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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숲의 아들 라이온] 2부 : 지배 (7)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7 11:25:07
조회 4775 추천 94 댓글 23
														



사자는 복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바닥에서 일어난 사자의 손이 먼저 향한 곳은 그의 검이다. 다음은 그가 쓰지 않은 침대 옆의 협탁 위에 놓인 통신장비다. 지금은 딱 잠들기 좋은 기회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그는 이미 지시를 내렸고, 그 지시는 실행에 옮겨진 뒤였다. 당장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제 사자는 아직 어둠에 가려진 창밖의 하늘을 보며 이 시간에 누군가 자신을 깨운다는 것이, 자신이 내린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 상념에 잠긴다.


“무슨 일이냐?”

- 전하의 그… 수행원이 돌아왔습니다.


사자는 흥미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자브리엘을 말하는 거라면, 수행원이 아니라 내 아들이다. 혼자 돌아왔느냐?”

- 아닙니다, 전하. 세 명이 더 있습니다.

“세 명?”


라이온 엘 존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페이스 마린 셋인가? 검은 갑주 차림의?”

- 그렇습니다, 전하. 황혼의 정원으로 안내할지요?

“그렇게 하도록.”


사자는 연결을 끊고, 침대 위에 놓인 예복에 손을 뻗는다. 하라즈 원수가 증정한 선물이다. 그가 도착한지 두 시간 만에, 그의 몸에 맞춰 원수의 개인 재단사들이 만들어낸 물건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크림색 천 위에, 군단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검이 검은색으로 아로새겨진 채다. 사자는 갑주 없이 맨몸 위에 예복을 걸친다. 아들들에게 전사로서의 그의 면모를 굳이 강조할 생각은 없으니까. 어쩌면, 그의 아들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사자갑을 두른 채, 검을 들고 그의 형제들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자라 해서 다른 이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 자브리엘과의 재회는 사자조차 예견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고, 그 이후 사자는 자기 군단의 말예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 온 채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그에게는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 방식일 것인지 분별할 능력은 없다.


“아버지, 어째서 저희를 이렇게 빚으셨습니까? 이렇게… 불완전하게요?”


사자는 자신의 결점을 다시금 자각하며 중얼거린다.


“저는 당신이 빚으신 구조 안에서만 유용한 무기일 뿐입니다. 당신이 빚으신 모든 것은 무너졌고, 저는 그 잔재를 벗어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군요. 그저 모범이 될 수 있을 뿐이지, 그 이상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자는 한숨을 쉰다. 이런 생각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없다. 그는 자브리엘이 그의 아들 한 명을 더 데려올 것을 예상했지만, 전직 디스트로이어 분대원은 세 명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세 아들을 계속 기다리게 해서는, 사자가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리 없다.


방을 나선 사자는 궁전을 통과하는 가장 빠른 길을 고른다. 이미 궁전의 방어 역량을 평가하는 시간 동안, 설계는 모두 외웠으니까. 복도와 복도가 만나는 곳마다 배치된 경비대원 대다수는 그가 지나갈 때 경계 속에서 군례를 바친다. 몇몇은 고개를 숙이며 기도하듯 중얼거리지만, 사자는 그 기도를 무시한다.


황혼의 정원은 석양을 향해 지어진, 지상에서 3층 위에 있는 널찍한 발코니다. 사자는 오래된 나무 틀에 반투명 유리를 씌워 만들어진 이중문을 열고 정원에 들어간다. 사자는 심호흡하며 밤공기를, 그리고 정원의 식물들이 발하는 향기를 들이킨다. 그 향기와 함께, 희미한 세라마이트의 냄새와 파워 아머의 방열구에서 뿜어지는 오존 폐기물의 냄새가 전해진다. 스페이스 마린 특유의 냄새다.


“자브리엘?”


멈춰선 채, 사자가 입을 연다. 그의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그의 아들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은 겁 많은 야생동물에 비하는 비유가 떠오른다. 비슷한 면이 있지만, 마음에 차는 비유는 전혀 아니다. 그렇기에 사자는 그 비유를 잊으려 애쓴다.


