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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파묻힌 단검 - 2장 (3)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7 23: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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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폐하께서 명하노니, 당장 나와라!” 가로는 좌우를 훑으며 어둠 속을 들여다봤다. 그의 강화된 시력이 곧바로 적응하면서 부서진 격실의 어수선한 내부가 선명히 드러났다. 잔해 더미 속에서 누더기를 걸친 채 손목과 발목이 무거운 족쇄에 묶인 호박빛 피부의 한 여자가 보였다. 바닥에 웅크린 여자의 주변에는 쇠사슬이 둘러쳐져 있었다. 지저분하고 흐트러진 외모를 지니고 있을지라도 전사들만의 건장한 몸매를 숨길 수 없는데다, 칼날에 베인 듯한 큰 상처가 턱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민머리에는 부스스한 구릿빛 머리카락이 흩날려 있고, 팔에는 갓 자해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다.


저 여인은 가로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멍하니 벽만 보고는 천천히 몸을 흔들면서 숨죽여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가로는 조준 자세를 유지했다. 저 여자는 위협이 되지 않아 보이지만, 거짓과 반역이 난무하는 전쟁 속에서는 눈 앞의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한다. 전투중대장은 루비오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채로 의심스러운 존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사이커는 발걸음을 아꼈다.


방 안의 공기는 먼지와 땀 냄새로 찌들어 있었다. 나타니엘은 저 여자가 한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을 거라 짐작했으나, 무슨 이유로,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이런걸까? “신원을 밝혀라.” 가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서 뭐하는 건가?”


이 여자는 여전히 가로를 무시하고 있었다. 가로는 고민한 끝에 얼굴을 찡그리며 권총을 다시 집어넣고 한쪽 무릎을 꿇어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자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파각 , 결렬 , 깨어지다.” 여자는 숨을 들이쉬면서 이 단어들을 번복했다. “파각 , 결렬 , 깨어지다.


“무슨 말인가.” 가로는 다시 한번 대화를 시도했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 여인의 얼굴을 만져봐도 반응이 없다. 이내 가로는 여인의 목 위에 새겨진 날개를 펴고 발톱을 드러낸 붉은 독수리 흉터를 보았다.


이 익숙한 상징을 보자 갑자기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이 여자는 공허한 영혼, 퍼라이어이자 전사의 기질을 지닌 자였다. 가로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에 손을 뻗어 입고 있던 때 탄 튜닉을 젖혀 문신이 새겨져 있을 오른쪽 쇄골의 피부를 보았다. 이 부위에는 하이 고딕체로 된 숫자와 글자가 진한 검정 잉크로 줄지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이름, 계급과 식별번호가.


“말리다 지다시안.” 가로가 이 이름을 읽자 여자의 눈빛이 달라졌지만, 다시 의미를 모를 단어만 중얼거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여자를 일으켜 세운 다음, 여자를 묶고 있던 쇠사슬을 끊어냈다. 가로는 지다시안의 등을 밀며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씩 문으로 이끌어 차가운 햇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내보냈다.


루비오는 두 사람이 나오자 뒤로 물러섰다. “아는 사람인가?”


가로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정체는 알았네.” 그는 독수리 흉터를 가리켰다. “침묵의 자매단의 무존재의 처녀다.”


“하지만 말을 하고 있지 않나. 자매단들은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네만.” 루비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런 상태로 여기서 뭘 한거지?”


“그건 나도 모르겠군.” 가로가 인정했다. 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비인가 사이커들을 사냥하는 임무를 맡은 침묵의 자매들은 홀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보다 6명 이상의 사냥조를 꾸리는 전술을 선호했다. 하지만 보행 도시에 여러 명의 퍼라이어들이 있었다면 분명히 루비오가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논리적인 추론은 지다시안이 보행 도시에서 암약하던 반란군에게 붙잡혔다는 것이지만, 그 마저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론이다. 가로는 침묵의 자매단과 함께 이오타 호롤로기에서 조르갈에 맞서 싸웠고, 이들의 용기와 전투 실력은 가로도 감명할 수준이었다. 그런 찬사를 받는 인간들이 이렇게 쉽게 포로로 잡히지는 않을 터인데, 지다시안의 아득하고 공허한 눈빛과 감정 없는 표정을 보아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도 학대당했을 것이다.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 가로가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해야지.” 말카도르가 말했다.


인장관의 지팡이가 금속을 때려 울리며 무너진 벽을 따라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항상 지켜보고 계시지.” 루비오는 가로를 곁눈질로 보며 속삭였다.


가로는 입술을 오므리고 로브를 두른 인물을 응시했다. 전투중대장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텔레파시로 행성을 가로질러 이 위치로 투사된 환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분의 존재는 여전히 위압적이다. 그는 냉담한 말로 이 감정을 가리기로 했다. “섭정 각하. 다른 사람들처럼 복스 채널을 쓰면 되지 않습니까?”


“이 방법이 더 빠르다.” 말카도르가 답했다. “더욱 정확한데다, 내 명령이 기발하게 해석될 일도 없지 않느냐.” 그가 무너진 성벽 발치에 멈춰 서자, 잠시 환상이 흐릿해지다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가로는 여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퍼라이어의 공허감은 인장관의 환영에 영향을 끼칠 만큼 강력했다.


