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디그 광야에서의 접전

속임수와 반격

Feint and Riposte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와 카드레 캡틴 베렌 모두 전면적인 공격을 꺼리고 각자의 계획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크토니아 전쟁은 급습과 소규모 접전으로 이루어진 전격전으로 진행되었다. 이 전쟁은 임페리얼 피스트가 반역자의 관문과 프라이시디움 아르크스 서쪽 방면인 드넓은 예디그 광야를 가로질러 건설한 작은 요새들을 전장으로 이루어졌다. 각 시설은 소규모 요새라 할법했으며 자체적인 성벽과 대포, 그리고 프라이시디움 아르크스의 전략실에 연결된 센서 배열을 갖추어 사실상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의 눈과도 같았다. 반역자들은 이런 고립된 전초 기지를 공격해 칼날을 피로 적시고 충성파의 눈을 가리고자 했으며, 주둔군 척후병들은 이에 대응해 전초 기지를 지키고 크토니아 야생지 속 반역파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싸웠다.

이 전투의 첨단은 둘 모두 기습 공격과 은밀한 매복의 달인인 알파 리전과 레이븐 가드 군단이었다. 인커서스와 휘하 헤드헌터들은 황무지 곳곳을 마음대로 공격하며 보급 수송대와 충성파 순찰대를 치명적으로 손쉽게 매복했고, 때로는 여러 지역에 동시에 나타났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비슷한 수로 반역자의 목숨을 거둔 레이븐 가드의 모르 데이탄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추적과 은신 기술로 많은 반역자 공격대를 은신처까지 추적한 뒤 휴식을 취할 때 학살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 경쟁 군단들을 상징하게 된 투쟁은 인커서스와 레이븐 가드 암살자 카이데스 넥스가 서로의 의표를 찌르고 제거하기 위해 벌인 사적인 전쟁이었다. 최상급 명사수이자 킬러인 둘은 악명 높은 파이-19 전초기지 포위 공격부터 뱀의 아가리에서 벌어진 8일간의 잔인한 매복까지 서로를 추적하며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 한 개 중대가 할 법한 혼란을 초래했지만 어느 쪽도 상대에게 결정타를 가하지는 못했다.

“좋다. 패배도 한 가지 가능성이지. 선 오브 호루스의 베테랑 전사는 진정한 전사다운 극기심으로 그런 가능성을 마주하는 법이다.”

- 베렌 애셔라돈,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의 주인

하나 임페리얼 피스트의 척후 부대인 19중대 골든 그리핀 Golden Griffins과 선 오브 호루스 5챕터의 고강도 강습 카드레 역시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적수였다. 지칠 줄 모르는 아웃라이더들은 빠른 속도로 전초 기지 사이를 오가며 일제 사격으로 반역자들의 포위망을 뚫고 적들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들어 고통을 가했다. 수많은 고립된 주둔지에서는 골든 그리핀의 도착을 알리며 지평선에 번쩍이는 황금빛 빛에 감사를 표했고, 그만큼 많은 선 오브 호루스 습격대장은 엔진의 굉음에 저주를 퍼부으며 신속한 후퇴를 강행했다. 대조적으로, 선 오브 호루스 5챕터의 전사들은 은밀하게 굴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으며 점프 팩을 이용해 황무지를 껑충껑충 뛰어올라 질주하고 모든 강습을 우렁찬 복스 경적으로 알렸다. 일단 경적이 울리면 후퇴하지 않고 죽음만 남겨뒀기에 적들은 그들의 경적 소리가 사형선고임을 알았다.

양측 부대의 전투는 망망대해 같은 황무지 한가운데 섬처럼 자리한 임페리얼 피스트 전초 기지들 사이에서 그 핵심 시설을 장악하고 적에게 뺏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형국으로 진행되었다. 매 속임수에는 적의 반격이 뒤따랐고, 모든 승리는 똑같이 되갚아졌으며 한쪽에서 땅을 얻을 때마다 다른 곳에선 잃게 되어 어느 쪽도 깨지 못하는 피비린내 나는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균형을 무너뜨리고 공성전의 첫 전투들을 장식했던 격노를 다시 불러일으키기에는 미세한 전황 변화만으로도 충분했다.

