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사회라 부르는 건가?” 쉬반이 물었다.

“전통이라네,” 토르군이 두건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나도 써야 하나?”

“처음에는 다들 그리 하네.”

쉬반은 망설였다. 어딘가 불편했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이런 비밀주의 같은 방식을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도 알아,” 토르군이 말했다. “참으로 따분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맹세를 하는 한 우리는 모두 평등해.

그전에 자네 얼굴을 드러내면 서로 간에 선입견이 생길 거야.”

쉬반은 토르군을 바라봤다. 그림자진 그의 얼굴은 마치 도둑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의 상처, 군단의 상징이자 다른 이들과 자신들을 구분 짓는 표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소모임 같은 거라 했나?”

토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 조촐하다네. 다른 사람이 동지가 된다면 다들 기뻐할 거야.”

“전사회에 몇 명이나 들어왔나?”

“전 군단에 걸쳐서? 모르네. 내 생각으론 꽤 많을지도. 전사의 기품과 잘 어울리니까. 듣기로는 선 오브 호루스의 4분의 1이 전사회의 일원이라고 들었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대체 어떻게?”

“글쎄, 나도 궁금하다니까. 이제 준비됐나?”

쉬반은 두건을 뒤집어쓰면서 스스로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르군은 문으로 가 진입 룬을 눌렀다. 문이 미끄러지듯 열리면서 어두운 방이 드러난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깜빡이는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쉬반이 토르군을 따라 들어가자, 다른 이들이 간격을 벌려 자리를 만들었다. 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잘 왔네, 형제,” 전사회 일원 중 하나가 말했다. “새로운 피를 데려왔군.”’

토르군이 목례했다. “자기 가치를 증명한 친구라네.”

쉬반은 원 안에 자리 잡았다. 다른 이들의 얼굴은 부분적으로만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쉬반이 원한다면 몇몇 이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공기 중에는 향을 태운 듯 묘한 달콤한 냄새가 났다. 여기 모은 화이트 스카들 모두 갑주 위에 로브를 걸쳤는데,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표준 절차에 따라 갑주를 입어야 했기 때문에 덩치가 너무 커 비대해 보였다.

“잘 왔네, 낯선이여,” 처음 말한 이가 말했다. “우리와 함께하려 왔는가.”

“알아보기 위해 왔다,” 쉬반이 말했다.

“상관없네.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으니까.”

두건이나 뒤집어쓴 주제에!

“결정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소,” 발언자가 다른 이들에게 말을 이어갔다.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고, 몇 가지 사안들이 명확해졌소. 여러분 모두 저 아래 행성의 모습을 봤으니 이제 더욱 확실하게 말할 수 있소. 이제 대체 누가 워마스터의 스타-스피커들의 전언을 의심할 수 있겠소이까? 형제들이여, 우리 사이에 분열이 찾아왔소. 이전에 카간께서 항상 경고하였듯이. 이제 우리는 어떤 편에 설지 정해야 하오. 우리의 책무는 5번째 군단이 가진 순수한 본질을 유지하는 것이오.”

쉬반은 주의를 기울여 들었다. 저 말은 곧,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호루스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너무나 노골적이라 그는 한편으로 놀랐으나. 그런 반응은 너무 순진한 것이리라.

그는 옆에 있던 토르군이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방금 말을 쉬반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염려하는 듯 보였다.

그 테라인 칸이 쉬반을 전사회에 들이고 싶어하는 모든 행동이 진심처럼 느껴졌고, 가히 감동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단단히 믿고 있군.

“연대는 아직 건재하오,” 계속 연설을 이어갔다. “충성스러운 형제들이 이미 반응을 보였고,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소.

전 함대가 준비해야 하오. 우리 모두 대비해야 하오.”

두건의 그림자 아래 보이는 발언자의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그들이 오고 있소, 형제들이여. 이곳, 프로스페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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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좆됨을 감지한 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