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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3.04 (2) - [새로운 수호자]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7 11: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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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아는 입을 쩍 벌리고 서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베린이 서 있던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방금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달리아의 뇌는 친구가 죽었다는 지식을 이해하려 애를 썼다.


 달리아는 충격에 빠져 벼랑 끝을 향해 뛰쳐나갔지만, 그런 달리아의 팔을 힘센 손아귀가 붙들었다. 로-뮤 31이 달리아를 단단히 붙잡고 말했다. "안 된다."


 "세베린!" 달리아는 울부짖었다. 두 다리가 젖은 종이처럼 허물어지며 아래로 쓰러졌다. 로-뮤 31은 쓰러지는 달리아를 붙잡아 부드럽게 바닥에 앉혀 주었고, 달리아는 가슴이 아프도록 울음을 터트렸다. 달리아는 로-뮤 31을 꽉 붙들고, 로-뮤 31의 망토 천 위에 얼굴을 파묻으며 죽은 친구를 애도하는 눈물을 흘렸다.


 "왜 저런 짓을 한 거죠?" 마침내 울음이 조금 가라앉고 나자, 달리아는 고개를 들어 로-뮤 31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도 모르겠군." 로-뮤 31은 말했다. 그 사이, 자우체가 달리아의 등 뒤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어색하게 달래는 손짓을 했다.


 "내 생각에 세베린은 확실성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 같구나." 자우체가 생각에 빠져 말했다. "그리고 이곳은... 글쎄, 우리가 우리로서 기능하게 하는 환상들을 벗기고, 이 우주에 확실성 같은 것따윈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지. 어떤 사람들은 그런 진실을 감당하지 못하곤 한단다."


 "세베린이 죽었어요." 달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래, 달리아 아가야. 세베린은 죽었단다." 자우체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 중에 여기 살아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것 아니겠니."


 "칵스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칵스턴의 마지막 모습을 불현듯 떠올린 달리아는 외쳤다.


 "아마 괜찮을 거다." 로-뮤 31이 말했다. 달리아는 로-뮤 31의 품에서 떨어져 불안정한 다리로 일어서고 있었다. "그 자라면 모든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기절했다."


 "꼭 퓨즈나 자동 차단기처럼 말이지." 자우체가 덧붙이며, 세미온의 책이 놓인 강대로 다가갔다. "깨어나고 나면 괜찮을 거야."


 달리아는 칵스턴이 옆으로 뉘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슴은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칵스턴은 살아 있었다. 달리아는 칵스턴의 정신에 든 멍이 이미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꼈다. 자신이 어떻게 그런 것을 볼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이내 세미온이 붕괴되면서 자신에게로 힘이 흘러 들어온 것이 기억났다.


 "다행이네요." 달리아는 말했다. "이곳에서 누군가가 더 죽는다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자우체는 세미온 아뎁트와 그의 전투용 서비터가 남긴 금빛 먼지 한 줌을 들어 올렸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자우체가 물었다. "순식간에 시간이 천 년은 흐른 것 같잖아."


 "아마 그 이상일 거예요." 달리아는 말했다. "제 생각이지만 세미온은 오래, 아주 오랫동안 수호자 역할을 해왔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제 어쩌지?" 자우체가 물었다. 자우체의 눈동자는 세미온의 책 페이지들 위를 훑고 있었다. "이제 용을 찾았으니, 풀어 줘야 하나?"


 "아뇨. 절대 안 돼요." 달리아는 말했다. "결국 당신의 말이 맞았어요, 자우체. 세상에는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들도 정말로 있는 법이군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용을 풀어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그럼 너는 왜 여기까지 왔어야 했던 거지?" 로-뮤 31이 물었다.


 "아마 이미 아실 거 같은데요." 달리아는 그리 말하더니 자우체에게서 고개를 돌려, 금색 빛들이 반점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로-뮤 31을 바라봤다. "용이 계속 무덤 속에 묻혀 있도록 지키기 위해서예요. 세미온은 죽었지만, 용의 수호자는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 수호자라는 게 너란 말인가?" 로-뮤 31이 물었다.


 "맞아요."


 "안 된다, 달리아!" 자우체가 말했다. "제발 아니라고 말해 다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라고?!"


