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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9:xx 파편들 (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1 13: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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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xx 파편들 (2)



파편 더미에 엎드러져 있던 로켄이 깨어난다. 그는 다른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한다… 리투, 프로콘술… 그의 아비… 그리고 그의 아비의 아비까지.


그는 복수하는 영혼이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에 빠진다.


지금 그는 그 함선의 갑판 조각 위에 누운 채다. 하지만 지금 그 조각이 놓인 곳은 연마되어 매끈하게 잘린 바닥재의 바다 위에 누더기 뗏목처럼 놓인 채다. 거대하고 어두운 방이다. 공포와 위협을 위해 설계된 또 다른 무한의 건축물이지만, 제 유전 군주가 빚어낸 궁정이 아니다.


텅 빈 공간이다. 광대하다. 거대하고 어슴푸레한 공간 위로 장대한 가위꼴 아치와 아칸서스 양식의 기둥이 이 공간을 특정한다.


옥좌실이다.


아니, 최소한, 옥좌실이었던 공간이다.


로켄이 일어선다. 재와 불씨가 어둠 속을 표류한다. 사방에 불타버린 뒤 엉겨 붙은 인골의 흔적이 흩어져 있다. 그 뒤로 거대한 은의 문이 경첩에서 떨어져 나간 채다. 밤바람이 울부짖으며 애도한다.


천정도, 지붕도 없다. 그의 위로 황궁은 폐허처럼 뻥 뚫려 하늘과 마주한 채다. 거대한 기둥과 아치는 지탱하던 공간이 찢겨나가며 상단이 끊겨 나가 있다. 드높은 왕의 위대한 중심이 되던 전당은 약탈당하고 버려진 뒤다.


하늘은 테라 전역을 휩쓸고 있는 무의 폭풍이 발하는 붉은 빛으로 물든다. 가장 어두운 밤이 모두의 위로 펼쳐진다.


로켄은 어둠 속에서 유일한 빛의 근원을 본다. 회중석 저 끝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이다. 로켄은 그 방향으로 걸어간다. 끔찍한 방을 가로지르는 길은 긴 시간이 걸린다.


로켄은 불길로 다가간다. 맹렬한 불길이지만, 억눌림이 느껴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타고 있는 남자다. 그 신원을 알아볼 수 없다. 그는 옥좌 위에 앉아 있다. 이글대는 노란 불길이 그를 집어삼켰고, 무력한 고통 속에 비틀거림도 몸부림도 없다. 저 안에서 살아 있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불길 속에서 몸이 오그라들지도 뒤틀리지도 않았기에 죽었다 할 수도 없을 형상이다. 그저, 머리를 곧게 세우고서 팔걸이에 팔을 얹은 채, 바닥에 발을 딛고 불타고 있을 뿐이다.


옥좌는 작고 단순한 형상이다. 높은 등받이의 나무 의자다. 붉은 옻칠이 되어 있고, 기묘한 인장이 새겨져 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은 옥좌를 구성하고 있는 목재는 옥좌가 받치고 있는 인물로부터 뿜어지는 불길 속에 한 점 상함도 없다.


작은 옥좌에 앉은 불타는 형상 뒤로, 거대한 액화 금속의 호수가 상감 세공이 된 바닥의 드넓은 영역을 뒤덮고 있다. 용광로나 다름없는 뜨거운 열기 속에 용융된 금이 빚어낸 호수다. 금속의 호수는 용암처럼 연기를 뿜으며 서서히 식어간다. 하지만 로켄은 그 안에서 오븐처럼 빛이 쏟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금속의 웅덩이 주변은 원형으로 배치된 거대한 인간 형상의 윤곽을 제하면 그을음으로 검게 그을린 채다. 마치 그림자처럼, 비투영을 담아낸 모습이다. 순간 로켄은 저 형상을 빚어낸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증발해 버린 것인지 생각한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로켄은 큰 소리로 묻는다. 하지만 누구도 답하지 않는다. 바람도, 의자 위의 불타는 형상도 마찬가지다. 로켄은 반쯤은 그리로부터 대답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로켄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본능은 이것이 꿈이라고, 로켄의 아비가 펼친 것이노라고 말한다. 로켄의 유전 군주가 그를 징책하기 위해 이 안에 밀어 넣은 것일까? 먹히지 않을 일이다. 섬뜩하고 비참한 모습이지만, 악마가 그에게 보였던 환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펼쳐진 억겁의 모습이 그의 정신에 상처를 새겨 넣지만, 로켄은 황제 폐하의 의지가 발하는 힘으로 사람을 쇠약하게 하는 그 광기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지금 별쳐진 이 비극의 모습조차도, 그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


아주 안타깝고 슬픈 모습이지만, 그저 방일 뿐이다.


