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스에서의 첫날 밤이 찾아왔다.

카르칼은 에버시티가 보이는 쓰레기 더미 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천막촌의 밤은 비명소리와 총격와 노호성으로 가득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겨우 아침을 맞은 그는 정처없이 거리를 떠돌다 빵을 굽는 트럭을 발견했다.

모여든 인파 속에서 '자르팔(Zarpal)' 혹은 '맹세단(orders)'이라는 이름이 오가는 것을 듣는 둥 마는 둥, 절망과 굶주림으로 무모한 용기를 얻은 카르칼은 결국 빵을 집어든 다음 빠르게 골목으로 뛰기 시작했다.

겨우 한입 베어물었을 때일까, 누군가가 자신의 다리를 거는 것을 느끼며 카르칼은 넘어졌다.

험상궂은 남자가 그의 손을 밟고 카르칼에게 말했다.

'이 도둑놈 쓰레기야, 한번만 더 내 영역에 들어오면 눈을 뽑아버리겠어'

카르칼이 빠르게 대답했다.

'저기 죄송합니다. 어제 도착해서 배가 고팠어요, 저는 리치스타 가문의 초상화를 그리던 화가입니다.'

'리치스타 놈들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남자가 카르칼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네놈, 이름이 뭐야?'

'카르칼입니다.'

'똑똑히 들어, 카르칼. 난 네놈들같은 도둑놈들에겐 이제 질렸어. 알겠냐?'

'자르팔 님께서 절 여기로 보내셨어요'

의외로 그 이름이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었던지, 남자가 곧바로 카르칼을 놓아주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줬다.

'이런, 미안하게 되었군. 자르팔 님께서 보내셨다니, 진작 말했으면 좋았을걸'

'맞아요. 괜찮아요 괜찮아. 무슨 말인지 이해됩니다. 요즘은 다들 굶주리니 말이죠'

'그래 맞아.'

남자가 우주항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도둑들이 점점 더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아무도 단속조차 안하지.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단 말이야.'

'그렇지, 저도 알아요'

카르칼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 그리고, 자르팔 님이 당신을 칭찬하라고 하셨어요'

'그분께서?'

그 남자가 말했다.

'내게?'

'당신 이름이 뭔가요?'

'함마(Hamma)야'

길거리의 조명이 그 남자의 금속 송곳니를 비추는 것을 보며 카르칼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대단하신 분이시지'

카르칼이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돌아섰다. 정말 운이 좋은것 같았다.

'저기 잠깐만' 함마의 말에 카르칼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함마는 카르칼에게 박치기를 가했고, 카르칼은 맥없이 쓰러졌다.

함마가 다시 그를 거칠게 잡아들고 말했다.

'그래, 카르칼 말해봐. 내가 그놈의 머리통을 날렸을 때, 자르팔이 네놈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말이야. 뒈진 놈들 사이에서 살아나기라도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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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해놓고 조용히 또 생각해보니

이 자르팔이라는 작자는 컬티스트인것 같은데..

카르칼의 이야기는 어쩌면 굶주림때문에 카오스 컬트에 물들어버리는 이야기 아닐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