여성의 주먹 정도 크기의 꽃이 매달린 관목 뒤에서, 자브리엘이 모습을 드러낸다. 꽃송이가 모두 닫혀 있음에도, 짙은 향기의 잔재가 공중에 머무른다. 


“주군, 제 형제 세 명을 찾았습니다. 모두 주군을 만나는 데 동의했습니다.”


사자가 깊은숨을 들이킨다.


“반가운 일이구나.”


다음 순간, 사자의 눈에 새로운 형상 셋이 들어온다. 첫 형상은 장신에 결투사처럼 균형 잡힌 걸음걸이로 움직인다. 허리에 차고 있는 파워소드 덕분에 더 강렬한 인상이 새겨진다. 그의 파워 아머는 자브리엘과 마찬가지로 마크 4 형식이다. 하지만 전투로 인한 손상의 흔적은 없다. 그 뒤에는 플라즈마 총을 든 전사가 보인다. 사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파워 아머를 두르고 있지만, 붉은 겉옷이 갑주의 태반을 가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뒤에 한 명이 숨듯이 존재한다. 스페이스 마린에게 그런 개념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래된 마크 3 ‘아이언’ 파워 아머를 두른 전사는 볼터를 손에 든 채다. 낡은 갑주임에도 불구하고, 최신형의 파워 아머보다 더 상태가 좋아 보인다.


“나는 내 아버지를 실망시켰다.”


사자의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온다.


“또한 내 형제들도 실망하게 했다. 내 아들들까지도 실망하게 할 수는 없다.”

“너무 늦은 후회 아닙니까?”


맨 뒤에 있던 전사가 신랄하게 내뱉는다. 사자는 그의 갑주 위에 남은 표식을 읽으며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린다.


“기사장 아프카르. 다시 보게 되어 반갑군.”

“반갑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


아프카르가 대꾸한다. 그의 손가락은 볼터의 방아쇠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사자는 순간 이 만남이 현명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는 비무장 상태고, 아무리 프라이마크라 해도 플라스마 건의 조준 사격은 확실히 두려워할 일격이다.


“내가 너희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자브리엘이 설명했겠지?


사자가 묻는다.


”긴 세월 전, 나는 황제 폐하께 충성을 바치는 것으로 가장한 호루스에게 기만당했다. 내 형제들에게도 기만당했고, 그들이 섬긴 힘에게 기만당했다. 칼리반으로 돌아온 내가 본 것은, 우리 중 많은 이들이 다시 기만당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루서가 반역자들이나 휘두를 사악한 사술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루서와 함께 칼리반에 거했던 많은 아들들 역시 기만당했음을 믿는다. 그의 타락을 전혀 몰랐음을 믿는다. 나는 과거의 기만 속에서 진실을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난은 여기서 언급될 바가 아니다.“

”참 편리하군요. 폐허가 된 제국으로 돌아와서 재건하려던 찰나에 그런 생각이 드셨다니.“


아프카르는 비꼬듯이 입을 연다. 투구를 벗은 아프카르의 눈빛은 어둡고, 불신에 가득하다. 그의 눈이 사자를 직시한다.


”군단 태반을 등에 업고 있던 시절에는 왜 그런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까?“

”나는 칼리반에서 살아남는 법을 몸에 익혔다. 확신이 들면, 즉시 행동에 옮겨야 하는 곳이 칼리반이었지. 은하계를 향해 나아갔을 때도, 나는 칼리반 식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사자의 말이 이어진다.


”분명 완벽한 행동 방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배신감과 슬픔 때문에, 너무 성급하고 과격하게 반응한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칼리반은 경고조차 없이 제 형제들에게 먼저 발포했다. 정말 내 잘못뿐이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왜 여기 있는 것이더냐?“

”이 사람이 진짜 우리 프라이마크신가?“


검을 든 전사가 칼자루를 쥐지 않은 손을 흔들며 입을 연다.


