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하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막장 갤러리들? 아이돌 등의 인물갤? 게임과 애니? 누군가는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재는 앞에서 열거한 것들이 아니다. 바로 디시인사이드의 아스퍼거인들의 커뮤니티 아스퍼거 증후군 갤러리이다.

발달장애를 다루는 갤러리인 아스퍼거 증후군 갤러리는 마이너 갤러리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졌다.


마갤은 일반 갤러리와 달리 일반 유저 중에서 관리자를 선출하며 운영정책과 문화도 이용자들이 스스로 정한다. 일종의 '특별자치도' 같은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이너 갤러리에서 다루는 정신적 장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조현병, 조울증, 성인 ADHD, 발달장애, PTSD 등이 있으며, 그중에서는 최근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우울증 갤러리도 있다. 다만 우울증 갤러리는 다른 장애 갤러리와 성향이 판이하여 보통 논외로 취급한다.


그중에서 발달장애 관련 갤러리인 아스퍼거 증후군 갤러리(줄여서 아갤)의 이용자는 대부분 진짜 발달장애가 있는 당사자이다. 평소에는 당사자간의 잡담과 질문, 정보 공유가 올라오며, 갤매니저인 '파딱'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중재한다.


아스퍼거인 당사자는 서구권에서 아스퍼거인을 지칭하는 용어인 aspie를 따와 서로 아스피라고 부른다.

갤매니저의 존재감은 '관종(관심종자)'이 출몰할 때 빛을 발한다. 막장성으로 악명 높은 디시답게 아스피를 비하하고 싶어하는 악성유저들이 자주 오는데, 갤러리의 깨끗함은 관리자의 혐오글 처리 능력의 탁월함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갤의 갤매니저는 '철의 관리자'인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 유저들에게는 따뜻하지만, 문제가 되는 글은 빠르고 강경하게 대처하며, 공개적인 경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디시 특성상 몰려드는 혐오글과, 관리자를 겨냥한 테러글에 피로를 느낄법한데도 철저한 운영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아스퍼거 증후군 갤러리는 당사자운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정닉 한 명이 기존 단체와 그들의 개념을 비판하는 중이다. 디시 특성상 사회 문제에 조직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유의미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기존 단체의 회복적 문화가 당사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으나, 그것이 항상 진리인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을 기존단체의 질서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은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막장성이 짙은 디시를 한다고 해서 당사자성까지 거짓인 것은 아니다. 당사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 경험, 사회적 장벽은 여느 당사자와 다르지 않다. 디시를 한다고 해서 마냥 이상하게 볼 것도, 이방인으로 볼 것도 아니라, 나와 같은 당사자라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저 사람은 디시를 하니까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은 하지도, 들키지도 말라.


  아스피들의 인권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던 디시에도 아스피 커뮤니티가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디시에 있는 커뮤니티라도, 동료 당사자와 연대를 나누고 어려움과 차별에서 함께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다른 당사자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