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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eviathan Chapter 3-4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26 11: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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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iathan Chapter 3-3 에서


리바이어던(Leviathan)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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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피쿠스 분절(Segmentum Pacificus)

레기움 성계(Regium System)

인커럽티블(Incorruptible) 엑카토(Ekato) 갑판 ~ 하이페리아(Hyperia) 갑판



불티스는 폭발이 함선을 뒤흔드는 순간, 함포 갑판 중간쯤에서 걸음을 멈췄다.

더 많은 경고음이 더 시끄럽게 울리는가 싶더니,

우르렁거리는 천둥소리가 그의 발밑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아포써캐리는 전투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와중에도,

함선이 이런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적의 강제 승선 공격이나 함포 공격 때와는 달리, 지금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아포써캐리는 벽의 정보 단말과 연결해,

장갑복 헬멧과 함선 데이터를 동기화시키고 함선의 현재 상태를 분석했다.


인커럽티블은 벌써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티스는 눈앞에서 쉬지 않고 올라가는 문자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제 승선에 성공한 외계인들은 소수였지만, 예전과 달리 계획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놈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피해를 받아내라고 만든 구조물들은 전부 우회하고,

배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선루(船樓)를 포함, 주요 구조물만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점차 커지는 진동은 이제, 아포써캐리의 발을 계속 흔들고 있었다.

함선은 구조적으로 붕괴하는 중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불티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듯이 허리춤에 있는 샘플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대로면 함선의 모든 게 무너질 거야.

이상한 건 저들이 공격한 부분에 끌릴만한 먹이가 전혀 없었단 말이지."


불티스는 격리 샘플 채집통을 들어 올려 그 안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놈은 더 큰 생명체에 붙어 살아가는 녀석이었다.

그렇다면 일종의 기생충이라 할 수 있었다.

아포써캐리는 좀 전에 자신이 샘플을 이리저리 쑤셨을 때,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타이라니드 시체들의 반응을 다시 떠올렸다.


"넌 대체 뭘까?"


그때 다시 커다란 진동이 함선을 뒤흔들었다.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인커럽티블이 완전히 붕괴할 때까지 몇 분도 남지 않았다.

이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손실이었다.


고대로부터 전해진,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중한 함선뿐만 아니라,

거기에 탑승한 울트라마린들마저 모두 잃어버리다니.


만약 한 시간 전에, 누군가 불티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했다면,

아포써캐리는 그딴 건 어처구니없는 잠꼬대라고 응수했을 것이다.

아포써캐리는 반드시 이 기생충을 가지고, 퇴함해야만 했다.

이건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개체였다.

꼭 적합한 연구실까지 데려가 그 생태를 명확하게 밝혀야만 한다.

이 녀석은 어째서 이 타이라니드 개체들이

이토록 이질적인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알아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터였다.


"타이러스 지대장님."


불티스는 하울링이 계속되는 무전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포써캐리 불티스 입니다.

전 승선용 갑판 하이페리아(Hyperia)로 갑니다.

거기 남아있는 우주선을 이용해 레기움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항로만 제대로 잡아주면 충분히 레기움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통신이 들리신다면 하이페리아에서 합류합시다.

인커럽티블은 파선(破船)되었습니다.

반복합니다, 인커럽티블은 파선되었습니다."


불티스는 헬멧 화면에 함선의 지도를 띄우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빠르게 하이페리아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확인했다.

여기서라면 몇 분 내로 하이페리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포써캐리는 최단 거리로 이동하기 위해 함포 갑판을 횡단하기로 했다.

출구에 거의 다다를 무렵, 그의 귀에 라즈건(Lasgun)과 자동 소총이 뒤섞인 총성이 들렸다.


불티스는 문을 열기 전에 권총을 뽑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포써캐리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생각했지만 문 안의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통로 안에는 타이라니드가 한 마리도 없었다.

그저 다양한 계급의 선원들과 무장 경비병인 보이즈맨들이 뒤섞여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편을 갈라, 상대를 죽일 기세로 사납게 싸우는 중이었다.

