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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Emperor's Gift, 홀로 남겨진 늑대 -8-

리만러스(222.110) 2024.04.25 15:23:58
조회 296 추천 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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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비게이터의 이너 생텀을 본 저기 한번도 없었다. 아는 자들의 말로는 이너 생텀은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평생을 그곳에서 지내야 하는 네비게이터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생텀을 꾸미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긴, 아무리 감옥 같은 곳이라고 해도 죽을 때 까지 살아야 하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자기 취향에 맞춰 방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카라벨라 호의 네비게이터 오롤리사만 해도 그레이나이트는 출입이 금지된 방에서 나온 적이 없어 나조차도 얼굴을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녀의 정신이 무척 시끄럽다는 것 뿐이었다. 오롤리사는 가끔 검은 바다 밑에서 꿈틀거리는 짐승들에 대한 악몽을 꿨다.


프로스트 본 호의 네비게이터는 압도적인 위용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제국의 장식들이 보통 그렇기는 해도, 그의 생텀은 그 느낌을 몇 배는 더 키운 듯한 느낌이었다. 벽은 제국의 과거를 찬양하는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었다. 카디아 행성에 세워진 황제 구원자교의 사원이 보였고 제 2차 영원의 문 공방전을 표현한 그림도 보였다. 또 그 옆으로는 금빛 갑옷을 입은 커스토디안 가드에게 황제의 신부들이 화평을 제의하며 피의 치세를 끝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옆으로 십 수개의 다른 세계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스페이스 울프 챕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 이 함선이 누구의 것인지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것도 없지. 유감스럽게도 난 이것들이 표현하고 있는 전투를 잘 알지는 못했고, 여기에서 용감하게 싸운 늑대들이 누군지도 몰랐다.


우리는 작게 축소된 수도원에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중앙에는 수십 대의 오큘루스 스크린들이 있어 밖의 상황을 비추고 있었는데, 하나 같이 뿌연 먼지에 휩싸여 마치 누군가 렌즈에 천을 덮어둔 것 같았다. 천사의 형상으로 조각된 현무암 동상들 두개가 하나의 스크린을 고정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어찌나 조각이 잘 되었는지 살아 움직인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누군가 나에게 저들이 움직이고 노래를 부른다고 말한다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재료를 현무암으로 고른 것도 생소했다. 뭔가 내가 모르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어쩌면 펜리스의 채석장에서 현무암이 주로 채굴되는 것인지도 모르지. 아니면 다른 재료는 채굴하기 어려워서 현무암으로 대체했거나.


생텀은 피해를 받은 흔적이 없었다. 우리가 타락한 적들의 소굴을 조사할 때 기대할 만한 오염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적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 중에 떠도는 악취는 적이 분명히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나는 급히 복스를 열었다.


"이건 함정입니다. 모두 주의하세요."


+히페리온이 맞아.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들 말게나+


잠시 정신을 집중하여 눈 앞의 모습들을 걷어내자 생텀의 실체가 드러났다. 우리를 반겼던 천사 동상들은 조각나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지지대가 없는 오큘루스 스크린들이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몇몇 스크린들은 옵틱 케이블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전까지 보였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들이 산산히 조각나 있었다.


더 이상 아까 전의 신성하고 웅장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생텀의 중앙에 누군가 서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헤진 천만 걸치고 맨발로 땅에 서 있었는데 무산소와 낮은 온도 때문에 그의 살은 동상으로 검게 변했다. 변색되지 않은 부분은 길고 깊게 갈라진 그의 팔뚝이었다. 그곳에서 흘러나온 피가 붉은 수정처럼 그의 주변을 떠다녔다.


그는 죽었어야 마땅했다. 어떤 인간도 우주 공간에 노출된 진공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라우프르의 말이 맞다면, 이 자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난 이미 늑대와의 교감을 통해 그것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누더기를 걸친 자가 우리를 돌아보자 안니카가 마음 속에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가 여전히 나와 정신적 링크가 되어있는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침을 뱉듯 소리쳤다.


+Skitnah! Fyeden sijaga skitnah!+


남자는 세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마 중앙에 있는 세 번째 눈은 검붉은 구슬 같았다. 우리는 급히 눈을 돌려 그 눈동자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렌즈를 통해서라지만 그 눈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위험했다. 네비게이터의 세 번째 눈은 워프와 연결되어 있기에 세라마이트 갑옷과 우리들의 의지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그 즉시 사망할 수도 있었다.


난 급히 안니카와 연결된 링크를 끊어 그녀의 정신을 다시 제 몸속으로 돌려보냈다. 끊기는 순간에도 그녀는 거침없이 욕을 뱉어냈지만 그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중에 만나면 엄청나게 화를 내겠지. 뭐, 그건 그때 가서 감당하면 그만이다. 적어도 그녀가 피해를 입는 것 보단 나았다.


+이곳에는 왜 온 것이냐?+


거친 목소리가 우리의 정신을 꿰뚫었다. 벌레의 날개짓 소리와 비슷한 목소리였다. 우리의 적은 항상 저 질문을 하고는 한다. 왜 왔느냐. 마치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기라도 한 듯이.


+황제폐하의 충복이자 이단심문소의 일원으로써 명하노니, 옥좌의 심판을 받기 전에 무릎을 꿇으라+


갈레오가 대답하자 우리는 앞으로 나섰다. 난 그러면서 네비게이터의 훼손된 가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난 그리하지 않을 것이다+


+즉시 죽여야 하오. 이 자가 품은 힘은 너무 강대하오+


두메니돈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가 옳았다. 타락의 에너지가 내 손 끝을 찔렀고, 그의 정신이 혀끝을 낼름거리며 내 정신에 침투할 곳을 찾아 아머를 핥았다. 무중력 공간임에도 그것은 마치 갓 녹여낸 타르를 바닥에 쏟아내는 것처럼 명확한 목적을 갖고 움직였다. 갈레오의 주문이 모두의 감각을 뒤덮었다. 그의 찬송가가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켰고 우리가 수월하게 힘을 전송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처형을 집행할 카스티안이 되었다. 우리 다섯명의 힘을 품은 갈레오는 살아 움직이는 살육기계이자 우리 형제단을 상징하는 전사가 되었다.


+아나테마의 자식들이로군+


네비게이터의 살갗이 꿈틀거렸다. 그의 손가락 뼈가 삐걱거리고 손이 뒤틀리는 것이 보였다. 역류하는 피가 상처에서 쏟아졌고 살점이 터져나와 무수히 많은 결정 조각을 이루었다. 이제 완전히 악마에게 잠식당한 네비게이터가 덜렁거리는 뼈를 움직였다. 동물의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너희가 오기 전엔 모든 것이 평안했나니. 모든 것이 고요했느니라. 이제 분노가 검은 파도와도 같이 밀려올 것이리라+


나는 우리의 분노 앞에 쇠약해지는 악마들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은 그런 악마들과는 달랐다. 더 끔찍한 무언가였다.


"해치우세요."


나는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말했다. 오직 갈레오만이 이 파멸적인 타락 앞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앞으로 쏘아진 그의 몸은 네비게이터를 곧장 노리고 있었다. 그의 검은 우리의 에너지를 담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위로 올려졌다 다시 밑으로 추락하는 검날은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과도 같았다.


그리고 악마는 검을 잡았다. 하얗게 불타오르는 검이 악마의 손에 막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 어깨 너머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나와 내 형제들은 뒤로 돌아보았고, 그곳에 우리가 생텀에 들어올 때부터 느꼈던 함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따 길다.


그래서 그 함정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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