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터들이 원을 이루며 시체 주위에 서 있었다. 모인 자들은 브론드의 17중대 군단병들로, 모두 그들의 중대장과 마찬가지로 붉은 도색이었다. 옛 군단의 푸른색과 흰색 도색의 드레거와는 달랐다.

그들 중 누구도 갑판 위에 쓰러진 채 말라붙은 피로 덮여 있는 있는 전사 형제들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스코랄은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대못이 월드 이터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인간성을 빼앗아 간 것이다.

스코랄은 거인들 사이를 통과하고 시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끔찍한 악취였지만, 그녀는 이미 악취에 익숙했다. 군단병의 피는 인간의 피와 다른 냄새를 풍겼다. 좀 더 강하고 거친 철의 쓴 맛을 풍겼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다른 종이 아니던가.

스코랄을 사알을 알아봤다. 그의 얼굴은 잿빛에 말라붙은 피가 잔뜩 흩뿌려져 있었다. 하지만 입술이 없는 그의 얼굴은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지금도 평소의 짐승은 삐뚤어짐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알은 그녀가 항상 예의주시하던 군단병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그의 죽음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사알의 목은 찢겨진 조직과 피로 난장판이었다. 상처가 너무 거칠고 깊은 나머지 척추가 보일 지경이었다. 목의 상처가 전부인 것도 아니었다. 그의 두 개의 심장이 있을 흉갑에 3개의 구멍이 있었다. 바로 이 상처들이야말로 그를 죽인 원인이었다.

스코랄은 다음 시체로 시선을 옮겼다.

얼굴은 마치 움푹 들어간 피의 구멍이었다. 얼굴로 그를 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해골 앞면이 완전히 파였다. 군단병의 두개골에 이런 짓을 벌인 힘은 어마무시했으리라.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마린의 복부도 무자비하게 찢겨진 상태였다. 상처는 난잡하기 그지없었고 살점 조각이 망가진 덩어리에 매달려 있었다. 스코랄은 이와 같은 상처가 무엇에 의해서인지를 알고 있었다. 체인블레이드.

마치 흉폭한 짐승이 벌인 짓 같았다. 무엇 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다. 물론, 12는 흉폭한 짐승의 군단이 아니던가.

그녀의 시선이 죽은 전사의 왼쪽 손목에 가죽으로 묶여진 세 개의 황동과 뼈로 만들어진 부적에 꽂혔다. 매우 뛰어난 솜씨로 만들어진 해골들이었다. 피의 아버지의 상징. 그녀는 드레거를 올려다 봤다.

'이건 크라스트입니다'

스코랄이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은 드레거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얼굴은 분노와 애통함으로 붉어졌다. 그는 나그라칼리어로 욕을 내뱉었다,

'훌륭한 전사였지,'

브론드가 말했다.

'훌륭한 장교이기도 했고'

'아그리타, 이스트반, 테라에서도 생존했는데...겨우 이곳에서 자기 형제들의 손에 죽어야만 했다니'

드레거가 말했다. 그리고 드레거는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 소리는 험악하고 거칠었으며, 웃음기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싸우다 죽었어'

브론드가 한 쌍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둘 모두 그랬지. 훌륭한 죽음이야. 우리 모두가 바랄 죽음 아니겠나'

'서로 죽인 게 아니야'

드레거가 말했다.

'사알은 크라스트를 절대 쓰러뜨리지 못했을 거야'

'어쩌면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지'

브론드가 말했다. 스코랄이 듣기에 브론드도 본인 말이 믿음이 가지 않는 듯 했다.

'그가 투기장에서 싸우는 모습ㅇ을 봤잖나'

드레거가 말했다.

'그가 전장에서 어땠는지도. 아니. 이 둘은 서로를 죽인 게 아니야. 이들은 같은 부대의 형제들이었어. 이들은 함께 죽었지. 이들은 다른 누군가와 싸움을 벌였던 거야'

스코랄은 사알의 목을 점검했다.

'상처가 제3자가 있었다는 걸 뒷받침 합니다'

스코랄이 말했다.

'제 소견에 따르면 이 둘은 서로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드레거와 브론드는 잠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브론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내놓았다.

'루오크'

브론드가 말했다.

'자네는 그를 떠올렸겠지'

'그가 아닐 수가 있겠나. 누가 크라스트를 쓰러뜨릴 수 있었겠나? 크라스트와 사알을 동시에 쓰러뜨리는 건 둘째치고 말일세'

브론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드레거는 무전망을 열었다.

'루오크, 드레거다'

드레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분노가 담겨 있었다.

'현재 위치를 보고해라'

침묵이 유일한 대답이었다.

'루오크, 형제여, 대답해라. 현재 위치-어디인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드레거는 다시 욕을 뱉었다.

'블러드 프리스트도 이번 일이 루오크의 짓이라 생각하더군'

브론드가 말했다.

스코랄은 깜짝 놀라 위를 바라봤다.

'뭐?'

드레거가 말했다. 그의 목이 브론드 쪽으로 휙 돌아갔다.

'바루다가 이번 일에 대해 안다고?'

브론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여기를 찾아왔었거든. 문제라도 되나?';

'바루다와 크라스트는 형제였어'

드레거가 말했다.

'그들은 보트에서 함께 움직였고, 함께 피의 시련을 통과했지. 그는 복수를 원할 거야. 피를 쫓을 테지. 바루다보다 먼저 루오크를 찾아야만 해'

브론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17중대가 사냥에 함께할 걸세'

드레거는 스코랄을 내려다봤다.

'시체를 처리해라'

드레거가 말했다. 스코랄은 고개를 끄덕였고, 드레거는 몸을 돌려 명령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다른 월드 이터들이 현장을 확보하고 루오크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체와 남은 건 오직 스코랄 뿐이었다.

'신들이시여, 당신 냄새 정말 고약하네요'

스코랄이 사알의 시체에게 말했다.

군단 올드비도 피에 미친 자기편한테 죽어나가던 게 헤러시 직후 월드 이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