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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viii 파편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1 17: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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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xviii 파편들



그들은 마침내 문에 닿는다. 장방형의 빛을 그려내는 비밀 해치. 혼플러가 사르탁을 끌어당긴다.


마지막 순간, 스페이스 울프 군단병은 뒤에서 거대한 어둠이 겨울의 바람처럼 마침내 그를 덮치기라도 하듯 몰아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레와 메두시가 재빨리 해치를 닿고 잠금장치를 빠르게 재작동시킨다.


관문 너머에는 아까 그랬던 것처럼 화성 접근로가 펼쳐진 채다. 벽에 붙은 흐릿한 조명 아래서 거부자 중대원들이 준비 태세를 갖춘 채 대기하고 있다. 거대한 통로는 텅 빈 상태다.


“무엇을 보셨습니까?”


메두시가 묻는다.


“아무것도 못 봤다.”


사르탁은 아주 솔직하게 답한다. 사르탁은 제 수염을 땋은 댕기가 서리로 단단하게 얼어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혼플러의 갑주에서도 서리의 광택이 느껴진다.


“헤게몬 사령부에 보낼 최우선 메시지가 있다.”


프라이토르 중대장이 지시한다.


“화성 접근로에 대한 잠재적인 침입 가능성이-”


다음 순간, 그들 뒤에서 쿵 하는 울림이 울린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우뚝 솟은 방벽 위를 뒤덮은 금속판 너머를 본다. 또다시 쿵 하는 소리가 난다. 무언가 반대편에서 부딪히는 소리다. 모두가 무기를 든다. 무언가 비밀 해치에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그리고 몇 미터 왼쪽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다시 쿵 하는 소리, 왼쪽이다.


“방어 대형을 짜라!”


혼플러가 지시한다.


“클라비안 대형(Clavian Formation)!”


거부자 중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관문 앞에 깔끔하게 대형을 짠다.


“헤게몬은?”


혼플러가 묻는다.


“아직 시도중입니다.”


장교 하나가 대꾸한다.


“무엇도 통과시키지 않겠다.”


메두시가 중얼거린다.


“무엇도 저 반대편엔 없어야 했는데.”


사르탁이 되받는다.


“전원 대열 사수!”


망치질과 쿵쿵대는 소리가 더 심해진다. 여러 지점에서 소리가 들린다. 몇은 가볍게 두들기고 긁는 소리다. 몇은 급하게 두들겨대는 단단한 소리다. 사르탁은 그 두들기는 소리 중 몇이 관문의 위쪽, 20미터 상공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모든 두들기는 소리가 갑자기 멈춘다.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관문 위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빛나는 조각들이다. 그리고선 더욱 큰 서리의 딱지와 소용돌이가 엉겨 금속판 위를 뒤덮는다. 사르탁의 귀에 서리가 얼어붙고 달라붙으며 우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테라의 옥좌시여…”


메두시가 다시 중얼거린다.


“당장 헤게몬을 연결해!”


혼플러가 소리친다. 그리고 그의 지시는 터져 나온 볼터의 총성에 묻히고 만다.


거부자 중대가 구성한 대열 후방에 있던 형제들이 등을 맞고 쓰러진다. 몇은 갑주에 뚫린 구멍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몇은 질량 반흥형 탄환의 폭발에 휘말려 그대로 내동댕이쳐진다.


무질서한 혼란에 빠진 채, 중대들이 뒤로 돌아선다. 혼플러가 총격에 대해 반격할 것을 지시할 필요조차 없다. 반역자들이 화성 접근로를 따라 무기를 휘두르며 그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놈들이 뒤에서 오고 있다. 저 방향에서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사르탁의 눈에 나이트 로드 군단병,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 그리고 돌진하는 월드 이터 군단병들이 보인다.


거부자 중대들은 자유 사격 태세로 총격을 쏟아부으며 돌격해 오는 반역자들을 쓰러뜨려 그 전열에서 거칠게 뜯어낸다. 충성파 부대와 진격하는 대규모 병력들 사이로 볼트 사격, 빔 사격, 그리고 라스 총격이 격렬하게 서로를 탐한다.


하지만 엄폐물은 없다. 지금 거부자 중대들은 오직 등 뒤에 서리가 엉긴 관문이 있을 뿐이다. 완전히 고립된 채다. 놈들의 포격이 쏟아질 때마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병, 샐러맨더 군단병, 아이언 핸드 군단병이 그대로 쓰러지고 흩어진다.


사르탁은 펜리스 어로 저항을 노호하며 달려드는 적을 향해 볼터를 퍼붓기 시작한다. 오직 무덤 외에, 그들이 갈 다른 곳은 없다.






존 그라마티쿠스는 올을 따라 음침한 아트리움으로 들어선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존이 조용히 말한다.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렇네, 존.”


올이 대꾸한다.


“당신이 당신의 신과 조용히 대화하려고 여기 와 있기를 기원했는데요.”