그저 방의 꿈일 뿐이다. 로켄의 확신이 커진다. 황제 폐하는 그 힘을 로켄에게 뻗었고, 그 힘을 통해 로켄을 자신의 도구로 삼았다. 그리고 로켄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게 해 준 이는 저 옆의 의자에서 조용히 불타고 있는 존재였다.


그 힘의 작은 흔적이 아직 저 안에 남아 있다. 로켄은 그의 뼈에서, 그의 피에서, 그리고 루비오의 검날을 타고 흐르는 불꽃에서 그 힘을 느낀다. 그 힘의 흔적이 아직 고동치고 있다면, 황제 폐하께서 아직 살아 있다는 의미이리라.


어딘가에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꿈이라면, 그 어딘가는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아직 가느다랗게나마 맥동하는 힘의 흔적 속에서 로켄은 조금이나마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 명료함이 사이커로서 태어난 이들의 두 번째 천성이리라고 생각한다. 사이카닉 힘을 다루는 훈련을 받은 바 없기에 낯설지만, 그 명료함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로켄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위해 노력한다. 루비오의 검은 진짜다. 그의 무구들 역시 진짜다. 루퍼칼이 쏟아낸 벼락 속에서 그을린 흉갑의 자국… 진짜다.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가고도 불타버린 흉갑 아래, 물집이 돋아난 살점… 이것도 진짜다. 그의 육신은 진짜다. 그의 손을 흠뻑 적신 천사의 피도 진짜다.


이곳은 복수하는 영혼이다. 로켄은 움직여지거나 전위를 당한 바 없다. 그는 여전히 궁정 안에 있다. 이것은 그저 환상이다. 궁정의 무한히 뻗어가는 프랙탈 구조가 빚어낸 또 다른 형상이며, 로켄의 아비가 뻗친 상상 속에서 워프의 사술이 부려낸 사이킥 파편이리라.


어쩌면, 그 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지도.


아직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에 그렇다. 황제, 그리고 그의 아비는 1대 1의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전투는 단순히 칼과 마울을 든 두 사람이 마주한 전투에 그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육체와 육체가 마주치는 전장이지만, 동시에 물리적 실체를 벗어난 투쟁이기도 하다. 살과 뼈, 철과 강철이 벌이는 결투이며, 정신과 의지, 그리고 영혼과 사술, 비물질계의 주술까지 얽히는 결전이다. 일백의 결투가 동시에 벌어지고, 필멸의 세계와 천공의 세계, 물질계와 그에 반하는 비물질계의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로를 공격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지킬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번의 방심, 단 한 번의 실패가 치명상을 입히는 틈이 되리라.


말 그대로 총력전이다. 영겁의 방법 속에 하나의 싸움이 증폭되어 완벽한 조화 속에 벌어진다.


그리고 여기, 이곳, 바로 이 꿈은 그 전쟁의 파편이다. 물리적 전쟁과 평행을 그리며 이어지고 있는 사이킥 전쟁의 파편인 것이다.


이 묵시가 분명하고 진실하게 다가온 순간, 로켄의 귀에 칼날이 갑주를 후려치고 장갑판을 일그러뜨리는 마울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무기의 부르짖음이다. 저 멀리 선 거인들이 발하는 천둥이다. 마치 저 밖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버려진 옥좌실의 벽에 부딪혀 메아리친다. 로켄은 그가 깨어난 순간부터 저 치열한 전투의 소리가 들렸으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깨닫고서야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따름이다. 특정한 복스 파장을 고정하기 위해 다이얼을 조정하듯 그 스스로를 조율해야만 들을 수 있는 불가해한 소리다.


사이킥 의지를 담은 칼날이 공기를 베어내며 불타는 쉿쉿거림을, 중력을 휘어내며 세상을 파괴하는 마울의 굉음이 들린다. 파워 아머가 움직이며 갈리는 소리가, 관절로 이어진 갑주 조각들이 철컹대는 소리가 들린다. 갑주를 두른 발이 떨리는 갑판을 밟으며 움직이는 둔탁한 소리가, 굴절 역장과 개인용 방어막이 타격을 받으며 운동 에너지를 흩어내는 날카롭게 우직거리는 소리가, 최대 출력을 발하는 소형 반응로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극한의 힘을 다하는 두 전사의 거친 숨소리가, 너덜너덜한 헐떡거림이, 팽팽한 으르렁거림이, 힘겨운 신음이 들린다.


