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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EaTD 3] 10: xvi 최후의 날의 애도 (2)

맛동산(149.102) 2024.01.28 19:20:43
조회 362 추천 17 댓글 3
														

"그만해라," 당신이 중얼거린다. 대체 왜 당신을 가만 두지 않는 건가? 그들은, 쉴새없이, 당신의 등 뒤에서 줄곶 속삭이고 있다. 말로거스트가 마지막 깨달음을 시작하려 당신을 꿈에서 깨웠던 그 이래로.


아니, 말로거스트가 아니다. 아르고니스다. 맞다. 그 아이, 키노어 아르고니스. 으, 속삭임이 당신의 뇌를 갉아대는 와중에 생각을 떠올리기가 너무도 힘들다. 당신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모든 것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싶건만, 그래서 머세이디 올리톤이 당신의 구술을 받아쓸 때 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지를, 당신의 양심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당신이 치룬 대가가 얼마나 값비쌌는지를 정확하게 기록하도록 하고 싶건만. 이 속삭임이...


"나를 내버려둬라," 당신이 말한다.


사방을 둘러싼 벽이 숨쉰다. 궁정의 벽이 너무도 밝게 빛난다. 옥외에서 칼라스타의 타는 듯한 별빛을 쬐는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워프 속 우이게빌라크의 미로처럼 얽힌 매듭처럼. 빛이, 거의 미칠 것처럼 밝은 빛이, 슬쩍 깜빡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가 스치며 가물거린다. 아니면 이파리 같은 무언가로. 당신은 개의치 않는다. 당신은 보지도 않는다.


당신은 근처에서, 당신 뒤쪽 어딘가에서 한 남자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이 속삭임과는 달리, 당신이 용서하고 넘길 수 있는 소리다. 당신은 로켄의 비통을 이해한다. 바로 당신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도 같으니.


당신은 고개를 돌리지는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아비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도와다오," 당신은 어깨 너머에로 말한다. "가비엘... 나를 부축해다오. 를 옮겨야겠다."


당신은 그가 당신에 뒤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를 듣는다. 당신은 무릎을 꿇고는, 두 팔로 당신의 아비의 몸뚱아리를 안아든다. 최소한, 의 남아있는 몸뚱아리를. 는 너무도 가볍고, 너무도 취약하다. 더 이상 가 아닌 것만 같다. 마치 누더기같은, 마치 부지깽이같은, 마치 종잇장처럼 말라붙은-


"부탁드립니다, 루퍼칼, 이제 그만하십시오." 로켄이 말한다.


"너무 늦었다," 당신이 대답한다. 당신은 목청을 가다듬는다. "나는 그만두었다, 가비엘. 이제 끝났어. 이제 모두 완료된 거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가 대답한다.


당신은 당신의 아비를 팔 안에 든 채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본다. 로켄이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의 두 눈은 공허하게 어둠으로 물들어있고, 그의 칼은 저 뒤편에 널부러진 채다.


"를 옮기는 것을 도와다오," 당신이 말한다. " 가 명예롭게 안치될 수 있도록 나를 도와다오. 어찌되었건 는 나의 아버지였으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로켄이 고집스레 말한다. "당신께는요. 우리에게는요. 당신께서는 궐기하신 그 목적을 이루셨습니다. 이제 그 권능은 버리십시오."


"내가 왜 그러고 싶겠느냐?" 당신이 묻는다.


"당신께서 정녕 호루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께서 꼭두각시가 아니라 오롯이 선 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말했었지-"


"그러셨지요. 허나 그들의 발톱은 당신 안에 깊숙히 박혀 있고, 그들의 거짓말은 당신의 눈을 흐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당신께서는 이 결말을 달성하기 위하여 스스로 힘을 취하셨다 말하셨습니다. 네, 아버지, 당신께서는 달성해 내셨습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하신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더 이상은 그 힘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 할 수 있는 동안 그걸 버리십시오. 이 인간의 세상에 당신께서 아직 그들 중의 일부라는 것을 보이고, 당신께서 하신 말을 증명해 보이십시오. 추악한 신들에게 당신이 그들의 노리개나, 그들이 설계한 무력한 도구일 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이 권능은 나의 것이다," 당신이 말한다. 이 아이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틀어쥐고 내 뜻대로 사용할 권능이다. 권능이 문제가 아니다, 로켄아,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악한 것이 아니야."


"당신께서는 방금 암흑의 대성당에서 황금의 왕을 살해하셨습니다," 로켄이 말한다. "이 형상들, 빛과 어둠 중에, 어떤 면을 택할지는 스스로 정하신 것입니까?"


