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쉴드

Blackshields

훈련된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의 정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충격도 있는 법이다. 스페이스 마린 사이의, 부대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군단에 대한 형제애와 명예의 유대는 군단이 군사 조직으로서 가지는 효력과 거기 속한 개별 전사의 정체성에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다. 각 스페이스 마린이 느끼는 소속감은 어린 병사들이 서로 느끼는 비슷한 감정적 유대감보다 훨씬 크며,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황제의 이름으로 은하계를 정복할 수 있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위대한 장점이었던 것이 한순간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뒤바뀐다. 이런 유대감을 시험에 들도록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지만, 개중 하나는 바로 배신이다. 이스트반 V에서 벌어진 엄청난 배신은 스페이스 마린의 심리를 뒷받침하는 확신을 산산조각 내기 충분했으며, 모든 것을 희생한 목표였던 황제의 꿈이 죽자 많은 이들이 광인에 가까워진다.

여러 군단이 통째로 광기에 휘말린다. 깊은 자기혐오의 늪에 빠진 아이언 핸드는 결국 육체의 유용성에 관한 프라이마크의 가르침을 왜곡한다. 샐러맨더는 모든 증거를 부정하며 프라이마크가 살아있다는 이교도적 믿음을 품지만, 자비롭게도 이는 사실임이 밝혀진다. 배신한 군단들의 정신에 사악한 권능이 작용한 반역파 쪽의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하다.

테라도 워마스터도 지지하지 않음을 선언하는 자들 역시 존재한다. 그들 집단에선 단절된 관계를 천명하기 위해 문장을 검게 칠하는 게 흔하였기에 이런 떠돌이 무리에는 ’블랙쉴드‘라는 명칭이 소급적으로 붙여진다.

블랙쉴드 단체는 소위 섀터드 리전이라 불리는 자들처럼 서로 다른 여러 군단 출신의 군단병으로 구성되는 일이 잦으며, 충성파 출신이었을 만큼이나 반역파 출신일 가능성도 높다. 본래 상징색을 입고 공개적으로 황제를 위해 싸운 섀터드 리전과는 달리, 블랙쉴드는 내부에서 선택한 자들 외에는 어떤 주인도 인정하지 않으며 외부 지휘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황제나 워마스터를 위해 싸울 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고도 없이 공격한 뒤 다시 공허 속으로 사라진다. 이에 더해, 블랙쉴드는 은하계가 불타오르는 동안 자신만의 하찮은 제국을 건설하거나 해적의 삶으로 영락하는 등 순전히 자신만을 위해 싸울 가능성도 높다.

옛 충성심을 저버린 이유는 그 구성원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들은 은하계에 닥친 사태에 혐오감을 느껴 맹세를 깨뜨린다. 다른 이들은 노예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황제가 부여한 힘에 탐닉할 기회를 거머쥔다.

상황이 안정되고 전쟁에 관한 사실이 더 널리 알려지자 개중 일부는 양측에 다시 통합되기도 한다. 몇몇은 테라를 위해 싸우며 위대한 명예를 얻는다. 다른 자들은 한동안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에 변절자로, 혹은 더 최악인 존재로 재등장해 제국에 대파괴를 일으킨다.

그림자 성전

The Shadow Crusade

호루스는 워드 베어러의 프라이마크 로가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한다. XVII 군단과 어둠의 동맹이 칼스 전투에서 울트라마린 주력과 교전하는 동안 로가는 로부테 길리먼의 충성파 영토 울트라마에 비밀 공격을 가해야 했다. 호루스는 앞으로 자신의 야망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길리먼의 군단을 패퇴시킬 뿐 아니라, 철저하게 파괴할 것을 요구한다. 로가는 오랜 적수에게 복수할 기회를 음미하지만, 그게 진정한 동기였다는 사실은 항상 부인한다. 로가의 궁극적인 야망은 분명하다. 모든 울트라마린 권력 및 섹터 영향력의 기반인 마크라그에 직접적인 공세를 가하는 것. 모성을 상실한 XIII 군단은 산산조각이 나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터이다.

