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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ㄴㄷㅆ 2머전 팬픽)바덴(34) -죄와 벌 5, 불복종-

바실렙스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05 00:59:57
조회 518 추천 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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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돼…!!! 쾰른!! 대답해…!! 대답해 봐…!!! 제발… 대답해… 봐… 쾰른…”


쾰른의 ‘마지막 노래’가 울린 후, 현실을 부정하던 내 절규는 그저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에서 무의미하게 울려 퍼졌다. 벽 너머에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와 바이에른이 누군가에게 노호성을 지르는 소리 속에서도, 난 어떻게든 이제 들리지 않을 쾰른의 목소리를 억지로나마 찾으려 애썼다.그러나 쾰른이 살아있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도, 엔진 소리도, 그 무엇도… 그 모든 것이 내게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단 하나의 답을 의미했다.


쾰른이 죽었다. 내 최고의 친구가 죽었다. 내가 위험에 처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같이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서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말해 주었던 친구가, 결국 그 불구덩이 속에서 나보다도 먼저 불타버리고 말았다. 나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무력함을 또다시 절감한 그 순간, 눈물이 주룩 뺨을 타고 흘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그저 머릿속이 멍하니 무거워질 뿐이다. 바이에른이 갑작스레 내 입을 억지로 벌려 그 안을 멋대로 들여다보는데도, 쾰른을 잃은 상실감이 너무나 커 별다른 반항심조차 들지 않았다.


이것은 지옥이다. 그때, 지브롤터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지옥이다.


-짝!


그때, 누군가의 따귀를 올려붙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그제야 나는 무거운 절망 속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바이에른이 다른 함딸의 앞에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최상급돌격지도자. 이 실망스러운 상황을 어서 해명해 봐.”


최상급돌격지도자라고 불린 함딸은 말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바이에른의 심기를 거슬렸는지, 또 한 번 그녀의 뺨에 불이 났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인체도, 본체 내부도, 내가 오기 전에 철저하게 수색하라고. 특히, 아프베어와의 연결고리가 있는 경순양함 쾰른은 더더욱! 그런데, 지금 내 귀에 그년이 청산가리로 자살했다는 소리가 들리게 만들어? 이럴 거면 뭐하러 죄다 발가벗긴 채,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을 다 수색한 거지? 대답해 봐, 최상급돌격지도자.”


친구가 죽은 끔찍한 정황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의 입에서 듣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다. 왜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 같았기에 더욱더 그랬다.


청산가리… 그래, 9월에 거사를 계획했을 때, 실패를 대비해 자살용으로 받았던 물건이었다. 아마 쾰른은 그 악마들의 기록을 본 그 순간부터 죽음을 각오했던 거겠지. 그리고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간 지금,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 때문에 자신의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자 결국 죽음으로 다른 동지들을 지키는 걸 택한 거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일까. 만약 그것뿐이라면, 일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은 그 순간 앰풀을 깨물었을 거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 절대… 굴복하지… 마… 너 스스로 부끄러울… 선택을 하고… 후회하지… 마…


쾰른은 알았던 거야. 쾰른은 나도, 바이에른도 잘 아는 애니까. 아마 바이에른이 어떻게 날 구슬리고, 협박할지 어느 정도 짐작했던 거야…


-…그래도… 이건… 알아…줘… 난…네 친구였던 것도… 지금, 이 순간도… 후회… 안…해…


쾰른… 진심이야…? 내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나는… 나는… 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언제나… 칠칠찮은 나를 네가 챙겨줬잖아… 그런데… 이렇게 너까지 내 곁을 떠나버리면 어떡해…?


“고마우면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사시죠? 프로이라인 바덴… 야, 이거 그래도 비싼 건 맞거든?”


“어서 와,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내 친구, 바덴.”


“이 바보야, 그러니까 더욱더 내가, 우리가 있어야지!!!”


쾰른과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언제나 성급했던 내 행동에 혀를 차면서도, 이내 그런 나를 항상 다잡아주며 함께해주던 그녀의 모든 행동이 떠오른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 새삼스레 깨닫는다. 그녀의 존재가 내게 얼마나 컸는지…


그러나 이제 그녀는 내 곁을 영원히 떠나버렸다. 또 한 번, 내 마음속에 무덤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딱히 내 몸에 통증 같은 건 없었기에,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목을 자신도 모르게 움직여-마치 내 몸을 움직이는 게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그 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길을 줬다.


