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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1: xii 파편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05 16: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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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ii

파편들



황궁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황궁을 구성하는 셀 수 없는 구성품들이 하나같이 고뇌의 비명을 내지른다. 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모인 부품들이 흩어지고 찢겨 죽음의 비명을 내지른다. 뒤틀리는 굉음, 변형되는 금속의 비명, 찢기는 최상부 구조물의 울부짖음, 부서지는 돌의 한탄을 끌어낸다. 마치 산 생명처럼, 황궁이 고통 속에서 깨어나 비명을 지른다.






몇몇 건물은 그냥 간단하게 사라졌다. 수 세기를 걸쳐 굳건히 서 있던 랜드마크들이 완전히 지워지거나 잔해의 바다로 화했다. 몇몇은 쓰러지고, 기울어진 채다. 대사본의 도서관(Manifold Librarium), 남부 보조병단 병영(Southern Auxilia Barracks), 시라쿠사 대저택(Mansion of Syracuse), 특허장 전당(Chaterhall)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힘과 전승을 담은 거대한 회당들이 흡사 말라붙은 바다 위에 기울어진 벌크선처럼 쓰러져 있다. 외장이 벗겨지고 깎여나간 채, 혹은 조각난 채 내용물을 마치 지질 퇴적층마냥 그대로 드러낸 건물들도 있다. 돈이 이 일대를 처음 건설하고 요새화하던 시절의 도해를 보는 듯 하다.


오스펙스 탐지에 따르면 유로파 사분면의 클라니움 개활지 일대로 전진하는 기계가 하나 포착된 채다. 그래서 기갑부대는 포탄의 재보급을 서두르며 후방으로 물러나 대형을 짠다. 여러 여단에서 모인 38대의 전차로 구성된 이 전대는 지난 30분 간 다섯 대의 대형 전투기계를 사냥했지만, 기껏해 봐야 아트락스(Atrax) 가문의 나이트 세 기와 두 대의 더렵혀진 리버 타이탄일 뿐이다. 지금 탐지에 잡힌 놈은 훨씬 거대했다.


제라 탈마다는 그게 잔혹한 워로드급 타이탄은 아닐지 두려워한다. 포착된 놈은 유로파 방벽 남부의 탑에 가려진 채 천천히 움직이고 있지만, 금이 간 아거 탐지 화면에 잡힌 녀석은 거대하기 그지없었다. 신원 확인 전파에 대한 응답도 없다.


탈마다 대령은 전대에 4대 편성된 초중전차 중 하나인 베인스톰(Banestorm) 초중전차를 지휘하고 있다. 탈마다 대령의 손에 전대 전체의 지휘가 달려 있었다. 사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일은 아니다. 탈마다 대령은 평생 기갑부대에서 근무했지만, 항상 보급 군단(Corps Logisticae)에서 그 소임을 다해왔을 뿐이다. 수리, 정비, 보급이 그녀의 업이었지, 최전선에서 사우는 건 그녀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사자들의 수를 도무지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길(Sagil) 대령이 포탄에 맞아 곤죽이 된 당시 임시 전투단의 어디에도 일선의 장교가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가 탈마다 대령을 응시했다. 그녀의 옷깃에 매달린 핀 때문이었다. 그녀가 이끄는 29명의 승조원들은 사흘 전만 해도 기껏해야 기수 혹은 조종수일 뿐이었다.


탈마다 대령은 사길 대령의 피투성이가 된 헤드셋에 소리를 치며 대낫 대형(Scythe Formation) 편성을 지시한다. 섀도우소드 초중전차 한 대를 공원에 구축된 잔여 방어물 쪽으로 움직여 측면을 보호한다. 탈마다의 아래쪽에서는 오븐이나 다름없는 뜨거운 열기를 견디며 포수들이 재장전을 마치고 있다. 포탄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재보급을 위해 물러나야 하나? 아니면 계속 밀고 나가면서 부무장으로 지상군을 지원해야 하나? 철수를 선택한다면, 대체 어디로 물러나야 하지? 라트리스(Lastris) 요새? 새벽 직후에 재보급을 받았던 쉬리브(Shreave) 보급창? 거긴 완전히 박살났다. 일부 소식에 따르면, 영원의 문이 닫히고 생텀 역시 폐쇄되었다고 한다. 보급 수송대가 도착했다는 소식도 없고, 보급 부대의 복스 채널에 연결도 되지 않는다.


