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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이퍼 : 폴른의 군주] 2-2. 북부 구역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21 14:43:27
조회 510 추천 20 댓글 6
														

황궁 북부의 경계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4만 년 동안 쌓인 오염의 독성이 눈송이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눈은 황궁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보이드 쉴드와 입을 맞추며 순식간에 증기로 화해 빛을 발한다. 에너지로 구성된 돔 안에서 불길이 타오른다. 낡은 탑과 마을 크기의 거리로 구성된 거리들이 폭동과 화염의 손에 떨어졌다. 아뎁투스 아르비테스 산하의 중재관들과 아스트라 밀리타룸 연대들이 대부분 지역을 봉쇄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고, 앞으로 몇 시간 안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훨씬 많은 수가.


방패로 짜인 돔 너머, 미사일과 항공기들이 폭발하며 섬광이 번쩍인다. 섬광 속에서 운송 왕복선이, 폐기물 바지선이, 화물선들이 죽어간다. 황궁에 도착하게 되면 안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을 항공기들이다. 어리석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절망은 모든 영혼의 감각을 무효로 돌려놓을 수 있으니까. 요격 편대들은 제 임무에 충실하다. 일부 항공기들이 방어망을 뚫지만, 그대로 방어 포탑이 그들을 하늘에서 찢어버린다. 고작 소수만이 살아남는다. 아마 여기까지 이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뒤엉킨 탑과 불타는 건물 사이로 살아남은 항공기들이 추락한다. 새로운 화염이 더해진다.


다크 엔젤의 고궤도 강습이 시작되었고, 누구도 네 개의 티끌이 밤하늘을 가로지름을 알아채지 못한다. 두 기는 작고 구부러진 날개가 달린 포함이다. 각각 16명의 다크 엔젤이 탑승하고 있으며, 축복받은 무기를 들고 맹세를 바친 뒤 임무에 나선 전사들이다. 그 옆에 검은 골조로 빚어진 제트 전투기 두 기가 날아든다. 네 기의 함선이 테라의 궤도 방어선의 저지 영역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옥좌성의 수호자들은 지금 짓눌렸고, 방어선은 무너진 상태다. 이런 이점을 가졌음에도, 조종사들은 여기까지 오기 위해 극한의 기예를 발휘한 뒤다. 포격 격자 사이로 춤을 추듯 움직이고, 디코이들을 항로에 뿌려대며, 스캐너 체계의 음지를 찾아 날아든다.


- 배치 구역 진입, 최종 연소 개시.


선두에 선 포함의 조종사가 복스 교신을 보낸다. 네 기의 함선들이 마지막으로 엔진을 연소한다. 길고 푸른 불기둥이 어둠과 대기권을 뚫고 목표 구역을 향해 나아간다.


- 이클립스 프로토콜 개시.


다음 순간, 엔진이 꺼진다. 가장 기초적인 조종 체계를 제외한 모든 시스템이 차단된다. 지금 그들은 비행이라기보단 추락에 가까운 상태다. 네 개의 금속 파편들이 어머니 지구의 중력에 이끌리는 것이다. 재진입 상태에 돌입하며 솟은 불길이 금속 덩어리들의 위를 감싼다. 인간도, 기계도, 그저 별처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네 덩어리의 불타는 파편으로 볼 뿐이다.


선두 포함의 선체 내에서 모르다치는 용서의 애가를 머릿속으로 읊조린다.


“내 검으로 속죄를 얻을 것이요…”


마음이 가라앉는다. 모르다치는 자신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참 기이하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내 속죄로 명예가 다시 태어날 것이니…”

- 주 위협 구역 진입.


조종사가 복스를 통해 보고한다. 포함의 엔진이 침묵하며, 그의 목소리도 따라 조용해진다.


- 목표 시야 확보.


모르다치는 어스름한 투구의 시야를 통해 그의 형제들을 본다. 다섯 명이고, 이너 서클에 속한 고참병들이다. 데스윙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본디 군단의 비밀을 안다. 이번 임무를 위해 이들은 그들이 속한 분서가 착장하는 백골빛 터미네이터 갑주를 두르는 대신, 모든 문양과 상징을 뜯어낸 흑녹색의 갑주를 두른 뒤다. 짙은 갈색 두건을 뒤집어쓰고 자기 무장을 응시하는 그들은 숙명을 진 전사라기보다는 참회하는 이들처럼 보일 지경이다. 모르다치의 마음 한구석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 저들이 품은 생각을 듣고 있다. 두려움을 모르지만, 그들 모두가 더 나쁜 것을 들려주고 있다. 수치심이다.


- 목표 근접 중.


선도기의 조종사가 다시 호출한다.


- 직전, 직전, 직전.


미래와 현재의 사이는 시간이 맥동할 때마다 좁혀진다. 황궁, 그리고 황궁을 감싼 보이드 쉴드가 이제 그들 아래 펼쳐져 반짝인다. 이 속도라면 그들은 흡사 매크로 포가 토해낸 포탄처럼 방어망에 부딪혀 공중에 번지는 섬광이 될 것이다.


- 전 기체, 엔진 연소! 최대 출력!


