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vii 벼랑 끝

“칼끝이다!”

아도펠이 고함친다. 챕터 마스터는 모든 전장에 간단히 격식을 차리지 않는 이름을 붙여둔 뒤다. 칼끝(Knife Edge)은 깊은 통로 동편에 날카롭게 우뚝 솟은 능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곳은 동쪽 측면의 전투 플랫폼 아래의 절벽과 위태로이 이어진 공간이다.

일전에도 세 차례나 되는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데스 가드 군단은 지금 그 급경사로 몰려들며 네 번째 공세를 감행하고 있다. 통로를 둘러싼 전투는 벌써 몇 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한 번의 산발적인 전투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연이은 수십 차례의 전투라고 봐야 할까?

경사진 바위(Slant Rock)와 도끼수염 바위턱(Axe-Beard Ledge), 관문 절벽(Gateway Cliff)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굉음 속에 누구도 챕터 마스터의 경고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몇몇 다크 엔젤 군단의 분대가 동쪽 측면 플랫폼을 향해 출동한다. 마지막 몇 미터의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오르는 데스 가드 군단을 제때 막아선 다크 엔젤 군단병들은 절벽 아래로 볼터를 쏘아대며 창과 장병기를 휘둘러 정점에 오르려는 적을 몰아낸다.

자하리엘은 악명 높은 가면을 쓴 채 아도펠과 콜스웨인 등 지휘를 맡은 전사들의 명령을 증폭하고 있다. 기운바위(Tilted Rock) 위에 웅크리고 앉은 그는 요동치는 전황을 살피며 경고와 명령이 발해질 때마다 그 명령을 퍼뜨리는 한편, 줄어드는 수가령 휘하 병력들에 쉴 틈 없는 배치와 재배치 지시를 내리며 조율하고 있다. 복스는 진작 망가진 채고, 근거리가 아니면 목소리를 통한 지휘도 의미가 없다. 오직 그가 발하는 텔레파시 조율의 파동 덕분에 병력들은 응집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제 그들의 저항은 체력에, 그리고 즉흥적인 기책에 의존하고 있다. 콜스웨인의 지휘 아래 있는 전투 형제들로는 이제 모든 전선을 다 틀어막을 수 없다. 자하리엘은 흡사 게임판의 말처럼 전사들을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 적의 다음 공격을 맞이하고 막아내기 위해 전투 플랫폼에서 절벽 가장자리로, 혹은 능선에서 보루로 병력들이 쉴 틈 없이 이동한다. 누구도 사이킥에 의존한 명령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편리한 방법인 동시에, 죽음을 직면한 지금은 실용주의적인 시각이 더 중요한 때다. 만약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적의 공격에 한 발 앞서 대응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았다면, 다크 엔젤 군단은 이미 몇 시간 전에 제압당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도펠이 지형에 다채로운 이름을 다시 붙이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이도 없다. 이것은 복스 망이 무너지기 전, 방어 구조물에서 빠르게 경계물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처음 시작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산의 지형이 표시된 도식은 주로 일련번호와 고도 표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쉽사리 혼동할 수 있는 숫자들이었다. 아도펠의 단순하고 있는 그대로의 설명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확실하게 먹혔다. 게다가, 콜스웨인은 데스 가드 군단 역시 동일한 전술 도식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했다. 아도펠의 작명 체계는 적과 대면하고 싸워야 하는 지금 전략적 결단을 놈들에게서 숨길 수 있는 기초적인 암호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눈먼 박차(Blind Spur)부터 시체 비탈(Corpse Slope)에 이르기까지, 다크 엔젤 군단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격렬한 반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위장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데스 가드 군단은 아마 다크 엔젤 군단이 쓰고 있는 조잡한 용어들을 배웠거나, 최소한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자하리엘의 뇌가 불타기 시작한다.

매초마다, 자하리엘은 강력하게 방어를 조율하는 동시에 공허의 산 안에서 활동하는 형제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돕는 중이다. 아스라다엘, 카르테우스, 탄데리온 모두 그 메아리치는 안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필사적인 집중력을 기울여 신호소의 체계를 복구하고, 신호소를 좌우하는 섬세한 사이카닉 전승을 다시 고쳐쓰는 판이다. 이 작업의 일부는 복구에 속하는 영역이다. 이 산에 거하던 아스트로패스와 건축가들이 확립한 본래의 순서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니까. 하지만 다른 부분은, 전적으로 미스타이들만이 알고 있는 신비한 전승에 속하는 영역이다. 사서들은 사이카닉 심상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혹은 파괴된 곳에, 칼리반의 비밀 기사단 외에 속한 이들 누구도 본 적 없는 에테르의 작동 기제를 이어 맞추고 있다.

셋 모두, 고된 작업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자하리엘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을 감독하는 동시에 그들을 심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신을 그리로 뻗친 채다. 그 둘을 한꺼번해 수행해야 하는 자하리엘에게는 지독한 고통이다.

타이퍼스가 부린 마법이 그에게 퍼부어지고 있다. 목소리들 속의 목소리가 들린다. 날아다니는 파리들의 아지프 속에서 쉿쉿대고, 카오스 태생의 바람에서 흘러나오며, 쏟아지는 빗속에서 더듬대는 한편, 벼랑의 검은 바위를 갈아대는 것 같은 소리로 닥쳐온다. 그 속삭임이 자하리엘의 정신 표면을 미끄러지듯 가로지르며 들어올 틈새를 찾아 헤맨다. 눈을 깜빡여 떨궈내려 하지만, 거미줄처럼 눈을 가린다. 입술에 달라붙어 입을 막는다. 숨을 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