누군가 헐떡이고 있다. 복스 너머로 승무원들의 충격에 찬 신음 소리가 들린다. 목표물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엠퍼러 타이탄이다. 임페라토르, 혹은 워몽거. 들판을 가로지르는 연기의 강 너머로, 검게 그을려 있기에 알아볼 수가 없다. 극치의 시야 속에서, 놈은 말 그대로 광대했다. 탈마다는 눈물을 흘리며 놈을 바라본다. 흡사 황궁의 일부가 뿌리를 뽑아내 걷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다리로 직접 걷는 요새를 보는 기분이다.


탈마다는 레기오 모르티스와 레기오 템페스투스 소속의 워로드 타이탄들을 두려워했다. 궁극의 벽을 뚫고 나오는 악마들의 기계에 대한 끔찍한 소문은 충분히 들었다. 거미를 연상시키는 차체 위에 타고 있는 거인들이 거대한 멜타로 벽을 구성한 석재를 방사능 유리로 만들어버리고서는, 절단기 같은 하악골로 그 유리를 썰어내 으르렁거리는 반역의 군세가 딛고 올라올 계단을 만들어버린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것은…


이것.


누군가가 입을 연다. 탈마다는 무시한다. 하지만 다시 말이 들린다. 탈마다는 세 번째가 되어서야 귀를 기울인다.


우리 편이야.


그렇다. 최소한, 그랬다. 깃발과 군기는 불타버렸다. 장갑판은 그을렸고, 머리는 떨어져 나갔다. 엠퍼러 타이탄은 불규칙적으로 절뚝이며 비틀거리듯 움직였다. 머리가 잘려 나가면서 불구가 된 채였다. 그저 맹목적으로, 제대로 된 조종도 받지 못한 채, 정해진 방향 없이 걷는다. 아직 말초에 남아 있는 신경 파동, 혹은 인조 근육에 박힌 기억의 메아리 덕분에. 흡사 머리가 잘린 지 몇 분이 지난 뒤까지도 경련을 일으키는 닭처럼 경련을 일으키며 비틀거린다. 뇌엽절제술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보는 것 없이, 아는 것 없이, 스스로가 죽었음조차 모른다. 그저 폐허 위로, 건물을 뚫고 걸음을 옮긴다. 피할 수 없는, 기능 정지라는 목적지를 향해.






한때 95킬로미터에 이르던 거대한 제국 고가교(Imperial Viaduct)는 이제 비참한 최후 속에 스러진다. 조각난 고가교는 아무 곳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지옥으로, 어쩌면 무의 지경을 향해.






에몬 룩스의 이름은 반역자들의 대역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영광으로 기록되었다. 대성전에서 펼친 그의 위업은 영예 뿐 아니라 군단 내에서도 존중을 받았고, 블러드 엔젤 군단을 넘어 동료 군단까지 뻗치는 명성을 낳았다. 동료 군단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대한 대전사 에몬 룩수의 역량을 높이 쳤다.


그리고 에몬 룩스의 이름과 존재에는 뗄 수 없는 깊은 고통이 얽혀 있다. 고르곤 관문을 둘러싼 잔혹한 방어전 속에서 그는 사랑하는 프라이마크, 강대한 랄도론, 자랑스러운 아이메리, 격렬한 코라달 퓨리오, 고귀한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형제단과 같은 불멸할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반역을 일으킨 워스미스들의 포위 공격 와중에 룩스는 다리와 골반이 으스러진 채 쓰러지고 말았다.


치료할 시간도, 아니, 급하게 수리할 시간조차 없다. 이런 끔찍한 부상을 입은 군단병은 몇 달에 걸친 섬세한 재건술과 증강물 정비, 그리고 외과용 메스를 장비한 얼굴 없는 외과 의무관들과 눈살을 찌푸린 채 손가락에 주사기를 장비한 아포세카리들을 한참이나 마주해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로 유발한 인위적 혼수 상태와 카탈렙시안 노드가 얽혀 추는 푸가 속에서 몇 달은 흐릿한 상태를 보내며, 죽음과도 같은 잠 속에서 잘려 나간 살점과 엉겨 붙은 뼈가 풍기는 정육점 같은 냄새를 맡게 된다. 아직 신경이 다 자라지 않아 연결되지 않은 인공 살점과 합성 근육이 이어지는 동안 이질적인 추위가 가득하다. 생체 모니터와 생명 유지 장치가 박동하는 내내, 모호한 꿈 속에서 몇 달을 보내고 나서 익숙지 않은 새로운 사지로 다시 움직이는 훈련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 몇 달이나 되는 시간은 없었다. 몇 주도, 며칠도 없었다. 그저 몇 시간 정도일까. 에몬 룩스가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서 고르곤 관문에서 대승리를 거두었을지언정, 그저 추억에 불과하다. 그렇게 어렵게 지켜낸 관문은 이제 마르막스, 빅트릭스(Victrix), 콜로시, 그리고 다른 요새들처럼 이제 모두 잃어버린 대지가 되었다. 에몬 룩스는 깨어나자마자 포박에서 풀려날 때까지 침대에서 비명을 질렀고, 부서진 몸을 젤과 진피 랩으로 둘렀다. 그리고선 이를 막문 채 지시를 내려 기계교단이 만들어낸 현수장 옥좌에 사슬과 세라마이트 부목으로 몸을 묶었다.


