 차도가 있기는커녕 오히려 병세를 더 악화시킬 뿐이외다! 이제 불씨를 변방으로 밀어내 팔도를 평안케 할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는데, 그깟 사소한 소란을 우려하여 나라의 중대사가 이루어지는데 훼방을 놓는다면 그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소리요?"


"하, 하지만..."


"어허, 이 사람 수상한데? 아까부터 은근히 중들을 편드는 거 보면 말이야. 당신 혹시 몰래 절에 불공이라도 드리러 다니는 거 아니오?"


찬성파 신료로부터 지적을 받은 반대파 신료는 얼굴까지 벌게져 호통을 쳤다.


"마, 말씀을 삼가시오! 아무리 서로 뜻이 다르다 하나 해도 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는 것이오! 나 역시 엄연히 성현들의 경전을 읽고 그들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자 하는 유자이거늘, 그대는 어찌 감히 그런 중상모략을 일삼는단 말이오!"


"네, 다음 불자님."


"네 이놈!"


분위기가 과열된 듯 보이자 이홍위가 어탁을 두드리며 호통쳤다.


"조용히들 하시오, 조용히! 의견을 나누는 것은 좋으나, 불필요하게 서로를 자극하거나 다툼을 야기하는 발언은 용납치 않을 것이오!"


"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방금까지 삿대질이 오갈 정도로 한바탕 대전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신료들은 이홍위가 언성을 높이자마자 모두 바닥에 코를 박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나 참! 하여간 불교라면 다들 눈이 홱 돌아가서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던 이홍위에게 정분이 조심스럽게 발언을 청했다.


"전하, 승려들을 내쫓고 난 뒤 남겨진 절들은 어찌 하실 요량이시온지요? 혹 방금 분부하셨던 향학을 그곳에 두고자 하시는 것이옵니까?"


"아니오. 비록 불교가 많은 폐단을 야기했던 것은 사실이나, 한때 이 땅의 국교로서 나름의 유산들을 많이 남겼음은 경들도 부정하진 않을 것이오. 종증조부님께서는 장차 전국의 모든 절들을 감찰하여 그 가치가 귀중한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들은 따로 나라에서 감독하여 보존토록 하자고 하셨는데, 나 역시 이에 찬동하는 바요. 경들의 생각은 어떻소?"


몇몇 대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기색이었으나, 대부분의 신료들은 납득하지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이홍위를 뼛속까지 두려워하고 있는 그들이라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 했지만.


"하, 하오나 전하! 망령된 불씨의 터전인 절을 놔두신다면 아무리 중들을 북변으로 내몬들 무슨 소용이겠사옵니까? 이왕 칼을 뽑으셨다면 보다 철저하게 해야 불가의 세력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병조판서 조극관이 조심스럽게 간언을 올리자, 이홍위는 하하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경의 말도 일리는 있소. 하나 어린 백성들에게 불교의 해악을 백날 설명해봐야 직접 눈으로 보게 하는 것만 못한 법 아니겠소? 오히려 불가의 유산들을 잘 보존하여 그들이 왜 만인의 지탄을 받으며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백성들에게 이해시키는데 활용한다면 그 효과가 클 것이오!"


"과, 과연...!"


이홍위의 설명에 조극관도 탄성을 흘리며 물러났다. 파괴하지 말고 남겨두는 '박제'를 통해 길이길이 반면교사의 교재로 써먹자는 이홍위의 주장에 압도당한 탓이었다.


'이건 뭐, 우리보다 더하신데...?'


불교에 대해 그리 강경하던 대신들조차 일순 동정심이 들 정도였다.


"하오나 전하, 무릇 절을 보존함에 있어 그 법도를 터득하지 못한 자에게 관리를 맡기셨다간 자칫 불구(佛具)들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예조판서 허후가 간하자 이홍위도 웃으며 동의했다.


"그렇잖아도 그것과 관련해서 예판에게 한 가지 일을 맡기려고 했었소."


"소신에게 말씀이시옵니까?"