바닥에는 사람 시체가 즐비했고, 비이성적인 싸움은 점차 광기로 치달았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은 모두 정신이 나간 사람들처럼 보였다.

불티스가 멍하니 바라보는 와중에도

난폭함이 극에 달한 이들 중 일부는 손에 든 무기를 내던지더니,

짐승처럼 상대에게 뛰어들어 손톱으로 할퀴고 물어뜯었다.

그야말로 야생동물이 따로 없었다.


"멈추시오!"


불티스의 목소리가 헬멧에 내장된 목소리 증폭 장치를 거치면서,

커다란 외침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드잡이질을 계속했다.

선원들은 마치 불티스의 목소리 따윈 아예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불티스가 상황을 정리하는 걸 포기하고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이들의 정신적 퇴행은 더욱 심해졌고,

마치 야생동물인 양 으르렁거리면서 야만적으로 몸싸움을 벌였다.

그들 중 몇몇은 불티스가 다가가자 움직임을 멈추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벌벌 떨며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불티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려움에 떠는 그들의 눈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작은 생명체라는 걸 알아차렸다.


불티스는 다시 이들에게 이성적으로 행동하라고 외쳤지만,

곧, 자신의 힘으로 이들을 되돌릴 순 없으며,

이렇게 시간을 버리는 와중에도 함선의 종말이 쉬지 않고 다가오고 있다는

암울한 현실만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불티스는 이들이 서로 싸우도록 내버려 둔 채,

묵묵히 승선용 갑판으로 달려갔다.


승선용 갑판에는 수많은 타이라니드가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자 모든 타이라니드가 죽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볼트탄에 당한 것 같았지만,

불티스가 연료가 충분해 보이는 소해정으로 다가갈수록,

타이라니드의 시체는 잔인하게 찢어발겨 있었다.

뭔가에 얻어터지고 팔다리가 뽑힌 처참한 놈들의 시체를 보자,

불티스는 조금 전의 통로에서 본 선원들의 싸움이 생각났다.

여기서도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이 타이라니드들도 아까 그 선원들과 동일한 광기의 희생양이 된 것일까?


조심스럽게 시체들을 넘어가던 불티스의 눈에 이 소동의 원인이 들어왔다.

산처럼 쌓여있는 외계인들 시체 무더기 꼭대기에 푸른색 장갑복이 튀어나와 있었다.


함선이 다시 요동쳤다.

이번에는 한 번의 큰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함선이 구조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부서진 강철 조각이 천장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강철비에 얻어맞은 불티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었다.

아포써캐리의 헬멧은 경고음을 내보내며, 해당 구역에서 이상 감압 현상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제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불티스는 발을 헛디뎌 가며, 잔해들 사이로 기다시피 움직였다.

그는 소해정으로 직행하는 대신,

시간 내에 진-시드(Gene-seed)를 안정적으로 채취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바닥에 누운 울트라마린 옆으로 향했다.

불티스가 울트라마린을 뒤덮은 외계인 시체 더미를 옆으로 치우자,

형제의 어깨 장갑 위에 수기로 그린 듯한 독특한 기록이 새겨져 있었다.

그걸 알아본 불티스는 비통한 심정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바라카,"


생기 없는 전사의 손을 붙들고 목 놓아 울던 불티스는

누워있던 시체가 갑자기 자기 손을 꽉 조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불티스는 울음을 거두고 미소를 지었다.


"또 사신을 속였구려, 형제여.

어깨 장갑에 기록을 하나 더 덧붙여야겠소."


불티스는 타이라니드의 시체더미에서 바라카를 끌어냈다.

아포써캐리는 기도문을 읊조리며 가장 가까운 소해정으로 형제를 질질 끌고 가면서,

공허한 우주공간으로 잔해를 쏟아내며 분해되고 있는 인커럽티블이

제발, 자신과 형제가 탈출할 때까지만 버티어 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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