추진기와 제트 엔진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포함과 전투기들이 급강하 속에서 같은 고도를 누빈다. 모르다치를 꿰뚫는 중력 가속도는 평범한 인간을 죽이고도 남는다. 순간 모르다치가 의식을 잃는다. 아주 잠시, 그는 이 세상에 속하는 동시에 속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저 떠다닐 뿐… 육신과 정신 모두가 자유로이 낙하하는…


순간 셀 수 없는 목소리들이 그의 두개골 안을 폭풍처럼 휩쓸며 채운다. 저 아래 펼쳐진 세상 속에서 목소리가 틀려온다. 손을 뻗어 그를 끌어안으려 한다. 그를 말살하기 위해.


황금 옥좌시여…


온 은하를 빛낼 정도로 강대한 정신…


산 자의 영혼을 먹는 자…


다시 세상이 돌아온다. 다크 엔젤의 항공기들이 황궁의 보이드 쉴드 껍질을 꿰뚫는다. 실험적 기술이 거짓의 망토를 흩뿌려 그들이 나아가는 길목을 비출 오스펙스 감지기를 속인다. 황궁을 덮고 있는 보이드 쉴드는 거의 마일 너비의 에너지 돔이 겹친 형상이고, 투석된 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이 방어막을 뚫을 수 없다.


- 결각 지점 확인.


제트 전투기 조종사 중 한 명의 목소리다.


- 방위 0-9-1, 전기 항로 변경하라.


다크 엔젤의 항공기들이 가속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지금 조준하는 지점은 죽어가며 추락하고 있는 화물 예인선이 내리꽂힐 대지다. 길이만 300야드에 달하는 예인선은 불타는 금속으로 뒤덮여 있고, 추진기는 어떻게든 함선을 하늘로 돌려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화염을 토하고 있다. 다크 엔젤들이 가까이 다가간 순간, 방어 포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예인선을 향해 날아든다. 함선의 옆구리에서 흡사 거대한 거품처럼 불꽃이 피어난다. 상처 입은 함선은 뒤흔들리며 파편을 토해낸다. 그리고 다크 엔젤의 항공기 네 기는 그 그림자 속에 숨는다. 불타는 금속 파편이 날개에 부딪힐 때마다 동체가 뒤흔들린다. 예인선이 보이드 쉴드 돔과 그대로 충돌한다. 신음하듯 뻗친 폭발음이 밤하늘을 뒤덮는다. 벼락이 번쩍이고, 보호막은 순간 거품이 터지듯 꺼져 나간다. 잔해가 황궁을 향해 추락하고, 보이드 쉴드는 재점화 단계에 들어간다. 다시 폭발하며 천둥이 밤하늘을 찢는다.


- 전기, 칼끝 대형으로, 최대 속도로 강하.


다크 엔젤의 항공기들은 일사불란히 움직여 죽어가는 예인선을 따라 급강하했다. 조종사들의 눈에 서로의 계기판 조명이 비칠 정도로 가깝게 붙은 뒤다. 예인선의 선체 조각이 기체를 스치며 추락한다. 뚫린 보이드 쉴드가 뿜어낸 폭발의 파동이 기체들을 감싼다. 선두 포함의 어둠에 잠긴 선실 속에서 모르다치는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저 멀리의 목소리를 떨쳐낼 수가 없다.


그리고 네 기의 항공기는 모두 방어막을 구성한 돔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다. 예인선의 잔해를 끝까지 따라붙은 그들은 예인선이 건물에 부딪혀 밤하늘로 파편의 분수를 쏘아내기 직전 이탈한다.


- 착륙 지점 확인. 우선 표적 조준. 발사 명령 바람, 사서 형제.

“진행하도록.”


모르다치가 답하고, 다음 순간 제트 전투기의 날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 미사일의 표적은 방어 포탑, 감지탑, 그리고 통신 안테나들이다. 이미 황궁 전체가 화염에 휩사인 이상, 이것들은 고작 불씨를 뿌리는 데 불과하다. 하지만 황궁 오스펙스에 아주 작지만, 활용할 수 있는 맹점을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항공기 넷이 탑과 성인의 조각상 사이를 스치듯 움직인다. 흡사 검의 달인이 휘두르는 검처럼 정교한 기술로 조종사들이 움직인다. 그들은 매우 뛰어나다. 화이트 스카나 레이븐 가드에 그들과 견줄 사람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첨탑 꼭대기를 지나칠 때마다 추진과 활강 사이에서 춤을 추며, 날개 끝을 정교하게 돌리며 균형을 잡는다.


하지만 그들은 미처 미사일 어레이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낡은 보루의 뿌리에 자리 잡은 미사일 어레이의 자율 무인 오스펙스가 제트 전투기 하나를 발견하고 그대로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사일은 순식간에 전투기의 날개 절반을 찢어버리고, 조종사는 반응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 제트 전투기가 그대로 스핀 상태에 빠지며 성당과 탑 사이의 협곡을 따라 불타오른다.


- 여기 네필림 알파…


조종사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명확했다.


- 치명적 피해 발생. 반복한다, 치명적 피해 발생. 비행 통제력 상실.