허후가 어리둥절해하자 이홍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 장차 팔도 전국의 사찰들을 조사하여 그 존치할 것과 아닌 것들을 분류하도록 할 것이오. 존치할 곳의 승려들 중 사찰의 기물들을 관리하는데 능한 자들은 환속시키고 관직을 내림으로써 나라의 통제 아래 그곳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할 것인데, 이를 주관하고 감독할 관청이 필요하지 않겠소? 예조에서 이를 잘 상의해보도록 하시오.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교지를 내리도록 하겠소."


"예, 전하..."


졸지에 생각지도 않았던 일폭탄을 떠맡게 된 허후는 울상을 지으며 답했다.


"전하, 이제 승려들을 북으로 추방시킨다면 그들을 어디에 활용하고자 하시옵니까?"


이제껏 묵묵히 듣고 있던 좌의정 김종서가 나서자, 이홍위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답변했다.


"그들이 쓰일 곳은 무궁무진하지 않겠소? 성벽을 개축하는 것을 비롯한 북도의 공역에 승려들을 동원한다면 변방의 방비는 물론 백성들의 짐을 더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오."


"하지만 그 승려들이 지낼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절을 새로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함길도의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을 텐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으신지요?"


"하하하! 역시 좌상의 통찰력은 범상치 않구려! 하나 걱정마시오. 장차 북도에 새로 건설될 사찰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나라에 조세를 바쳐야 할 것이오!"


"오오...!"


정작 당사자인 김종서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다른 대신들은 이홍위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쁜 얼굴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조선이 숭유억불을 표방했다지만 나라의 공인을 받은 절들은 조세를 감면받는 등 여전히 고려 때와 비슷한 특혜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주상이 그것마저 완전히 뿌리뽑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으니 대신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경사 중의 경사였던 것이다.


이 날이야말로 조선 땅에서 유교가 불교를 상대로 완전무결한 승리를 거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하지만 세상에는 음양이라는 것이 공존하는 법이었다.


"좋은 소식을 들려줬으니 이제 경들에게 있어 나쁜 소식들을 들려줄 차례로구려."


이홍위의 이 말에 잔뜩 달아올랐던 대전의 분위기는 마치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듯 싹 가라앉고 말았다. 불교를 철저하게 짓밟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만 주목하느라 아직 '나쁜 소식'이 남아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김종서를 비롯한 몇 명은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그저 쓴웃음을 짓고 있었을 뿐이지만.


"말씀하시옵소서, 전하."


김종서가 대표로 나서자 이홍위는 대신들을 한 차례 둘러본 뒤 말을 꺼냈다.


"종증조부님께서는 승려들을 북도로 올려보내면 그들 중 정음의 이치에 밝은 자들을 선별하여 야인들에게 정음을 가르치도록 하길 원하신다더구려."


"......"


대신들은 이홍위의 선포를 듣고 경악하여 입을 떡 벌린 채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전하의 말씀은 중들을 등용...하시겠다는거지?'


'전하가 아니라 대상왕의 뜻이지.'


'전하께서 대상왕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시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니, 그보다! 기껏 승려들을 축출했는데 굳이 그들을 기용한다고?! 그럼 애초에 그 자들을 북도로 쫓아낸 의미가 없...!'


그 순간, 대전 안에 모인 자들은 모두 깨달을 수 있었다. 왜 대상왕과 주상이 그렇게 후하다 싶을 정도로 유교를 편들어줬는지를.


'다, 당했다! 대상왕은 처음부터 북방을 중심으로 불교의 세력을 규합할 작정이었던 거야!'


'게다가 이제 우린 그걸 견제할 여유조차 없게 됐지! 향학의 보급과 남겨진 절들을 관리할 인원 선발 및 관청 설립과 관련된 업무만으로도 허리가 나갈 지경인데 어느 세월에 북변에 한눈 팔 수 있겠느냔 말이야!'


다른 대신들은 모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지만, 오직 김종서만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허허, 물론 대상왕 전하께서 호방한 분이시긴 하나 이건 그분이 짜기에는 꽤 치밀한 계략이로군! 아무래도 전하의 곁에 좋은 책사들이 많은 모양이야.'


실제로 이 꾀를 낸 것은 탄피대사와 성효옥이었으니, 김종서의 진단은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었다. 상대에게 마구 퍼줘서 배가 불러 움직이지도 못 하게 만들어놓고, 막판에 비수를 꺼내 찔러버리는 계책은 김종서도 감명받을만큼 훌륭했다.