존이 농반진반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당신의 신앙이 다시 당신을 인도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뭐가 되었건 말이죠.”

“더 이상은 아닐세.”


존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프게 낄낄거린다. 곧 그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진다.


“잠깐만요, 올, 그게 무슨 말입니까? ‘더 이상은 아닐세’라니?”

“올라니우스가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악타이가 나타나 끼어든다.


“이제 그건 다 망가졌겠네요.”


그녀는 캇의 도움을 받고 있다 .당당하지만 연약한, 지하 세계에서 사지가 굳은 여왕처럼 다가온다.


“아닐세.”


올이 대꾸한다.


“어떻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악타이가 비웃듯 묻는다.


“계획 따위는 없었으니까.”


올이 다시 대꾸한다. 존은 그를 응시한다. 올은 어깨를 으쓱인다.


“내 계획이 망가질 리가 없지. 애초에 계획이 없었으니.”


올이 답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맞았다고요?”


존의 목소리는 불신으로 짓눌린 채다.


“저 마녀가 옳았단 말입니까? 내내? 지금껏 당신의 대본이 아닌 즉흥극을 하고 있던 거라고요? 그 잘난 신앙이 이끌어줄 거라고 믿고서?”


올은 존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 조각상의 대좌 위에 걸터앉는다. 존은 놓치지 않는다.


“올? 제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요. 올?”

“자네가 내 집에 왔을 때 말이네만, 존. 내 도움을 바랐었지. 내가 왜 도울거라고 생각했나?”

“솔직히 몰랐어요!”


존이 대꾸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 양반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난 당신이 누구도 모르는 그 작자의 비밀이나 이것저것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이 황궁이라거나, 그 작자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옛날 이야기들이지.”


올이 대답한다.


“나도 자네만큼이나 아는 게 없었네, 그라마티쿠스.”

“하지만 당신은 동의했잖습니까, 올. 날 돕는 데 동의했잖아요.”

“확신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지. 황제를 찾아서 그가 이성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라? 솔직히 말함세, 나는 이 사람들을 구하고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이 더 중요했네. 하지만 자네는 고집스럽게-”

그래서 절 돕겠다고 한 겁니까?”

“자네 말재주는 항상 대단했지, 존. 영감을 주는 존재였어. 상상할 수 없는 힘이라 해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지. 그래서 승낙했네, 존.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승낙했다고.”

“솔직히, 저도 그라마티쿠스만큼 당황스럽네요, 올라니우스.”


악타이가 말한다.


다른 이들은 높아진 목소리에 주저하면서도 호기심 속에 다가오는 중이다.


“나도 그라마티쿠스와 같았어요.”


악타이가 계속 말을 잇는다.


“당신이 뭐가 됐건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당신은 털어놓지 않았고. 당신은 신중하게 자기 패를 늘어놓았고, 그건 분명 장점이 있는 신중함이었죠.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계획은 오직 최소한의 사람에게 공유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 늘어놓은 카드는 다 헛것이고, 애초에 카드는 전혀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러니까 일단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획이란 걸 생각했다는 것 아닙니까.”


존이 쏘아붙인다.


“나는 믿었네-”


올이 입을 연다.


“뭘 믿었단 말입니까?”


존이 바로 말을 끊으며 으르렁거린다.


이걸?


존의 손은 올의 목에 걸린 자그마한 금빛 카세릭의 상징을 틀어쥔다.


“이거 말입니까?”


거의 분노에 몸을 떨다시피 하며 존이 묻는다.


“그냥 이것만? 때가 되면 무슨 신성한 섭리 같은 것이 당신을 인도하리라고 생각하기라도 했습니까?”

“그걸 놔 주지 않겠나, 존.”

“진심입니까?”


존이 경악하며 묻는다.


“놔 주게.”


올은 조용히 답한다.


“병사 페르손은 신을 믿습니다.”


그라프트가 입을 연다.


“이것은 저의 기록입니다. 그는 경건합니다. 그는 개인의 믿음을 소중히 여기며-”

“그래서, 무슨 이 개입하기를 기다린 건가요?”


캇이 묻는다.


어둠 속에서조차, 모두의 실망감이 읽힌다.


“저들은 그냥 당신을 믿었을 뿐이죠.”


악타이가 말한다. 이제 그 어투에서 경멸을 감추려는 노력조차 없다.


“그래서, 당신은 우리를 무언가 개인적인 영적 행위의 부속으로 끌어들인 건가요?”

“아닐세.”


올이 답한다.


“내 신앙은 내 몫이지. 나는 자네들에게 무언가를 믿으라 청하는 것이 아닐세. 절대 그런 적도 없고. 자네들 누구에게라도 마찬가지일세.”

“하지만, 당신의 신앙이 당신을 인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캇이 묻는다. 그 어두운 눈동자가 올에 고정된 채다.


존은 만약 올이 거짓말을 한 대도, 그녀에게만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지켜본다.


“그랬다면 우리에겐 기회조차 없었을 테지.”