로가는 더 장대한 목표도 품었다. 그는 매우 구체적인 일련의 끔찍한 의식을 거행해 은하의 여러 섹터 전체를 피로 봉헌하여 카오스 신들께 바칠 계획을 세운다. 마크라그 공격은 그 추악한 계략의 일환이다. 그는 월드 이터의 앙그론을 광기로 끌어들였고, 두 프라이마크는 함께 세계들을 불사른다. 에레부스가 칼스를 종말론적으로 파괴한 사건은 막대한 악행 사이 단 하나의 희생양에 불과하니 칼스에 풀어진 공포는 울트라마 영토에서만 백 배로 되풀이된다. 은하계는 불타고 카오스 신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워드 베어러의 추악한 의식은 파멸풍에 피와 해골을 먹여 그 위력을 강화하고 폭풍에 대한 로가의 지배력을 강화한다. 모성 마크라그도 로가와 앙그론의 자비에 맡겨질 뻔하지만, 월드 이터의 프라이마크가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군대를 물린 덕에 이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림자 성전이 붕괴한다. 몇몇 사건의 신비로운 반전이 울트라마린 모성을 구원했으며, 그렇게 충성파를 위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생겨난다.

임페리얼 피스트 전쟁함대

The Warfleet of the Imperial Fists

임페리얼 피스트의 로갈 돈은 좌초한 순양함 아이젠슈타인을 우연히 발견하여 데스 가드의 충성파 중대장 가로를 만난 뒤 휘하 전쟁함대에 이스트반으로 향하라고 명령한다. 그의 부대는 태양계 제3 행성에서 충성파 작업을 증원하는 임무를 맡는다. 돈은 오직 베테랑 정예 중대들만 이끌고 충성스러운 가로를 직접 태양계로 호위한다. 나머지 VII 군단 병력은 이스트반으로 향한다. 함대는 열일곱 척의 배틀 바지와 다양한 순양함, 수많은 소형 지원함에 더해 3만이 넘는 스페이스 마린으로 이루어진 막강한 군사력이다.

임페리얼 피스트 함대는 이스트반 성계에 모인 반역파에게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다. 하나 호루스는 워프에 강력한 동맹을 가졌고, 함대 내비게이터들은 그 영향권인 이마테리움을 괴롭히는 폭풍을 뚫지 못한다. 함대가 휘몰아치는 에너지 폭풍을 관통해 항로를 짜려 시도하는 동안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고 또 몇 달이 지나간다. 함대는 워프를 통과하려 시도할 때마다 이스트반에서 더 멀어지는 듯하다. 게다가, 그들은 테라로 돌아가는 경로를 탐색할 수조차 없다.

폭력적인 폭풍이 아스트로패스들의 능력도 마비시킨 탓에 테라나 프라이마크와 통신을 주고받을 수도 없다. 하나 포기는 스페이스 마린의 천성이 아니며, 임페리얼 피스트는 폭풍을 뚫고 가려는 시도를 고집스럽게 이어간다.

임페리얼 피스트 전쟁함대는 팔 성계에 작전 기지를 마련한다. 성계의 거주 가능한 두 행성은 인구도 적고 전략적 중요성도 전무해 별 볼 일 없는 아그리 월드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변방 행성계에 그토록 강대한 스페이스 마린 및 전함 부대가 주둔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워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평온했으며 임페리얼 피스트는 팔 성계에서 오고 가는 데는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알아낸다. 하여 군단 지휘부는 팔을 함대 기지로 삼아 인근 공역을 정찰하고 이스트반이나 테라로 향할 워프 항로를 탐색하기로 결정한다.