내궁이 열린 순간, 에몬 룩스는 다시 전장에 합류했다. 옥좌의 바닥 판에 설치된 자동 진통제 주입기가 비위관과 복부에 봉합된 플러그를 따라 진통제를 밀어 넣지만, 깨진 암석 위를 이끄러지듯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따라온다. 진통제에 감싸인 채, 정신을 고정시켰음에도 고통은 그를 계속 따라붙는다. 계속 따라붙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가 이제 필멸에 지나지 않음을 깨우친다.


하반신을 따라 이어진 장루 배농관이 생쳬 폐기물을 흡사 항적처럼 쏟아놓는다. 팔걸이 부분에 설치된 라스캐논을 꽉 쥔 채다. 그의 팔은 아직 작동한다. 그의 시야는 아직 열몽에 차 있다. 백열하는 환각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초인을 위한 진통제가 몸과 뇌를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최소한 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그렇다. 무엇이 그의 뇌가 빚어낸 화려한 환각인지, 무엇이 새로운 실제인지, 혹은 풀리지 않는 물질계의 백일몽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는다. 고통을 차단하는 데 정신이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허상과 진실을 구분할 여유가 없다. 모든 것이 뒤틀리고 녹아 보일 뿐이다. 오직 그의 바이저의 표적 조준기에 비치는 안정된 표지만을 믿을 뿐이다. 그의 손에 쥐어진 중화기를 믿을 뿐이다. 그의 발치 뒤에서 따라오는 전투용 서비터들이 구축한 밀집 대형을, 그들이 갖춘 회전식 포와 아크 라이플, 그리고 컬버린을 믿을 뿐이다. 두개골 하부에 조잡하게나마 접합된 파동 수신기 덕분에 전투용 서비터들은 그의 정신에 종속되어 있다. 그가 조준하는 곳에, 서비터들도 조준했다.


먼지가 소용돌이치는 해방의 아치(Manumission Arch)의 그림자 속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고통 속을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그의 바이저가 저 앞의 하이락스 가도(Via Hyrax)에서 다수의 접촉을 포착한다. 열과 동작이 추적되고, 디지털화된 실루엣들이 연기 속에서 형체로 잡힌다. 아이언 워리어 군단이다. 방어벽 돌파를 전문으로 하는 쓰레기들, 스토어-베자쉭이다. 흡사 아연봉으로 빚어진 골렘 같다. 룩스는 승리를 과시하는 놈들의 전쟁 나팔 소리를 듣는다.


너무 축배가 이르군, 빌어먹을 개자식들아.


룩스는 라스캐논을 들어 올린다. 상부의 그립을 꽉 쥔 채다. 단단하고 밝은 빛의 창날이 놈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다. 옥좌가 뒤흔들린다. 오토마타들이 하나가 되어 일제히 지원 사격을 뿜어낸다. 포신에서 화염의 첨봉이 솟구친다. 발사된 탄피가 흡사 까불러진 곡식 껍질처럼 허공을 난다.


룩스의 적들은 룩스에게 고통을 주었고, 그 고통이 계속 머물고 있다.


그리고 룩스는 그 고통을 되돌려준다.