어차피 남은 생은 이홍위와 이방과를 위해 쓰기로 작정한 김종서로서는 지금 상황이 그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김종서가 남몰래 웃고 있는 사이, 비로소 충격에서 벗어난 대신들은 뒤늦게나마 주상의 뜻을 저지하고자 애썼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사헌부 집의 김예몽이었는데, 어찌나 마음이 급했는지 그는 이홍위와 뒤주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잠시 잊어버리고 거침없이 간언을 올렸다.


"아, 아니되옵니다, 전하! 불승들을 나랏일에 동원하는 것만도 민망할 일인데, 야인들에게 정음까지 가르치게 하다니요? 정음은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이래 아조의 극비 사안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야인들에게 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실제로 정음은 조선군이 사용하는 암호문에 활용되기도 했고, 이 때문에 중국인에게 정음을 가르쳐 줬던 사람이 기밀 유출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었다.


김예몽의 말이 신호탄이 되기라도 했는지, 근래 이홍위의 말빨에 밀려 통 힘을 못 쓰던 대간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달려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전하! 불승이 나라의 일에 관여하여 그 끝이 좋았던 적은 없사옵니다! 만약 중들이 야인들과 결탁하게 된다면 자칫 북변의 민생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후과를 불러올 수도 있음이니, 엎드려 청하옵건대 그 안건만은 거두어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조용히 대간들의 말을 들어주던 이홍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경들이 우려하는 바는 잘 알겠소. 하나 내가 보기에는 경들의 걱정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오. 북녘에 신설될 절들은 그 숫자와 규모를 제한함은 물론, 조세와 공역의 부담을 지게 할 것이니 전조 때와 같은 사치와 방만함을 누리진 못 할 것이오. 또한 정음이 나라의 보물이자 기밀이라 하나, 세종께서 이를 창제하셨던 본뜻은 아조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익혀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소이다. 이제 야인들이 종증조부님과 아조의 위엄에 감복하여 스스로 백성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으니 그들에게도 마땅히 배움의 기회를 베풀어줘야 하지 않겠소?"


이홍위가 좋게 달래보려 했지만, 대간들의 반발은 그칠 줄을 몰랐다.


"자고로 야인들은 무지몽매하여 말 달리고 노략질하는 것만 즐기는 족속들이라 정음을 익히는 혜택을 누리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나 다름없사옵니다! 오히려 아조의 백성들 중에도 여태 정음을 익히지 못한 자들이 태반인데 야인들에게 이를 베푸신다는 것은 본말전도가 아니겠사옵니까? 차라리 아조의 신민들에게 먼저 정음을 익히게 하느니만 못 하다는 것이 소신의 소견이옵니다."


"그만."


웃으면서 들어주던 이홍위의 얼굴은 우사간 김길통의 발언을 듣고는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열을 올리던 대간들은 일제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특히 기세가 지나쳐 그만 실언을 저지르고 말았던 김길통은 안색까지 새파래져 있었다. 아마 속으로 아차 싶었겠으나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 전하. 소, 소신은..."


김길통이 뭐라고 변명을 하려 했지만, 이홍위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단숨에 끊어버렸다.


"우사간은 부끄러운 줄 알라! 네놈은 어제도 내게 같잖은 훈계를 늘어놓다가 혼이 났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깨달은 게 없는 모양이로구나!"


수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몸을 씻으라는 이방과의 조언에 충실히 따랐던 이홍위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목욕을 했는데, 바로 전날에 왕의 목욕물을 날마다 준비하느라 땔감의 소모가 극심하다느니 궁인들의 수고로움이 크다느니 하는 명목으로 김길통이 딴지를 걸었던 것이다. 이에 열받은 이홍위가 아예 작정하고 김길통과 일대일 논쟁을 벌여 압도적으로 짓밟아버렸었는데, 고작 하루 지났다고 또 이러는 걸 보면 이 김길통이란 자도 참 어지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야인들이 무지몽매하다 했느냐? 그건 그들이 험한 북방 땅에서 제 한 몸 지키며 살아남기 위한 방도를 익히느라 따로 학문을 가다듬을 여유가 없었던 것뿐이다! 이제 그들이 아조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들도 일신의 안위를 보장받음으로써 평안을 누릴 터이니 비로소 문예와 출세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이때 그들이 정음을 갈고닦아 등용문에 오른다면 아조는 숨은 인재들을 거둘 수 있으며, 조선과 야인들 사이의 결속도 더욱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데 네놈은 배울만큼 배웠다는 놈이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내다보지 못 할 뿐만 아니라, 태어난 환경만을 트집잡아 학습의 무용을 주장하는 궤변을 저질렀으니 어디 너를 일컬어 유자라 할 수 있겠느냐?"


