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vi 마지막 명령

“음… 여주인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일리야 라발리온이 묻는다.

“아주 급진적인 제안이네요.”

산드린 이카로가 답한다. 이카로는 일리야의 자리에 선 채 일리야가 데이터 슬레이트에 적어내린 전술 계획을 읽는다.

“급진적인 세계로 우리 모두가 넘어간 지는 좀 된 것 같습니다, 여주인.”

일리야가 답한다. 둘 모두, 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나 교전이 발하는 폭음과 덜컹거림을 무시하려 애쓰는 중이다. 이제 아주 가까이 온 채다. 대적은 생텀을 관통했다. 최후의 요새의 중요한 지점들 상당수가 이미 반역자들의 강습 앞에 무너졌다. 보고에 따르면 적의 부대가 헤게몬 탑으로 진군하는 중이라고 한다. 전장의 쿵쿵대는 소리와 전율이 가까워 올 때마다 이카로는 무의식적으로 움찔거린다. 일리야는 이카로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낡은 코마그 돌격병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알아차린다.

일리야의 제안은 단순한 날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예상을 뒤엎고 아직까지 버텨내고 있는 사자의 문 우주항에는 황궁 영역 일대에서 가장 강력한 지상 기반 병기가 있다. 이카로의 명령에 따라 반역자 함대에 대한 발포가 금지된 이상, 이 무기체계는 쓸모가 없는 상태다. 그래서 일리야는 생텀, 더 구체적으로는 생텀과 인접한 팔라틴 구역 일대를 겨냥한 지대지 포격을 감행하라는 명령을 내리자는 제안을 한다. 최후의 요새로 쏟아지는 침공을 막을 수는 없지만, 델픽 일대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적의 압도적 대군을 궤도 포대의 파격적인 이용을 통해 심각한 상처를 입히자는 것이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조준 센서는 물론 상대적 거리조차 신뢰하기 어려운 전장에서는 오사의 위험도 크다. 그래도 뭔가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궁이 황궁 자신을 향해 발포하다니, 뭔가 완전히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제안이다.

이카로는 선택받은 자, 시도지를 바라보며 의견을 구한다. 그 역시 정신이 산만해진 채다. 하지만 로툰다 바깥의 전당에서 메아리치는 전장의 소음에 정신이 팔린 것 같지는 않다. 몇 분 전, 주 해치를 방어하던 병력들이 또 다른 선택받은 자를 로툰다에 들여보냈다. 일리야가 들은 바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하산이라 했다. 하산은 피로 흠뻑 젖은 너덜너덜한 옷에 눈에 띄게 떠는 채다. 그와 함께 거대한 커스토디안 전사 한 명, 그리고 일리야가 보기에는 악명이 자자한 침묵의 자매단 소속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이 따라왔다. 커스토디안은 끔찍한 상처를 입은 채지만, 일리야는 그 상처 때문이 아닌, 그 상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의료진이 지금 그를 살피고 있다. 하산은 근처에 앉은 채 평정을 회복하고 있다.

이카로가 결정을 내린다.

“아직 사자의 문과 통신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입니다.”

이카로가 일리야에게 지시한다.

“그들에게 이 계획을 전달해 주세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아 보죠.”

“그리고 나서는?”

일리야가 묻는다.

“가능하다고 한다면 말입니다만.”

이카로가 답한다.

“시작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됩니다.”

일리야는 아직 가용한 유선 링크를 찾기 위해 작업을 시작한다.

시도지와 이카로는 하산에게 향한다.

하산이 둘을 올려다본다.

“기습을 당했소.”

그가 말한다.

“반역자 아스타르테스와…”

그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어디서였죠?”

이카로가 묻는다.

“블락시스 연결점(Blaxis Interlink)이었다.”

근처에 서 있던 너덜너덜해진 커스토디안이 답한다. 그곳이 옥좌실의 밀실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어떻게 놈들이 이렇게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시도지가 입을 연다.

“놈들은 밖에서 온 것이 아니다.”

파수대원이 으르렁거린다.

“놈들은 이 안에 있었다. 이 안 온 사방에.”

“동행대원 라자의 말이 옳소.”

하산이 입을 연다.

“놈들의 대군이 외부 차원을 통해 강제로 진입하고 있소. 빌어먹을 벽에서 튀어나오더군.”

하산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시도지는 그를 돕기 위해 손을 내밀지만, 하산은 거절한다.

“그냥 모든 것이 충격이었소.”

하산이 말한다.

“우리는 매복에서 간신히 살아나왔소. 놈들이… 파수대원들을… 자매단원들을… 전체 호송 인력을 학살했소. 우리는 탈출해서 가장 가까이의 안전한 곳으로 향했지.”

“여기 말씀입니까?”

이카로가 묻는다.

“하지만 옥좌실의 내실이 더 가깝지 않나요?”

“아직 이해가 부족하군, 여주인.”

라자가 쏘아붙인다.

이카로의 시선이 라자를 향한다. 발톱이 새긴 잔혹한 상처가 얼굴, 목, 드리고 훤히 드러난 어깨의 살갗 깊이 새겨졌음에도, 눈에 띄게 닫히며 아무는 중이다. 피투성이가 된 피부의 열상들은 반짝이는 분홍색 주름에 덮여 사라지고 있다. 놀라운 모습이다. 더 놀라운 것은, 파수대원이 고통도, 불편한 기색도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헤게몬이 더 가까웠다.”

라자가 입을 연다.

“생텀 전체에서 차원의 기하학과 공간의 상호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도식과 평면도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지. 워프가 최후의 요새 전체의 구조를 망가뜨리고 있단 말이다.”

그의 선언은 바깥에 울려 퍼진 유난히 큰 폭발음으로 마무리된다. 로툰다 위의 돔에서 먼지와 천장 타일의 파편들이 흩날린다. 책상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던 수백 명의 작전 요원들과 전술가들이 잠시 침묵에 빠진다.

“옥좌실과 연결해야겠소.”

하산이 입을 연다.

“아직 가능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