"그건 그저 형상에 불과해!" 당신은 크게 웃는다. "겉보기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빛에 대항하기 위한 어둠. 이해하겠느냐? 나는 그저 그가 오만하게 뽐내는 영광을 되받아치기 위해 이 형상을 택했을 뿐이야. 어둠이 사악인 것은 아니다, 로켄, 빛이 꼭 선이나 진리를 뜻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상징에 지나지-"


"상징에는 힘이 있습니다, 아버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의미에서는 아니다, 내 아들아."


"그럼 벗어던지십시오," 로켄이 말한다. "처분하십시오. 이 어둠을, 이 검은 심장을, 이 공포의 궁전을. 이제 필요 없게 된 권능을 떨쳐내십시오. 당신의 아버지께서 사용하지 않았던 그 하나를 지금 사용하십시오."


"그게 뭐지?" 당신이 묻는다.


로켄이 가슴에 손을 얹는다.


"정情입니다," 로켄이 씁쓸하게 말한다. "당신께서는 방금 당신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부디 사람답게 행동해 보십시오."


그의 말이 당신을 깊숙히 파고든다. 당신에 대해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에게는 이게 보이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아마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아마 당신은 이 공포의 검은 형상을 벗어던지고, 이건 당신이 쥐고 주무르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일은 이미 끝났다. 이제 이건 안도가 되리라. 당신의 팔다리에 얹힌 무게를 덜어내고, 당신의 가슴에 쌓인 죄책감을 덜어내고, 죽어버린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되지 않으랴? 이제 다시 한 번 숨 쉴 수 있으리라. 다시 한 번 아파하고, 일어난 일에 슬퍼할 수 있으리라. 흰색과 금색의 상복을 입고 애도할 수 있으리라. 이 고통을 없애 주리라. 당신의 행적을 정당화해 주리라.


미래가 당신을 지켜본다. 당신은 미래가 기억할 당신이 그저 이것뿐이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


당신은 내버린다.


딱 한 순간, 당신은 떨쳐낸다.


찰나동안만.


당신은, 마치 망토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권능을 몸에서 내보낸다. 마치 칼을 빼내는 것처럼 몸에서 떨쳐낸다. 몸에서 떼어져 나가면서 그 가시가 당신의 살점과 골수를 파헤친다. 당신은 스스로에게서 힘을, 마치 피처럼, 흘려보낸다. 그 양이 너무나도 많지만, 어떤 피건 어느 순간에는 멈추기 마련이다.


속삭임이, 공포에 차서, 다시금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당신을 향해 비명지른다.


"그만해라," 당신이 말한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명령받지 않는다."


그러나 속삭임은 멈추지 않는다. 속삭임이 당신 주위를 휘감고, 이 모든 것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말해왔던 것을 계속 또 계속 되풀이한다. 마치 산들바람에 바스락대거나 발 아래 바스라지는 죽은 낙엽처럼. 마치 벌레의 메마른 겉날개처럼. 마치 왱왱거리는 나방처럼. 마치 워프가 뱉어내는 불똥처럼, 끝이 없이-


대체 무얼 계속 속삭이고 있는 거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민다. 무슨 말인지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름이다.


한 이름이다... 아니, 한 구절이, 되풀이되고 메아리치고 증폭되어 울려퍼지고 있다. 한 구절이, 하얀 빛으로 빚어져, 백만의 입에서 하나된 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아니, 수백만이다. 아니, 한 종족 전체다.


황제 폐하께서 사시기를.


아니, 그건 안-


제게 말해진 이 말을, 여러분께서도 저와 함께 말해 주십시오. 황제 폐하께서 사시기를.


안 돼!


두 손 들어 외칩시다. 그분께서 사시기를.


속임수다. 마지막 속임수다. 마지막 얕은 속임수다! 당신의 갑주를 비틀어 열려는 지렛대. 당신이 경계를 풀게 하려는 수작. 마술사가 앙코르로 펼쳐 보이는 손장난. 영원하고 가차없는 음모꾼이 펼치는 마지막 한 번의 필사적인 모략.


당신은 이것조차도 속임수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당신의 아비의 시체를 던지려 들지만, 몸뚱아리는 벌써 종잇장같은 재와 반짝이는 먼지로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저 형상이었을 뿐이다. 또 하나의 벗어던진 형상이었을, 또 하나의 텅 빈 껍데기였을 뿐이다.


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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