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펄시판 주교가 얼굴을 찡그린 채로 가래 낀 목소리를 냈다.

'황제께선 저들이 처음부터 이 세상이 함락되는 걸 방지하셨더라면 저들을 더 기꺼이 여기셨을 것이오'

톨윈은 순간 짜증을 느꼈다. 이러한 간섭은 생산적이지 않았고, 방해였다. 거기다 주교 본인은 살면서 단 한번도 전장을 겪어 보지 못한 부류처럼 보였다.

'말해주시죠, 성하'

하이킹이 차갑게 대답했다.

'이번 반란의 심장부에 무엇이 존재한단 말입니까?'

주교는 질문에 아연실색하여 잠시 톨윈을 응시했다.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게 아니겠습니까'

주교가 고함쳤다. 그의 목에 튀어나온 튜브에서 액체가 흘러 내렸다.

'타락. 이단! 이곳 사람들의 신앙이 부족함에 생겨난 일들입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이 황제 폐하의 축복에 감사하지 못하였고 다수가 반란에 가담하게 된 것이죠'

톨윈은 잠시 고개를 끄덕였고, 회의 탁자 주변을 둘러봤다.

'게라인 탄 키마에로스 자작,'

톨윈은 키가 크고 상처투성이의 기사를 불렀다.

'아드라스타폴(임페리얼 나이트의 모성) 영적 안녕은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누가 평민들의 신앙을 북돋는 일을 맡고 있나?'

게라인은 깊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기 전에 한쪽 눈매를 올리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당연히, 미니스토럼의 사제들입니다, 전하'

'미니스토럼의 사제들이지'

톨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킹 전하...'

펄시판이 끼어들려 했지만 톨윈은 손을 들어 올렸다.

'브로스 대령. 카디안 연대에서 장병들의 영적 안녕을 돌보는 일은 장교들 맡고 있소?'

빼빼 마른, 단호하고 귀족적인 얼굴의 병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하. 영적 안녕을 돌보는 의무는 연대 군종 사제들의 일입니다. 감히 말하자면 그들은 끝내주는 영웅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주 옳은 말이오, 대령'

하이킹이 대답했다.

'참으로 옳은 말을 하셨소'

'하이킹, 저는 지금 대화에 항의할 수....'

주교가 다시 말했다. 톨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대의 항의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오, 펄시판 주교. 황제 폐하의 관심사도 아닐테고. 농부의 가축들이 늑대들에게 삼켜지거나 어리석게 협곡으로 낙오되었다면, 과연 농부는 같은 농부 동지들을 탓하겠소? 아니면 가축들을 탓하겠소? 아니면 가축장의 황폐한 상태를 불러온 것이 본인임을 인정하고 더 많은 가축들을 잃어버리기 전에 가축장을 고치는 데 노력하겠소? 본인 일에 신경쓰도록 하시오, 신성한 펄시판이시여. 당신의 신성한 안위를 위해 힘겹게 싸우는 용맹한 병사들을 탓하기 전에 말이오. 당신에겐 다른 이들만큼이나 이 행성 사람들의 사기와 영적 순수함을 회복시킬 의무가 있소. 그리고 무리의 반역에 대한 많은 책임도 그대에게 있소. 만약 유용하거나, 적절하거나,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 이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으면 하오'

톨윈의 꾸짖음이 전부 끝났을 때 쯤 주교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그리고 말을 더듬으며 적당한 참회의 말을 간신히 꺼내는 중이었다. 하이킹은 무시했다. 하이킹은 그가 친절할 수도, 공정할 수도,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엄하고, 멍청이들을 용납하지 않으리란 점도 보여줬다. 적어도 그 점에서 펄시판은 그를 도와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