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파 상륙 지대, 샤이탄의 사발

워마스터의 진노

The Warmaster’s Wrath

68챕터의 공격 패퇴는 선 오브 호루스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야망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적시에 도착한 5챕터가 68챕터를 전멸에서 구해냈고, 두 부대 모두 전투 가능한 상태였으며 임페리얼 피스트의 진정한 방어 규모가 드러났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격의 실패로 전략적 염려가 옳았음을 입증한 베렌 애셔라돈은 이제 중대장 회의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권위를 지녔으며 그는 다음 행동 방도를 숙고해 결정하였다. 어떤 전사들은 지금이 전열을 가다듬고 상처를 치유하며 자제할 시간이라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베렌은 그런 전사가 아니라 역경과 고난 속에 태어난 진정한 크토니아의 아들 True Son of Cthonia이었다. 패배와 굴욕에 직면했을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 오직 공격뿐이었다.

하지만 공격한다는 의미는 앙그론의 피에 눈먼 아들들처럼 적의 총구를 향해 맹목적으로 돌격하는 게 아니었으니 선 오브 호루스에겐 사기를 회복하고 자존심을 달래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으며 함대는 침략을 계속하기 위해 크토니아에 거점이 필요하였다. 반역자의 관문과 터미널 아틀라스 근방에 구축된 요새 시설을 감안하면 직접적인 공격은 헛수고일 터였고, 베렌은 대신 프라이시디움 아르크스의 방어와 가리우스의 함정을 피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임페리얼 피스트가 상륙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 군세의 집단 상륙을 감행하기로 한다. 베렌은 스스로 전투 조건을 결정하고 휘하의 우세한 병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충성파를 자신이 선택한 전장으로 끌어낼 것이었다.

베렌은 보르헥 Vorhek산맥이 프라이시디움 아르크스의 대포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산맥 서쪽의 황무지 지역을 택하였다. 이 위치라면 병력을 모으고 직접 진격해 임페리얼 피스트의 요새를 무너뜨릴 수 있을 터였고, 초기에 감행한 도박수보다 느릴지는 몰라도 더 확실하면서 베렌이 반역파 전 대군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가능한 전략이었다. 베렌은 프라이시디움 아르크스를 감시할 경순양함 몇 척만 남겨두고 나머지 함대를 크토니아 외곽으로 이동시킨 뒤 첫 번째 대용량 착륙선 제파를 크토니아 대기권으로 보내었다. 이 넓적한 우주선들은 드랍 포드보단 훨씬 더 느렸지만, 임페리얼 피스트 고정 포대가 위협을 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더 단시간에 상륙시킬 것이었다. 상륙 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보병과 경기갑이 먼저 착륙할 것이었고 말이다. 침공 둘째 날 새벽, 베렌은 공격 개시 명령을 내렸고 선 오브 호루스는 다시 한번 크토니아의 하늘로 돌아왔다.

“용기는 승리가 아닌 고통 속에서 평가된다. 패배를 맛본 적 없는 전사는 쉽게 부서질 수 있는 믿기 힘든 무기일 뿐이다.”

라이온 엘 존슨의 저술 ‘숲의 지혜 The Wisdom of the Forest’에서 발췌

충성파 주둔군 내부에선 반역자들의 상륙에 대한 의견 충돌이 발생한다. 제국군 로드 커맨더 애트리옥스와 그라이아의 아크마고스 노무스는 모두 즉각적인 대응 공격을 촉구했는데, 전자는 첫 교전에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 몫의 영광을 거두고 싶어 했고 후자는 반역파 타이탄들이 행성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고자 했다. 하지만 첫 번째 공격을 격퇴하느라 휘하 병력에 수많은 사상자를 낸 레이븐 가드의 네쓰칼 중대장과 대성전 극초기 전투들의 잊혀진 영웅인 임페리얼 피스트의 컨술 캡틴 아다루스는 장벽 내부에 남을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 베테랑들은 상륙을 불가피한 일로 보고 방어가 뚫리지 않은 상태에서 헛된 일에 힘을 낭비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국 칙령에 따라 크토니아와 행성에 주둔한 모든 군대에 전권을 쥔 이는 바로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였으며 그는 돈이 방어하라고 맡긴 영토에 어떤 상륙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가리우스는 전 병력에 출동을 준비하라 명령했고, 프라이시디움 아르크스와 장벽에는 최소한도만 남긴 채 가용한 모든 전사를 반격에 투입하라 하였다. 반역자들이 첫 번째 공격의 실패로 아직 휘청대는 중인 상황에서, 로드 카스텔란은 자신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고 어마어마한 병력에 맞서 크토니아를 사수해 프라이마크의 눈에 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위험한 희망을 붙잡은 가리우스는 주둔군 전 병력을 소집한 뒤 광활한 황무지를 가로질러 이동하라 명하였다.

