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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Khal Jerico: Sinner's bounty 프롤로그앱에서 작성

모두먼지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2 18: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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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도저만이 말했다. 펭크스는 몸을 뒤척였다. 그는 눈을 깜빡이곤 부서진 페로크리트 바닥 위로 다리를 뻗어 보았다. 펭크스는 라스라이플을 그의 가슴께에 받쳤다. 라스라이플은 그의 소지품 중 가장 가치있었고, 그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물건이었다. 최소한, 도저만의 목숨보단 소중했다. 

 

'이번에는 확실한거요?' 

 

폐 한가득 퀴퀴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펭크스가 물었고, 그의 벌어진 입에선 기침이 터져나왔다. 주변의 공기는 이미 수백만 번 재활용 된 뒤였지만, 아직도 어떤 잊혀진 환풍구에서 불어왔을 때 처럼 역겨운 맛이 났다. 펭크스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도저만은 그의 오토건을 허벅지에 찬 채로 파이프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하이브 쓰레기들 처럼, 도저만은 너무 많은 식사를 거른 탓에 빼빼 말랐고,또 너무 많은 롯것을 마신 탓에 안색이 누랬다. 

 

펭크스는 그 자신도 도저만에 비해 썩 나은 몰골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펭크스가 갑옷 아래 받쳐 입은 낡은 방위군 군복은 깨끗했다. 

 

'왜냐면 한 시간 전에도 똑같은 소리를 하셨거든' 

 

'확실해, 들어봐' 

 

펭크스는 귀를 기울였다. 낮고 단조로운 소리가 오래된 수송 터널에서 퍼져나왔다. 그 소리는 퍽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 처럼 들렸지만, 펭크스는 비좁은 언더하이브에서 평생을 보내면서 들리는대로 믿는것이 꼭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펭크스는 바닥에 앉아 그의 굳은살 박힌 손바닥을 금이 간 바닥 표면에 대고 눌렀다. 

 

'뭐 하는 거야?' 

 

'진동을 느끼는 거요, 오래된 랫스킨 비법이지' 

 

'하지만 자네는 랫스킨이 아니잖나' 

 

'별것도 아닌 꼼수 좀 주워듣는다고 해서 랫스킨이 되야 하는 건 아니잖소' 

 

펭크스가 대꾸했다 

 

'이제 조용히 좀 하쇼, 듣는 중이니까' 

 

'진동을 말이지' 

 

'그래요' 

 

도저만은 콧방귀를 뀌었다. 펭크스는 여태껏 그래왔던 것 처럼 그를 무시했다. 펭크스는 도저만과 종종 같이 일했고, 그를 신경쓰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좋은 총잡이가 되려면 집중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었고, 펭크스는 스스로 꽤 괜찮은 총잡이라고 생각했다. 모름지기 총잡이란 표적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그게 뭐든 무시할 줄 알아야 하는 법. 물론, 뭐든 말로 하긴 쉬웠다. 

 

'뭐라도 있나?' 

 

도저만이 소리쳤다.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가만히 있자니 지루해서 그렇지' 

 

'그렇다면 이 일은 제대로 된 총잡이들한테 맡기고 댁은 댁의 허섭쓰레기들이랑 같이 리케티 스플릿(Rickety split)에 남아 계셨어야지' 

 

펭크스는 도저만을 쳐다보지도 않고 쏘아붙였다. 리케티 스플릿은 터널로부터 광택새1)가 하룻동안 날 거리, 거더 시티에선 파이프 10개만큼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정착촌이었다.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었다. 펭크스와 면식이 있는 한 카도르 갱단원의 말을 따르자면 어둠 속에 빛나는 촛불 같은 곳이었다. 초는 반 쯤 녹았고, 심지는 구부러진데다, 괴상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촛불이긴 했지만 말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리케티 스플릿은 도저만과 펭크스 같은 하이브 쓰레기들을끌어들였다. 그 곳은 엔포서들의 손아귀 밖에 있고, 길더들도 신경쓰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길더들이 현상범을 쫒고 있을 때를 제외한다면. 

 

펭크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평소 그는 길더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캐러밴을 호위하거나 아케오테크를 발굴하는 것은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펭크스는 그걸 뼛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손밑의 땅이 이따금씩 떨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동도 없고, 헐거워진 돌이 움찔대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송 터널은 산업과 군수 물자 하역을 위해 몇번이고 보수되었다. 어느날 마침내, 하이브 프라이머스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더라도, 터널과 터널 속에 살고 있는 것들은 제자리에 있을 터였다. 