군단은 빠르게 일과를 확립한다. 워프로 정기 정찰 임무가 진행되는 동안 군단 아스트로패스들은 워프 폭풍을 뚫고 제국과, 특히 이스트반 충성파 및 테라에 있는 프라이마크와 연락을 시도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함대는 완전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스페이스 마린들은 통신이 재개되는 즉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아스트로패스 통신이 불가한 상황에 군단 지휘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실망감에 빠진다. 그들은 이스트반 성계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으며 충성파 스페이스 마린이 심대한 위험에 처했음을 안다. 프라이마크가 호루스의 반역 소식을 테라의 황제에게 전했다는 것도 안다.

페투라보의 공격은 갑작스럽고 또 파괴적이다. 아이언 워리어 프라이마크는 스무 척이 넘는 대형 전투함으로 이루어진 함대를 지휘한다. 반란 함대는 임페리얼 피스트 아스트로패스가 워프 도약 지점에의 등장을 알리기도 전에 제2 행성 궤도를 돌던 충성파 함선들에 포문을 연다. 몇 분 만에 세 척의 임페리얼 피스트 배틀 바지가 불구로 전락하고, 고물에 어뢰 일제사를 얻어맞아 플라즈마 엔진에 연쇄 반응이 일어난 테라의 망치가 폭발한다. 열두 척 소형함이 반역파 함대에서 빗발치는 포화 속에 찢어발겨진다.

반역파는 충성파 함대의 심장부로 밀어붙이며 온 사방으로 죽음과 파괴를 퍼붓는다. 임페리얼 피스트는 대응 포격을 가하기조차 전에 압도당할 위기에 처한다.

휘하 함대를 충성파 한가운데로 밀어 넣어 진형을 무너뜨리고 각개 격파한다는 게 페투라보의 전략이다. 계획은 충성파 함대가 반역파의 추진력을 꺾을 만큼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데 좌우된다.

하나 임페리얼 피스트는 갑작스러운 공격의 충격에서 회복한 뒤 반격에 나선다. 팔에 오랫동안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충성파 함대는 꾸준한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누린다. 충성파 함선들은 반역파가 대형 안으로 침입하자마자 포격을 날린다. 임페리얼 피스트는 페투라보 함대의 선도 함선들에 포화를 집중한다. 반역파는 선두가 화염폭풍에 찢겨나가며 파괴적인 충격을 입는다. 선봉이 누더기로 전락하자 페투라보 함대의 후속 함선들은 재정비를 위해 공세에서 이탈해 나간다.

충성파는 공격에 나설 기회를 얻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함대 아스트로패스들이 지휘부로 중대한 전갈 하나를 전달한다. 마침내 테라와 접촉에 성공했으며 임페리얼 피스트에 옥좌성으로 복귀하라는 긴급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최고 우선순위의 명령이었다. 어느 무엇에도 지체되어선 안 된다.

불운하게도, 충성파 군단은 팔 성계를 떠나 지구로 향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아이언 워리어 반역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교전 초반에 심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 임페리얼 피스트는 반역파 기습 공격을 격퇴하고 전투의 주도권을 잡은 상태이다. 충성파에겐 전투를 몰아붙이고 페투라보의 함대에 역공을 가할 기회가 있었다. 임페리얼 피스트는 흐트러지는 반군을 쫓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며 대신 테라로 항해한다는 비범한 군율을 보여준다.

충성파 함선들이 궤도에서 이탈해 도약 지점으로 기동하기 시작하자 반역파 함대가 다시 방향을 돌려 새로운 공격을 시작한다. 다수의 임페리얼 피스트 경순양함이 이 새로운 공세를 차단하고자 이동한다. 이 몇 안 되는 함선은 페투라보의 배틀 바지들에 상대가 되지 못하며, 체급이 큰 함선들의 뱃머리에서 발사된 레이저 포격에 갈기갈기 잘려 나간다. 그들의 희생은 훌륭한 판단이었으니, 충성파 군단의 나머지 부대가 도약 지점에 도착하고 워프로 진입해 테라로 향하기까지 충분하도록 반역파를 지연시킨다.

