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xxvi 생존자

그의 시선이 마지막 카드에 붙들린다. 마치 주위의 그림자가 그 카드의 이름을 속삭이는 것 같다.

"아바돈!"

시카르의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린다. 헬라스는 지휘 플랫폼을 둘러싸고 있는 원주 회랑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채다. 아바돈이 다가간다.

사람이다. 아스타르테스의 형상이다. 기둥 뒤에, 숨으려는 짐승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다. 아바돈은 처음에는 그 존재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움츠러든 채, 꼼짝도 하지 않을 뿐이다.

아바돈이 몸을 굽힌다.

"지옥의 이빨이시여."

아바돈이 속삭인다.

"아르고니스?"

자신의 이름을 들은 키노르 아르고니스가 부들부들 떤다. 그의 갑주는 물론 살점까지도, 함교의 자리를 뒤덮은 끈적한 곰팡이에 뒤덮인 채다. 얼굴 측면에는 거대한 상처가 있다. 마치 휘둘러진 마울에 얻어맞기라도 한 듯한 상처다. 아직도 상처에서 피가 흐른다.

"키노르? 키노르, 나 에제카일일세. 키노르, 일어나."

워마스터의 시종무관 아르고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바돈을 바라본다. 아바돈을 알아본다는 흔적은 없지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시선이다. 아바돈은 아스타르테스 전투 형제의 눈에서 진정한 두려움이 펼쳐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키노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아르고니스의 입술이 들끓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조용히 흐느낄 따름이다.

"아르고니스."

아바돈이 입을 연다. 그는 시종무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맞추기 위해 그를 똑바로 일으키려 한다.

"아르고니스? 나라고. 최선임 중대장일세. 말해봐. 루퍼칼은 어디 계시지?"

"루퍼칼!"

아르고니스가 콧김을 내뿜는다. 마치 그 단어가 어떤 저주거나, 고통의 비명인 것처럼.

"그래, 키노르. 루퍼칼 말일세. 어디 계시지? 그분을 찾아야 해. 어디 계시냐고?"

"그으으으으으으으…"

아르고니스는 덜덜 떨고 있다. 단 하나의 모음 소리를 붙든 채, 오직 그것만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인 마냥 말하고 있다.

"그으으으느은… 그으으으으으…"

"키노르!"

"그-그-그으으는 여기 계셨네…"

아르고니스가 헐떡인다. 음절을 뱉을 때마다, 숨을 함께 들이킨다. 경련을 일으키는 아르고니스의 입 밖으로 담즙이 흘러나와 갑주 위로 흘러내린다.

"그는! 그는! 그는! 그-"

"진정하게, 형제여. 정신을 차리라고. 그래서 어디로 가신 게야?"

"그는 말이지."

아르고니스의 입에서 꼴꼴대는 소리가 난다.

"끔찍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