 "저예요." 달리아는 말했다. "늘 저였죠. 하지만 전 혼자가 아닐 거예요. 안 그런가요, 로-뮤 31?"


 로-뮤 31은 우뚝 서서 무기-장대를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는 달리아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내 기능이 유지되는 한, 내가 너를 수호할 것이다."


 "제가 지금 가진 힘이 있다면,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이 될 텐데요, 친구여."


 "받아들이겠다." 로-뮤 31은 말했다.


.

.

.

.


 자우체와 로-뮤 31은 칵스턴을 함께 부축하고, 미로같이 구불구불한 용의 동굴에서 걸어 나갔다. 그 길을 인도하는 것은 달리아였는데, 일행이 이곳까지 따라 왔던 길을 한 치도 틀림없이 그대로 인도하고 있었다. 세베린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탓에,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세미온의 폐연구소를 통해 지나가는 동안, 일행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일행은 그림자에 감싸인 녹티스 라비린투스의 골짜기와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빛나는 터널들을 터덜터덜 지나, 마침내는 서늘한 공기가 부는 곳까지 다다랐다.


 "이곳이 싫어질 것 같아." 자우체가 말했다. 그 사이 로-뮤 31은 의식을 잃은 칵스턴을 자우체에게서 떼어냈다. 그리고 수호자는 칵스턴을 번쩍 들어 어깨 위에 업었다.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죠." 달리아는 말했다. "이곳은 절망의 땅이니까요. 늘 그래왔고, 제 생각에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내쫓은 것이 단지 용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여기에 남겠다고?" 자우체가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물었다.


 "네, 정말로요." 달리아는 그리 말하고는, 몸을 굽혀 자우체를 끌어안아 주었다. 자우체는 달리아를 두 팔로 감싸고 꽉 끌어안았다. 눈물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흘러 내렸다.


 "이제 두 번 다시는 널 볼 수 없겠지. 안 그러니?" 달리아가 포옹을 풀자, 자우체는 물었다.


 달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네, 그럴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저나 이 장소에 대해 말하셔도 안 돼요. 누가 물어 보면, 저는 카반 장치가 터널에서 저흴 습격했을 때 죽었다고 해 주세요."


 "칵스턴은 어쩌고?" 자우체가 로브 소매 자락으로 눈가를 훔치며 물었다.


 달리아는 흐느낌을 삼키고 말했다. "칵스턴한테는... 칵스턴한테는 제가 그이를 사랑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그러기 전에 떠나 버려서 미안하다고도요."


 "그래, 내가 확실히 전해 주마." 자우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뮤 31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당신도 여기 남는 겁니까?"


 "그렇다." 로-뮤 31은 말했다. "보아하니 모든 수호자들에겐 보호자가 있었던 것 같더군."


 자우체는 로-뮤 31과 악수를 하고는, 쓸쓸히 서 있는 카고-5 트럭의 모습을 어깨 너머로 바라봤다. 트럭은 자신들이 세워 둔 그대로 동굴 입구 앞에 남아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이제서야 떠오른 건데." 자우체가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돌아가야 하지? 트럭 배터리는 다 되지 않았던가?"


 그 말에 달리아가 미소를 짓자, 세미온 아뎁트로부터 물려 받은 황금빛 에너지가 두 눈동자에서 반짝였다.


 "두 분이 마그마 시티로 돌아가기까지는 충분한 힘을 남겨 둘 게요."


 자우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버려 둔 카고-5 트럭으로 함께 향했다. "네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내가 행운아라는 건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이지. 물론, 난 아무것도 의심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 순간, 카고-5 트럭이 천둥 같은 폭음과 함께 폭발하며 녹티스 라비린투스 절벽면에 메아리가 울렸다. 그 충격파로 일행들은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일그러진 금속 잔해가 불꽃의 비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달리아는 고개를 들며, 눈을 깜빡여 폭발로 인한 밝은 잔상들을 지웠다.


 "대체 무슨 일이지?" 자우체가 헐떡이며 물었다.


 자신들을 공격한 범인이 육중한 궤도 장치를 타고 굴러 오는 모습을 본 달리아는 신음을 흘렸다.


 "오, 이런." 달리아는 말했다. "황제 폐하, 가호해 주소서. 안 돼!"


 범인은 바로 카반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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