 

그 생각은 펭크스가 주위를 불안하게 둘러보게 만들었다. 수송 터널은 한때 융성했던 산업의 쇠퇴를 보여주며 빛 한 점 없이 길게 뻗어 있는 구역이었다. 터널은 펭크스의 조상들이 첫 숨을 내뱉기도 전에 지어졌고, 그가 기억할 수도 없을만큼 오래 전에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수천개도 넘게 있는 이런 터널들은 세상 밑바닥의 어둠을 뚫고 뻗어나갔다. 

 

 

'정말 낧았군' 펭크스는 생각했다. 천장과 벽면에 난 곡선을 따라가는 파이프들은 대부분 녹슬어 그 내부를 밑에 있는 돌바닥에 토해내고 있었고, 오래전 누출된 화학물질들은 바닥에 난 크레이터를 좀먹어 들어가며 초록빛을 띄는 물가에 하늘하늘 움직이는 균류들의 만 비슷한 것을 형성했다.버팀대들은 쓰러진 나무처럼 나동그라져 있었고, 부서진 조각상들이 그 사이 자리를 차지했다. 아래층을 영원히 짓누르는 하이브 상층부의 무게는 벽을 따라 거대한 금을 내고 페로크리트가 터져 나와 바닥이 구부러지게 만들었다. 한때 계량소와 복스 연락소가 있던 지점은 동굴로 변했고 그 동굴 안에는- 

 

'펭크스' 

 

흠칫한 펭크스는 도저만을 노려보았다 

 

'뭐요?' 

 

'하스프가 자네 뭐 하는지 궁금해 하더군' 

 

'그럼 그 여자더러 물어보라고 하쇼' 화가 난 펭크스가 말했다. 

 

펭크스는 일어났고, 그가 그렇게 쉽게 동요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이게 다 터널에 나와 있는 탓이었다. 펭크스는 야생에 걸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착지 간에 있는 황무지는 언제나 사람들이 사라지는 굶주린 짐승 같은 곳이었다. 터널은 특히 그랬다. 심지어 랫스킨 마저도 터널은 피했다. 

 

'그건 그렇고, 그 여잔 도대체 어디 있는거요?' 

 

'여기있지' 

 

깜짝 놀란 펭크스는 몸을 돌렸다. 욕설을 내뱉으려는 찰나, 하스프가 그녀의 입술을 툭툭 쳤다. 

 

 

'조용히 해, 이 하이브 쓰레기야, 여기선 소리가 퍼져나간다고' 그녀는 키가 작지만 다부졌다. 펭크스는 그녀에게 어느정도 랫스킨 피가 흐를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은 뭔가 달랐다. 두 눈이 너무 가까이 붙엇는데다 색이 너무 어두웠다. 펭크스와 마찬가지로, 하스프는 방출된 군 물자를 입고, 다운하이브 장터에서 건져낸 라스 라이플을 들고 있었다. 

 

'보그단이 당신 지금 뭐 하는건지 알고 싶어 하더라고' 

 

하스프가 덧붙였다. 

 

펭크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보그단은 명목상으로나마 일행의 대장인 동시에 물주였다. 그가 길더 밑에서 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상한 점은 아니었다. 그는 리케티 스플릿 주변에 돈을 뿌려 스틸게이트 너머 가장 돈이 궁한 총잡이 스물 댓 명을 고용했다. 도저만과 하스프를 제외하고도, 펭크스는 그중 몇 사람과 면식이 있었다. 안드레이 윙크스와 '두푼' 키드가 있었고, 듀프스 핀과 게틀 형제, 그리고 롱 샐리 셰이크까지. 

 

그를 비롯해 보그단이 되는대로 골라잡은 떼거리들은 터널 곳곳에 흩어져 있었지만 펭크스의 마음 한 구석에선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 지 의심스러웠다. 

 

 

‘ 저 친구 뭐하는 거래?’ 

 

잔해 더미 어딘가에서 깊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그단이었다. 

 

‘아직 말 안했어’ 

 

하스프가 소리쳐 대답하곤, 펭크스를 쳐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진동을 느끼고 있대’ 

 

도저만이 말했다. 

 

하스프는 도저만을 올려다보았다. 

 

‘뭐?’ 

 

‘랫스킨 비법이래!’ 

 

하스프는 도저만을 잠시 쳐다본 뒤, 펭크스를 바라보았다. 

