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5판 DnD에서는 사후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름'이 정답임. 

그러나 DnD 세계관은 판본이 달라도 어느 정도 연속성을 띄고 있음으로 과거 판본을 기준으로 사후세계가 어떨 지 추측하는 거 뿐임. 

무슨 처음들어보는 소설을 들먹이며 신들의 배터리가 된다는 소리를 하는 애가 말하는 근거는 2e판의 The Planeswalker's Handbook에 나온 설명인거 같은데. 

우선 저 책은 거의 30년 전에 나온 책임. 

거기서 사후의 영혼이 종국에는 신 또는 자기가 주재하는 차원의 '일부'가 된다고 표현되긴 함.

근데 이건 무슨 '배터리'가 된다느니 '신격'을 강화하기 위한 재료가 된다느니 이딴 의미가 아니라.

물질세계에서도 니 몸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서 세상의 일부가 되는 거 마냥

사후세계에서도 별개의 삶이 있고 그 삶은 정적이고 무한한게 아니라는 거임. 

사후세계에서도 삶은 변화하고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 

거기서 죽으면 물질세계에선 흙으로 돌아갔듯이 그 차원에선 그 차원만의 방식으 그 차원의 일부로 돌아간다 이런 의미인거임. 

애초에 죽은 영혼들이 신들의 배터리고 그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선신들을 포함해 모든 신들이 영혼을 그딴 식으로 이용한다면. 

2018년에 나온 Mordenkainen's Tome of Foes에서 엘프 신들은 자기 신도들의 영혼을 Arborea (혼돈선에 속한 렐름으로 엘프신들이 기거함. 광대한 숲의 자연을 간직함)와 물질세계 사이를 순환하며 환생한다고 설정해놓을 리가 없음. 

DnD의 사후세계는 신들의 숫자 만큼 다양하게 있고 

그 사후세계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 지는 신들의 성향마다 다 다름.

엘프와 자연을 관장하는 신들의 렐름에 가면 환생을 반복할 수도 있고 

어디 뭐 셀루네 같은 전형적인 선신한테 가면 천사로 다시태어나서 신들의 사자로 일하다가 물질세계에 전령으로 내려와서 인간하고 로맨스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지식의 신의 신도는 무한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사후세계를 보낼 수도 있는 거임. 

무한한 도서관에서 책을 수천년쯤 읽다가 뒤지면 그 무한한 도서관의 일부가 될 수도 있는 거고 

DnD 사후세계에는 '신들의 배터리'같은 뒷꿍꿍이가 지배하는 유치한 양판소의 도입부가 아니라 

그냥 굉장히 추상적이고 자유롭게 상상할 여지가 있는 공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