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xi 벽 안에서

“억제실로 이들을 데려가십시오! 당장!”

하산이 외친다. 그의 외침이 행진로를 따라 그들 주위를 지나던 군중에게 일종의 경고가 된다.

“내 말 좀-”

올이 항의한다.

“충분히 들었습니다!”

하산이 대꾸한다.

“그리고 이해했습니다. 지체 없이 불칸 전하께 이걸 가져가야 합니다.”

실타래를 잠시 응시하던 하산은 라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저걸 전부 치워주십시오, 동행대원이여.”

그가 지시한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평가가 끝나기 전까지 저들을 모두 억제실로 데려가 주십시오.”

라자는 거의 아플 지경으로 올의 팔을 움켜쥔다. 사실, 너무 강하다. 커스토디안의 초인적인 힘 때문에 그 팔이 찢기고 벽에 동맥혈이 뿌려질 정도로.

아니면, 그냥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그리고 물론 올이 틀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닥쳐온 완벽한 혼란에 올은 지극히 당황한 채다. 이오스 라자에게 붙들린 팔은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의 팔은 온전하다. 다른 곳에서 피가 번져 황금의 벽을 뒤덮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일이 반복된다. 피가 뿜어져 근처의 벽을 적시고 조각상에 얼룩을 남긴다. 마치 이슬비처럼 비가 흩날린다. 에어로졸이 되어 공기 중에 피의 안개가 번진다.

올은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따지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한다. 주변의 군중 사이로 공포가 번진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두 자매단원이 대리석 바닥 위에 쓰러져 죽은 채다. 찢긴 상처가 둘의 목숨을 앗은 뒤다. 다른 한 명이 벽에 내던져져 묵직한 소리와 함께 미끄러진다. 그녀가 두른 브라틴 갑주는 피로 흠뻑 젖은 채다. 커스토디안 하나가 갑작스럽게 머리를 잃고 비틀거린다. 사방이 피투성이다. 사방이 혼란하다.

볼터들이 갑자기 불길을 토하기 시작한다. 귀를 찢는 굉음이 허공을 후려친다. 올은 움찔하며 주변을 살핀다. 행진로가 공격받고 있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총체적인 소란이 모두를 압도한다. 사방에서 폭발이 이어진다. 소음. 빛, 피. 움직이는 형체들. 모든 것이 그의 눈이 좇을 수 있는 것보다도 빠르게, 그의 감각의 범위를 이어나 벌어진다.

그리고 그의 눈에 첫 반역자의 일별이 들어온다. 반쯤 야수나 다름없는 나이트 로드 군단병이다. 발톱이 돋아난 검은 형체가 마치 무의식중의 이미지처럼 짤막하게 비친다.

그리고 다른 놈들도 보인다. 온 사방에 있다. 수십도 넘는다. 흩어지는 군중 사이를 난자하며 시체를 항적처럼 남긴다. 연기 줄기가 솟구치는 것처럼, 햇빛 속에서 잎사귀의 그림자가 깜빡이는 것처럼, 전투 은폐와 변색 기능을 활용해 교묘한 수작을 부리며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반역자 아스타르테스. 탐욕스러운 제8군단이다.

적이 최후의 요새까지 돌파한 것이다.

판데모니엄이 강림한다. 행진로는 무질서하게 도망치고 넘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로 뒤엉킨다. 도망을 위해 서로에게 부딪히며 밀쳐낸다.

반역자들만이 이른 것이 아니다. 행진로의 벽에서 불생자들의 환영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오라마이트에 차원 바깥의 물질로 빚어진 물집이 돋는다. 놈들은 튀어오르고, 부딪히고, 빚어지지 못한 말을 내뱉으며 즐거워한다. 공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악취가 치민다. 내장, 파이셀린, 고여서 썩어버린 물, 우주의 가장 황폐하고 멀리해야 할 가장자리에서 치미는 악취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몇은 발 아래 짓밟힌다. 몇은 쓰러진 채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어린아이 같은 방어 자세를 취한다.

올이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생각은, 그리고 최악의 생각은, 경보음조차 울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라자는 더 이상 올의 팔을 붙들지 않고 있다. 동행대원은 격노를 담아 창을 휘둘러 나이트 로드 군단병을 그대로 벽에 꽂아 넣었다. 그 순간 다른 두 놈이 그의 뒤를 밟고 나타난다. 사자 위에 올라탄 늑대처럼 동행대원의 등을 덮친 놈들은 동행대원의 어깨에서 갑주를 뜯어내며 드러난 살점을 난자한다.

올은 뒤로 물러선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는 이오스 라자 최후의 저항이리라. 올은 그 끔찍한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리저리 튄 탄환이 그를 스치고 지나간다. 황금빛 조각상이 쓰러져 바닥에 무너지며 궁인 세 명과 서비터 하나가 짓이겨진다. 벽 안의 무언가가 벽을 뚫고 들어오며 조각상을 그대로 밀쳐-

어떻게든 올은 정신을 수습한다. 그는 몸을 돌려 자이베스를 붙들고 소용돌이치는 군중 사이를 헤치려 한다.

“비켜! 비키라고!”

그는 군중 사이로 소리치며 자이베스를 끌어당긴다. 자이베스는 거의 긴장증 발작을 일으킨 채다. 다른 긴 여정의 동행자들도 혼란 속에서 당황한 채 도망치는 사람들 틈에 휘말린 상태다. 올은 동행자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멍한 상태에서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ᄃᆞ다. 발밑 바닥이 미끄럽다. 올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기 바쁘다.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것들이 번쩍거리며 군중 사이를 찢어낸다. 칼날, 발톱, 충격, 질량 반응형 탄환들, 내던져지는 육신들까지. 고작 몇 초 안에, 행진로 전체가 공포의 폭동에 휩싸인다.

그들은 도망쳐야 한다. 은신처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초인의 전쟁이고, 악마들이 부른 혼돈이다. 어떤 인간도 직접 이것을 목도해서는 안 되고, 어떤 인간도 여기 휘말린 채 살아남을 수 없다. 그와 그의 동행들은 여기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혼란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나이트 로드 군단병이 그를 찢어버릴 발톱을 곤두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