 

‘그게 뭔데?’ 

 

‘놈이 가까이 오는지 보려던 거요’ 

 

‘땅을 만지작거려서?’ 

 

펭크스의 대답은 누군가 잔해 더미에 부딪혀서 나는 소리에 끊겼다. 보그단이 부서진 동상을 넘어오며 내는 소리였다. 보그단은 그의 딱 벌어진 어깨에 산탄총을 메고 있었다. 비록 그가 아직 올록 갱단의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가 갱단을 위해 싸운지는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갔다. 보그단은 전능하신 크레딧에만 충성을 바치는 사람이었다. 

 

‘뭘 한다고?’ 

 

‘랫스킨 요술이래’ 

 

하스프가 말했다. 

 

보그단은 눈을 깜빡였다. 

 

‘자네 랫스킨인가?’ 

 

‘아니오!’ 

 

‘그럼 뭐하러 그치들 요술을 부리곤 그러나?’ 

 

펭크스는 신음했다. 

 

‘진동을 확인해보고 있었소’ 

 

‘왜?’ 

 

‘놈들이 가까이 왔는지 보려고’ 

 

보그단은 눈살을 찌푸렸다. 

 

‘소리를 들리잖나, 내가 앞에서 미리 경고해 주라고 두푼 키드랑 허풍꾼 캔터를 북쪽 통로에다 보내 놨어’  

 

‘캔터는 반쯤 눈이 멀었고 키드는 손 두짝을 다 가지고도 제 궁둥짝 하나 찾지 못할 놈이오’ 

 

보그단이 껄껄대며 웃었다. 

 

‘어쩌면 그 친구들한테 하이브 귀신들이랑 얘기해보라고 해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응?’ 

 

펭크스는 되받아치려다 말았다. 어차피 시간낭비였다. 

 

‘나는 자네에게 땅이나 토닥이라고 돈을 준 게 아닐세, 펭크스. 잠복해 있다가 사람을 죽이라고 주는거지. 이젠 일에 집중할 수 있겠나?’  

 

‘그놈은 사람도 아니라던데’ 

 

도저만이 말했다. 

 

보그단은 위를 올려다 보았다.  

 

‘누가?’ 

 

‘황폐자 주운’ 

 

그 이름은 마치 총성처럼 대기를 갈랐고 잠시나마 모두들 조용해졌다. 

 

황폐자 주운은 사람들에게 그런 영향을 미쳤다. 

 

하스프는 고개를 들었다. 

 

‘그럼 그놈은 도대체 뭔데? 마녀? 집수갱 지박령이라도 되나?’ 

 

도저만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지도모르지’ 

 

‘구원교단 놈들은 마녀가 아냐’ 

 

펭크스가 말하자, 모두들 그를 쳐다보았다. 

 

‘뭐? 아닌건 아닌거지. 그 붉은 예복 입은 놈들은 적어도 마녀는 아냐’ 

 

보그단은 코를 킁킁대더니 침을 뱉었다.  

 

‘그놈은 인간이야, 그것도 멍청한 인간이지. 멍청한 놈이나 길드의 징세소를 터는 법이니까’ 

 

‘듣자 하니 멍청하다기엔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던데’ 

 

펭크스가 말했다. 

 

‘그러는 자네는 뭘 안다고 지껄이나? 하이브 쓰레기 주제에?’ 

 

보그단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만 그놈을 쫒는게 아니라는 건알지’ 

 

보그단은 그의 퉁퉁한 손가락으로 펭크스의 가슴을 쿡 찔렀다. ‘하지만 우리가 그놈을 잡을거야’ 보그단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알아듣겠나?’ 

 

펭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놈이 여기로 온다는 건 확실한 거요? 저 소리가 그놈일 거란 보장도 없잖소’ 

 

‘확실해’ 

 

보그단이 말했다. 

 

‘이제 다들 준비하자고, 그 미친 새끼가 오면 싸워야 할 테니까’ 

 

펠릭스는 하스프를 쳐다보았다. 하스프는 온통 울상을 짓고 있었다. 펭크스는 그녀가 어떤 기분일지 알 수 있었다. 황폐자 주운은 여느 하이브 쓰레기가 아니었다. 

 

그는 전설이었다. 그것도 아주 좆같은 전설이었다. 불과 프로메슘을 추종하는 정신나간 구원교단, 황폐자 주운은 이단자와 마녀를 불태울 뿐만 아니라,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 하이브 쓰레기도 최소한 한 놈 이상 화형 시켰다. 