"......"


이홍위의 준엄한 꾸짖음에 김길통은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 하고 쩔쩔맸으며, 동료 관원들도 애써 그를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놈은 아조의 백성들 중에 정음을 익힌 자가 적음을 들어 반대했으렷다? 양식이 있는 자라면 그건 네놈처럼 당당하게 큰소리로 떠벌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치스러워 감히 고개를 들지조차 못 했어야 마땅하다! 세종대왕께서 정음을 창제하신 이래, 그분의 유지를 받들어 백성들에게 정음을 보급하는 일에 힘써야 하는 것이 이 나라 관리들의 본분이 아닌가? 한데도 백성들의 태반이 정음을 읽거나 쓸 줄 모른다 함은 조정의 관료들이 직무를 태만하게 하였다고 이실직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소, 소신들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졸지에 불똥이 조정 대신들 전원에게까지 튀자, 신하들은 모두 그 자리에 엎드려서 죄를 청해야 했다.


"전하, 소신들이 어찌 그런 참담한 뜻을 품었겠사옵니까? 다만, 대상왕께서 야인들을 불씨의 삿된 가르침을 통해 통솔하고자 하니 그 진의를 알 수가 없었기에..."


"호오, 그랬는가?"


사간원 좌정언 강미수가 조심스럽게 김길통의 변호에 나서자, 이홍위는 빈정거리는 어조로 말하며 다시 옥좌에 앉았다.


"경의 말을 들으니 내가 이제껏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비로소 알겠도다!"


"저, 전하...?"


신료들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이홍위는 냉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갔다.


"야인들에 대한 지식에 있어서는 아조의 그 누구보다 해박하신 종증조부님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도 야인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현사와 명장들이 내 조정에 이리도 많은 걸 보면 말이야. 아예 이참에 종증조부님을 도성으로 불러들이고, 경들을 함길도로 보내 북방 땅을 경략하게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물론 실패한다면 나라의 대업을 그르친 것이니 그 뒷감당은 알아서 해야겠지만 말일세!"


"전하...!"


"왜 그러나, 우사간? 자네가 자원하겠다고? 자네의 충정은 내 잊지 않겠네!"


"아,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전하! 소신이 사리분별도 제대로 못 하고 큰 무례를 저질렀사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옵소서!"


이홍위의 말에 김길통은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벌벌 떨었다. 하지만 이홍위는 그런 김길통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른 대신들을 돌아보았다.


"자원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나서도록 하라! 종증조부님보다 더 훌륭하게 야인들을 다스릴 수 있는 천하호걸이라면 내 어찌 그를 중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서 나서지 못 할까?!"


"......"


대전 안은 오직 이홍위의 고함소리만 들릴 뿐, 대신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 했다.


"오로지 전하의 뜻대로 하소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던 김종서가 적절한 순간에 끼어들어 이홍위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주문이나 다름없는 김종서의 이 말은 넋이 나가다시피 한 다른 대신들에 의해 복창되었다.


"오로지 전하의 뜻대로 하소서!"


"오로지 전하의 뜻대로 하소서!"


"오로지 전하의 뜻대로 하소서!"


그렇게 이방과가 올린 장계의 내용은 만장일치(강제)로 받아들여졌고, 이홍위는 불교 각 교단에 사람을 보내 긴히 논의할 것이 있으니 대표 한 사람을 뽑아 도성으로 올려보낼 것을 명했다.


이방과의 장계를 가지고 한 발 앞서 한양으로 출발한 파발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던 탄피대사와 효령대군 이보가 도성에 도착한 것이 바로 이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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