인간이 강을 이뤄 흐르는 아퀼라 가도 위, 카츠히로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채다. 하나는 총, 하나는 아기다. 물건을 실은 수레를 끄는 사람들, 부상자들로 가득한 길 위를 피하며 흐름을 따라 군중 틈을 헤친다. 그가 물려받은 책임감으로 돌보고 있는 아기는 머리를 카츠히로의 가슴에 댄 채 침묵한다. 총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그는 올드 헌드러드 연대에 속하는 쿠쉬툰 나간다(Kushtun Naganda)에 징집되었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서의 잔해가 코트에 꺾쇠로 얽힌 채 펄럭인다. 그는 이 전쟁의 중심에 있었고, 전체로 치면 아주 작은 조각이었다. 지금 그는 명목상으로는 킬러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자라난 집회의 일부에 속해 있다. 정의도 명확하지 않은, 기이한 운동이다. 카츠히로는 킬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른다. 그저 그 카리스마와 진정성에는 감탄할 뿐이지만. 모든 면에서 비공식적이고, 불법이라고 해야 할 조직이다. 물론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이 조직은 환상일까? 집착할 무언가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지금의 세상은 근본적으로 망가져 있는 채다. 이 집회는 마치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아직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그런 것일까? 이 조직의 불안한 기반은 일종의 종교라고 해야 하리라.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신앙에 의지한다. 영적 신앙은 긴 시간 동안 외면당했고, 오직 황제 이외에는 고칠 수 있는 존재가 없으리라. 신앙은 그 자체로 황제가 금지하고 지워버린 일이다. 하지만 인류의 주인조차도 두려움이나 희망, 또는 욕망에 반대되는 법령을 제정할 수는 없다. 최후의 순간, 강력한 통치자 이상의 무언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잔인하리만큼 드러났다. 카츠히로의 품에 있는 아기가 그에게 집착하듯, 사람들은 신앙의 영역에 있는 것에 집착했다. 한 인간을 구세주로 섬기며, 그의 의중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대로는 혼잡하다. 수만이 있고, 아르탈리아 가도(Via Artalia)와 키로스 행진로(Chiros Processional)에서만 수만이 더 밀려든다. 연꽃의 문(Lotus Gate)과 나비스 고가로를 통해 그 열 배는 되는 이들이 더 밀려오고 있다. 폭음이 가까이서 울릴 때마다 느릿한 공황의 물결이 인파 사이로 파문을 일으킨다. 우뚝 솟은 첨탑과 거주 블록 사이로 무언가가 날아갈 때마다 군중들이 혼란 속에서 흩어진다.


무엇이 날아가는 것인지 알아보기는 항상 어려운 일이다. 평범한 항공기일 수도 있고, 폭격기일 수도, 강습선일 수도, 수송선일 수도… 너무 빨랐고, 연기도 너무 짙었다. 카츠히로는 간혹 저게 기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박쥐와 비슷한 형체, 독수리 같은 날개, 엔진의 소음이 아닌 허파가 뿜어내는 초저주파의 가르랑거림, 근육이 삐걱이는 소리가 지나친다.


그는 고글을 발견한다. 한쪽 렌즈에 금이 가 있다. 지금 카츠히로는 흡사 무법자처럼 자신의 얼굴과 아기의 얼굴을 둘러맨 채다. 먼지와 그을음을 막기 위함이다. 군중 중 일부는 향을 피우거나 등을 들고 있다. 대부분 귀를 막거나 감싼 채다. 하지만 카츠히로는 듣기 원한다. 고통과 비명, 끝없는 혼란일지라 해도, 경계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다. 이미 소음만으로도 지칠 지경이다.


카츠히로는 자신이 집회의 일원인지, 집회 자체가 존재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이미 세 시간 동안 다른 신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 집회의 기본적인 기능은 도움을 주고, 자원 입대한 민병대들을 동원하며, 전선에 임시로나마 공급선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수는 통제할 수 없으리만큼 불어났고, 공급망은 이미 과부하 속에 무질서해진 상태다.


게다가, 탄약 창고가 불타고 있지 않은가.


군중은 흡사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듯이 흘러가고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업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상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모두 우울한 표정이다. 울음, 또는 멍한 눈빛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되는 감정이다. 군중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아무것도 아닌 이유 때문이다. 남녀가 더 큰 일은 생각도 못한 채, 서로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그만 두십쇼.”


카츠히로가 한 팔에는 아기를, 한 팔에는 총을 든 채 입을 연다.


“그래서 좋을 게 뭡니까?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럽니까?”


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이 쏟아진다. 너도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이 닥쳐온다. 하지만 그들은 누그러든다. 총 때문일까? 아니며 안고 있는 아기 때문일까?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옳다.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너덜너덜해진 성벽과 무너진 누벽에 새겨진 문구들이다. 페인트와 타르, 역청과 피로 쓰여 있다. 사방에 쓰인 문구다. 칠해지고, 손으로 긁어지고, 칼로 새겨지고, 점화구로 그을린 채다.


심지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그냥 나타나기도 한다. 흡사 물집처럼, 두드러기처럼, 흉터처럼 돌 위에서 솟아오른다.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수백만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구호다. 공기를 채우고, 벽을 뒤덮는다.


그리고 그 구호 주위에, 또 다른 단어들이 새겨진다. 위협, 협박, 떠오르는 어둠의 도상, 악의적인 에테르의 힘을 담은 기호들. 네 단어다. 여덟에서 솟아난 네 이름. 거짓된 신들.


그리고 다른 이름 하나가 함께 새겨진다. 점점, 거듭 반복된다.





제라 탈마다, 에몬 룩스, 카츠히로 등장. 전편에 등장했던 이들을 꼼꼼하게 활용하는 게 애브넷답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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