”키는 대충 맞는 거 같은데, 자브리엘. 근데 얼굴이 너무 많이 변했어.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복수심이 덜한데?“


가볍기 그지없는 말투에, 순간 사자의 성질이 치민다. 하지만 그는 굳게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연다.


”기사대장 카이, 그 성격은 변함이 없구나.“

”감사합니다.“


카이가 살짝 고개를 숙인다.


”그다지 칭찬은 아니었다.“

”뭐 정확한 평가인지가 중요하니까요.“


카이는 파워소드를 검집에서 뽑는다.


”무장은 하셨군요, 라이온 경이시여. 얼굴이 늙은 만큼 실력도 늙으셨나 궁금해지는데요.“

”멍청한 짓 하지 말게, 카이!“


자브리엘이 쏘아붙이지만, 카이는 그저 웃음을 터뜨릴 뿐이다.


”글쎄, 우리를 다시 거느리고 싶으시다면, 나는 제대로 된 유일한 방법으로 시험을 좀 해보고 싶은 것뿐이라고. 어쨌든 군단 최고의 칼잡이는 나 아니었나? 주군 본인을 제외하면 말이지.“

”콜스웨인이 동의하진 않았을 걸세.“


붉은 겉옷을 두른 스페이스 마린이 입을 연다.


”콜스웨인하고 붙으면 꽤 골칫거리이긴 했지. 뭐 그것도 그 친구 컨디션 좋은 날 이야기지만.“


카이가 쾌활하게 대꾸한다.


”게다가, 콜스웨인은 지금 여기 없잖아.“


카이는 파워소드를 활성화한다. 경고는 없다. 검을 뽑은 상태에서의 군례도, 그의 의도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저 공격할 뿐이다.


사자는 첫 일격을 물러서 피한다. 그의 순수한 본능이 그대로 충성을 겁집에서 뽑아낸다. 제때 생명을 얻어 타오르기 시작한 역장이 카이의 두 번째 일격을 튕겨낸다. 전직 기사대장 카이는 필요한 순간마다 한손 자세와 양손 자세를 자유로이 취한다. 공격적으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전진하는 그의 모든 동작이 곧 공격이다. 비록 군단 내 최고의 검사라는 그의 말이 자화자찬일지언정, 카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빼어난 검사다. 사자는 갑주를 두른 손만으로도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고, 충성을 손에 쥔 순간에는 카마스의 반역자 군단병들과 그 젊은 친족들을 모조리 도륙했다. 하지만 카이에 필적할 만한 놈은 단 한 놈도 없었다.


사자는 오른쪽으로 선회한다. 하지만 카이의 발놀림은 대단히 훌륭하고, 그의 공격은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사자는 카이의 검이 가슴을 스치기 전에 그 끝을 옆으로 튕겨낸다. 카이는 비교적 짧은 검격의 유효 거리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위력적인 공격을 꽂아 넣는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것은, 공격에 전념한 끝에 스스로를 활짝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자는 본능적으로 카이의 옆구리를 찌르려 했던 검을 뒤쪽으로 급히 젖힌다. 자연스럽지 못한 움직임에, 순간 사자는 균형을 잃는다. 카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자의 얼굴을 찌르는 척하다가 그대로 검을 내리친다. 프라이마크의 오른쪽 팔이 팔꿈치 아래로 잘릴 위기에 처한다. 다음 순간, 충성이 풀밭 위로 휘청인다.


”내가 널 죽이기를 바라더냐?


사자가 묻는다.


“지금 공격하고 있잖습니까!”


카이가 소리친다.


“못 죽일 것은 또 뭡니까?”


사자는 자유로운 손으로 카이를 움켜쥐려 한다. 아슬아슬하게 손을 향한 일격이 내리꽂힌다.


“저랑 안 싸우실 겁니까?”


카이가 노호하며 그대로 사자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황제 최고의 검은 어디로 갔습니까?”


