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츠키가 필력빨로 온갖 고난을 헤치고 나간거야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건 사실 어디까지나 글빨의 영역인거고, 본편 완결을 맞아 이 작품이 작품 자체로 대역판에 남긴 유산을 몇몇 생각해봤음.

1. 소재에 있어 금기를 허뭄

뭐 이전에도 빙탈린 같은 작품이 있기야 했지만, 어쨌든 이 정도의 본격 빨갱이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음.

덕분에 결국 구매수 급락 그래프를 겪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웹소설로서 이렇게 완결까지 맞이했다는 것 자체가 기념비적인 사례라고 생각함.

2. 단체 트립물의 새로운 전기?

단체 트립물은 한건사부터 지금의 9전단, 트립한국 등까지 유서가 깊은 장르지만, 비-한반도계인데다가 아주 상이한 이데올로기를 띠고 있는 집단의 트립물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한국 장르 대역소설계에서는 이게 처음이 아닌가 싶음.

'미래역사학' 얘기도 그렇고, 신선한 시도가 가득해서 즐거웠음.

3. 매번 '물 먹는' 주인공 세력

폭종부터 시작해서 군밤에 이르기까지 나비효과는 요즘 대역 르네상스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음.

트립츠키도 이런 트렌드를 잘 계승했는데, 특히 트립츠키에서는 유난히도 주인공 세력(=소련, 조선 등)의 대계가 제대로 풀린 적이 손에 꼽는 것 같음. 특히나 세계구급에 있어서는 트로츠키를 비롯해서 나름 계획을 짠다한들 다 어그러지는게 많았던 것으로 기억함.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대계'와는 상관없는, 특히나 민중 개개인의 결단으로 인해 예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새로운 역사가 흘러가서 주인공 세력 또한 벙찌고, 결과적으로 '고구마'도 방지하는 결과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함. 사실 되돌이켜보니 이 또한 작품 주제 의식과 잘 맞는게 아닐까?

하여튼 언제건 코수양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두려웠는데, 이렇게 완결을 내준 두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표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