저 아래서 기다리는 것

That Which Waits Below

위쪽의 평원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전쟁은 아래의 고요한 암흑 속에서도 벌어졌다. 전사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작은 통로부터 소형 차량이 지나갈 정도로 큰 통로까지, 크토니아 전역에 미로처럼 이어진 터널의 범위와 정도는 선 오브 호루스 베테랑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으며 이는 임페리얼 피스트에 대한 전략적 이점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대규모 전사 무리가 지상에서 지하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장소는 거의 없었고, 중장비를 나르는 게 가능한 통로는 더더욱 없었으며 그런 소수의 장소 중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반역자의 관문 아래에 자리한 지하 관문이었다. 선 오브 호루스가 지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장소 중 반역파 상륙 지대에서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현지 유목민 부족들이 교역 중심지로 사용하는 거대 싱크홀, 즉 뱀의 아가리라 불리는 장소가 유일했고 선 오브 호루스는 재빨리 이곳을 점령한 뒤 주둔지를 구축했다.

선 오브 호루스에서 가장 나이 든 베테랑들로 구성된 다수의 정찰대는 터널을 통해 흩어져 옛 소굴과 오랜 과거의 동맹을 찾아 나섰다. 이 크토니아의 아들들은 금세 몇 가지의 주요 사실을 알아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사실은 크토니아에 있는 반역파 세력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행성 지표 아래 깊은 곳에는 최초 주둔군의 잔당이 여전히 숨어 도사렸다. 이미 오래전에 폐품을 뒤져 찾은 무기와 장비로 지상에 대한 비효율적인 급습을 감행하는 겨우 수천 전사로 줄어들어 있었지만 말이다. 그들의 지휘관인 센추리온 보로스 컨 Boros Kurn은 크토니아의 오래된 핵과 가까운 고대의 광산 터널 속 오직 행성 현지인들만 안전한 통로를 알아 충성파가 모험을 감행하지 못하는 소위 폭군의 소굴이라 불리는 장소에 도피처를 마련해 두었다. 베렌은 이 비밀을 주도면밀하게 숨겼고, 휘하 정찰병들이 임페리얼 피스트에게 놈들 바로 발밑에 존재하는 이 어두운 요새를 노출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였다.

비밀 기지를 기반으로 거의 십 년이 되도록 로드 카스텔란 가리우스와 싸워 온 이 저항 세력은 베렌에게 풍부한 새 정보와 요새는 물론, 살아남은 선 오브 호루스와 그들과 함께 싸우는 크토니아 갱단 등 새로운 전사들까지 제공해주었다. 군단병 중 상당수는 지상에서 싸우는 전사들보다 빠르게 제작되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인덕티 전사였지만 가리우스가 생각지도 못할 머릿수를 가지고 있었다. 숨겨진 마을과 요새화된 지하 은닉처는 반역파가 통제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지상에 존재하는 임페리얼 피스트 전초 기지들의 거울상과 같았으며, 위쪽과 마찬가지로 포위 공격을 받고 있었다. 지하 세계에서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존 모르탈리스 교전 훈련을 수료한 임페리얼 피스트 5중대 베테랑 레인저들은 남아있는 선 오브 호루스를 불사르고 지표 아래에 숨은 막대한 인구를 통제하기 위한 임페리얼 피스트의 지하 세계 원정을 이끌고 있었다. 이제 가리우스의 명령에 따라 싸우전드 선의 심원한 권능이 합세하자 지하 세계에 잠복한 반역자들은 강하게 압박당했고, 수많은 도피 요새가 신비로운 불에 타올라 무너졌다.

아크마고스 드레이카박은 싸우전드 선이 휘두르는 힘에 맞서고자 예디그 광야 아래 미궁으로 대량의 보락스 오토마타 떼를 풀어놓는다. 어둠에 구애받지 않고 요술사들의 속임수에도 면역인 이 영혼 없는 기계들은 선 오브 호루스의 숨겨진 지하 요새를 피하도록 설정된 구역 안에 머물며 마주치는 모든 것을 학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한 기를 파괴하는 건 더 많은 기계를 불러들이고 오토마타들을 비인간적인 광란으로 몰아넣을 뿐이었으니, 금속성 발톱으로 된 파도는 결코 지치거나 누그러들 줄 몰랐다. 충성파는 오토마타의 순전한 물량과 싸우전드 선의 워프 불길에도 굴하지 않는 그 철제 발톱에 중화기와 염동방패로 오토마타 떼를 막아낼 수 있는 동쪽 방면의 넓은 상부 갱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충성심도 의무도 없이 움직이는 오토마타들은 죽이고 불태워가며 예디그 광야 아래를 헤집어 충성파를 몰아냈지만, 동시에 어둠 속에 살던 크토니아인들 역시 학살했으니 드레이카박은 승리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그런 대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베렌은 군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사용할 크토니아인의 피를 희생하길 꺼리면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크토니아 유목민이 수천 명쯤 죽어도 무익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