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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앙그론 단편] 데쉬아 이후 (3)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06 14:28:00
조회 262 추천 10 댓글 1
														




“저는…”


칸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그저 거친 쉰 소리일 뿐이었다.


“저는 제 군단의 형제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마른 목을 달래며, 다시 입을 열기 위해 침을 삼키려던 순간 앙그론이 칸을 그대로 벽에 다시 휘둘렀다. 그대로 칸은 내던져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앙그론은 그대로 칸을 걷어찼다. 공중에 붕 떠오른 칸은 찢겨나간 차가운 시체와 맞닥뜨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피와 내장이 뿜는 악취가 가득했다. 누구의 시체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앙그론은 맨발로 돌바닥을 짓이기며 거리를 좁혔다. 둘의 으르렁거리는 숨소리가 하나로 엉켜왔다. 몸을 움직이려 애쓰는 칸의 옆에 앙그론이 그대로 도약해 내려앉아 웅크렸다. 앙그론은 다시 칸의 머리를 조여들었다. 이번에는 턱과 얼굴 쪽이었다. 반쯤 일으켜 세워진 칸은 앙그론의 시선을 목도했다.


“자랑스럽다라.”


앙그론의 입술이 흡사 단어를 씹어내듯 뱉었다.


“네 형제들. 전사들도 아닌 놈들. 네놈들 중 누구도 싸우려 들지 않는다. 왜… 너희… 는…”


앙그론은 힘겹게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빈손이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쥐었다.


“어떻게, 어, 어떻게, 으으…”


그리고 다음 순간, 앙그론은 그대로 칸의 옷깃을 움켜쥐고서 바닥에 칸을 후려쳤다. 칸의 등이 바닥을 후려친 순간, 바닥에 널브러진 유골들이 끔찍한 소리를 냈다.


“네놈들은 자랑스럽지 않다!”


앙그론이 다시 노호했다. 칸은 현기증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앙그론의 주먹에 으스러지던 뼈가 그 노호에 더 으깨질 지경이었다.


“분별 따위도 없이 버텨선 네놈의 형제들에게 무슨 자랑스러움이냐! 도살자 앞에 끌려온 송아지처럼 멍청한 눈을 한 주제에! 네놈들 중 누구도 싸우지 않아! 내 형제들, 내 형제자매들은, 으…”


칸의 옷깃을 움켜주니 손이 풀렸다. 칸은 눈을 깜빡였다. 다시 눈이 맑아진 칸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앙그론은 더 이상 칸을 보고 있지 않았다. 프라이마크는 허리를 숙이고 앉은 채,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대하고 억셌지만, 거의 말을 빚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칸은 프라이마크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내 가련한 전사들.”


앙그론이 웅얼거렸다.


“내 잃어버린 형제들.”


그리고 손을 내린 앙그론이 칸의 눈을 직시했다. 여전히 그 눈에는 격노가 엉겨 있었다. 하지만 용광로같은 그의 눈빛은 어두운 주홍에 가까웠다. 노호하는 진홍이 아니었다.


“네놈의 형제들은.”


지친 목소리였다.


“내 형제들과 전혀 다르다. 네놈이 무엇이건 말이다.”


네놈이 무엇이건 말이다. 그 말이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앙그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바닥에 쓰러진 채, 칸은 떨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제 이름은 칸입니다. 저는 군단의 전사이며-”

“아니다!”


앙그론의 주먹이 칸의 머리 옆의 바닥에 꽂히며 바닥을 깨뜨렸다. 돌 파편이 그의 피부를 찔렀다.


“네놈은 전사가 아니다! 아니라고!”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에 속해 있습니다. 저희는 전투 형제들로 묶인 채-”

“아니! 죽었다고!”


앙그론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의 고개가 젖혀지고, 그 목에 엉긴 근육이 보였다.


“-만인의 사랑을 받으시는 황제 폐하를 섬깁니다.”


칸은 차갑고 평온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인류의 주인이시며, 우리의 지휘관이자 장군이시고-”


황제라는 이름이 언급된 순간, 앙그론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고개를 젖힌 채 어둠 속에서 솟구친 짐승처럼 칸을 향해 달려들었다. 칸은 충격 속에 침묵에 잠겼다. 먹이를 덮치는 뱀처럼 빠르게 닥쳐든 앙그론의 손길이 그대로 칸의 발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허공으로 휘둘러 던져버렸다. 허공에서 몸을 비틀거나 구부릴 시간조차 없었고, 칸은 겨우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벽에 부딪혀 바닥 위로 나가떨어졌다. 머리를 적회색 안개가 감싸고 있는 기분이었다. 앙그론의 목소리가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을 이루지 못하는 울부짖음이었다. 칸은 그에게 이식된 장기들이 작동하며 육신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앙그론의 일격에 무언가 심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아마 아포세카리가 다뤄야 할 사항일 것이다. 뭐, 이 모든 게 끝나고 어떤 조각이 내 몸뚱이 조각인지 알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리고 칸은 그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음하는 육신을 팔꿈치와 무릎 위로 끌어올릴 힘이 솟아났다.


앙그론의 발이 칸의 어깨뼈를 그대로 짓이겼다. 흡사 대장간 망치처럼 후려쳐진 발길질에 칸은 다시 바닥에 납작 쓰러졌다. 이미 금이 간 흉골에서 찢긴 것 같은 통증이 일었다. 칸은 헐떡이며 흉곽에 엉긴 골격의 방패가 삐걱대는 것을 느꼈다.


“쉽게 다치지도 않는군, 그렇지? 이 순해 빠진 종이 인형 놈아?”


저 위에서 들려오는 앙그론의 목소리는 이제 날카로운 그르렁거림이었다.


“싸우지 않는 전사를 만든다고? 그래, 그 빌어먹을 살인마 사령관이나 할 짓잊.”


칸의 신진대사는 폐의 호흡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작동 속도를 변화시켰다. 그와 함께 칸에게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세 번째 폐는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고기능 상태로 전환했고, 간질거리는 압박이 느껴졌다. 혈액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어란상 신장이 가동되며 복부에 따뜻한 감각이 느껴졌다.


“자기 대신 비겁하게 나약한 종이 인형이나 보낸다. 아 그래, 그런 방식은 아주 잘 알지.”


앙그론은 거의 이어지는 으르렁거림으로 말하고 있었다.


“피가 뿜는 열기를 제 손으로 느껴본 적도 없겠지. 피부가 찢긴 일도 없을 테고. 두뇌에 도살자의 대못이 박혀본 적도 없겠지. 한 번도 혓바닥으로는… 허.”


칸의 등 위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앙그론의 반대편 발은 짓누르는 압력의 균형추 역할을 하지 않았고, 서서히 들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칸을 짓누른 압력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칸은 세 개의 허파로 공기를 그러모았다. 그러는 동안, 앙그론은 칸을 걷어찼다.


“내가 본 인간의 죽어가는 방식은 네놈에게는 해당하지 않겠지.”


앙그론은 흡사 장식용 조각상처럼 우뚝 선 채 칸을 순간 내려다보았다.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사냥감 냄새를 맡는 커다란 고양이과 야수처럼 앙그론은 칸의 주위를 맴돌았다.




칸이 존나 멋지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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