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xxv 괴물을 믿어야 할 순간

“날 이 그물에 가둬줘서 고맙네, 선택받은 자여.”

포가 입을 연다(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그렇지).

“나는 자산이지. 그와 동시에 악명이 자자한 사형수 범죄자이기도 하고.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해로운 위협이기도 할 걸세. 하지만 내 무기는 아스타르테스의 유전 혈통을 절멸시켜 이 악몽 같은 전쟁을 끝낼 수 있지. 그리고 쿠스토데스는… 아니지, 다른 기관은… 제국도 보존되고, 그 양반의 목숨도 건질 수 있을 테니 환영할 테고. 그래서 저들은 내가 발명하는 것들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날 가둬두려 할 테니까.”

“어이, 어르신-”

안드로메다가 입을 연다.

포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녀를 응시한다.

“반면에, 제국 최고위층의 다른 기관들은 황제의 아들과 손자들을 모조리 박멸하는 계획을 썩 좋게 생각하지는 않겠지. 극단적인 해결책이고, 지독하게 효과가 커. 게다가 권력 구조에도 큰 불균형을 가져올 테지. 이미 압도적인 힘을 가진 쿠스토데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부여할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말카도르의 선택받은 자들은-”

포의 시선이 힐끗 크산투스를 향한다.

“-물론 그들 역시 선출된 바도 없고, 공식적이지도 않은 기관이지만, 어쨌든 쿠스토데스가 나를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막으려 드는 거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테고. 커스토디안들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견줄 상대가 없기에 속일 수도 없겠지. 그래서 선택받은 자들은 일방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나 내릴 결정을 했어… 어이, 아가씨, 내가 그쪽 분들을 뭐라 불러드려야 하나?”

포가 안드로메다를 돌아본다. 안드로메다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

“셀레나르 출신의 독립 청부업자, 라고 해 드리지.”

포는 냉소적으로 내뱉는다.

“쿠스토데스를 교묘하게 회피하기 위해서 말이야. 선택받은 자들은 권한이 없으니 나를 쿠스토데스로부터 끌어낼 수 없겠지. 하지만 내가 만든 무기에 긴급한 수정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개념을 통해서 저 짐승 같은 아몬을 설득할 수는 있었을 테고. 이 쿠데타는 오직 당신의-”

포는 다시 안드로메다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셀레나르 출신의 독립 청부업자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일이지. 탁월한 재능을 비선형의 윤리적 추론에 활용해서, 지금 커스토디안이 자신의 의무를 어긴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득해서 말일세. 그가 자네들을 돕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 유기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고. 그리고 그 계략을 성공시키고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내가 발도르가 아닌 그쪽의 수중에 있는 동안 날 여기 데려와서 고칠 필요도 없는 것을 고치느라 바쁜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하는 게지. 완벽한 시간 낭비일 뿐이고.”

포의 냉정한 미소가 두 사람을 얼어붙게 한다.

“정확한 요약인가?”

포가 묻는다(최소한 늘어놓은 말 중 적어도 절반은 옳겠지. 난 그저 살아남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러려면 모두를 다 궁지에 몰아넣어 둬야지.).

“그래, 그 속임수 때문에 내가 바빠 보여야 한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그렇게 해 주지.”

“지금 상황에 대한 네 평가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안드로메다가 입을 연다.

“그리고 순응하는 척하면서 우리를 조종하려는 시도 역시 무의미해. 우리는 네 친구가 아니야, 포. 통합 이전에 네가 저지른 대학살은 절대 용서받지 못 할 일이니까.”

포의 미소는 곧 찌푸려진다.

“우리의 관심은 당신의 무기와 그 무기가 효과적으로 기능하냐에 있을 뿐이오.”

크산투스가 대꾸한다.

“알겠네.”

“그리고 지금 수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빗겨나가는 것처럼 들리는데.”

안드로메다가 입을 연다.

“내가 그랬나, 셀레나르?”

“할 말이 많아 보이거든.”

“그렇다면 그 할 말이 무엇처럼 보이나?”

“하지만 내가 직접 늘어놓으면 당신은 입을 다물려 들겠지. 안 그럴까?”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네만.”

포가 대꾸한다.

“참고로 말하네만, 나는 어떤 종류의 설명이건 지나치리만큼 복잡하게 늘어놓는 습관이 있다네. 내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는 것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서지. 이번 경우에는, 이 무기의 재개발에 관한 건이 되겠군.”

“또 다른 빗겨나가는 이야기군.”

안드로메다가 대답한다.

“하지만 인장관의 개인 자료를 너무 열심히, 거의 허기진 것처럼 훑고 있잖아. 그러니 내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포는 주춤거린다(두 연놈 다 마음에 안 드는군. 둘 다 너무 교활해.).

“음, 유전자 마녀, 그게 말이네만.”

포의 말이 이어진다.

“더 설명이 길어질 위험이 있음에도 말을 늘어놓아 보자면, 나를 여기 데리고 오기 위해 늘어놓은 거짓말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닌 것 같군.”

“무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안드로메다가 묻는다.

“아니, 잘 작동하네.”

포가 대꾸한다.

“하지만 더 나은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