내 시선의 끝에는 방금 최상급돌격지도자라고 불린 그 여자가 넘어져 있었다. 그 여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배를 움켜잡고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입고 있는 SS 제복 탓에 별로 불쌍한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하, 그러니까… 재갈을 물릴 거니 상관없을 줄 알았다…? 지금 장난하나? 그래서 청산가리 앰풀이 입안에 떡하니 박혀있는 걸 보고도, 제거조차 안 했다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지? 쾰른 저년이 앰풀을 어금니에서 빼내고, 이빨 사이에 끼운 뒤, 턱에 힘을 주어서! 결국 그 앰풀을 깨트렸지 않나!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야? 응? 아프베어와의 연결고리가 있는 그녀에게 진술을 캐내는 게 이번 작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상관없을 줄 안 게 아니라… 상관없었던 겁니다.”


“...뭐…?”


처음으로 이곳에서 바이에른과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일치한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그녀의 그 대답이 황당해서, 그저 벙쪄버렸기 때문이었다. 바이에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도 새까만 SS 제복을 입은 여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최상급돌격지도자라고 불린 그 여자는 우리의 그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배를 부여잡은 채 연신 기침을 콜록거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면서도 바이에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기 존나게 싫었습니다…. 더는 하기 싫다고요!!! 제기랄!!! 이 좆같은 개짓거리들 말입니다!!!


난 멍하니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그런 의문만 절망과 비통함으로 무겁게 칠해진 텅 빈 머릿속에 맴돌았다. 반면, 바이에른은 조금 전의 그 당황한 표정을 천천히 싸늘하게 식혔다. 그러나 그녀는 바이에른의 그 모습에 대한 두려움을 얼굴에 띄우면서도, 무언가 스스로 벅차오르는 것을 참지 못해 울먹였다.


“대체… 이게… 다 뭡니까?! 처,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습니다… 저, 저는… 처음에는 그냥…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자매들인데… 같은 함딸들인데… 이런 잔혹한 실험들이 꼭 필요합니까?! 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이뤄야 하는 게 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 청산가리 앰풀을 보고도 눈감았던 겁니다…! 그, 그… 역겨운 실험 같지도 않은 실험에 끌려가기 전에… 적어도… 최소한… 고통 없이 죽을 기회는… 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상급지도자.. 저, 저는… 더는 이 미친 짓을 하기 싫습니다!!! 이 좆같은 짓, 하기 싫습니다!!! 이, 이런 건 줄 알았다면… 처음 태어났을 때 친위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란 말입니다!!! 저, 저는… 도살자나 연쇄살인마 노릇이나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미친 짓을 하기 위해 친위대에 들어온 게 아니란 말입니다!!! 상급지도자께서도 본래는…!”


그녀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바이에른의 철권이 그녀의 얼굴 정 중앙에 박혀버렸고, 그녀는 저 멀리 한번 붕 떠 날아가다가, 내 갑판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마 바이에른, 저년이 전함의 마력을 모조리 끌어내서 주먹질을 날린 것 같았다. 만약 최상급돌격지도자라고 불린 저 여자가 잠수함 함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생명을 결코 장담할 수 없을 일격이었다.


“닥쳐!! 닥쳐!!! 입 닥쳐!!! 닥치라고!!!!”


바이에른은 그렇게 말하며, 쓰러진 최상급돌격지도자의 몸 위에 올라타 그녀를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는 그 모습이 내게는 그저 버릇없는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인제 와서?! 인제 와서 발을 빼겠다고?! 이 비겁자!!! 패배자!!! 조국을 위해, 총통 각하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힐 각오도 없는 겁쟁이 같으니!!!!”


바이에른은 찢어질 듯이 새된, 마치 비명과 같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놀림에 씩씩대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웠다. 그 모습, 내가 지금 증오하는 적, 한때 언니라고 믿고 따랐던 여자의 실체를 보자,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왜?! 데스크에서 전달받을 때와 현장에서 볼 때가 다르니, 겁이라도 먹은 건가?! 같잖은 동정심이라도 든 건가?! 저들은 국가의 적이다!!! 우리는 그런 벌레들을 제거하는 것뿐이야!!!”


