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또 다른 말발굽 (1)

“전하, 놈들이 반 킬로미터 밖으로 물러났습니다.”

“알겠네, 코나스.”

버 장군의 보고를 받은 자가타이 칸은 랄도론과 발도르를 힐끗 보았다.

“오늘 할 일이 이제 턱밑에 왔군.”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을 내리시죠, 전하.”

발도르가 말했다. 칸은 미소를 지었다.

“최선임 중대장이 지휘권을 가진 것 아니었나.”

“사실은 말입니다.”

랄도론이 답했다.

“여기 친애하는 코나스 버가 이 전역의 지휘권을 쥐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 제국군과 아스타르테스의 유기적 협력을 돕기 위해 와 있을 따름입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버를 향했다. 버는 칼라를 다듬었다. 갑자기 목을 턱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광입니다, 전하.”

버가 계속 말을 이었다.

“감히 존경을 담아 말씀드립니다만, 세 분 중 어느 분께라도 감히 제가 명령을 내리느니 차라리 저 개자식들한테 벌거벗고 달려드는 게 나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다음 순간 칸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발도르는 미소를 지었다. 그들 중 가장 과묵한 랄도론조차 미소를 감추기 위해 시선을 옆으로 돌려야 했다.

“자넨 정말 훌륭한 사람이군, 버.”

웃음을 터뜨린 칸이 말을 이었다.

“이 전열에 있는 모두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영원히 형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스타르테스가 나서야 할 일이지. 자네 병사들은 준비를 마쳤나?”

“전부 전선에서 대기 중입니다, 전하.”

버가 칸의 물음에 답했다.

“킴메린 야전군 연대와 베스파리 연대들, 태양계 보조병단 연대와 알비안 연대들 모두 전선에 있습니다. 아가테 원수가 완전히 준비를 갖췄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베저 대령과 카르제스 소령 역시 마찬가지 보고를 올렸습니다. 배수로에 점화도 마쳤고, 포병대 역시 조준을 마치고 있습니다.”

칸은 발도르와 랄도론을 돌아보았다.

“잠깐 산책이나 하고 오세.”

“하지만 전하…!”

버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놈들은 지금 전하를 유인해 내려는 것 아닙니까?”

“아, 확실히 그렇지.”

칸이 답했다.

“다시 돌격하시도록 유인하는 게-”

“물론이지. 놈들은 바보가 아니다. 병신들이지만, 멍청이는 분명히 아니지.”

칸은 버를 바라보았다.

“우리 용맹한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교리를 아나?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마라. 하지만 나와 우리 군단의 전투교리는 좀 다르지. 이미 걸음을 앞으로 디뎠다면, 굳이 물러설 필요도 없다.”

“전선을 밀어낼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까, 전하?”

“아니, 이 전선을 지키게, 버.”

자가타이 칸이 말을 이었다.

“전선을 지키면서 대기하게.”

“그 말씀은…?”

“저놈들이 우릴 돌파할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오, 코나스.”

랄도론이 말을 받았다.

“만약, 우리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란 뜻이라네.”

칸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