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보고있는건 드레키아에서 보았던 악마와는 달랐다.

다만 비슷한 기원을 둔것처럼 보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오크와 그레친을 두고 비교하는 느낌이랄까.

가만히 있던 컬티스트 한명이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렸다.

그는 제단 위의 공포의 존재를 바라보며 진실된 열정으로 외쳤다.

"슬라네쉬의 이름으로 그대를 환영합니다. 슬라네쉬의 이름으로 그대와 저를 연결...."

컬티스트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짧은 비명과 함께 녹아내렸다.

그 끈적이로부터 피가, 그리고 살점과 뼈 순으로 모든것이 그의 머리위에 생긴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컬티스트들도 마찬가지로, 산채로 녹아내려 걸쭉한 액체가 된 뒤

앞선 컬티스트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일부 컬티스트들은 배신당했음을 깨닫고 도망치려 했으나, 

이 일련의 과정은 속도를 높여 모조리 집어삼켰다.

심지어 인퀴지터가 죽인 시체들도 예외없이 빨려들어가 사악한 살덩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돌들이 더 까매졌습니다"

유르겐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어두운 변색이 점점 더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뜻입니까?"

"저들의 영혼을 내가 흡수중이라는 뜻이지"

매혹적인 목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난 등뼈를 따라 오싹한기분을 느꼇다.

꿈속에서 몇번이고 들었기에, 그것은 끔찍할정도로 익숙했다.

공중에 둥둥 떠있던 살덩이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해가는 형상을 보며, 나는 어둠브리아에서의, 그리고 슬로켄버그에서의 악몽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때보다, 내가 수천배는 더 강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고말이야"

부분적으로 형상화된 입이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매혹적인지, 내 이성이 막지 않았다면 나는 화답을 위한 미소를 지었을것이다.

"따라서 날 워프로 돌려보내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는게 좋을꺼야. 네 옆의 끔찍하고 자그마한 친구를 감안해도 말이지"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겁니까?"

끔찍하고도 자그마한 친구는, 그대로 멜타를 겨눈채 물었다.

지금 이순간 '황제폐하께서 보호하신다' 라는 그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추방하신 뒤에 천년정도는 못돌아올거라 생각했습니다"

"에밀리가 맞는것같군"

영혼석의 빛은 더욱 희미해졌다. 마치 내부의 에너지가 증기화되어 저 흉물을 키우고 있는것 같았다.

"어떻게 돌아올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규칙은 하찮은 것들을 위한것이지"

에밀리는 별거 없다는듯이 말했다.

그리고 유르겐은 멜타의 방아쇠를 당겨 이에 답했다.

하지만 인퀴지터의 볼터탄처럼. 

강렬한 에너지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녀는 유르겐을 향해 비웃음을 내뱉었다.

"이쯤되면 널 죽이라 명령할 필요조차 없었겠는걸"

"그런것 치고는 꽤나 열심히 노력했던것같은데"

나는 우리에게 이점이 될만한 그녀의 격한 반응을 기대하며 말꼬리를 잡았다.

물론 안전한 계획도, 잘 구상한 계획도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여러명에게 통했었고 또한 다른 방법을 생각할 상태도 아녔다.

"난 원하는건 손에 넣고야 말지"

악마는 한껏 꾸미는듯한 몸짓을 했다.

"그리고 내가 손에 넣은건 모두가 나와 같이 놀 이 세계, 슬라네쉬님께 바칠 엘다의 영혼들이지. 

물론 내가 지루할때를 대비한 웹웨이는 말할것도 없고 말이야"

"즐길수 있을때 즐기시지"

나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

결국 내가 할수있는건 싸우는것 뿐이었다.

"유르겐, 내 옆에 붙도록"

유르겐은 고민없이 내 말에 응했다.

그리고 나는 체인소드를 작동시킨뒤 악마를 향해 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