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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폭군 은죽여도 돼

prevo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7 09: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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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년 3월 8일 아침, 부르고뉴 공작은 다른 왕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를레앙 공작 살해 사건을 공개적으로 변호했다.

이는 오텔 생폴(Hôtel Saint-Pol)의 대회의실에서 치밀하게 조정된 행사의 일환이었다.
회의실은 수색되었고, 공작의 경호원이 지켜보는 한 출입구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출입구가 봉쇄되었다.
공작은 군중들에게 상냥하게 손을 흔들며 궁전으로 향했다.
그를 따라 이어지는 지지자들의 행렬이 너무 길어서 선두가 1마일 이상 떨어진 궁전 문에 도착했을 때에도 후미는 여전히 오텔 드 부르고뉴에서 막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샤를 6세는 1월 초부터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기에 이 자리에 ‘결석’했다.
왕비도 참석을 거부했다.
결국 왕세자(Dauphin)가 주재했으며, 베리 공작, 앙주 공작, 브르타뉴 공작이 그 옆 자리에 앉았다.

그들 모두는 이 자리를 불편해 했다.
브르타뉴 공작은 부르고뉴 공작에게 회의 소환장을 받고 "나는 이 자리에 왕을 섬기기 위해 왔지, 당신을 섬기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회의실 단상에는 파리 프레보가 샤틀레(Châtelet)의 경위들과 고위 관료들, 추밀원 의원들, 파리 고등법원 판사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 단상에는 공작의 대변인 장 프티(Jean Petit), 공작의 총리, 관료들, 고문들이 서 있었다.

파리 대학의 총장, 박사, 학장들, 초대장을 받은 파리 시민 약 400명, 그리고 몰래 들어온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부르고뉴 공작은 마지막에 입장했는데, 그는 튜닉 속에 사슬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3시간 넘게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왕자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베리 공작과 브르타뉴 공작 사이에 앉았다.

장 프티는 4시간 넘게 단조로운 목소리로 회중들에게 연설했다.
그의 주장은 삼단논법의 형태로 제시되었다:
폭군을 죽이는 것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가치 있는’ 행위이다.
루이 도를레앙은 폭군이었다.
그러므로 부르고뉴 공작이 그를 죽인 것은 옳았다.

그의 연설 대부분은 부차적인 전제를 증명하는 데 할애되었다.
오를레앙 공작은 타락하고, 부패하고, 폭정적이었다.
그는 간통을 했고 흑마술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반역자였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장악하고,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형의 왕위를 빼앗는 것이었다.
그는 랭커스터의 헨리와 계약을 맺고 서로의 왕을 폐위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아비뇽 교황에게 그 행동을 인가받는 대가로 그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왕의 병이 길어지고 죽음이 빨라지도록 왕에게 마법을 걸었다.
이 시도가 실패하자 그는 여러 번 왕을 독살하려고 했다.
그는 적어도 한 번은 왕세자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그는 왕비를 룩셈부르크로 추방하여 그녀의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했다.

부르고뉴 공작은 왕의 신하이자 친척으로서 이러한 행위가 계속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고, 법도 그에게 그러한 행동을 요구하지 않았다.
국가가 폭군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 누구든지 폭군을 죽여서 공익을 지킬 권한이 있었다.
프티는 "그러므로 부르고뉴 공작은 범죄자 오를레앙 공작을 죽인 것에 대해 비난 받을 수 없고, 왕은 그가 한 일에 대해 그를 사랑과 명예, 부로 보상해야 한다." 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명제는 구약과 신약 성서, 로마법전과 교부들의 저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보카치오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의 저자들의 방대한 인용으로 뒷받침되었다.

프티는 연설의 마지막에 부르고뉴 공작을 향해 돌아서서 그를 대신하여 말한 모든 것을 인정하는지 물었다.
공작은 "인정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청중들 사이에서 프티의 연설은 부르고뉴 공작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폭군 살해에 대한 이론적 정당화는 많은 학자들 사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대학을 분열시키고 부르고뉴의 가장 중요한 지지 세력 중 하나였던 파리 대학 내부에서 그의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왕자들과 왕실 관료들은 죽은 자에게 부과된 반역과 살인 미수 혐의에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어린 왕세자는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오를레앙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려 했나요?" 라고 그는 옆에 앉아 있던 샤를 드 사부아지에게 물었다.

나머지 관중들은 어리둥절했다.
감히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부르고뉴 공작은 아주 만족해했다.
프티가 한 달 동안 변호사와 신학자들과 함께 작업한 연설문은 나중에 부르고뉴 공작의 비용으로 《부르고뉴 공작의 변호》라는 제목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4권의 책으로 제본되었다.

몇 년 후, 장 프티의 후원 문제로 부르고뉴 공작과 결별한 장 제르송은 샤를 6세의 헌장을 초안하게 되는데, 그는 이 헌장에서 《부르고뉴 공작의 변호》를 "파멸의 문서, 죽음의 논문, 불명예의 헌장, 지옥에서 온 메시지"라고 규정했다.




Jonathan Sumption, The Hundred Years War 4: Cursed K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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