바이에른은 그렇게 덫에 걸려 날뛰는 짐승처럼 우짖으며, 자신의 부하를 한참 동안 맨손으로 구타했다. 저러다가 진짜로 죽어버리면, 아마 못해도 수천 톤인 잠수함 하나가 그대로 나타나 버릴 텐데, 바이에른은 그조차도 잊어버린 듯했다.


“헉…헉…”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바이에른이 제풀에 지치는 게 빨랐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일어선 바이에른은 곤죽이 된 채 의식을 잃은 자신의 부하를 내려다보더니, 이내 신경질적으로 어딘가로 무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갑판으로 또 다른 잠수함 함딸이 올라왔다. 그녀는 순간 눈앞에 자신의 동료가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동요했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상급지도자.”


천천히 바이에른이 그녀에게로 얼굴을 돌리고 말했다.


“이 년, 게프하르트 박사에게 던져주고 와.”


바이에른이 자신이 초주검으로 만들어 버린 부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Jawohl.”


그녀의 표정에 순간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 스쳤지만, 이내 그녀는 그 표정을 지우고 사무적인 얼굴이 되어 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최상급돌격지도자를 질질 끌고 나가 사라졌다. 그 모든 모습이 내게는 왠지 한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졌다.


“자, 바덴.”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피 묻은 손으로 정리하며, 바이에른이 다시 싱긋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그래. 어디 한번 다시 얘기를 나눠보자, 바덴. 다시 한번 물을…”


“좆까.”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다시 한번 나의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바이에른의 얼굴에 띈 미소가 다시 한번 차갑게 굳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그리 크게 두렵지 않았다.


“이제는 확실하게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나는 바이에른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바이에른의 얼굴에 미소조차도 사라지는 걸 보며 나는 그년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네년과 나치 놈들과 타협하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험에 몰아넣는 일이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을 도살장에 언제 끌려갈지 모르는 가축으로 전락시키는,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그래, 내가 여기서 동지들을 팔아넘겨 내 목숨을… 다른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을 부지한다고 치자… 그러면, 과연 나는 그 후 나의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나의 독선 때문에 구하지 못했던 선배님들, 그런 나를 믿어준 쾰른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그럴 자신이 없었다. SS에 있던 년까지 진저리를 내는 게 저놈들의 실체다. 그리고 그렇게 정당한 의심을 하는 자들을 마치 쓸모없어진 폐마를 처리하는 것처럼 잡아 죽이는 것이 저들이다. 그것을 보며 난 깨달았다. 나치 놈들에게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핑계로 굴복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것은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개, 또는 노예의 굴종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고,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저들은 우리의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우리 모두를 자신들의 망상을 위한 소모품으로 쓸 자들이다. 심지어 내 앞에서 나치에 미쳐 날뛰는 나의 옛 언니조차도.


당장 이 자들이 저지르는 이 끔찍한 짓들이 그걸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 짓거리를 막으려고 여기까지 온 것 아니었나. 그러니, 여기서 굴복하는 것은 그들을, 그녀들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조금 전의 그 꼴을 보고 머리가 차가워지면서 믿는 구석도 생겼다.


“…바덴, 다시 한번 말할게. 조용히, 이 정도의 선에서 끝내려면…”


“나 하나조차 15인치 포랍시고 이렇게 쩔쩔매면서… 지금 라이미 년들 따라잡느라 급급한 해군 전력에 구멍을 내겠다고?”


바이에른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 약간 지레짐작이 섞인 허장성세에, 넘겨짚기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정곡을 찌른 듯했다. 덕분에, 나는 그년을 차갑게 비웃을 수 있었다.


“아무리 네놈들이 미쳤다고 한들, 그런 자살행위를 할 자신 있어? 크릭스마리네의 반발을 감당할 자신 있어? 카이저급 선배님들 전원에, 크론프린츠 선배에, 그리고 우리까지 더는 전력으로 못 써먹게 생겼는데… 여유가 있긴 한 거냐? 허세 부리지 마, 바이에른. 너희들은 너희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이상 사건을 못 키워. 나도 그동안 스페인이니, OKM이니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들은 게 있다고? 네년이 여기서 더러운 짓이나 하고 있을 때 말이야.”


바이에른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나 역시, 차갑게 바이에른에게 선고했다.