사자는 공격을 피하며 뒤로 몸을 젖힌다. 복부를 향해 날아드는 다음 일격을 옆으로 쳐낸 사자가 발길질을 날린다.


사자의 맨발이 카이의 흉갑을 걷어차고, 전 기사대장 카이는 공중으로 10피트 가까이 튕겨 나간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카이는 풀밭 위로 쓰러졌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검을 굳게 쥔 채다. 곧바로 카이가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지금, 사자는 공격에 나선다.


사자는 그의 아들이 여전히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공세에 나섬을 안다. 그러기에 그가 노리는 것은 카이의 몸도 머리도 아니다. 대신, 사자의 다음 공격은 카이의 무기를 향해 날아든다. 파워소드가 그대로 휘청이며 옆으로 쓰러진다. 카이는 가까스로 검을 붙들지만, 다음 일격에 검을 완전히 손에서 놓친다. 사자는 충성을 겨눈다. 카이의 경갑을 겨눈 충성은 고작 손가락 하나 거리에 놓인 채다.


“다시는 나를 시험하지 마라.”


사자가 으르렁거린다. 카이는 무릎을 꿇고 투구를 벗는다. 하지만 드러난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용서하소서, 주군. 화해의 말은 쉽게 뱉을 수 있지요. 하지만 그 말이 검격의 교환처럼 진심을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주군께서는 저를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주군께서 이 세상, 더 나아가 다른 세상들을 지키실 생각이시라면, 제 검을 다시 주군께 바치겠습니다.”

“만약 내가 널 죽였다면 어쩌려고 그랬느냐?”


사자가 묻는다.


“뭐, 그랬다면 제 동료들은 주군의 말이 그냥 빈말임을 알았겠지요.”


사자는 코웃음을 친다. 그가 기억하는 기사대장 카이는 허풍쟁이였다. 심지어 그가 다크 엔젤 군단이 아닌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에 더 어울릴 거라는 소리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사자가 기억하는 카이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전사이기도 했다.


“만약 네가 날 죽였다면?”

“그랬다면 제 손에 그가 죽었을 것입니다.”


아프카르, 그리고 자브리엘과 함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붉은 겉옷을 두른 스페이스 마린이 입을 연다. 사자가 그를 바라본 순간, 그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저는 로혹입니다, 주군. 그때와 마찬가지로, 주군을 섬길 것을 맹세합니다. 긴 세월 전의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저 속죄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자는 눈살을 찌푸린다.


“고맙구나. 하지만 너를 기억할 수가 없구나, 로혹. 투구를 벗어 보겠느냐?”

“용서하소서, 주군. 그럴 수 없습니다.”


사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카이를 힐끗 본다.


“아프카르랑 제가 붉은 속삭임을 발견한 게 벌써 2년 전입니다. 그런데 한번도 그의 얼굴을 못 봤지요. 심지어 식사도 혼자 합니다.”

“내가 자넬 발견한 거기서도 말인가?”


자브리엘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는다.


“거긴 세 사람이 들어갈 공간도 간신히 있는 수준이었는데.”

“형제들이 내… 선호에 대해 잘 이해해 줬네.”


로혹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거친 목소리로 답한다.


사자는 충성을 비활성화한 뒤 다시 검집에 넣는다.


“카이, 아프카르. 로혹과 알게 된 지 2년이라고 했나? 그 시간 동안 의심스러운 구석이 전혀 없었나 보군?”

“주의를 끌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부터가 이미 힘든 일입니다.”


아프카르가 입을 연다.


“로혹의 선호 덕분에 좀 더 어렵기는 했지요. 보급품을 조달하거나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일은 전부 카이와 저의 몫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 삶이 의심의 여지 없이 더 힘들어지기는 했지요. 하지만, 그를 의심한다고요? 아니오, 그는 이미 저희 목숨을 구했습니다.”

“라라프 베타에서 자넬 잡아먹으려던 그 거대한 제노 괴물을 쓰러뜨렸지. 머리를 깔끔하게 불태워서 말이야.”