정신들의 노래가 들린다. 하나는 높고 선명한 음으로, 마치 유리잔의 가장자리를 따라 손가락 끝으로 빚어낸 화음이 이어지듯 고통스러우리만큼 날카롭고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크리스탈을 뚫고 들어오는 균열처럼 황혼을 뚫고 퍼지는 소리다. 다른 하나는 단조로운 저음이요, 가슴과 목줄기로부터 부풀어 오르며 공명하는 기나긴 으르렁거림이다. 아홉 박자에 맞춘 심장의 고동처럼 뒤따르는 북소리가 퍼진다. 워프의 재를 내뱉으며 딱딱거리는 소리다.


로켄이 고개를 든다. 소리는 바로 밖에서 들려온다. 그의 왼쪽에서… 그리고 그의 오른쪽에서… 그러고선 폐허가 된 은의 문 너머에서… 그리고 회중석의 끝을 가리키는 벽 뒤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들이 이 공간을 선회하듯 움직인다.


날카로운 충격음이 들린다. 로켄은 몸을 돌린다. 제때 몸을 돌려서일까, 회중석 건너편, 방의 벽에 패인 자국이 나타나는 것이 보인다. 돌이 부풀고, 부스러진 회반죽이 나뒹군다. 무언가가 저 밖에서 벽을 후려친 것이다. 찰나 이후, 50미터 왼쪽, 또다시 벽에 무언가가 부딪힌다. 벽돌 가루와 석고 조각들이 한데 뭉쳐 떨어져 내린다. 무너진 합창석 근처에서 세 번째 타격이 터진다. 석조 블록들이 뒤흔들리고, 3미터 길이에 달하는 들쭉날쭉한 균열의 흔적이 깊숙이 새겨진다.


의자에 앉아 불타는 형상이 내던진 빛을 따라 그림자가 벽을 뛰며 춤을 춘다. 처음에는 그저 번져 내린 그림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로켄이 소리에 집중하듯 환영에 정신을 맞추자, 서서히 움직이는 형상이 된다. 깜빡이는 실루엣이 빚어지며 벽의 껍질을 따라 유령처럼 미끄러진다. 나무 옥좌 위의 형상이 펼치는 그림자놀이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그림자 위로, 검을 높이 들고 몸을 움직이는 인류의 주인이 담긴 형상이 뚜렷한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저곳, 거대한 덩어리로서 빚어진 루퍼칼의 육중하고 옹송그린 형상이 앞으로 몸을 내던진다. 두 형상이 서로 밀착해 격렬한 근접전을 벌이고,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끝에 하나로 이어진다.


꿈의 파편처럼 휘날리는 거대한 그림자들이 벽을 따라 움직인다. 벽의 휘어짐과 윤곽에 따라 구부러지고 일그러진, 쭉 늘어나고 왜곡된 거인의 형상이다.


로켄은 음울한 매혹 속에서 그림자들을 지켜본다. 왔다가 가고, 나타났다 사라진다. 다음 형상이 어디에 나타날지, 얼마나 오래 빚어져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림자가 번쩍이고 사라질 때마다 로켄은 고대의 인류가 바위 위를 긁어내고 그려낸 동굴의 벽화를 떠올린다. 여기, 도약 중인 남자. 저기, 피하기 위해 몸을 돌린다. 그들이 쥔 무기가 바로 저것이다. 이것은 검이 따를 길이다. 이 측면이 바로 마울이 휘둘러질 길이다. 여기, 벽 위에 그림자로서 그려진 것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공감의 주술이다.


그림자들은 돌을 통해 전달되고 불꽃으로 쓰여진 싸움의 파문이다. 매 순간의 잔상이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향해 즉시 메아리친다. 어떤 바람직한 미래를 담은 형상이 아니다. 지금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미래의 형상이다. 옥좌실의 벽을 이루는 치장된 석재는 얇은 막에 불과하다. 견고한 장벽이 아닌, 천공의 세상이 투영된 장막일 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빚어내는 형상은 저 너머 다른 곳에 있는 사물들의 흔적일 따름이다.