 

길더들의 말을 따르자면, 황페자 주운은 도둑이었다. 펭크스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주운은 광속 수송차를 스틸게이트에 있는 길드 징세소에 갖다 박고는 건물 안에 있는 귀중품을 싹슬이해갔다. 그건 구원 교단의 기준으로도 미친 짓이었다. 길더들은 하도 감명받은 나머지 주운의 머리에 수천 크레딧을 넘나드는 현상금을 걸었고, 그 머리가 몸에 붙어 있는지 여부 따위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총이 있고 크레딧이 궁한 하이브 쓰레기들은 전부 사냥에 나서서 주운의 가장 희미한 흔적이라도 쫒았다. 보그단 같은 치들은 좀더 똑똑한 방법을 택했다. 이 전직 올록 갱단원은 수적 우위와 기습이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조합이라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펭크스는 그리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흉금을 털어놓는 것이 그리 현명하지 않다는 건 알았다. 보그단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선 특히나.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터널을 따라 들려오자, 펭크스와 다른 이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펭크스는 마르고 검게 차려입은 두푼 키드가 그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놈이 와요! 놈이 온다구요!’ 

두푼 키드가 소리쳤다. 두푼 키드는 달리면서 오토피스톨을 뽑아들었다. 펭크스는 그제야 발 밑의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그단이 미소지었다.  

 

‘각자 위치로, 이 하이브 쓰레기들아, 크레딧 좀 벌 시간이다’ 

 

하스프와 보그단은 사선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잡았다. 도저만은 파이프가 만들어 준 차양 위로 기어올라, 그의 저격 지점으로 돌아갔다. 펭크스와 키드는 부서진 지지대 뒤편에 엄폐했다. 키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펭크스는 그것이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공포에 질렸기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키드는 어렸고 몸에 상처 하나 없었다. 적어도 펭크스가 듣기로는, 하이브 시티에서 갓 나온 애송이었다. 키드는 자기가 명사수라 뽐내며 다운하이브로 내려오면서 몇 놈을 쏴 죽였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펭크스는 그 중 대부분은 키드가 술에 취하게 한 뒤, 결투하자고 부추겨서 죽인 뒤, 털고 남은 시체는 시체 녹말로 팔아버린 멍청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종류의 게임이었다. 

 

‘캔터는 어딨어?’ 

 

키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 뒤에 있어요. 이제 어쩌죠, 제 말은, 그 놈들이 오면요’ 

 

펭크스도 그의 소총을 들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쏴야지’ 

 

‘그놈들이 멈추지 않으면요?’ 

 

‘계속 쏴’ 

 

그들의 머리 위에서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다. 처음엔 자잘한 조각들이 떨어지더니, 산업용 궤도가 오래된 돌을 부수면서 다가오자 커다란 덩어리들도 떨어져 내려왔다. 궤도 소리가 오래된 수송 터널을 따라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기계가 지나가며 울리는 진동이 머리 위에 있는 녹슨 골조로부터 수백년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큰게 오는 것 같은데요’ 

 

키드가 말했다. 

 

‘크면 클수록 좋지’  

 

펭크스가 중얼거렸다. 계획은 단순했다. 터널 여기 저기에 크랙 마인이 매설되어 있었고, 보그단은 비록 지뢰가 백년 가까이 묵긴 했지만 아직 작동한다고 확언했다. 광석 수송차가 지뢰를 밟으면, 수송차는 멈출 것이고 운이 좋다면, 지뢰가 수송차를 멈추게 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펭크스는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하여튼, 수송차가 멈추고 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붇는 것이 계획이었다.  

 

하지만, 광석 수송차가 시야에 들어오자, 펭크스는 숨이 막혔다. 수송차는 기계의 탈을 뒤집어 쓴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수송차는 외양보단 기능성에 중점을 둔 물건들의 정점이었다. 쐐기 모양을 한 거대한 선체는 종종 터널을 막고 있는 파편 더미를 뚫고 지나갈 수 있었고, 선체가 뚫을 수 없는 것은 궤도가 쉽게 타 넘어갈 수 있었다. 

 

‘황제 폐하의 이빨 같으니’ 

 

펭크스가 중얼거렸다. 

 

평범한 광석 수송차도 인상적인 물건이었지만, 이건 숫제 전차였다. 열과 산으로 경구를 새겨놓은 무거운 장갑판이 선체에 용접되어 골조를 보강했고, 연장 포드 자리엔 스텁 캐논 거치대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고풍스러운 복스 캐스터가 캐노피에 부착되어 있었다. 기도와 찬송가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와 귀 있는 자에게 수송차의 접근을 알리고 있었다. 

