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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i 우리가 만들 길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4 15:48:02
조회 516 추천 29 댓글 5
														




6:xxi 우리가 만들 길



아무것도 없다. 또 다른 어두운 복도, 또 다른 텅 빈 바닥, 또 다른 조각상들의 대열이 있을 뿐이다. 조명은 모두 꺼졌고, 희미한 한기가 감돈다. 올은 잠시 자신이 서 있던 그 자리에 서 있는다.


그 뒤의 열린 문 사이로 존이 나타난다.


“썩 극적이진 못하군요.”


올은 돌아서서 후회스러운 미소를 담아 그를 바라본다.


“삶이 그런 것 아니겠나.”


올이 대답한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가 입을 연다.


“존?”

“뭡니까?”


이제 그는 완전히 몸을 돌렸고, 올은 방금 지나친 문 너머를 온전히 시야에 담는다. 그는 그마라티쿠스에게 손짓한다.


“보게나.”


문의 손잡이 중 하나에 또 다른 붉은 타래가 얽혀 있다. 모두가 모여 그 실을 본다.


“우리가 묶은 게 아니오.”


자이베스가 입을 연다.


“여기에는 와 본 적도 없는데.”

“들어갈 때마다 길을 표시했었지.”


올이 입을 연다.


“처음에는 그냥 진부한 짓 같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길을 표시했네. 벽은 이제 무너졌고, 거리도 무의미하지. 하지만 실은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고 있을 걸세. 우리가 원하는 곳 말이네.”

“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존이 묻는다. 올이 그를 바라본다.


“테라는 지금 죽어가고 있네.”


올의 말이 이어진다.


“워프가 테라를 삼키고, 모든 것을 뒤섞고 있지. 이제 남은 것은 표시된 길뿐일세.”

“하지만 우리가 만든 바도 없는 길이잖습니까?‘

”아직 만들지 못했을 뿐이지.“


올이 계속 말한다.


”차원은 펼쳐졌고, 시간도 마찬가지일세. 자네도 느낄 수 있지, 그렇지 않나? 우리에게는 이 미로를 통과할 길이 있네. 에르다가 그럴 방법을 줬지. 어느 순간, 우리는 길을 만들고 있었네. 표시를 해 놓은 거야. 어느 시간에, 어떤 방법이건.“

”올-“


존이 입을 연다.


”그래, 논리적인 소리는 아니지. 나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고. 하지만 생각해 보게. 이제 선형적인 진행이란 개념은 사라졌네. 그냥 가 버렸어. 시간과 공간 모두가.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 여전히 유효한 길을 남긴 걸세. 우리가 표시한 길을 말이야. 아니면, 적어도 우리가 앞으로 길을 새겨내야겠지. 그 길을 따라가면 되는 걸세.“

”어디로 말이오?“


크랭크가 묻는다.


”모르겠소.“


올이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죽기만 기다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소?“

”이 길은…“


자이베스가 입을 연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직 길을 안 만들었을 뿐이란 말이오? 미래의 우리가 만들 길이라고?“

”미래, 과거, 지금은 다 뒤섞여 한 덩이가 되었지.“


올이 대꾸한다.


”뒷받침할 데이터가 부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병사 페르손.“


유압 장치에서 쉿쉿대는 소리를 내며 그라프트가 대기 상태로 돌아간다.


”퍽이나 있겠어요.“


악타이가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곳의 상태가 변화하는 건 느껴지네요. 물질 우주가 피할 수 없는 재구성을 거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보이네요.“


캇이 조용히 말한다.


악타이는 눈먼 얼굴을 캇을 향해 기울인다.


”당신도 봐요.“


캇이 입을 연다.


”당신도 보일 텐데요?“


너머의 복도는 캄캄하고, 벽의 조명은 퓨즈가 끊겨 꺼진 채다. 불타버린 외장 설비에서 불꽃이 튀기고 있다. 푸른 어둠 속에서 금빛 조각상들, 그리고 장엄한 이너 생텀의 장식들이 보인다.


하지만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그들은 벽이 리벳으로 고정된 회색 금속 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본다. 무거운 기둥과 교차된 금속 대들보다 그 위를 가로막은 채다. 바닥은 대리석이 아닌 창살로 덮인 갑판이다. 공기에서는 축축한 악취와 썩은 냄새가 풍긴다.


”여긴 황궁이 아니조, 안 그래요?“


캇이 묻는다.


“더는 아닐세.”

“여기가 어딘지 알겠는데요.”


존의 목소리에서는 두려움이 묻어난다.


“꿈에서 수 차례 봤습니다. 계속 반복해서. 빌어먹을 똑같은 꿈을 꿨으니까.”


존이 올을 바라본다.


“여기, 그 배 맞죠? 아닙니까?”


존의 말이 이어진다.


“그의 함선 아닙니까?”


올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동의하네.”


올이 대답한다.


“황궁을 구성하던 천이 접히고 묶였으니, 이제 어디가 끝이고, 어디서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나 있겠나.”

“그래서… 그가 여기 있단 말입니까?”

“그런 것 같네.”


존의 물음에 올이 답한다.


“그리고 호루스가 여기 있다면, 그 역시도 여기 있겠지.”


올은 군함의 단조롭고 거대한 유지보수 터널에 어울리지 않는 조각상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네 개의 조각상을 지나친 그가 또 다른 붉은 타래로 얽힌 고리를 발견한다.


“그럼 그들에게 가는 길을 찾아야겠군.”


올이 입을 연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말일세.”


사람들이 그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올은 모두가 더 속도를 내기 바라지만, 지금보다 그들이 더 겁을 집어먹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움직여야 한다.


칼스 이후 그를 따라다니는 존재의 정체가 무엇이건, 그의 등 뒤에 있는 놈이 무엇이건, 등 뒤에서 걷는 놈이 무엇이건, 이제 놈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에 있다. 이제 그들을 따라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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