로켄은 그들에게 닿아야만 한다. 유전자에 새겨 넣어진 아스타르테스의 충성심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황제 폐하의 곁에 서서, 황제 폐하를 지켜야만 한다. 황제 폐하는 인류의 방패이자 보호자지만, 그분의 방패는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우리가 그 방패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방패다. 우리는 함께 묶여 있는 영혼들이다.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우리는 무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히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겠지만, 로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악마 사무스가 베풀었던 고통 속에서, 그의 필멸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 지워졌기에. 게다가, 그에게 새겨 넣어진 충성만으로도 그를 거기 이끌기에 충분함에도, 황제가 자신의 모든 후손들에게 물려준 귀중한 호사가 그 충성을 증폭한다. 바로 감정이 그것이다. 로켄은 죄책감을, 그리고 책임감을 느낀다… 로켄의 말과 조언이 페르손의 설득에 힘을 보태고, 황제 폐하에게 신성의 약속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 않았던가. 악마가 되느니, 인간으로서 악마와 싸우는 것이 낫나이다. 그래, 그 말 때문에 황제 폐하께서는 호루스 루퍼칼을 쉽사리 무너뜨릴 힘을 포기했다. 그 결과, 인류의 주인은 무한한 힘을 가진 적을 상대로 유한한 힘을 쥔 채 뛰어들지 않았던가. 그리고 인류의 주인에게는, 모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국, 로켄이 이 일을 위해 선택된 것이었다.


로켄은 저들에게 이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지금 그는 이 결전의 파편이자 정신적 전쟁의 한 측면 속에 휘말린 것이다. 아마도, 첫 충돌이 발한 힘에서 이곳에 던져졌으리라. 그는 전투의 중심부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전투의 다른 측면과 수많은 층위를 통과하는 길을 찾아야 하리라.


충동적으로, 로켄은 의자 위 불타는 형상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전투의 소리는 거듭 울려 퍼지고, 전쟁의 그림자는 벽을 가로질러 춤을 춘다.


“당신께서 저를 선택했습니다.”


로켄이 입을 연다.


“당신의 선택이셨습니까, 아니면 주인의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까?”


불길은 답하지 않는다.


“이 폭력의 역사에서 제가 수행한 역할 때문에 제가 선택받은 것입니까?”


여전히, 불길은 딱딱거릴 뿐이다.


“아니군요.”


로켄은 결심한다.


“저는 특별한 부상을 입힐 무기였군요. 제 아비가 저를 보고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아비에게 상처를 입혔군요. 그래서 제가 선택받은 것이군요.”


불길은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아직 살아 계시기는 합니까, 인장관이여?”


어떤 대답도 얻지 못하리라. 대신, 그는 검을 뽑는다. 그대로 칼날이 불꽂을 발하며 앉아 있는 형상을 향해 겨눠진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칼날이 빛나기 시작한다. 광채가 뿜어진다. 화염이 옮겨붙는다. 로켄이 검을 치우자, 루비오의 검 끄트머리서부터 리카소에 이르기까지 불길에 휩싸인다.


로켄은 횃불처럼 검을 높이 든다. 부드러운 불꽃이 칼날을 따라 흩날린다. 이제 그는 스스로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시 회중석으로 걸음을 옮긴다. 로켄은 벽을, 완강한 석주를 바라본다. 검이 발하는 불꽃이 던지는 그림자가 향하는 곳을 본다. 두 유령 같은 형상이 이 기둥을, 저 현무암 석주를, 저 내뻗친 바닥을, 저 벽의 파편을 따라 선회를 거듭하며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그렇게 그림자의 춤이 이어진다. 로켄은 제 앞에서 움직이는 유령들의 뒤를 좇는다. 움직임과 소리를 따라 움직인다.


로켄은 폐허가 된 은의 문에 닿는다. 영원의 마지막 관문인 은의 문 너머, 지나치는 그림자가 잠시 춤을 춘다. 로켄은 황금 갑주를 두른 불타버린 거인들의 유해로 건너간다. 선 자리에서 쓰러진 그들의 오라마이트 갑주는 섬전암의 그을림 속에 검게 물든 채다.


로켄은 밤을 향해, 밖으로 나선다. 문 너머에는 황궁도, 내부 생텀도, 최후의 요새도 없다. 오직 양막처럼 드리운 밤하늘 아래, 그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검게 물든 돌로 빚어진 종말의 폐허뿐이다. 그 외에 무엇도 남지 않은 채다. 파멸이 테라 전체를 차지한 현장이다.


무의 폭풍이 불어내는 차가운 바람이 그를 휩쓴다. 갑주 위에서 핏빛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검의 빛에 의지하여, 로켄은 순간 다시 그림자들을 본다. 조각난 돌덩어리 위에서 그림자들이 춤을 춘다. 로켄은 그 뒤를 쫓아 앞으로 전진한다.


몰아치는 강풍이 불길을 두른 검을 휩싸며 불꽃을 당긴다. 하지만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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