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먼은 대표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것(=프라이머리스 마린)이 내가 그대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나의 군주들이여. 만 년 전에 내려진 명령의 결실은 모든 면에서 그것을 뛰어넘었으니, 대성전 이래 주어진 바 없던 강대한 힘이 지금 우리 손에 쥐어졌다.

황제께서는 꿈이 있었다. 모든 인류를 평화와 번영의 가치 아래 한 데 모으는 것, 모든 인류가 외계종의 두려움이나 어둠의 신들의 갈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그것이었다.

내게는 두 번의 삶이 있었다. 첫 번째 삶에서, 나는 순진했었다. 나는 이 은하의 진실을 보지 못했고, 우리가 기거하고 있는 이 은하가 전체의 부분일 뿐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영혼의 전쟁이 육신의 전쟁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 무지로 인한 댓가를 나는 숱하게 치러야만 했느니라. 그 무지의 여파는 나로 하여금, 내 형제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구하기보다는, 호루스의 이단이 남긴 잔해에서나마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보전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내 노력의 부족으로 인해 인류가 고통받고 있음을 깨닫고 돌아왔노라.

이에 대해 그대 모두에게 겸허히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내 이 자리를 빌어, 그대 모두에게 맹세하겠노라. 나는 실수를 바로잡고, 나의 과오를 속죄하겠노라.

지금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연연할 때가 아니며, 우리가 잠깐이나마 머물렀던 황금기에 대해 비탄할 때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단지 보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진보를 위해 전진할 수 있는 시간이 도래했다.

우리가 더는 무너져가는 박물관의 겁에 질린 쥐떼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공포의 시대가 도래했고, 투쟁의 시대에 버금가는 두려운 밤이 우리에게 내렸지만.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빛나노니*, 우리는 이겨내리라!

암흑을 몰아내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것이다.

바로 어제의 것이 아니라, 십 년 전의, 천 년 전의 , 심지어 황제께서 그대들 곁을 거닐던 때의 권리도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이전, 인류가 은하를 지배하던 시절, 적들 모두가 두려워하던 위대한 기술 시대의 것을, 평화와 번영이 있었던 시기를, 내가 그대들에게 되찾아 주겠노라!

황제께서 홀로 이루실 뻔 했었던 과업을, 우리가, 그대들과 내가, 함께 다시 한 번 이루어내리라!

테라는 무장되었다. 우리의 함대는 집결했다. 제국의 적들에게 두려움을 깨우치고 우리의 암흑기가 끝났음을 알려라.

은하계를 다시 정복할 때가 도래했다."

*각주:light in the darkness. 요한복음서 1장 5절의 "The light shines in the darkness, but the darkness has not understood it."에서 유래한 관용어로, 악에 의해 선이 박해받더라도 결국 선은 승리할 것이며, 악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