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께서는 단 하나를 막기 위해, 평생의 모든 순간을 미친 듯이 싸우셨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것이 무엇이더냐?”
“지금의 당신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호루스가 몸을 돌려 로켄을 응시한다. 그가 취한 새로운 어두운 형상 속에, 그의 흉갑에 박힌 문양처럼 사악한 핏빛 눈이 수직으로 뻗친다.

“네놈이… 감히…?”

호루스가 속삭인다.

“카오스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로켄이 입을 연다.

“카오스는 그 무엇에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지금의 당신께서는 그 변덕의 꼭두각시일 뿐입니다. 카오스는 단 하나의 행위를 위해 당신을 유혹했지요. 놈들이 두려워하는 단 하나의 존재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황제께서는 카오스로부터 불길을 훔치셨고, 놈들에 대항하여 그 힘을 휘두르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힘을 온전히 취하실 수 없음을 아셨지요. 그 힘이 그분을 삼키실 것이기에 그러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스스로 행한 바를 따를 용기가 없다며 그분을 조롱했지만, 그것은 용기의 부재가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극의 의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지요. 카오스를 온전히 포용함으로서, 당신은 카오스가 원하는 바를 그대로 행하였습니다. 당신은 스스로가 그렇게 행했다 생각하지만, 그저 환상일 뿐입니다. 그분께서는 항상 카오스에 맞섰고, 놈들이 던지는 모든 거짓과 약속을 거부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분의 삶은 즉흥과 끈기 속에 이어지는 더러운 혈전의 연속이었지요. 지금 당신과의 싸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들이 던진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그렇기에 지금 당신이 나아가는 길은 강하고 선명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하다, 이 은혜를 모르는 백치여!”
“그러면 그러함을 보이십시오!”

로켄이 외친다.

“보이십시오! 그 강함이 무엇인지!”
“네놈에게 내가 증명해 보일 바는 없다!”
“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보이십시오!”

로켄이 입을 연다.

“실수하지 마라! 예, 저에게 수 년 전에 이리 말씀하셨지요! 실수하지 마십시오! 아버지여, 당신이 저지른 실수를 보소서! 당신의 길에는 오직 전쟁이 있을 뿐이요, 인류를 위한 바 없는 암울한 어둠의 길일 뿐입니다“”
“실수 따위는 없다!”

호루스가 외친다.

“나를 보아라, 로켄! 지금의 내가 무엇인지 보란 말이다!”

울부짖으며, 호루스는 제 흉갑을 탕탕 두들긴다.

“워프가 나를 만물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능력을 부었다! 나는 변회했고 승천하는 존재인즉! 나는 신이요, 소년이며, 강대한 신이라! 그리고 신들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위대한 것은 우리가 옳기 때문입니다.”

로켄이 답한다.

“우리가 강대하다 하여 우리의 옳음이 보장되는 바 없습니다. 그러한 역전이 우리의 신조가 되는 순간은 사악할 뿐입니다.”
“무슨 헛소리더냐?”

호루스가 묻는다.

“그의 또 다른 거짓이더냐!”
“신더만이 저에게 가르치기를-”
“그 늙은 바보? 그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바는 아니지요. 저희 모두가 그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어쨌든, 그의 지혜에 흠잡을 바는 없었습니다. 당신은 신이 아닙니다. 저들은 그저 당신 스스로가 신이라 생각하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여, 당신이 실로 그렇게 위대히다면, 그 지혜는 어디에 있나이까? 저들의 거짓이 눈을 멀게 힌 바 없다면, 어째서 그렇게 눈이 머셨나이까?”
“저들은 나에게 거짓을 고하지 않을 것이다. 실로 그러하다.”

로켄은 한숨을 내쉰다. 빛을 발하는 제 유전-군주로부터 돌아선 그가  파괴된 황제의 육신을 내려다본다.

“폐하의 말씀이 옳으셨나이다.”

로켄이 입을 연다.

“저들은 그를 너무도 세게 쥐었나이다. 그는 돌아서지 않을 것이요,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호루스는 앞으로 나아간다.


“무슨 짓이지? 마치 저것이 대답할 수 있는 감각과 생명력을 가진 듯이 구는구나?”


로켄은 어깨 너머로 그를 바라본다. 차가운 회색 눈. 오직 그의 적을 향한 시선.

“실로 그러하십니다.”

로켄이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