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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이퍼 : 폴른의 군주] 5-2. 암흑 감옥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5 10: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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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카론이 달리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 빛이 비명을 지른다. 암흑 감옥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발밑에서 진동한다. 중력의 방향이 바뀌고, 그의 오른편에 있던 벽이 이제 바닥이 된다. 하지만 헤카론은 잠시의 중단도 없이 발걸음과 균형을 비튼다.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출입문의 잔해다. 차가운 철과 아다만티움의 합금으로 빚어진, 반 야드 가까운 두깨의 원판이다. 벽에 3피트 가까운 깊이로 박힌 볼트로 폐쇄되어 있던 문의 잔해는 이제 통로 벽에 달라붙어 있고, 금속은 벗겨져 돌과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부서진 문 너머, 불빛에 비친 그림자가 어렴풋이 헤카론의 시야에 닿는다. 손에 쥔 수호자의 창이 벼락을 뿜으며 빛난다. 원자 단위로 주조된 부드러운 강철의 호가 창날을 그린다. 단조된 순간, 비밀스러운 그 이름들이 칼날에 새겨진 뒤다. 자루에 결합한 총신에 장착된 탄환들은 은빛이다.


헤카론이 폐허가 된 문 너머로 뛰어넘은 순간, 중력이 천장을 쓸어올린다. 다음 순간, 그림자가 그를 목도한다. 인간의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이름은 없다. 형체도 없으나, 헤카론의 시야에 그것이 닿은 순간 놈은 그의 심중에서 형상을 훔친다. 텅 빈 어둠은 녹아내린 쇳덩이 껍질이 된다. 푸른 불꽃의 눈이 얼굴 골격에서 열린다. 기계로 된 팔이 널찍이 펼쳐지고, 발톱이 벽을 긁어내며 불꽃을 튀긴다. 헤카론은 놈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순간 중력이 뒤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놈은 빠르지 않다. 어떤 의미로는 전혀 움직이지도 않은 채다. 다만 아까 그 자리에 있지 않을 뿐이며, 지금은 발톱으로 헤카론의 목을 휘감았을 뿐이다.


헤카론의 갑주가 비틀리며 비명을 지른다. 벽이 바닥이 된 순간 헤카론은 힘차게 걷어차며 몸을 비틀어 자유를 되찾는다. 벼락에 휩싸인 창날이 불타는 강철과 마주한다. 빛과 어둠이 뒤바뀐다. 이름 없는 존재가 몸을 비틀며 붉은 구름으로 들끓는 형체가 드러난다.


헤카론이 착지한 순간, 창은 이미 새로운 형체를 취하고 있는 놈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이제는 그저 거대한, 부서진 돌과 검은 얼음이 뒤엉킨 덩어리의 형상이다. 헤카론의 창이 그것을 뚫고 들어간 순간, 돌풍에 휩싸인 연기처럼 놈이 쪼개지고 갈라진다. 놈이 다시 헤카론을 덮쳐든다. 헤카론을 감싸고, 찢고, 뚫어버리려 든다. 금색과 흑색을 띤 그의 갑주가 놈의 표면에 돋은 면도날같은 형상과 스칠 때마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헤카론은 놈의 손길로부터 파멸에 대학 약속을, 자유에 대한 주림을 느낀다.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는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한순간, 헤카론은 자신이 걷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말이 그저 타오르던 집에서 꺼내진 유아의 울음뿐이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 기억을 더듬으며 쓰러진다. 그 순간과 감각을 헤카론은 그냥 보내버린다.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근육과 갑주가 완벽한 조화 속에서 파문을 일으킨다. 유리 파편의 구름을 빚어내며 놈이 헤카론에게로부터 폭발하듯 떨어져 나간다. 헤카론의 창이 그대로 호를 그리며 놈을 관통한다. 물질은 빚어지지 않는다. 벼락이 새로운 형태를 취하려 버둥대는 놈을 그대로 관통한다. 헤카론이 허리띠에서 장치를 하나 꺼낸다. 암흑 물질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20면체다. 놈은 그것의 정체를 알고, 무슨 의미인지도 안다.


마지막으로 포효하며 놈이 헤카론에게 날아든다. 헤카론은 검은 장치를 놈에게 던진다. 그리고 검은 장치는 그대로 차원을 가로질러 펼쳐지며 놈과 마주한다. 빛이 뒤틀린다. 거리가 확장된다. 통로는 영원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리고, 그 안으로 모든 것이 붕괴한다. 놈은 완전히 접혀버린 채, 그대로 그 안으로 삼켜진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검은 20면체가 그대로 통로 바닥에 떨어진다.


헤카론은 그 20면체를 집어 들며 이미 암흑 감옥의 부서진 미로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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