탈란 전투

The Battle of Tallarn

변변찮은 역사학도는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의 형제 상잔을 보며 그게 전쟁의 완전한 전모라 생각한다. 황제와 배신자 아들들 간 투쟁을 스페이스 마린 전투 갑주의 크리스탈플렉스 렌즈를 통해서만 바라본다는 게 매력적인 일이긴 하지만, 초인 군단병은 전쟁 양측이 전개한 병력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반신들이 격돌하는 와중 평범한 수십억 남녀의 개입을 간과하기란 쉽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은 우주선 승무원이나 방대한 제국군, 테라 제국과 화성 제국 전반에 걸친 무수한 역할에 종사하며 피와 결의, 목숨을 통해 충성파 승리에 기여하였다.

1년에 걸친 탈란 전투는 민간 인구에 가해진 끔찍한 잔학 행위와 그에 따른 파국적 인명 손실, 뒤이어 촉발된 저항을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서 헤러시의 비초인 교전에 관한 훌륭하고 명백한 예시이다.

호루스 헤러시 동안 양측은 수많은 금지 무기를 사용한다. 방사능 정화와 사이클론 어뢰, 바이러스 섬멸전과 핵폭격, 무시무시한 포스펙스의 살아있는 불길은 전쟁에 사용된 행성살해 도구 중 일부에 불과하다.

탈란은 헤러시를 살아남은 데저트 월드로 은하 전역에 유명하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니다. 전쟁 전 탈란은 따뜻하고, 대체로 건조하지만 인간이 살기에 이상적으로 적합한 행성이었다. 넓은 기준에서 유사 테라 행성의 조건에 부합했던 탈란은 주민들에게 수많은 다른 행성에서 경험되는 것보다 쉬운 삶을 제공했었다. 이 모두는 페투라보와 아이언 워리어가 도래하며 변화하게 된다.

탈란은 대성전 동안 인류 군대의 전초 기지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탈란은 그 유순한 환경과 여러 안정적인 워프 항로에 진입하는 길목에 인접한 덕에 그런 역할에 매우 적합했다. 다른 많은 행성처럼 군사 재보급을 위해 넓은 지역이 양도되었고 말이다. 하나 특이하게도 탈란 지표는 거의 손 닿지 않은 채 남아있었으며 성전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기반 시설은 지하에 자리하였다. 탈란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 행성을 부드럽게 대했다는 점은 탈란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수십 곳의 거대 지하 시설이 페투라보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피난처뿐 아니라 대성전이 나아가면서 남겨진 전쟁 물자의 형태로 반격을 감행할 물자 및 무기까지 제공한 것이다.

페투라보의 함대가 찾아올 무렵, 탈란은 중요성이 떨어져 서서히 예전과 같은 시골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더 이상 아무런 전략적 중요성이 없어 약해진 탈란 방어는 아이언 워리어 함대의 선봉대에 의해 손쉽게 쓸려나가고, 철의 군주는 사실상 아무런 경고도 없이 파괴적인 바이러스 폭격을 가한다.

생명포식자 바이러스는 제국이 최후 방편으로 사용하는 끔찍한 병기이다. 인공 설계된 이 바이러스는 빠르게 복제되며 접촉하는 모든 생명체를 거의 즉각적으로 파괴하고, 전염 매개체를 따라 거침없이 이동하며 전 생물권을 멸종시킨다. 탈란 역시 이 끔찍한 병기에 노출된 다른 많은 세계와 같으니, 모든 유기물은 몇 시간 만에 악취를 풍기는 용해 상태로 전락하며 바다는 독성 진창으로, 땅은 더러운 늪지대로 변해버린다. 대게 이런 급속한 부패 과정에서 방출된 가스는 이스트반 III에서 그랬듯 점화된 뒤 작열하는 화염폭풍으로 지표를 휩쓴다. 탈란의 경우에는 이런 이차적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대기는 시야에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만드는 독성 박무로 가득 채워진다.

