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머니에게는 아스퍼거 진단 받았다고 얘기했습니다

남달랐던 저를 키우며 이해하기 어려웠을때도 분명히 있었을텐데

제가 아스피인걸 알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납득할수있게 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상태를 보고하는게 양육자에 대한 도리라고 느껴졌다고 해야할까요

어머니는 성소수자에게 중립적인 입장이니까 마찬가지로 자폐인에게도 편견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잘못해서 널 이렇게 낳았다", "내가 무슨죄를 지었길래 너를 이렇게 낳았을까"

라고 대성통곡하며 식음을 전폐하거나

여기저기 제가 자폐라고 얘기하고 다닐 성격도 아니라서요

지금껏 제가 봐온 어머니라면 "그렇구나~"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했고요

실제로 제가 얘기했을때 딱 제가 예상한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절대로 얘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당시 욕이라는게 있긴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욕이 있는지는 몰랐던걸 보면

또래애들한테서 욕을 주워들은 유치원을 아직 다니지않았을만큼 어렸지만

기억이라는걸 할수있을만큼 머리가 제법 굵은 대여섯살이었던걸로 추측합니다

그때 티비에서 개성적인 스타일의 유명 연예인이 나왔는데요

그 연예인을 보고 아버지가 혼잣말인지

"___(연예인 이름) 점마는 ㅇㅈㅅㄲ 같아서 보기 싫다."

라고 말한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말한 그 단어가 무슨뜻인지는 몰랐지만 엄청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그게 욕이라는걸 알았습니다

욕하는건 나쁜짓이라고 배웠는데 아버지가 나쁜짓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티비 장면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버지의 표정과 목소리는 생생하게 기억날정도입니다

성인자녀도 아니고 대여섯살짜리 자녀 앞에서 혐오발언을 아무렇지않게 내뱉는 아버지에게

"저 사실 자폐예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버지가 어떤 성격인줄 모를만큼 눈치가 심각하게 없거나

그런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얘기하면 벌어질 일을 예상못할정도라면 가능하겠네요

혹은 그걸 각오하고 아버지에게 있는그대로의 나를 알리고 싶을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최소한 그정도 눈치는 있고 불보듯 뻔한 일을 예측가능한 수준은 되고 굳이 그런일을 벌일 마음도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