 

‘뭐라 꽥꽥대는 거죠?’ 

 

키드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물었다.  

 

‘노래하는거야’ 

 

펭크스가 말했다.  

 

‘적어도 저 치들이 노래라고 부르는 거지’ 

 

예지-노드가 진동하면서, 주변을 스캔하는 동안, 후면 캐노피를 따라 설치된 환풍구는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원래는 이 센서들이 잠재적인 붕괴 위험이나, 터널의 함몰, 혹은 낭떠러지를 감지하기 위해 세팅되어 있었으나, 지금 센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파이프 안이나, 부서져가는 터널의 양쪽으로 들어오는 진입 해치에 숨어있는 적들을 감지하도록 조정되어 있었다. 펭크스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스캐너가 그를 한번 훑고 지나갔다고 맹세라도 할 수 있었다. 그는 한 번 움찔하곤 뒤로 물러났다. 

 

키드가 펭크스를 쳐다보았다 

  

‘쫄았어요?’ 

 

키드가 웃으며 말했다. 

 

‘네놈이 아직 제정신이라면 당연히 쫄았을게다’ 

 

펭크스가 으르렁거렸다. 

 

‘머리나 숙이고 있어, 저놈들이 목표 지점에 거의 다 왔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펭크스는 계획은 실패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잇었다. 펭크스는 몰래 주변을 돌아보며 가장 가까운 도주로를 찾았다. 일이 잘못되면 그 혼자만이라도 도망칠 생각이었다. 보그단과 보그단의 크레딧 따윈 엿이나 먹으라지 

 

거대한 기계가 무너져가는 아치를 통과하며 속도를 줄였다. 이제는 잊혀진 네크로문다 최초의 개척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이 산산히 부서진 채 주춧돌에서 떨어져 내렸고, 대기를 먼지로 가득 채웠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날개 달린 형상들이 날아올라 어둠 속으로 쏜살같이 날아갔고, 그것들의 비명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폭발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광석 수송차의 궤도가 덜컹거리며 멈춰 섰고, 현가장치가 비명을 질렀다. 연기가 궤도 안에서 피어올랐다. 기도를 내뱉던 복스 캐스터도 멈췄다. 불안한 침묵이 터널 안에 내려앉았다. 펭크스는 그의 소총을 들고 겨냥했다. 

 

‘지금인가?’ 

 

키드가 중얼거렸다 

 

‘보그단이 신호를 줄 때까지 기다려’ 

 

펭크스가 속삭였다. 

 

침묵은 지속 되었다. 그때, 펭크스가 예상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죠?’ 

 

키드가 펭크스에게 질문했다. 

 

스텁 캐논이 회전하는 높고 가느다란 소리가 나자, 펭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스텁 캐논이 떨리더니, 불을 뿜어냈다. 

 

탄환이 주변을 둘러싼 돌과 금속을 파고 들어갔고, 허공을 파편으로 채웠다. 고성과 비명이 엄폐하고 있거나 저격 지점에 숨어있던 이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펭크스가 총성이 가까워져 오는 것을 들었을 때  두 푼 키드의 운이 다했다. 펭크스는 두 푼 키드의 산산조각난 몸이 쓰러지는 동안 엄폐물로 들어가 숨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끝났다. 사격이 끝나자, 복스 캐스터는 다시 한번 살아나 주변을 찬송가와 추수를 감사하는 기도로 채웠다. 광석 수송차는 기름이 새고 연기가 피어오르긴 했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수송차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펭크스는 부러진 파이프에 기대어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피가 넝마가 된 그의 다리와 어깨에서 뿜어져 나왔다. 펭크스는 근처에서 신음과 기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도저만이겠지, 펭크스는 생각했다- 비명을 질렀다. 

 

펭크스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가 광석 수송차와 화물이 언더하이브의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서 내는 진동이 지축을 뒤흔드는 것을 듣는 동안, 세상은 점점 어두워졌다.  

펭크스가 의식을 잃어가며 떠올린 마지막 생각은 어쩌면 도저만이 옳았을 수도 있겠다는 것 이었다. 

 

황폐자 주운은 괴물이었다. 








각주1) 광택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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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마르 가문이 기계교한테 수주해서 만든 인공 생명체, 카도르 갱단원한테는 황제의 은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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