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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러시아판 영조 이반 뇌제가 재평가를 받은 이유

정신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2.22 06:41:07
조회 2665 추천 66 댓글 12
														

출처: 김7l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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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예피노비치 레핀(1844~1930)


줄여서 일리야 레핀은

러시아 최고의 사실주의 미술가로 자주 거론되는 화가이며

그가 그리는 인물화는 말 한 마디 없이도 상황을 전달할 정도로 리얼함이 묻어 흐르는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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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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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흐메트 4세에게 보내는 자포로제 카자흐인의 회신)

그러던 어느날 러시아 전역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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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국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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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단체 '인민의 의지'의 폭탄테러로 인해

군중 속에서 사지가 찢겨 죽는 참사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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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발..)

너무나 잔혹한 풍경에 모든 인민들이 할 말을 잃고

큰 상심과 분노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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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그래 이걸로 뭔가를...

그리고 그 충격은 일리야 레핀 또한 고스란히 받게 되어

자신의 뇌리에 스친 이 오만가지 감정을 영감삼아

러시아 역사 속의 한 일화를 상상화로 그리기로 결심한다.


----때는 3세기를 거슬러간 15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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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뇌제)

루스 차르국의 초대 차르 이반 4세는

말년으로 접어들며 갖은 정치 공세와 첫 아내의 죽음 등으로 점점 심각하게 미쳐가고있었다.

후계자로 점찍어둔 황태자 이반도 이런 아버지의 폭정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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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죽음을 곁에 둔 이반 뇌제)

어느날 임신한 황태자비가 옷을 얇게 입고 다니는 것에 분노해 심하게 구타해버려 유산시키고,

뒤따라와 폭언과 저주를 퍼부은 황태자 이반 의 태도에 이성을 잃고 죽을만큼 패버린 탓에

자기 손으로 아들을 혼수상태로 만들고 사흘만에 목숨을 잃게 만든 사건이다.


이 일화 인해 대부분의 러시아 인민들에게

이반 뇌제는 광기와 공포정치의 폭군,

제자식도 죽여버린 쌍놈새끼 정도의 평가로만 남아있었다.



----다시 188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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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리야 레핀은 자기 시대의 감정과 딱 들어맞는 이 일화를 그리기 위해 붓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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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가지 않아 역작, <1581년 11월 16일>을 완성한다.

일리야 레핀은 광기와 폭력을 비판하고 폭력에 무기력하게 쓸려나간 자를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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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실주의의 대가답게

그림을 너무 잘 그렸다는 것이다.

허무하게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황태자와

자신이 깨트려버린 그의 머리를 쥐어싸고 있는 이반 뇌제의 두 눈엔

광기와 분노,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후회하는 가녀림과 한이 아주 진하게 담겨있었다.

그렇게 이 작품을 본 인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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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 저는 이 그림을 보기 전까진 이반4세가 그냥 쌍놈의 새끼인줄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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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 쌍놈의 새끼라서 그린거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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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하지만 이제서야 뇌제가 그저 광기만이 아닌 인간다움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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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잠깐만 그 주둥이좀 뮤트해주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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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 그림 한장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만들어주신 일리야 레핀 화백!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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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그린 탓에 뇌제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동정심을 품게 되었으며

뒤이어 이반 4세가 미친 폭군에서 선정과 인간다움을 가지고 있던 양면적인 자라고

사학계가 조금이라도 체면을 세워준 재평가 운동의 단초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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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계기가 되어준 알렉산드르 2세를 향한 폭탄테러는

이 암살을 계기로 전제정을 무너뜨리려고 자유주의 인민들이 궐기할 것이라 예상한

'인민의 의지'의 의도와는 달리, 너무 잔혹하게 죽인 반동으로

오히려 반발심에 후계자에게 더 강력한 전제정이 확립될 빌미를 마련해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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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력의 감정을 가감없이 담은 일리야 레핀의 비판 의도는

오히려 비판의 대상을 후대에 재평가받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버렸으니

둘 다 자기 생각대로 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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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다른 스케치를 찾아보면 작가의 의도가 좀더 잘 드러나 있다

그야말로 광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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