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제국 장군 네스토르 피루스는 오크와의 지지부진한 전쟁을 펼치는 중이다. 오늘도 지원을 못해준다는 행정부를 욕하며 부관과 함께 서류 작업을 이어간다

이후 몇 시간이 더 흘렀다. 그는 서류들을 내려놓고 눈을 비볐다. 기어오르는 갈증이 느껴졌ek. 그의 아침 아마섹 잔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가 아직 검토하지 않은 서류 앞에선 왜소하게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하사. 두 번째 잔을 마시는 게 과연 문제인 걸까, 아니면 그저 습관인걸까?'

답이 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바타제 하사에게 특징이 있다면 언제나 술을 마시는 데 찬성한다는 점이었다. 그녀를 매우 귀중한 하사관으로 만들어주는 병참학에 대한 그녀의 냉정한 감각과 함께.

'하사?'

네스토르가 다시 말했지만 여전히 답은 오지 않았다. 네스토르는 고개를 올려 바타제가 방금 전 벌벌떠는 밀사에게서 받은 인쇄물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얼굴색은 여전히 바위처럼 회색빛에 굳어 있었지만, 무인지대 너머로 돌격을 이끄는 것을 오후 레크레이션 정도로 여기는 장교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바타제는 아무 말 없이 걸어오더니 그에게 서류를 넘겨준 다음 아마섹의 뚜껑을 따더니 술을 기쁨없이 목 너머로 넘겼다.

'타이라니드'

10분 후, 아스트로패스의 보고서를 3번이나 읽은 뒤 네스토르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예,'

바타제가 우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는 말이 필요 없었다. 타이라니드가 캐버남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다. 타이라니드는, 거의 언제나 전쟁의 종언자들이었다. 그들 무리 중 단 하나만으로도 교전을 완전히 멈춰 세울 수 있었다. 고이고 퍼져나가는 끔찍한 잉크얼룩이자, 이전에 있던 존재와 이후에 있을 존재 모두를 지워버릴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완전한 외계의 존재들로, 반대편 참호에 있는 괴물들이 거의 형제들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에겐 휘장도, 언어도, 전략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이빨과 발톱, 현기증을 불러올 광기어린 숫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흑소나무 공세, 탈의 영면지 진격, 핵심 목표 던러스트...전부 무의미해졌군. 그렇지 않나?'

'예, 장군님'

바타제가 상처입은 장군에게 아마섹을 따라주며 대답했다.

'전쟁은 끝났어. 그렇지?'

'예. 끝났습니다, 장군님'

그는 술을 들이켰다. 머릿속 생각이 하얗게 변했다. 끝나지 않는 지지부진한 원정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언젠가 제노들을 압도할 것이고, 놈들의 숫자를 이겨낼 방법을 그가 찾아낼 것이며, 피루스의 계보에 또 다른 천재로써 영원토록 기억되리란 희망. 하지만 타이라니드, 대포식자가 그러한 미래를 삼켜버렸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란 수송선에 태울 수 있을 만큼 시민들과 병사들을을 최대한 많이 데리고 불명예스럽게 행성을 떠나는 것이었다.

다만 희망을 도저히 버리지 못한 장군은 반대편 오크와 힘을 합친다는 미친 발상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