“난 더는 네년이 알던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니야, 바이에른. 그러니까 어설프게 협박해서 구슬릴 생각은 집어치워. 나도 알 건 다 알아. 난 절대로, 절대로 너한테 굴복 안 해. 너에게 죽어간 선배님들, 그리고 쾰른을 위해서라도, 네년이 지옥에 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굴복 안 해.”


이제 흔들리는 눈을 가진 것은 바이에른이었다. 나는 그런 바이에른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그토록 두렵던 내 죄악의 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그것이 내게는 지금의 이 선택이 옳은 것이라는 증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바이에른이 다시 뱀처럼 웃었다. 그러나 내게는 광대의 웃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바덴, 너를 좀 더 오랫동안, 공들여서 ‘교육’해야겠구나.”


“결국 내 짐작이 맞나보네?”


바이에른은 부정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또다시 어딘가로 무전을 보냈다. 그 모습을 나는 그저 차갑게 바라보았다. 침묵 속에서 얼마나 지났을까, 내 갑판으로 누군가 올라오는 진동이 전해졌다.


“바이에른 상급지도자, 외과적 조치 3호를 요청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게프하르트 박사. 부탁드리죠.”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시행하도록 하죠.”


게프하르트 박사라 불린, 마치 역겨운 돼지처럼 생긴 남자가 즐거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 싱글거리며 답했다. 그래, 저 새끼가 자매들에게 온갖 역겨운 실험을 한 그 개자식 중 한 명이로군. 내가 그 작자를 쏘아보자, 그 돼지 새끼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가 손짓하자, 함딸들 몇이 무언가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것들을 보았다. 주사기, 그리고 줄톱. 그걸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바이에른 저년이 나를 ‘교육’ 시키겠다는 망상을 버리지 못한 것이 실감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저년의 오만으로 인해 저년, 그리고 나치 새끼들을 죽일 기회가 내게 조금이라도 남았다는 사실에 속으로 감사했다. 약간, 냉소적으로 말이다.


“바덴, 아무래도 너의 그 건방진 버릇을 고치려면 조금은 벌이 필요할 것 같구나.”


바이에른이 말하는 사이, 게프하르트, 그 돼지 새끼가 내 팔뚝에 주사기를 하나 찔렀다. 나는 살벌한 톱날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직감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몸이 떨리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저 조용히 바이에른을 노려보았다.


“아마 꽤 아플 거야. 그러니 지금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반성…”


“헛소리 지껄이면서 지랄 염병 떨지 말고, 빨리하기나 해. 이 사디스트 년아.”


모르핀의 기운에 약간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나른해진 상태에서도 난 바이에른을 조소했다. 그러자 결국 바이에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내 뺨을 찰싹 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목과 팔꿈치의 중간 부분부터 마치 타들어 가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바이에른이 내 오른팔을 풋내기 백정처럼 거칠게 썰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으윽…!!! 끄으으으으으으윽…!!!”


그 뜨겁고, 무차별적인 고통이 온 신경으로 퍼져 온몸을, 머릿속을 죄다 불태우는 것 같았다. 놈들이 내게 모르핀을 딱 적당한 수준으로 주사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고통은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주면서도, 혹시 모를 쇼크사를 방지하기 위해서겠지.


“끄…으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으윽….!!!!”


하지만,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내 몸을 어떻게 하든, 내 영혼까지 굴복시킬 수는 없다. 나는 그런 각오로 이를 악물고, 끔찍한 격통 속에서도, 적어도 어린아이처럼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끝까지 바이에른을 노려보았다. 선배님들이 겪은 것에 비하면… 쾰른이 겪은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광기가 가득한 두 눈을 부릅뜬, 얼굴을 나의 피로 물들인 나의 옛 언니를 끝까지 보았다. 내 인체의 팔에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을 따라, 주포탑 하나와 부포탑 두 개가 망가지는 게 느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년처럼 느껴졌던 길지 않은 고통의 시간이 끝났다. 여전히 팔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속에서도, 내 맥박을 따라 무언가가 그곳에서 쫙 빠져나가는 느낌에 의식이 희미해지면서도, 나는 바이에른을 노려보고는, 힘없게나마 그녀를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기다려… 꼭…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바이에른…”


지금 날 살려둔 걸 말이야…


나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


작가의 말


-댓글, 추천, 피드백은 작가의 사료인데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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