카이가 동의를 표한다.


우리 내장을 뽑아내려고 들었었지, 카이.”

“그래, 물론 내 칼로 그 발톱을 튕겨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카이는 킁킁거리며 대꾸한다.


“그러고서 배를 갈라버릴 생각이었지. 근데 나보다 플라스마 볼트가 더 빨랐을 뿐이야.”

“야수가 칼을 튕겨내서 열 발자국 너머로 칼을 던져놨는데, 어떻게 칼을 쥘 생각이었나?”


붉은 속삭임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 던진다. 카이는 미소를 짓는다. 아프카르의 표정도 아까처럼 부루퉁하지는 않다. 사자는 이것이 세 사람이 함께 지내며 빚어진 그들의 힘임을 깨닫는다. 카이는 자기 자신조차 믿지 않을 과장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 덕분에 특히 아프카르가 거기에 일침을 놓고, 로혹은 이곳저곳에 불쑥 끼어들어 틈을 메운다. 군단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미 저들은 군단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지휘 체계에 속하도록 훈련받은 전사에게 군단을 잃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일부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나 다크 엔젤 군단처럼 다면적이고 유동적인 조직에 속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저들은 생존을 위해, 그 공백을 다시 빚어내야만 했으리라.


과거와 같은 제1군단은 결코 다시 존재하지 않으리라. 중요한 것은 적응이다.


“나는 지배하지 않겠다.”


사자가 입을 연다.


“결코 그럴 마음도 없다. 다만, 기꺼이 명령을 구하는 자에게 지시를 내릴 것이며, 기꺼이 따르고자 하는 이를 지휘할 것이다. 나는 카이를 알며, 그는 자신의 견해를 나에게 바쳤다. 로혹 역시 그의 답을 나에게 주었으며, 너희들의 추천을 따라 그 역시 받아들일 것이다. 아프카르, 너는 어떠한가?”


아프카르가 잠시 이를 악문다. 하지만, 결국 그 역시 볼터를 허벅지에 자력으로 결속하고서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저희가 마주칠지도 모를 다른 형제들에게도 이와 같은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만약 그들이 타락했다면, 내 손은 망설임 없이 할 바를 할 것이다.”


사자가 엄숙하게 답한다.


“하지만 칼리반에서 저지른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증거 없이 타락했노라 단정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시면 제국과는 동떨어지게 되실 텐데요.”


자브리엘이 입을 연다.


“우리 모두 제국과는 동떨어진 존재지.”


사자가 답한다.


“그리고 그 차이의 정확한 본질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것은 인류가 멸종의 위기를 벗어난 순간으로 미뤄둬도 늦지 않다.”


사자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아프카르?”


아프카르는 여전히 머뭇거린다. 하지만, 무릎을 꿇는 동작은 그 누구보다 빠르다. 아프카르가 한쪽 무릎을 꿇는다. 무거운 짐에 굴복한 것처럼, 혹은 오랜 긴장이 마침내 풀린 것처럼.


“주군께서 저희가 생각한 바와 전혀 다르셨다면, 저희가 정녕 바보였습니다.”


목이 멘 채, 아프카르가 말한다.


“아무 이유 없이 전투 형제들을 쏜 바보들이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던 것이 아니잖더냐.”


사자가 다시 말한다. 겸손은 분노만큼이나 생산적이지 못할 수 있기에, 그는 최대한 말투를 중립적으로 유지하려 한다.


“너는 기만당했다고 했지. 나 역시 기만당했다. 이제 너에게 기회가 왔다. 그림자 속이 아니라, 내 곁에서, 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다.”


아프카르가 고개를 끄덕인다.


“결코 이 기회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사자는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식물의 향기를 음미한다. 그의 고향의 숲을 연상시키는 반가운 향이다. 어떤 위협도 없다.


“아들들아, 나와 가자꾸나. 함께 나눌 원정이 있다.”





리즌들 캐릭터를 참 잘 잡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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