“저 자매분은 죽었다.” 말카도르는 풀려난 포로를 살펴보며 말했다. “최소한 다른 자매들은 그렇게 믿고 있지. 이 여인은 썬더 베인 카드레의 마녀 추적 단원이며, 명부에는 반년 전에 수성의 궤도 기지에서 벌어진 학살로 사망한 걸로 추정되는 실종자로 기록 되어있다.”


“여기서 이 분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예상은 하셨습니까?” 루비오가 물었다.


“그건 예상 못했구나.” 말카도르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 건 드문 데다, 이렇게 빨리 다른 인원을 찾을 줄은...”


“다른 인원 말입니까?” 가로는 이 말을 놓치지 않았다.


인장관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것을 내뱉은 듯 후드 속에서 인상을 찌뿌렸다. 하지만 가로는 말카도르를 잘 알고 있었다. 이분은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말하셨다. “비슷한 상태로 발견된 인원들도 있었다.”


“얼마나 많습니까?”


말카도르는 루비오의 질문을 듣지 못한 듯 말을 이어갔다. “이런 복잡한 시기에는 부차적인 문제로 인해 적들의 이목을 끌어서는 안된단다.” 그는 가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타니엘. 이 마녀추적단원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거라. 좌표는 암호화된 데이터 채널로 보내주마.” 인장관은 루비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보행 도시가 안전한지 확인한 후 떠나게. 조만간 너와 다른 기사단원들을 위한 임무를 내려주겠다.” 말카도르는 돌아서서 다시 경사로를 걸어 올라갔다.


“이곳에 실제로 계신 것도 아닌데, 어째서 걸어가는 겁니까?” 가로가 그를 뒤쫓아 물었다.


“내가 환영처럼 사라진다면...” 후드를 쓴 인물이 무너진 벽의 꼭대기에 다다르자 살며시 웃으며 사라져갔다. “너무 극적이지 않겠느냐?”






“정말 성가시군.” 후드를 쓴 인물을 보고 있던 루비오가 말했다. “날이 갈수록 문제가 복잡해지는 마당에, 인장관께선 역시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구만.”


“말카도르님은 계략으로 가득 찬 분이시지.” 가로가 말했다. “그분에게 무언갈 기대한다면 실망만 할 거야.”


루비오의 대답이 입술까지 올라왔지만, 자신의 말을 삼켰다. 가로의 말은 어느정도 맞지만, 독수리의 길에서 윈터가 죽음을 택하기 전 인장관이 했던 행동에 대한 기억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때 루비오는 말카도르의 진실을 극히 일부만 보아도,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다.


가로는 무너진 광장 저편에서 배런과 다른 기사단원이 다가오는 걸 보고 손을 휘두르며 신호를 보냈다. “그럼 명령을 받았으니, 자네가 단원들을 이끌게.”


“월드 이터 중대장께서 좋아하지는 않을텐데. 나보다 높은 계급을 지니고 계시니 말일세.” 루비오가 말했다.


“이젠 아니야.” 가로는 갑주의 희미해진 표식을 두드렸다. “말카도르가 말한 대로 하되, 재빨리 하도록.”


“다른 임무라?” 루비오는 가로를 향해 눈을 굴리면서 시야 한구석에 있는 지다시안이라는 여인을 조심스레 보았다.


가로는 풀려난 죄수를 살펴봤다. “왜 인장관께서 이 불우한 여인을 다른 퍼라이어에게 돌려보내지 않는걸까? 이 여인의 생사를 침묵의 자매단에 알리지 않을 거라 장담하네.”


“이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말카도르는 마녀추적단이 혼란에 빠질 상황을 우려하거나, 호루스의 침공에 대처하는 데 집중하기를 바라는 걸까? 영혼 없는 자들에 대한 루비오의 개인적 혐오는 제쳐둔다면, 침묵의 자매단은 황제를 섬기는 아군이며 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건 내키지 않았다.


가로의 허리띠에 달린 오스펙스 장치에서 알림음이 흘러나오자 그는 장치를 흘끗 보며 데이터를 읽었다. “그분의 말대로군. 극지방의 방사물 폐기장이라... 이동 수단이 필요하겠네.” 그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루비오를 노려보았다. “이곳을 수색하게. 누군가는 이곳에 포로가 있다는 걸 알테니 생존자들을 찾아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 어째서 지다시안이 수성에서 굉장히 먼 곳인 보행 도시까지 왔는지 밝혀내고 싶네.”


“말카도르께서 수사를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네만.” 루비오가 말했다.


“알지만 한번 해보게.” 가로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루비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작은 거역을 행했다. “저 여인의 흔적을 어디까지 따라가야 될까?”


가로는 중얼거리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녀를 데리고 갔다. “우리가 깨달을 때까지. 찾으면 알 수 있을거야.”






또또또 하는 번역 핑계:


캐릭들 말투 왜이럼?


배런은 전직 월드이터 중대장이었으니 띠껍고 성깔있게, 루비오는 내가 생각하는 라이브러리안의 이미지 때문에 틀딱 같은 말투로, 아이슨은 젊은이라고 불리니 살짝 공손하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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