모드다치는 그 뒤의 침묵을 읽는다. 그리고 그의 정신이 포함과 불타는 전투기 사이를 따라 움직여 조종사와 접촉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않나, 형제여.+


조종사의 정신에 대고, 모르다치가 말을 건넨다. 레이븐윙 소속의 기사인 조종사는 이 순간이 지나면 탈출도, 생존도 불가능함을 알고 있다. 챕터를 위해 그가 바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는 그들이 여기 있었음을 밝혀낼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뿐이다. 사실, 그는 자신이 여기서 죽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수많은 적과 하늘 위에서 전투를 벌이다 죽으리라 생각했지만, 자기 손으로 제국의 옥좌성 위에서 죽음을 택해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거듭해서 경고음이 울부짖지만, 그 사실이 조종사를 침묵하게 만든다. 모르다치는 유령처럼 스치는 조종사의 정신을 느낀다. 얼음처럼 차갑다.


- 사자를 위하여…


조종사는 속삭이고서 그대로 연료와 무장을 수동으로 통제하기 시작한다. 스핀 상태에 빠졌던 전투기는 다음 순간, 지면에 닿기도 전에 하얗고 뜨거운 폭발의 구체로 화한다.


모르다치는 죽음을 택한 조종사의 마지막 생각을 머릿속에 담아낸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그 생각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남은 항공기들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눈앞에 청동제 돔이 탑들 사이로 다가오고 있다.


- 돌파 지점 확인.


포함 조종사의 목소리는 그의 동료 전대원이 죽음을 택하기 전처럼 차갑고 평온했다.


- 포격 개시.


세 기의 항공기가 일제히 미사일을 쏘아내며 돔의 껍질을 그대로 짖어낸다. 플라스마와 라스캐논 포격이 이어지고, 그대로 석재와 금속이 무너져 내린다. 상처가 넓게 패인다.


- 충격 주의!


두 척의 포함이 돌파구 사이로 돌진한다. 추진기가 토염한다. 순식간에 최대 속도에서 정지 속도에 가까우리만큼 급격한 감속이 이른다. 그 결과 기체에서 조각들이 떨어져나간다. 추진기의 들보가 돔 안에서 사실상 멈춤목 역할을 한다. 살아남은 제트 전투기가 돔을 선회하며 그들이 감지되었는지 살핀다. 그랬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세 기의 항공기가 돔 안의 어둠 속으로 안착한다. 추진기가 멈추자, 돔 안에는 이제 침묵이 내려 저 위에서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릴 뿐이다. 이 돔은 황궁 내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건물 중 하나이다. 한때 원형 극장을 덮고 있던 돔이었지만, 그 용도는 이미 먼 옛날 폐기된 지 오래다. 수 세기에 걸쳐 쌓인 먼지가 안개처럼 대기를 메운다.


- 오스펙스 탐지 결과, 저희는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선도 포함의 조종사가 입을 연다. 선실의 다크 엔젤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모르다치가 고개를 든다. 그의 정신은 이 공간의 방과 복도를 날아 먼지로 뒤덮인 조각상을 지난다. 잊힌 문을 넘어 유령처럼 나아간다. 그의 정신이 닿은 몇몇 병사들과 제조 장인들의 생각에서 혼란이 들린다. 황궁의 이 부분에는 거의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르다치가 다시 자신의 감각을 끌어당긴다.


두개골 안에, 고통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저 밖, 황궁의 석재와 금속 골조를 넘어, 거대한 존재가 그의 정신을 내리누른다. 너무도 잘 알고 있던 것이지만,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더 끔찍하다. 이곳은 황제가 착좌한 황궁이고, 모르다치는 지금까지 대지를 밟아 온 사이커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의 그림자 안에 발을 들인 것이다. 별들 사이로,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에 속한 사서들은 무시무시한 능력을 갖춘 존재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의 정신은 그저 지옥의 바람에 휘날리는 촛불에 불과하다.


- 괜찮나, 형제여?


나리엘이 개인 회선으로 물어 온다.


황금 옥좌시여…


모르다치는 억지로 입을 벌리고 말을 꺼낸다.


“적어도 4마일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네. 황궁은…”


입 안에서 쇠맛이 느껴진다. 모르다치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잠시 멈춘다.


“황궁은 혼란스러운 상태일세. 오래 가진 못할 거야. 움직여야 하네.”

- 그대의 뜻대로, 형제여.


나리엘이 복스 회선을 전환한다.


- 전 부대, 즉시 배치 후 움직인다.


포함의 해치가 열리고, 침묵에 잠긴 어둠 속으로 다크 엔젤들이 흘러내리듯 움직인다. 검을 뽑아 든 모르다치도 그들과 함께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포함의 승강로와 해치가 닫힌다. 포함의 동체에 장착된 무장이 어둠을 쓸어내리기 시작한다. 모르다치는 자신의 마음과 신경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서, 흡사 사막에 작열하는 태양처럼 워프 속에서 타오르는 황금 옥좌의 포효를, 그리고 황제의 존재감이 주는 무게를 느낀다.





다크 엔젤의 앙증맞은 장난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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