반격의 선봉은 머나먼 보르헥 산맥까지 몇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시폰 요격기와 디비시오 아에로나우티카의 썬더볼트 편대들이었다. 지상에선 적과 만나기까지 반나절 정도 걸릴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 중 가장 신속한 부대, 임페리얼 피스트의 랜드 스피더와 세이버 타격전차 그리고 스톰 이글 수송기에 탄 정예 보병대가 뒤따랐고 말이다. 마지막은 제국군 전차 코호트 전부와 임페리얼 피스트 중기갑 그리고 메카니쿰의 나이트와 타이탄이었으며 가리우스는 심지어 그라이아 테크마고스들에게 아직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거대한 워마스터 타이탄 울트릭스 움브라 Ultrix Umbra를 투입하라 요구하기도 했다. 가리우스의 강습에 망치 강타가 되어줄 이 마지막 부대는 전투에 도착하는 데만 최소 하루 이상이 걸렸기에 전 병력이 싸움터에 도착할 때까지 선봉대가 반역파 상륙을 지연시키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지연작전을 위해 침략군의 대규모 착륙선으로 쏜살같이 강하한 충성파 항공기들은 계속해서 몰려오는 청록색 라이트닝과 파이어 랩터 비행대와 맞닥뜨린다. 다수의 궤도상 순양함에서 발진한 이 반역자들은 공군력과 결의 면에서 주둔군과 맞먹었지만, 맹렬한 공중전은 교착 상태만 유지해도 상륙 작업을 방해할 수 있었기에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는 휘하 조종사들이 물러서길 허락지 않을 것이었다. 충성파 선도 부대는 상공이 갑작스러운 폭발과 수직 곤두박질치는 잔해가 뒤섞인 공중 곡예의 발레로 가득한 와중 반역파 교두보에 도달했다. 반역자들은 그때까지 상륙함 6척을 겨우 착륙시킨 참이었는데, 각 상륙함은 1개 중대급 병력을 수송하고 지상에서 임시 요새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대한 함선이었으며 아직은 순조롭게 병력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임페리얼 피스트 랜드 스피더 편대들은 난도질하는 기병 공격으로 수송 병력이 제대로 하선하는 걸 훼방 놓았으며 가벼운 반중력 스피더는 보병이 쉽게 대응하기에는 너무 빠른 존재였다.

충성파는 방어 거점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보병 지원이 부족하고 반역파는 힛 앤 런 공격을 막지 못하는 상황 속에 간헐적인 전투는 그날 아침 내내 계속되었다. 최악의 손실은 진입하는 동안 썬더볼트 전투기들에 손상된 솔라 억실리아 착륙선 알토르-17 Altor-17이 보병 초계 선을 돌파하고 함선 측면에 중성자 레이저 포격을 퍼부은 레이븐 가드 세이버 전차 부대에게 파괴당한 일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손실로 상륙 진행이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역자들은 곧 병력의 상당 부분을 하차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상륙 지대를 보호하도록 자리 잡은 이 전사들은 신속하게 칼과 총으로 된 고리를 만들어 추가적인 습격을 막아내었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 충성파 항공대는 철수했으며 반역자들은 약 500,000명의 보병과 천 대에 가까운 다양한 종류의 기갑 차량을 배치하였다. 베렌은 아직 취약한 타이탄 수송선 중 한 대도 상륙 부대의 일부로 포함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보르헥 산맥 기슭의 황무지는 이제 솔라 억실리아의 거대 상륙선과 전차 코호트들을 성채로 삼고 상대적으로 작은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 스톰버드로 교외 지역을 만든 작은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대규모로 도착한 트루 선은 이번엔 거부당하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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