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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6개월 만에 '사람들'을 만나고 아스퍼거에 대한 고찰을 해 봤습니다.

ㅁㅁ(58.124) 2020.07.25 09:28:56
조회 2641 추천 70 댓글 5
														

아스퍼거 진단 받기 전에도 사람만나는 게 힘들었는데, 그땐 제가 막연히 사회성이나 의지가 부족해서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꾹참고 사람들을 만나고 어떻게든 어울리려고 노력했었죠.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진정한 의미에서 교류는 이뤄지지 못했고...


이게 의지나 기술의 문제가 아닌 장애라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게 됐네요...




아스퍼거 진단 받은 후 처음으로 어제 사람들을 만났어요. (총 7명)


같이 동아리에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어제 다시 한 번 모이자고 해서 만난거였죠.




그렇게 해서 모였는데, 전 옛날과 달라진 거 없이 그대로더라고요.


여진히 저 혼자 사람들 대화를 못 따라가고 붕뜬 채 있어야 했어요.


다만, 옛날에 제가 사람들과 있으면 느꼈던 어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젠 알 수 있었어요.


6개월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서 잊고 있었는데... 어제 만나고 집으로 돌아 온 후 아스퍼거가 왜 혼자가 되기 쉬운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어요.



그러니까,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소모가 너무 컸어요.


사람들의 대화는 실시간으로 빠르 게 진행되는데, 저 혼자 그걸 따라가지 못해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어요.

아마 기존 정설처럼 아스피들의 뇌에서 '비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에 장애가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대화의 분위기나 흐름, 의도, 눈치 같은 비언어적인 요인들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아스피인 저는 한마디 한마디 일일이 계산하며 들어야 했어요.


'대체 왜 이런 대화가 오갈까?'

'대체 이 말의 의도는 뭐지?'

'이 말은 어떻게 받아쳐야 하나?'

'현재 흐름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등등 여러 요인들을 직관적으로 이해를 하는 게 아니라 일일이 계산해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아 집중이 수시로 끊기고 체력이 순식간에 고갈나는 거죠.


일반인들에겐 당연한 것들이 저한테는 안되더군요... ㅜㅜ




요컨데, 일반인들은 비언어적인 요인들을 직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아스피들은 그것이 안되기 때문에 '언어를 담당하는 두뇌'로 '비언어적인 요인'들을 일일이 추리할 수 밖에 없어 힘든 거 같아요.




아스피들이 지능이 낮지 않은데 대화를 못 따라 가는 이유가 이거 인 거 같아요.


제가 아스퍼거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엔 이런 것들이 기술과 사회성의 부족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대화만 오가면 모르겠는데 그 외에도 처리해야할 정보들이 너무 많은 것도 혼란의 원인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시끌벅적한 술집의 분위기와 소음....


어제 사람이 많아지고 주변이 시끄러우니까 말 그대로 혼이 쏙 빠져나갔어요.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에 핀트를 맞춰야하는지' 구분하고 가려낼 수 없었고 거의 모든 정보들이 한꺼번에 뇌로 들어와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어요...


아니, 완전히 탈진해 버렸어요 ㅜㅜ.


진짜 너무 힘들어서 나온 식은땀에 온 몸이 끈쩍거렸네요...


또 사람들이 말하는 관점과 저의의 관점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느꼈어요.


어제 만난 지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심리적 측면의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저 혼자만 벙 떠서 '기능적 측면'의 말만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대화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저 혼자 따로 놀게 됐네요.


그리고 상황이 조금만 복잡해지거나 달라져도 전 금방 패닉이 왔어요.


예를들어 2차를 가기위해 장소를 옮긴다던가.


이제 겨우 대화 내용에 익숙해 졌는데 갑자기 다른 얘기로 넘어간다던가.


아니면 어제 모인 7명의 사람들이 서로 무리를 나눠 3대 4, 혹은 2대 5로 나뉘어 서로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한다던가...


외부에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갑자기 뇌정지가 오면서 눈 앞이 하애지는 걸 느꼈어요.


어제 모든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너 동공 풀렸어!'


나중에 화장실 가서 확인하니까 진짜 동공이 풀려 까맣게 되어있었어요.


어쩐지 눈이 빡빡하고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눈이 뇌랑 직접적으로 연결된 장기라고 하던데... 혼란한 머릿속이 눈에 그대로 반영된 거 같았어요.


네... 어제 확실히 알았어요.


사실 제가 아스피인걸 알기 전에도 그랬지만, 그땐 뭐가 문제인지 몰랐는데 이젠 알겠네요.


저의 눈엔 세상이 혼란 그 자체 였던 거예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던데.


어제 그 말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어요.


아무튼 어제 모인 사람들, 전부 웃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게 너무 부럽네요.


아마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죠...


그게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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