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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갤문학 단편] 자살여행 -2-

사탕수수농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7 22:07:34
조회 400 추천 16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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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단편문학 모음
· [방갤문학 단편] 자살여행 -1-





카스미는 천천히 숨을 고르다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리사가 죽었어......."


"................"



카스미의 첫 마디부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리사가 카스미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고, 카스미가 아리사의 사진을 들고있는 것으로 유추해 무언가 잘 안풀려 곁을 떠났다는 생각 정도만 했었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나니 내가 있는 이 자리의 무게감이 온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나는 끊어질 것 같은 정신줄을 붙잡고 벌벌 떨고있는 카스미의 어깨를 쓸어주며 다음 이야기를 하도록 기다려주었다.



"아리사한테는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었는데.......... 집에 혼자 계시다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돌아가셨데.......... 아리사는 곁에 있었으면............ 좀더 빨리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었을거라고........ 자책하고.......... 자책하고.......... 매일 자책했어......... 내가....... 같이 살자고 졸랐는데......... 전부 내 잘못 같아서............."



"................."



'흑........ 흑........ 흑..............'



무슨 말을 하든 위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할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포옹으로 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대신 전달했다, 카스미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눈물샘이 진작 말랐을 법도 한데 끈임 없이 소리 내서 울었다.



"미안......"


"아니야, 힘들때는 나한테 기대줬으면 좋겠어"


"고마워...... 얘기 다시 시작할게....... 아리사가 슬퍼해서.......... 슬픈 생각이 나지 않도록......... 매일....... 안아주고....... 장난쳐주고....... 단 한 순간도......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게 말을 걸어줬어....... 아리사도....... 고맙다고 해줬어....... 이렇게라도 해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은....... 아리사는 속으로 계속 슬퍼했던 것 같아....... 오히려....... 내가 했던 행동들이......... 아리사를 아프게 했어........ 그래서...... 며칠전에........ 밧줄로 목을 매달았어.......... 나때문에 죽었어..... 나때문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넌 최선을 다했어"


"흑....... 흑...... 으아아아앙!!!!!!!!!!!!"



카스미는 이 말이 간절하게 듣고싶었는지 모든 감정을 내비치며 내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방금 전 까지도 놓지 않던 사진 마저 내려놓으며 가느다란 두 팔로 감싸안으며 서럽게 울었다.



#



한시간 정도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카스미는 이번에야 말로 정말 후련해졌는지 눈에 생기가 조금은 돌아온 상태로 나와 눈을 맞췄다. 이제야 평소의 카스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안심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오늘 했던 대담한 행동들이 스쳐지나가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왜 얼굴이 붉어져있어?! 열이라도 나는거야?"


"아니! 나 괜찮아"


"이상하네~ 나 씻고싶어 졌는데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줄래?!"


"어.... 어! 알았어"



카스미는 참혹한 현장이었던 욕실로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다, 여전히 기운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한 걸음 내 딛을 때 마다 휘청거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같이 들어가서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는 없었기에, 나는 카스미가 돌아오기 전 집을 청소하기로마음먹었다. 어질러진 집안 풍경이 정리되면서 마음의 상처가 조금은 잊혀지길 바라며.......



#



"하~ 개운하다! 방붕아 많이 기다렸지?"


"괜찮아 나는, 그것보다 옷좀 입어줄래?"


"방붕이 부끄러움 타는거야?! 헤헤!"


"그래도 여자애니까 이런 모습 마음대로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방붕이는 보여져도 괜찮다 생각하는데~"


"얼른 옷 입어!"



집안 청소가 모두 끝나고 나서도 카스미는 좀처럼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걱정이 돼서 욕실 앞을 서성였는데, 카스미도 내 마음을 아는지 한번씩 콧노래를 부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아마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까........ 정말 그랬던 모양인지 욕실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온 카스미는 평소같이 반짝거리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하고있었다. 다만 타올 한장만을 몸에 두른 상태로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려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방붕아! 옷 다 입었어!"


"들어간다"



'철컥'



"청소까지 해줬네! 와준 것도 고마운데!"


"공짜로 해준거 아니니까 나중에 밥이라도 사줘"


"응!"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앉으니 카스미가 더욱 가까이 다가와 팔장을 끼고 내 어깨에 기댔다, 다른 의미로 크게 충격받아 심장이 자극에 무뎌진건지 몸이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뒤로도 영양가 없는 대화가 몇번 오가고, 카스미 쪽에서 내가 듣고싶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방붕아"


"왜?"


"내가 너한테 전화한 이유 안 궁금해?"


"궁금해 많이"


"그렇게 궁금해 하니까 알려주기 싫어지네~ 알려줄까?"


"부탁할게"


"응"



이번 주제로 이야기가 넘어간 시점에서 카스미는 고개를 잠시 숙여 생각에 잠기다가 나와 눈을 맞추고, 온화한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 말이지, 아리사랑 같이 살려고 이 곳으로 부른 것도, 아리사가 진지한 마음으로 좋아한다 얘기 했을 때 가볍게 들은 것도 아리사가 이렇게 되고 나니까 전부 후회로 남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나 자신이 미워서 머리카락을 뜯어버리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화가나서 집안 물건을 어지럽히기도 했고, 잠시 잊어보려고 샤워기 소리만 들리게 머리에 계속 물을 뿌리기도 했지만 슬픈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어..... 그래서 어떤걸 쳐다봐도 우리 둘의 추억이 떠올라서 불을 꺼버리고 그 곳에 주저 앉아 울기만 했어.......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울고 나니까 기운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 나 혼자 도저히 일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어..... 그렇지만 너는 덜렁거리던 나를 항상 도와줬으니까 이번에도 도움을 줬으면 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어...... 하다못해 목소리라도 들으면 안심이 되어 일어서서 욕실 밖으로 나올 용기정도는 생길 것 같아서........"



카스미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생각 보다, 몸이 앞서 카스미를 끌어안았다. 카스미의 집 앞에 서있으면서 했던 생각들은 저 멀리 사라진지 오래였고, 오히려 모든 사실을 듣고난 이후 그런 생각이나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마음이 더럽혀 지는 것 같았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카스미, 앞으로도 버팀목이 되고싶은데 안될까?"


"고마워 방붕아 기뻐!, 나 때문에 시간이 늦었는데 여기서 자고갈래?! 이불은 있으니까"


"아니야, 너도 생각 정리할 시간은 필요할 테니까. 내일 아침에 올게, 식재료는 사갈태니까 요리는 네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응! 내일보자~"


"그래 내일보자"



#



미소지으며 현관 앞까지 배웅해주던 카스미를 뒤로하고, 나는 간단하게 장을 본 뒤 집으로 향했다. 내 마음은 카스미가 있는 곳에 아직도 남아있었지만, 이치가야씨가 했던 둘만의 공간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가 머릿속에서 맴돌아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밤은 온전히 그녀만의 시간으로 남겨주었다. 카스미는 그 시간동안 당신만을 기억하겠지..........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식탁 위에 맥주 한캔을 따서 건너편 자리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마치 그녀가 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소리내어 명복을 빌어주었다. 나는 무교에 신은 나약한 사람들이 믿는 버팀목 같은거라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으로 내가 아는 모든 신들에게 그녀가 좋은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늦은 잠에 들었다.




자살여행 2편 이것으로 마칩니다, 분량 계산 해보니까 5편보다 많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카스미 말투나 성격 같은거 매칭 안되면 개선점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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