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김대중 정부, 지금 4차산업 혁명마냥 당시에는 문화 컨텐츠라는 이름의 광풍이 불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를 꼽자면, "쥬라기 공원이 소나타 수십만대와 맞먹는 돈을 벌어다 준다!"는 전 대통령의 한마디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문화 컨텐츠 산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 여러 게임 관련 정책을 내놓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싱글로케이션이라는 제도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쉽게 말해서

전체이용가 게임물만 사용

베팅 기능 또는 경품제공 기능 게임기 설치 불가

1개 영업소에 2대 이하로 설치

3명 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게임기 불가

이동판매업 등 무점포업소 등은 설치 불가

실내를 원칙으로 하지만 별도로 구획된 장소 허용

이 규칙만 맞춰준다면 오락실 신고를 받지 않더라도 게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유도리를 발휘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당시 아동들이 주로 찾던 문방구 등은 이를 주목하여 싱글로케이션 제도를 들며 게임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사실 경험해본 중붕이들은 알겠지만 이 때 오락기가 저거와는 거리가 먼 저세상 물건이었다는 걸 알 것이다.

두 대는 커녕 다섯대도 있는 문구점이 심심찮게 보였고

배팅.... 경품...

이러니 당연히 첫번째 조건에도 안 맞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영업을 한걸까?

답은 간단하다. 게임기를 들여놓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문방구 게임기 중에서 밑에 저런 촌스러운 문구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 중붕이는 알 것이다.

이건 사실 게임기가 아니다. 깐돌이 등의 과자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였다. 문구를 보지 않았더라도 간혹 투명한 격벽이 있고 안에 먼지가 쌓여 있는 불량식품이 들어있는 것을 본 적은 있을거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게임이 끝나면 과자가 나오는 구조였을 것이다. 문구점에서 채워놓지 않아서 아무도 경험해보질 못했을 뿐이지. 말 그대로 식품위장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저 문구에는 이걸 게임기로 오해하고 당국에 신고를 하면 무고죄로 고소를 날리겠다는 문구도 들어가 있었는데, 아마 세계 최초의 무슨무슨죄 고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따구로 빠찡코 기기를 개수 제한까지 무시하면서 도입하는 문방구는 이후에 법이 제정된 뒤 국가로부터 식품위장은 용서하지 않아요 파-킨사를 당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문방구에 있던 오락기가 싸그리 멸종해버린 이유다. 문방구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세줄요약

1. 문방구에 있던 오락기는 99% 불법이었음

2. 이걸 속이기 위해서 게임은 보너스인 자판기로 위장해서 도입했었음

3. 나중에 법 제정되고 전부 파킨사당함

아까 누가 문방구 오락기 이야기하길래 예전에 썼던 글 떠올리며 좀 더 다듬어서 올림.

아 그때는 내가 직접 찍었던 무고죄 협박도 있었는데 사진 찾으려니까 잘 안 나오네. 나중에 나오면 올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