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ducated, '그새끼', 조커 인셀논란.....)

글의 골자

나는 PC라는 개념 자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이 글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개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고 어떤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지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은 해당 담론이 어째서 일부 대중들에게 증오에 가까운 반발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을 전함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현상을 100% 완벽하게 설명하려 한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다루어지지 않았던 갈래를 조명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Q. 왜 '못배운 사람들'은 PC에 분노하는가?

Last of us가 발매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게임 관련 커뮤니티는 해당 게임의 PC논란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격앙되어 있는 상황이다.

PC를 위해 희생된 서사적 완성도와 작위적인 연출은 수많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개중에는 PC에 대한 강한 분노와 증오를 발산하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대중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A의 중역이었던 Patrick soderlund의 말마따나 대중들이 교육받지 못해서 그런걸까?

A. 아니다. 버림받은 계층의 해소되지 못한 소외감과 지식권력의 오만함이 오히려 분노를 키웠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사회적 맥락이 뚜렷한 집단적인 분노는, 비록 그 표현이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합리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대중들의 강한 증오가 지식권력이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다른 삶에서는 다른 가치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만약 공적 올바름을 결정하려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담론을 충분히 열린 공론장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PC 담론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소수자를 대변하고 다양성을 증진한다는 명목 하에 '소수자'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소외시켰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사회적으로 권력이 강력한 사람들에게는 관련이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의 무관심과 가해자라는 낙인아래에 방치되었다. 이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이란 포용이 아닌 배제의 상징이었다.

조커(2019)논란이 시사하는 것

영화 '조커(2019)'를 둘러싼 논란은 PC가 어떻게 포용이 아닌 배제의 상징으로써 작동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에서 주인공 아서 플렉은 저소득 백인 남성으로 광대일을 하면서 근근히 먹고사는 남루하지만 평범한 소시민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시민인 아서가 온갖 불행과 사회적 부조리에 고통받으면서 조커로 각성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개인의 소외와 그로인한 파멸과 비극을 다루는 영화는, 정치적 올바름을 견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있는 듯 하다.

(트위터, 여초커뮤니티, 일부 활동가, 일부 평론가)

"아서가 참조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선 '인셀'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20~30대, 애인 없는, 백인, 이성애자 남성인 인셀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식권력이 설정한 '다수자 혹은 가해자'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아서는 그들에게 있어 고통스러운 삶과 파멸을 경험한 안타까운 이웃이 아닌 '범죄자 백인 남성'에 불과했다.

아서 플렉의 고통스러운 삶과 그 비극적인 운명에 대해 그들이 내린 판단은 공감과 포용이 아닌 비난과 타자화였다.

Q. 지식권력의 오만함과 배제의 담론이 우리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일부(지역, 세대, 성별, 계급, 취향..등)가 정치적으로 대변받을 권리가 있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 특정 인종이나, 특정 성별의 의견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인식되면, 해당 계층은 정치에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는 그들이 배우지 못했거나 인격적으로 덜 되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정치적으로 대변받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대변받지 못한 목소리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무시받은 만큼 증오를 머금고 소외당한 만큼 극단화된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극단적인 차별주의자나 종교적 근본주의자들도 섞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사회정치적 담론 형성과정에서 배제되거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것 취급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극단주의자들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니 그들의 의견을 무작정 들어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만약 그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극단적이라면, 그들이 적어도 공론과정에서 소외당했다고 여기지 않도록 그 이유를 제대로 회신해 주어야한다.

지식의 아성에서 건설되어 모든 불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출입을 금하는 유토피아는 망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이번 라스트 오브 어스의 PC논란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널드트럼프의 당선은 유토피아에 발을 들일 것이 허락되지 않은 소외된 자들의 패닉버튼이다. 자신들의 오만함 위에 세워진 그들만의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개념에 골몰하여,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삶의 고충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인 것이다.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며 지도를 빨갛게 물들인 사람들은 파란 작업복을 입은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이었다.

현재 라스트 오브 어스 떡밥과 관련해서 닐 드럭만의 태도는 자신이 지어올린 유토피아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으려 하는 오만한 지식권력의 전형이다. 자신의 작품을 향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보다는, 그들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어떻게 하면 더 신랄하게 조롱할 수 있을지 궁리한다. 그 과정에서 연출은 작위적으로 변하고 서사는 감독의 정치적 메시지를 자랑하는 액세서리가 되어버린다. 솔져76은 게이고 흑인나치닌자여성이 2차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앵그리레즈비언은 손가락 두개가 날아가서 기타도 제대로 못친다.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가주의의 향연에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게이머들 뿐이다.

3줄요약

PC에 대한 반발이 강한 이유는 대중들이 못배워쳐먹어서 그들의 선진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식권력을 바탕으로 독단적으로 설정된 '정의로운 세상'에 소수자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어디에서도 대변받지 못한 사람들의 분노는 공동체를 어두운 미래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