아이언 워리어의 공격 이유는 수 세기 동안 알려지지 않는다. 소수의 생존자에겐 페투라보가 알가나르의 돌 도랑, 검은 눈이라고도 불리는, 싸이킥 공명 물질로 만들어진 관문으로서 통제자에게 워프로 진입할 길을 제공하는 전설적인 유물을 찾아왔음을 알 도리가 없다. 페투라보가 돌 도랑에 관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형제 펄그림과 함께하며 최고천 생물체들의 힘을 목격했으니 그런 권능을 제 것으로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유물을 찾기 위해 소규모 아이언 워리어 무리가 지상으로 내려간다. 이들은 거의 즉각적으로 예기치 못한 습격에 휘말린다. 탈란 지하 기지들에는 소수의 병사가 남아있었는데, 대다수는 몇 년 전 소속 연대가 이동할 때 남겨진 부상병이다. 이 누더기 군대는 복수심에 불타는 시민들과 함께 탈란 지하 창고에 비축된 수만 대 차량 중 일부에 탑승하여 페투라보의 무쇠 아들들에 보복의 첫 강타를 날린다.

이 저항은 순식간에 유린당해 죽어버렸을 수도 있었으나, 탈란 최후의 아스트로패스가 은하 전역에 구원 요청을 보내는 데 성공한다. 파멸풍이 몰아치고 있긴 했지만, 그의 간청은 많은 이들의 귀에 닿는다. 처음에는 서서히, 그리고는 점점 더 많은 수의 제국 증원군이 탈란에 도착하면서 전쟁 규모는 빠르게 증가한다.

지휘 구조의 문제가 처음부터 충성파 군대를 괴롭힌다. 워낙 다양한 규모의 전투 부대가 몰려온 탓에 누가 책임자인지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 행성에서 은퇴하기 전 수십 년간 대성전에 복무했던 탈란의 통치자, 군사 총독 델리사리우스가 서서히 질서를 확립한다. 그의 암살은 다시금 혼돈으로 되돌아갈 위협을 가하나, 재앙은 무명에서 승리자로 떠오른 곤이라는 이름의 한 장군 덕분에 겨우 회피된다.

페투라보는 싸워야 하리라곤 예상치도 못한 전쟁의 격화 속 수렁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전쟁 내내 유독한 상태로 유지되는 환경은 시간에 지나면서는 더 악화할 따름이다. 음침한 겨자색 안개와 푹푹 빠지는 늪지대는 격렬한 폭풍이 몰아치는 탁 트인 사막으로 변모한다. 양측의 비밀 작전, 그리고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공격적인 로그 트레이더 함대의 전역 침입이 상황을 무지막지하게 복잡하게 만든다.

페투라보의 검은 눈 탐색은 곤 장군이 필사적인 최후 도박을 벌여 거의 모든 군단 병력을 지상으로 배치하거나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며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게 된다.

충성파 무기고에 보유한 모든 무기로 한 번에 공격을 가하는 게 곤의 계획이다. 하여 케디브 평원에서 제국 역사상 최대의 기갑 교전이 벌어지고, 온갖 종류로 된 천만 대의 전투 기계가 신생의 사막 위에 교전한다.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풍경은 조각난 금속으로 가득해지고, 공기 부족과 바이러스 오염으로 수십만 전투원이 한 발도 쏘지 못한 채 사망한다.

전투는 호루스의 명령으로 막을 내린다. 견책받은 페투라보는 군대를 물리도록 강제당하고, 지쳐버린 제국 군세는 승리를 선언한다. 그 여파로 남은 탈란은 예전의 쾌적한 행성과는 거리가 멀다. 슬프게도, 제국을 둘로 찢어놓은 피비린내 나는 폭력 속에 수백의 다른 세계도 탈란과 같은 운명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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