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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이퍼 : 폴른의 군주] 5-2. 암흑 감옥 (3)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6 16:45:27
조회 451 추천 14 댓글 5
														




내가 그의 수용실에 갔을 무렵 아즈카르는 이미 자유로운 상태다. 복도를 따라 불이 번지는 중이다. 초자연적인 녹색과 오렌지색이 뒤엉킨 화염은 흡사 홍수에 뒤엉킨 잡초를 연상케 한다.


“네놈,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지. 아닌가?”


아즈카르는 인사 삼아 나에게 으르렁거린다.


“전혀 몰랐다.”


나는 대꾸한다.


“다른 형제들을 풀어줘. 시간이 많지 않다.”

“이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아즈카르의 목소리에 선명하게 분노가 엉겼다.


바카리엘 역시 이미 자유로운 몸이다. 우리는 한때 그의 수용실이었던 크레이터에서 그를 발견한다. 푸른 화염이 찢긴 금속과 반쯤 녹은 돌에 달라붙은 채다. 그는 거기 서 있다. 커스토디안이 바카리엘에 입힌 질긴 의복이 바람에 흩날리듯 한다. 그의 맨손 위로 푸른 불덩어리가 춤을 춘다. 우리를 향해 그가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은 어두운 구덩이나 다름없다. 그 안에 어떤 인식도 찾을 수 없다.


“태양은 없으되, 그 눈, 그 안의 눈…”

“형제여, 우리일세.”


나는 잠시 멈춘다. 더 다가가지는 않는다.


“우릴 알아볼 수 있겠나, 바카리엘?”

“밤과 낮, 검은 태양, 불타는 달…”

“제 신들에게 가버렸군.”


아즈카르가 다시 으르렁거린다.


“그냥 내버려 둬. 시간이 없다.”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카리엘, 우릴 보게.”


내 목소리는 평온하고 침착하다.


“우리는 자네 형제일세. 여기 왔어. 우리에게 돌아오게.”


바카리엘은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휘젓는다.


“형제들이여…”


그가 입을 연다.


“내가 태어난 곳, 어둡고 깊은 푸른 숲, 야수들이 노니는 곳. 위대한 자들이 사냥을 펼쳤던 곳. 갑주를 두른 위대한 자들… 드높은 탑… 비… 비가 내렸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내리는 곳이었지.”

“숲 위를 덮는 비…”


어둡기 그지없던 바카리엘의 눈이 조금 맑아졌다. 푸른 불덩어리는 여전히 그의 손을 감싼 채지만, 더 이상 그의 시선에서 심연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형제들이여, 폭풍이 여기 왔네. 영혼의 밤을 가르는 폭풍이. 장작불이 치솟고… 시간이 그 종막을 향해 치닫네.”

“그리고 그 시간을 보내는 데 미치광이를 데리고 있는 것 이상이 없겠지…”


아즈카르가 중얼거렸다.


“우린 모두 형제일세, 아즈카르.”


내 시선은 바카리엘에 고정되어 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돼. 이 우주에서 그것 말고 신경쓸 것이 무에 남았는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네놈은 정말 바보임에 분명하군.”

“나를 따라오게.”


나는 침착하게 바카리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다른 사람들을 구해야 하니까.”

“그리고 무기와 갑주도 찾아야 하고.”


아즈카르가 덧붙인다.


“허리케인 속에서 벌거벗고 있는 기분이야.”


우리는 다음 수용소로 이동한다. 아직 멀쩡한 경비 서비터가 벽감에서 튀어나온다. 어깨와 기계로 된 팔에는 중무장을 두른 채다. 총구에서 벼락이 치고, 놈은 우리에게 무기를 겨눈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난 여기서 죽지 않을 테니까. 다음 순간, 서비터 안쪽에서 푸른 불길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에너지 탄창과 탄약이 불타오른다. 서비터의 육신이 갈기갈기 찢기고, 파편이 떨어지며 불탄다.


바카리엘이 떨어지는 잔해 사이를 걷는다. 손은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제 그의 눈에서 춤을 추는 것은 푸른 불길이다.


“내가 곧 폭풍의 눈일지니.”


그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폭풍은 나를 통해 모든 것을 보리라…”


내가 왜 그를 형제라고 부르는지 궁금하겠지? 이미 카오스의 어두운 빛으로 영혼이 불타고 있는 존재를 왜 구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지도? 당연히 이유가 있다. 순환하는 그 이유들, 진실을 중심으로 궤도 공전을 하는 그 이유들이 널려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벌어난 일은 그 이유 중 하나를 담고 있다. 나는 다양한 존재지만, 위선자는 아니다.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다음은 코를라엘이 풀려날 차례다. 바카리엘이 손짓 하나로 그대로 문을 뜯어낸다. 공기에 서리가 내리고, 피부는 열기를 느낀다. 빠져나오며 코를라엘은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나는 그가 자신을 누르는 참회의 죄악에 지금의 행위를 더하고 있음을 안다.


“얼마나 풀려났소?”

“거의 다.”


코를라엘의 물음에 내가 대꾸한다.


“무기와 갑주는?”

“아마 우리 장비를 여기 두진 않았을 것 같네. 하지만 다른 곳이라고 해도 가까운 곳이겠지. 테라의 수레바퀴는 빠르게 돌지 않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지체한다면 우리 자유는 오래 못 갈 거야.”


아즈카르가 덧붙인다.


“여긴 괴물들을 가두는 곳이니까. 우리가 자유로워졌다면 다른… 객들도 자유로워졌겠지. 나갈 길이 있기는 한 건가?”


나는 고개를 한번 흔들었다.


“다른 형제들을 풀어주게, 아즈카르.”


순간 아즈카르가 되받으려는 듯 보였지만, 그는 돌아서서 수용실들을 살피며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과 나를 여기까지 이끈 옛 운명의 사슬을 저주하고 있으리라. 가련한 아즈카르. 그렇게 날카로운 분노로 가득 찬 영혼이라니, 실로 비극이다. 나는 항상 그가 다른 운명을 누리기를 기원했지만, 우리 운명을 우리가 선택할 도리는 없으니까.


“이제 우리 목적은 뭐요, 형제여?”


코를라엘이 묻는다.


“다시 도망치는 거요?”


도망이라… 영원히 도망쳐야겠지. 영원히 쫓기기도 할 것이고.


“아니, 형제여.”


내가 대답한다.


“아직 아닐세.”





솔직히 생각보다 재미없다 사이퍼 소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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