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카타이 칸이 코모라 게이클럽에서 발견되었다는 걸 본 것만 같은 기분이다. 스타2 캐리건 환타 엔딩급 충격이다.

아직 전문을 안 읽은 입장에서 섣부른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고, 분명 세세한 부분은 나도 놓쳤을 것이 틀림없다.

근대 시/발 그걸 감안해도 스포글이 사실이라면 앙그론 취급이 너무한걸 떠나서 지금까지 앙그론 관련 서술과 행적들은 뭐가 되지?

월드 이터 코덱스 나온다고, 생 VS 앙이 나온다고 싱글벙글 책 뒤져가며 찾아본 나는 뭐가 되지?

제발 스포글이 뭔가 와전이 있다거나 했으면 좋겠다. ADB가 이럴 리가 없어.

일단 스포를 읽고 느낀 소감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직접 전문을 읽어보지 않는 한, 판단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장면만 읽어본 결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2. 데몬 프린스로의 승천은 개인의 본질을 뒤바꾸어, 사실상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시킨다. 근대 이건 앙그론이 아니라 겐도르로 느껴진다.

3. 카오스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과, 추하게 묘사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근대 이건 전자보다 후자로 느껴진다.

결국,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추함이다.

인간 시절 앙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데프가 된 앙그론 기준으로도 마지막 유언(?)은 굉장히 이상하다.

코른이 착각해서 겐도르를 대신 승천시킨 것 아닐까, 아니면 생귀니우스가 타락한 가드맨 A가 한 말을 잘못 들었거나.

WH40K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 정도로 추한 퇴장과 유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걸 앙그론이?

사실 내가 가장 놀란 것은, 해당 장면을 쓴 것이 '누세리아의 유령', '비극의 검투사'라는 서서를 만든 ADB라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고, 그나마 폭군 황제에게 싸우기 위해 살아가는 앙그론이라는 캐릭터를 자신이 부정되는 순간 아닌가?

다른 소설들에서도 나오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앙그론이 이렇게 되다니... Slave of Nuceria 저자가 무슨 생각을 할지 좀 궁금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데프가 된 앙그론 기준으로도 많이 이상하다. 물론 데프가 된 앙그론은 인간 시절 자유를 원하는 검투사에서 확실히 피에 미친 무언가로 변하긴 했다. 하지만 피에 미친 악마가 된 거지, 목숨을 구걸하는 놈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Slave to Darkness에서 페투라보 보고 같이 죽자고 한 데프 앙그론은 어디 간거지?

테라 공성전에서 포대 앞에서는 항복하라는게 방어군에게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본인에게 한 말인 건가?

애초에 죽지도 않고, 본인도 그걸 알면서 이걸 도살자의 대못이 뜯겨져서라고 말하기에는 영 납득이 안간다.

유일하게 내가 본 목숨을 구걸하는 데프/카데몬은 (구)다크 임페리움에서 셉티쿠스가 영원한 죽음 앞에서 협상하자고 애걸한 것 뿐인데, 여기에 코른의 악마가, 그것고 데프 앙그론이 추가되다니...

앞서 말했지만, 부정적인 묘사와 추한 묘사는 다르다. 파비우스 바일만큼 미친놈은 없지만, 애가 추하다는 느낌은 없다.

악역이 나름의 신념과 매력이 있으면서도, 확실히 틀렸다는 걸 말하는 것이 제대로된 악역 묘사지, 추하게 만드는 것은 3류 악역에게나 쓰는 묘사다.

근대 이제 곧 출시될 프라이마크가 추해졌다. 사실 코른계 애들 중 목숨 구걸한 걸 내가 처음으로 본 것 같다.

사실 좀 잘쓰기만 했으면 목숨 구걸을 애처롭다거나 비극적으로 만들 수도 있을텐대, 이걸 왜 이렇게 쓴 건지도 모르겠다.

모타리온이 자카타이 칸에게 내가 황제가 되겠다고 말한 것만으로 몇 년을 까였는지를 생각하면 앙그론도 미래 이미지가 걱정된다.

로가가 앙그론을 강제로 승천시킬 때, 이걸 판매한 로가의 잘못인가, 아니면 픽한 코른의 잘못인가. 이제 나도 모르겠다.

그 모습을 같이 워프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카오스 신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자기들 프마 코인 확실한지 허겁지겁 확인하고 있었을까? 같이 놀라서 벙쪄있었을까? 확실한 건 코른 놀릴 생각은 못했을 거다. 불쌍해서라도 못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