존은 올의 상징을 놓아주고 절망에 빠져 돌아선다.






아밋은 자신의 전열을 확고하게 다진다. 이제 소리는 거의 가까이까지 다가온 채다. 서부대로를 따라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무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대기!”


기수 로크가 외친다. 방패를 든 병력들이 서부대로 입구를 마주한 채 장벽을 구성한다. 통로를 따라 몰려오는 육신들의 무게가 중앙 전당의 공기를 떨리게 한다. 모두가 그 진동을 느낀다.


“대기!”


로크가 다시 소리친다.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밋은 그렇게 생각한다. 모두가 탄약이 빌어먹을 지경으로 모자라다. 약속된 보급품도 전혀 도착한 바 없다. 통로와 연결된 해치를 닫고 방폭문을 폐쇄한 다음 홍채 밸브를 봉쇄해야 한다.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거부자 중대원들이 가진 탄약만으로는 달려드는 놈들의 주력을 오래 버티지 못할 게 뻔하다. 1분, 길어야 2분 후면 검을 뽑아야 할 때가 올 테고, 우월한 수의 적을 상대로 한 근접전의 시간이 오면 마르닉스 합류점 같은 공간을 사수하는 것은 요원하다.


“대기!”


다시 로크가 소리친다.


왜 황궁 사령부는 해치를 닫지 않는 거지? 내부 방어를 위해 계획된 전술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 아니었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건가? 왜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 거지?


달리는 놈들이, 여기 도래한다.


“접촉!”


로크가 외친다. 다음 순간, 거의 바로 다시 외침이 이어진다.


“사격 금지! 사격 금지!”


적이 아니다. 황궁의 시민들이다. 궁인들, 일꾼들, 수천에 달하는 그들이 서부대로를 따라 눈먼 공포 속에서 쏟아지고 있다. 아밋은 비명 소리를, 공포의 냄새를 느낀다. 저들은 지금 절망의 광란 속에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도망치는 사람들이 넘어지고 서로를 짓밟고 있다.


로크는 거부자 중대들에게 재배치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너무도 거대한 인파기에, 어딘가에 몰아넣고 봉쇄해야 한다. 중앙 전당에서 군중을 끌어내 측면의 회랑과 인접한 전당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아무런 감각도 이성도 없이 쏟아져 나올 뿐이다.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오직 도망칠 뿐이다.


다음 순간 아밋은 첫 총성을 듣는다. 아밋은 어디서 난 총성인지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합류점은 너무도 광활하기에 비명과 군중의 소음이 거듭 증폭되는 중이다. 요란한 소리가 소용돌이치며 그를 휘감고, 공간의 벽을 때리며, 다시 메아리쳐-


아니, 총성이 확실하다. 두 발 더. 또 다른 총성이다.


“돌아!”


아밋이 외친다.


“당장 뒤로 돌아!”


적의 공격이 시작된다. 서부대로나 카일론 행진로가 아니다. 그들의 뒤에서 적이 나타난다.






탑의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 아몬에게 보고를 위해 가던 도중, 안드로메다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듣는다. 안식처가 뒤흔들린다.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이 죽어가는 신의 울부짖음처럼 끝없이 이어지며 이너 생텀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가 스러진 순간, 다른 소리가 그 자리를 다시 메운다. 타이탄 군단이 뿜어대는 무시무시한 전쟁 나팔과도 같은 소리지만, 그보다는 백 배는 더 크고 깊은 소리다. 횡격막이 뒤흔들리고 멀미가 치밀 지경이다.


계단을 내려온 안드로메다는 탑의 입구와 이어지는 주랑 현관을 빠져나온다. 아몬은 아이게우스 천공교의 선두부에 서 있다.


“무슨 일이죠?”


안드로메다는 저 시끄러운 소리 너머로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여 듣는다. 아몬은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다. 첨탑과 요새의 포탑 위로 펼쳐진 하늘 위에 생생한 얼룩과 너덜너덜한 자줏빛 멍이 자욱하다.


“경고의 나팔이오.”


아몬이 답한다.


“뭘 경고하는 거죠?”

“최후의 요새에 마지막 순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요.”


아몬이 답한다. 다리 아래의 깊은 만에서 몰아친 바람이 그들을 흔든다. 나팔은 거듭 울려퍼지며 하늘을 뒤흔든다.


“무슨 뜻인가요?”


안드로메다가 묻는다.


“생텀이 뚫렸다는 뜻이오. 완전히 말이오. 영원의 문 폐쇄 이전에 일시적으로 벌어진 침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오. 완전히 돌파되었다는 뜻이지. 반역자들과 불생자들 모두가 이제 최후의 요새 안에 발을 디뎠고, 우리 최후의 저항이 시작된 거요.”

“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경적이라거나, 일반적인 공습 경보라면 모를까, 이런 소리는 처음이라고요.”


안드로메다가 답한다.


“한 번도 울린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요.”


아몬이 답한다.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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